쌍선 1봉에서 본 내변산의 당당한 산줄기

 

2011년 8월 4일(목).
지겹게 내리던 비가 그치고 모처럼 맑은 날씨다. 하지만 주말에는 태풍이 접근하면서 다시 비가 내린다는 예보다. 어제(3일)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비 좀 그만 내리게 해주십사 하는 기청제(祈晴祭) 행사가 있었다고 한다. 기우제(祈雨祭)라는 말은 많이 들었어도 기청제는 참으로 생소한 말이다.

 

모처럼 맑은 날씨에 서울 가고파 산악회를 따라 변산을 간다. 아침 7시, 잠실 롯데월드 시계탑 앞에서 산악회 버스에 오르니 뜻밖에도 동생의 얼굴이 보인다. 백두대간을 마치고 100대 명산을 답사한다고 하더니,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동생은 토끼걸음이고 나는 거북이걸음이라, 함께 산행을 하더라도 출발할 때와 하산을 한 후에야 얼굴을 볼뿐, 산행 중에는 각자 행동을 하게 된다. 그래도 뜻밖에 맞나니 무척 반갑다.

 

전북 부안의 변산반도는 국립공원이다.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수많은 절경이 이어진다. 변산은 바다를 끼고 도는 외변산과 남서부 산악지의 내변산으로 구분된다. 내변산은 예로부터 능가산, 영주산, 봉래산이라고도 불렸다. 오늘날 내변산을 이루는 산줄기는 호남정맥에서 떨어져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호남정맥과 내변산 사이에는 광활한 호남평야가 펼쳐져 있기 때문에, 내변산의 산군(山群)은 호남정맥과는 별개의 산군으로 보는 것이 옳겠다.

 

내변산의 최고봉은 의상봉(509m)이다. 의상봉을 중심으로 관음봉, 옥녀봉, 쌍선봉, 신선봉 등 해발 400m대의 봉우리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해발고도는 별로 높지 않은 편이지만, 서해안 바닷가와 맞닿아 있어서, 백두대간의 어느 산줄기 못지않게 산세가 웅장하고 골짜기도 제법 깊다.

월명암에서 본 의상봉

 

월명암에서 본 의상봉

 

내소사 절 입구 600m에 걸쳐 늘어선 하늘을 찌를 듯한 전나무 숲이 장관이다. 내변산 깊숙한 산중에 직소폭포는 20여m 높이에서 힘찬 물줄기가 쏟아지고 폭포 아래에는 푸른 옥녀담이 출렁댄다. 이외에 개암사와 개암사 북쪽에 솟은 두 개의 큰 바위인 울금바위(높이 30m,와 40m), 울금바위를 중심으로 뻗은 우금산성, '월명낙조'로 이름난 월명암과 낙조대 등이 명소이다. 그래서 일찍이 내변산은 조선팔경의 하나이자 호남 5대 명산으로 손꼽혀 왔다.

내소사 전나무 숲길

 

울창한 산과 계곡, 모래해안과 암석해안 및 사찰 등이 어울려 뛰어난 경관을 이루고 있으며 국립공원으로 지정(1968년)된 점 등을 고려하여 산림청에서는 변산을 우리나라 100명산으로 선정한다.(이상 관련자료 발췌)

 

버스가 거의 만석이다. 45인 승 버스에 4자리가 비었을 뿐이다. 서울 가고파 산악회는 2004년 백두대간을 시작할 때 안내를 받았던 인연이 깊은 산악회다. 당시에는 백두대간과 9정맥 안내를 주로 하며 성업을 이루었으나, 그 후 경쟁이 심해지면서, 한동안 어려움을 겪더니 다시 제 자리를 찾아 이처럼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보니 내일처럼 기쁘다.

 

대원들 아침식사를 위해 정암휴게소에서 25분 동안 정차했던 버스는 10시 49분경, 산행들머리인 남여치에 도착한다. 산악회 이덕연 회장은, 산행시간은 6시간을 주겠다며, 버스는 5시 정각에 출발할 터이니, 4시 50분 까지 내소사 주차장으로 하산하라고 당부를 한다. 아울러 오늘 산행의 도상거리는 9Km정도로 비교적 짧은 거리이니, 진행상황을 보면서 가능하면 코스에서 벗어나 있는 쌍선봉, 낙조대, 관음봉, 세봉 등을 두루 들러보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울 한다.

 

오늘 내가 걸은 코스는 『남요치-쌍선봉 갈림길-쌍선봉-쌍선봉 갈림길-월명암-선녀탕-직소폭포-재백이재-관음봉-세봉안부-관음전-내소사』Watch GPS인 Pyxis의 기록에 의하면, 산행거리 12.6Km에, 실제 걸은 시간은 5시간 33분이고, 간식 및 휴식시간을 포함한 총산행시간은 6시간 23분이다.

 

변산이 100대 명산에 국립공원이다 보니,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곳곳에 이정표, 그리고 119 구조목 등이 마련되어 있어, 지도나 나침반이 없어도 길을 잃을 걱정이 없다. 내가 오늘 걸은 코스 중에서 쌍선봉이 459.1m로 제일 높은 봉우리이다. 고작 400m대의 고지라고 자칫 우습게보았다가는 큰코다칠 가능성이 크다. 2~3차례 업 다운이 심해, 빡센 오르막을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드러운 산책길도 있고, 시야가 트인 암봉에서 보는 조망은 가히 일품이다. 몇 구간으로 나누어 산행기록을 정리한다.

 

1. 남여치-쌍선봉 갈림길 -쌍봉-쌍봉 갈림길 : 도상거리 2.6Km, 고도차이 약 360m, 소요시간 1시간 4분
‘남여치 / 월명암’ 방향을 알리는 표지판과 ‘월명암 2.2Km/직소폭포 5.1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는 들머리에서 잠시 내려서면, 통나무 계단이 이어지는 오르막이 시작되고, 이 오르막은 쌍선봉 갈림길 까지 계속된다. 산행을 시작하면서 바로 만나는 오름길이다. 서둘지 않고 천천히 오른다.

산행 들머리 표지판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지고

 

들머리에서 500m 지점에 이정표와 119 구조대 표지목이 보인다. 잠시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지며,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여, 운산 마을과 그 뒤 능선이 아름답게 눈에 들어온다. 다시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되고, 등산로는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이어 남여치 1,5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는 곳에, “살아 있는 것들의 행복을 위하여” 라는 법구경이 적힌 팻말이 보인다 

잠시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지고

 

오른쪽 조망

 

살아 있는 것들의 행복을 위하여

 

11시 38분, 해발고도 390m의 쌍선봉 갈림길에 이른다. 가파른 오르막이기 때문에, 도상거리 1.6Km를 걷는데 48분이나 걸린 것이다. 갈림길에는 이정표, 119구조대 표지목 등이 보인다. 당초에는 쌍선봉은 생략하고, 관음봉, 세봉을 들를 생각이었는데, 다녀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간도 걸리지 않고, 전망도 좋다고 한다. 생각을 바꾸어 오늘 산행 중 최고봉인 쌍선봉으로 향한다. 완만한 오르막길을 5분 정도 올라, 헬기장인 1봉에 이른다. 남쪽으로 명월암이 한눈에 들어오고, 동남쪽으로 가야할 능선과 그 너머로 관음봉, 세봉, 용각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힘차다.

쌍선봉 삼거리


 

월명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150도 방향의 가야할 능선과 그 뒤로 관음봉, 세봉 줄기

 

쌍선 2봉은 1봉에서 3분 거리의 헬기장이다. '쌍선1봉 90m/월명암 0.8Km'를 알리는 이정표가 보인다. 2봉에서는 북쪽으로 부안호, 그리고 북서쪽으로 황해바다와 섬들이 조망된다. 쌍선봉 갈림길로 되돌아 온 시각이 11시 54분이니, 쌍선봉 왕복에 16분이 걸린 셈이다. 다녀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북쪽의 부안호

 

북서쪽의 황해바다와 섬들

 

2. 쌍선봉 갈림길 - 자연보호 헌정탑 : 2.6Km, 고도차 약 300m 내리막, 소요시간 1시간
쌍선봉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1분 후, 월명암 0.2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이어 작은 도랑을 건너, 12시 2분, 월명암에 이른다. 이름은 암자인데도 대웅전, 관음전에 종각까지 갖추어진 제법 규모가 큰 가람이다. 한여름 땡볕 아래, 대웅전의 모든 문이 활짝 열려져있는데, 인적은 없고, 하얀 삽살개 3마리가 짖지도 않고, 불쑥 찾아온 이방인을 감시하고 있다. 

대웅전

 

불상

 

관음전

 

종각

 

관음보살을 모신 월명암은 대둔산의 태고사, 백암산의 운문암과 함께 호남의 3대 성지로 알려져 있다. 고승들이 세운 여느 사찰들과는 달리, 월명암은 신라 신문왕 12년(692)에 부설거사(浮雪居士)라는 재가불자(在家佛子)가 창건했다. 월명암이라는 이름도 부설거사와 그의 부인 묘화 사이에서 태어난 딸 ‘월명’(月明)에서 따왔다고 한다.(펌)

 

월명암을 뒤로 하고 신작로처럼 넓은 길을 산책하듯 유유히 걷는다. 대원들은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많이 지체된 것도 없고, 그 보다도 무더운 날씨에 땀이 비 오듯 하니 속도를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길가에 보이는 ‘걸림 없이 살 줄 알라’ 라는 법보장경의 가르침을 카메라에 담는다. 한동안 평탄하게 이어지던 등산로가 12시 15분, ‘119 구조목 변산 01-04’ 지점을 지나면서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걸림 없이 살 줄 알라

 

12시 20분, 375m봉을 지나고, 이어 등산로는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12시 23분, ‘119 구조목 변산 01-05’를 지나고, 내리막길에서 시야가 트이며, 호수와 관음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멋진 풍광이다. 이어 암름길을 내려오다, 주황색 버섯들이 나 있는 오리모양의 나무가 있는 전망대에서 남서쪽으로 곰소만을 본다.

호수와 관음봉

 

오리나무 전망대

 

남서방향의 조망

 

등산로가 암릉으로 이어진다. 오른 쪽의 깎아지른 절벽에는 목책을 쳐 놓았다. 12시 35분, 오른쪽으로 기암이 보이는 곳에서 등산로는 왼쪽으로 꺾어져 내리고, 이정표는 자연보호헌장탑 까지의 거리가 0.8Km라고 알려준다. 12시 38분, ‘119 구조목 변산 01-06’을 지나며 관음봉과 세봉을 가까이 보고, 12시 53분, 해발고도 67m인 봉래곡 갈림길로 내려선다. 주탐방로 안내, 이정표, 그리고 자연보호헌장탑이 보인다. 이정표는 직소폭포까지의 거리가 0.9Km라고 알려준다.

절벽이에 쳐진 목책

 

기암

 

이정표

 

봉래곡 가는 길

 

주탐방로 안내

 

자연보호헌장

 

3. 자연보호헌장탑-호수-직소폭포 : 0.9Km, 고도차 43m, 소요시간 38분
12시 55분, 물이 마른 계곡에 걸린 다리를 건너, 직소폭포로 향한다. 통나무 계단길이 이어진다. 이어 시원한 산속의 호수를 따라 걷고, 1시 11분, ‘119 구조목 01-09’를 지나, 이정표가 있는 선녀탕 갈림길에서 잠시 선녀탕으로 들어가 보지만, 이 부근에는 한동안 비가 오지 않았는지 선녀탕 고인 물에 부유물들이 어지럽게 떠있어 무척 불결해 보인다. 시원한 물가에서 간식을 들며 휴식을 취할 수가 있겠다고 기대를 했었는데, 실망하고, 갈림길로 되돌아 나온다.

다리를 건너고

 

산중호수 1

 

산중호수 2

 

산중호수 3

 

선녀탕

 

직소폭포를 향해 가파른 나무 계단길을 힘겹게 오른다. 1시 23분, 전망데크에서 직소폭포와 안내문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어 가파른 돌길을 지그재그로 오르고, 목책이 쳐진 좁은 절벽길을 지나, 1시 33분, 이정표가 있는 직소폭포 위에 선다. 이정표는 내소사까지의 거리가 3.4Km라고 알려준다.

직소폭포로 이어지는 가파른 계단길

 

직소폭포를 가까이 볼 수 있는 전망대

 

직소폭포

 

4. 직소폭포 - 재맥이고개 : 1,5Km, 고도차 50m, 소요시간 22분
바람 한 점 없는 평탄한 숲길이 이어진다. 연신 물을 마셔대도, 땀을 많이 흘려, 얼마 지나지 않아 입안이 다시 마른다. 다행이 1시 38분, 물이 흐르는 골짜기를 만난다. 물가로 달려가 배낭을 내려놓고, 땀을 씻은 후, 차게 해온 250ml 캔 맥주를 마셔 갈증을 달래고, 과일로 에너지를 보충한다. 꿀 같은 휴식시간 15분이 후딱 지난다. 다시 배낭을 메고 신작로 같이 너른 길을 터벅터벅 걷는다.

바람 한 점 없는 평탄한 숲길

 

반가운 물을 만나 잠시 휴식을 취하고

 

1시 58분, ‘119 구조목 변산 01-09’를 지나고, 계곡을 건너, 2시 7분, ‘119 구조목 변산 01-10’가 있는 안부에 이르자, 등산로는 왼쪽으로 굽어지며, 다시 나무 계단길로 가파르게 이어진다. 2시 15분, 이정표와 탐방로 안내도가 있는 재맥이고개에 이른다. 왼쪽은 내소사 2.1Km, 직진은 원암통제소 1.2Km이다.

지맥이고개 이정표

 

    탐방로 안내도

 

5. 재맥이고개-관음봉 삼거리 : 0.8Km, 고도차 210m, 소요시간 44분
왼쪽 오르막길을 오른다. 도상거리 0.8Km에 고도차가 210m이니, 그 가파른 정도를 가히 짐작할 수 있겠다. 주위 조망을 즐기며 힘든 오르막길을 꾸벅꾸벅 오른다. 2시 28분, ‘119 구조목 변산 02-01’가 있는 안부를 지나고, 가파른 암릉을 오른다. 절벽 쪽으로는 안전시설로 목책 가드레일이 쳐져있다. 암릉을 오르며 지나온 능선을 되돌아본다  

석포리 방향의 조망

 

오른쪽에 보이는 암봉

 

목책 가드레일

 

지나온 능선

 

2시 45분, 암봉에 오른다. 비로소 관음봉이 가깝게 보이고, 원암과 곰소만이 내려다보인다. 3분 후,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굽어지고, 2시 50분, 가파른 철계단을 내려섰다, 다시 한차례 오르막길을 올라 2시 59분, 이정표가 있는 관음봉 삼거리에 이른다. 내소사 1.3Km, 관음봉 0.6km, 세봉 1.3 km이다. 무더위 속에서 산행을 시작하지, 4시간이 넘게 지나, 많이 지친 상태다. 내소사로 하산 한다면 30분 정도면 산행을 마치겠으나, 여기까지 와서 0.6Km 떨어진 관음봉을 포기할 수가 있겠는가?  일부대원들은 직진하여 하산을 하지만, 일단 관음봉까지 가보기로 하고 왼쪽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암봉에 오르고

 

가까이 본 관음봉

6. 관음봉 삼거리- 관음봉 : 0.6Km, 고도차이 54m, 소요시간 32분
한동안 내리막길이 이어져 고도 314m 정도의 안부에 내려섰다, 목책이 쳐져있는 돌 많은 가파른 오르막을 오른다. 경사가 가팔라 한 걸음 오르고 한걸음 쉬는 식으로 한발 한발 오른다. 가파른 암릉을 가로질러야하는 곳에는 철책 가드레일을 설치 해 놓았다. 비탈길을 오르며 지나온 능선을 뒤돌아보고, 3시 21분, 관음봉 0.2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왼쪽 목책 뒤로 헬기장이 보인다. 빡센 오르막을 코를 땅에 박고 오른다. 모자 채양에서 땀방울이 비 오듯 떨어진다. 3시 31분, 이정표와 벤치가 있는 관음봉 정상에 오른다. 힘들여 올라 온 것에 비해 나무에 가려 조망은 별로다. 벤치에 쓰러질 듯 주저앉아 시원한 맥주로 갈증을 달래고, 한숨 돌린 후, 간식으로 빵을 조금 먹는다.

안부에 내려섰다, 돌 많은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고

철책길을 지나

지나온 능선

관음봉 정상의 이정표

관음봉 정상

 

7. 관음봉-안부--관음전-내소사 : 2.9Km, 소요시간 1시간 13분
약 12분 정도 간식을 들며 휴식을 취하고 나니 비로소 살 것 같다. 나보다 한 발 앞서 관음봉에 올랐던 남녀는 세봉으로 향하고, 다른 남자 대원 한사람은 관음봉 갈림길로 되돌아 하산을 한다. 더위와 지친 몸 상태를 감안하면 세봉을 포기하는 것이 옳겠지만, 이곳에서 세봉까지는 0.7Km. 관음봉 갈림길까지의 거리 0.6Km보다 100m 정도 멀 뿐이다. 한동안 망설이다. 3시 43분, 세봉을 향해 오른쪽 가파른 내리막을 조심스럽게 내려서고, 3분 후 안부에서 철사다리로 암릉을 오르다 곰소만을 굽어본다

안부에서 철사다리를 오르고

암릉을 오르다 본 곰소만

 

이어 로프를 잡고 암봉을 오르고, 4시 1분, 안부에 내려선다. 오른쪽으로 하산로가 뚜렷한데 목책 가드레일을 쳐 놓아 출입을 막고 있다. 이미 4시가 넘은 시각이다, 이후 세봉을 지나 내소사 일주문으로 내려선다면, 5시까지의 하산은 불가능할 터이니, 민폐를 면한 도리가 없겠다. 두 눈 딱 감고 가드레일을 넘어 하산 길로 들어선다.

가드레일을 넘어 하산 길로 들어서고

 

5분 정도 뚜렷한 등산로를 따라 내려, 암릉 위에 선다. 발아래 내소사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방향이 분명하니 암릉만 내려서면 별 문재가 없겠다. 자세히 보니 암릉을 내려선 흔적이 보인다. 흔적을 따라 조심스럽게 암릉을 내려선다. 나뭇가지에 표지기가 걸려 있는 것을 보면 산꾼들이 다니는 등산로가 틀림이 없다. 가파르고 긴 암릉을 내려서자, 돌 많은 계곡길이 이어지고, 이윽고 순한 등산로로 들어서서, 4시 31분, 인적이 없는 관음전에 이른다.


암벽 위에서 당겨 찍은 내소사

조심스럽게 내려선 가파른 암릉


암릉이 끝나는 지점에 걸린 표지기

 

관음전

 

시멘트 도로를 따라 내소사로 향한다. 4시 38분, 출입통제 팻말을 지나고, 왼쪽 개울가로 내려가 알탕을 한다. 팬티는 물론이고 바지까지 홈뻑 젖었으니, 아무리 바빠도 땀을 씻고 옷을 갈아입지 않으면, 버스를 타기도 어려운 몰골이다. 알탕을 마치고 4시 55분, 내소사 경내로 들어서는데, 이 회장한데서 전화가 걸려온다. 내소사는 변산반도 쪽을 여행하면서 가족들과 여러 차례 왔던 절이지만, 이곳가지 왔으니, 어찌 대웅보전을 둘러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어 봉래루를 통과하고, 멋진 전나무 숲길을 지나, 5시 13분, 주차장에서 기다리는 버스에 오른다.

출입금지 팻말

 

대웅보전

 

내소사 현판

 

봉래루

 

개울가에서 땀을 씻느라, 하산 시간을 넘겨 미안하다. 5시 20분 경,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무더운 날씨에 땀을 많이 흘려, 힘든 산행이었지만, 간만에 모처럼 몸 안의 노폐물을 말끔히 털어버려서인지, 몸이 가볍게 느껴진다.


 

(2012. 8. 6. )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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