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덕고개에서 오서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

어머니는 매해 김장철이면 배추를 100포기에서 150포기 정도를 사다가 김장을 담그셨다. 7남매와 함께 겨울을 나기 위한 준비다. 집사람은 10포기 정도의 배추를 소금에 절여, 김장을 한다. 배추 량이 엄청 줄었지만 역시 겨울 준비임에는 틀림이 없다. 장모님이 오시고, 처형, 처제도 와서 모처럼 집안이 북적댄다.


오랜만에 보는 식구들이 반가워 데굴데굴 굴고, 껑충껑충 뛰던 짱아 녀석은 막상 김장이 시작되고, 여자들이 바삐 움직이자, 거실 한 귀퉁이, 제 방석 위에 납죽 엎드려, 두 눈만 굴리고 있더니, 이내 심심한지 잠이 들어 버린 눈치다. 이달 12월이면 만 8살, 사람으로 치면 50대 후반에 해당하는 나이다. 눈치가 빤한 녀석이라, 일하는데 거치적대다가 야단맞을 짓은 아예 하려들지 않는다.


전에는 김장철이면, 마당 한 귀퉁이를 파서, 김장독을 묻는 일은 남자들 몫이었다. 하지만 주거환경이 바뀌어 마당이 사라지고, 딤채라는 훌륭한 김치 냉장고가 등장하고 난 이후에는 김장철에 남자들이 할 일이 따로 없다. 김치 속을 넣을 때가 되면, 간을 보라고, 집사람이 배추 속고갱이에 방금 버무린 속을 싸서 한 접시 들고 들어온다. 잘 절여진 배추 맛이 부드럽고, 무와 굴 향기가 입안에 가득하다. 김장 쌈을 맛보며, 머릿속의 시계바늘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옛날 어머니가 김치 담그던 정경을 떠 올린다.


이렇게 김장을 마치면, 집사람은 겨울나기 준비에서 벗어나 홀가분해하면서도, 어딘가 허전한 느낌이 드는 모양이다. 이럴 때 당일치기로 어디 한 차례 바람이라도 쏘이고 온 다면 많은 점수를 딸 수 있을 것이라고 잔머리를 굴린다.


차를 타고 훌쩍 드라이브만 하는 것은 좀 싱겁다. 3~4시간 정도 가볍게 걷고, 철에 맞는 별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아본다. 멀지 않은 오서산이 제격이겠다. 오르막길이 제법 힘이 든다고는 하지만, 오서산 정상에 올라, 철 지난 억새도 보고, 날씨만 좋다면 막힘없이 탁 트인 서해바다를 조망한 후, 천북면 장은리 굴단지에 들러 제철인 굴구이를 즐길 수 있지 않겠는가?


2005년 11월 30일(수).

주초부터 강한 바람에, 눈, 비가 뿌리고, 갑자기 추워진 날씨가 다소 걱정이 되긴 하지만, 모처럼 정한 일정이라, 동생네 부부와 짱아까지 합쳐, 일행 다섯이, 새벽 6시, 오서산을 향해 출발한다. 새벽길을 나섰는데도 여자 둘은 마냥 즐거운 모양이다. 뒷좌석에서는 이야기 소리가 그치질 않는다.


새벽인데도 하향 길 경부고속도로에는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윽고, 서해안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서해대교를 건넌다. 여자들은 행담휴게소는 너무 복잡하니, 다음 휴게소에서 아침식사를 하자고 한다. 7시 40분경, 서산휴게소에 도착한다. 이른 아침인데도 휴게소 스피커에서는 대중가요 소리가 요란하다. "에그, 저 놈의 소리 좀 죽일 수 없나?"


짱아는 애견 보호소에 넣어 둔다. 안 됐지만, 지가 따라 다니려면, 환경에 적응할 수밖에 없잖은가? 서둘러 식사를 마친 집사람이 짱아를 보호소에서 꺼내 안는다. 짧은 시간인데도 짱아는 벌써 눈물, 콧물이 범벅이고, 보호소에 넣은 것이 원망스러웠던지, 내 쪽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서산휴게소를 출발한다. 서해안고속도로는 무척 한산하다. 광천 인터체인지에서 요금을 계산하며, 오서산 가는 길을 묻는다. 광천 읍내를 통과하다가 오거리가 나오면, 우회전하라고 친절히 알려준다. 광천은 토굴에서 숙성시킨 새우젓이나 어리굴젓 등 젓갈류로 유명한 고장이다. 알부자들이 많고, 그래서 광천에 가서는 돈 자랑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있다.


광천 읍내는 길이 좁고, 건물들이 옛 모습 그대로이다. 알부자들이라 외관 치장에는 별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오거리에서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하여 진행한다. 진행하는 길 요소요소에 이정표가 잘 부착돼 있어, 초행이지만, 어렵지 않게 오서산으로 이어지는 포장도로를 달린다.


눈앞에 삼각형 모양의 오서산이 다가오고, 산 아래로 접근하자, 오서산 등산로를 알리는 팻말이 도로 왼쪽으로 보인다. 팻말이 가르치는 방향을 따라, 왼쪽 시멘트 길로 들어선다. 시멘트 길은 차 하나가 겨우 통행할 수 있는 외길로, 마을로 이어진다. 정암사까지는 한참 거리라는데 아무리 보아도 정암사로 오르는 차도는 아닌 듯싶다.

중담마을에서 본 오서산 전경

마침 등산객 한 사람이 도로를 따라 걷고 있다. 등산객에게 묻는다.


"안녕하세요? 이 길이 정암사 가는 길, 맞나요?"

 

"정암사 가는 길은 맞는데, 차를 타고 가시게요? 차를 타고 가시려면 큰 길로 다시 나가, 주차장을 끼고 이어지는 시멘트 도로로 가셔야 해요." 라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좁은 길에서 겨우 차를 돌려, 다시 아스팔트 도로로 나와 주차장 쪽으로 향한다. 왼쪽으로 넓은 상담 주차장이 보이고, 주차장을 끼고 시멘트 도로가 산 쪽으로 이어진다. 시멘트 도로로 들어선다. 오늘은 주중이고, 이른 아침이라 통제요원이 보이지 않지만, 주말이나 등산객들이 많은 시즌에는 정암사로 이어지는 이 도로는 차량 출입이 통제되어, 주차장에 차를 두고, 등산로를 통해 정암사로 오르게 된다.


시멘트 도로가 그치고, 자갈길이 이어진다. 왼쪽으로 안심사라는 암자가 보인다. 자갈길이지만 비교적 손질이 잘 되어, 승용차가 오르기에 별 어려움이 없다. 도로는 서서히 고도를 높이고, 길 양쪽으로 낙엽송 숲이 울창하여, 길은 온통 노란 솔잎으로 뒤 덥혀 있다. 절이 가까워지나 보다, 다시 시멘트 길이 나타나고, 꼬불꼬불 경사가 급해진다. 이윽고 정암사 바로 아래, 작은 주차장에 도착한다.

정암사 일주문 앞에 모여 선 나들이 일행

오서산은 충남 홍성군 광천읍과 보령군 청소면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예부터 까마귀가 많이 서식하여 오서산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지만, 서해바다를 끼고 넓게 펼쳐진 평야에 산 하나가 해발 고도 790.7m로 우뚝 솟아 있어 "서해의 등대산"으로 불리기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주능선에서 보는 조망이 아주 빼어난 산이다.


주능선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바위지대와 부드러운 육산이 혼재해 있어, 바위지대에는 거센 해풍에 시달린 청송들이 낮은 자세로 바위들과 조화를 이루고, 육산에는 억새가 무성하여, 특이한 경관을 자랑하는 산이다. 10월 초순부터, 11월 중순까지는 억새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우리나라 100대 명산 중 77위를 차지한다고 한다.


여자들이 극락전으로 들어가 부처님께 참배하는 동안, 정암사 주위를 둘러본다. 정암사는 오서산 북쪽, 바위가 많은 가파른 사면에 작은 터를 잡고, 서쪽을 향해 세워진 절이다. 절터가 비좁아서인가? 일주문과 종각을 합쳐서 지은 건물이 특이하다. 일주문을 들어서면 왼쪽에 정암사 본당이 자리를 잡고 있고, 본당 뒤로 좁은 마당을 건너, 극락전이 배치돼 있다. 극락전 오른 쪽, 조금 높은 자리에는 자그마한 산신각이 덩그마니 놓여 있다. 그게 전부다. 고려시대 때 창건한 유서 깊은 절이라고는 하지만 대웅전도 없는 작은 사찰이다.

일주문과 종루가 합쳐진 특이한 구조의 건물

정암사 본당 현판

극락전

정암사 본당 건물은 지붕을 보수하는 중이고, 스님들은 불도 닦기에 맹진 중인지, 경내에는 인적이 없다. 산 북쪽 사면에 자리를 잡아서인지, 초겨울의 산사 분위기가 어둡고, 을씨년스럽다. 이윽고 여자들이 참배를 마치고 나온다. 우리들은 9시 25분 경, 일주문을 나서서, 화장실을 지나, 왼쪽의 가파른 나무계단을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이른 아침이라 산을 오르는 사람은 우리 일행뿐이다.


짧은 나무계단을 올라서니,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굽어져, 부드러운 오름길로 이어진다. 이정표가 서 있다. <상담 주차장 2.8K, 오서산 정상 2.6K>. 억새 철이 지난 평일, 이른 아침에 산행을 시작한 덕에 상담 주차장에서 정암사까지의 2.8Km는 차를 타고 올라와 여자들의 산행이 한결 수월해진다. 정상까지는 고작 2.6Km, 아무리 산이 가파르더라도, 능선에 올라 바람만 강하지 않고, 날씨만 좋다면 오늘 나들이는 성공적일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이정표에서 등산로는 왼쪽으로 굽어지더니, 급경사 오르막이 시작된다. 날카로운 돌들이 비쭉비쭉 솟은 험한 길이다. 북쪽 사면이라 등산로는 딱딱하게 얼어있다. 매제(妹弟)가 앞장을 서서 오르고, 짱아가 쫄랑쫄랑 뒤를 쫓는다. 짱아는 어렸을 때부터의 산책으로 다리 힘이 좋고, 청계산을 오르내리며 훈련을 한 덕에 가파른 산길도 거침없이 오른다. 그 뒤로 여동생이 오르고, 한참 쳐져서 집사람이 힘겹게 급사면을 오른다.


나는 여기서도 후미로 쳐져, 집사람과 4보정도 거리를 두고 천천히 뒤를 따른다. 허리를 펴고, 발뒤꿈치부터 확실히 땅을 딛고, 앞으로 체중을 옮기며, 천천히 오르라고 행보 법을 가르쳐준다. 매제를 따라 오르던 짱아 녀석이 저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우리가 다가가면, 쏜살같이 다시 앞서 오른다.


경사가 더욱 심해지며, 나무계단이 이어진다. 간혹 나무계단 폭이 너무 넓어 집사람이 힘들어 한다. 9시 47분, 북서쪽 사면이 터진, 전망대에 이른다. 발아래 지나온 광천읍이 널찍하게 펼쳐 있다. 생각보다 넓은 고장이다. 아파트인지 높은 건물들이 보인다. 아마도 종래의 광천읍에서 외곽으로 새로운 타운이 조성되는 모양이다.

광천읍

지루한 계단길이 끝나고, 더욱 경사가 급해진 등산로에는 굵은 로프가 매어져 있다. 로프를 잡고 오르면서, "이놈의 오르막은 길기도 하네..." 라며 집사람이 힘들어 한다. 위에서 기다리던 짱아 녀석이 답답한지 쪼르르 달려 내려와 같이 걷다가는 다시 앞서 나간다.


10시 경, 아차산(424.4m)과 오서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고개에 이른다. 이정표가 서 있다. <정암사 0.6K, 오서정 0.9K> 이제 힘든 고비는 넘긴 것이다. 커다란 바위 앞에 모여 따듯한 물을 나눠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주능선에 올랐는데도 바람 한 점 없이 쾌청한 날씨다. "천사가 나들이를 하면, 햇님이 웃는다." 라고 하더니 우리 일행 중에 천사가 있는 모양이다. 바람걱정, 날씨걱정을 모두 털어 버린다.

능선분기점 이정표

더운 물을 마시고 한 숨 쉬고 나니 기운들이 나는 모양이다. 쾌청한 날씨에 차가운 대기가 한없이 상쾌하다. 주능선을 타고 천천히 오른다. 조그마한 바위에 올라서니, 서쪽 조망이 확 트인다. 아차산 너머로 드넓은 보령군 청소면이 펼쳐진다. 너른 들을 가로질러 이어지는 고속도로가 뚜렷하고, 서해바다가 평야로 깊게 만입한 천수만이 푸르다. 옅게 드리워진 안개 때문에 길게 누운 안면도는 희미하다. 모두들 시원하게 터진 조망에 탄성을 발한다.

아차산과 천수만

천수만과 안면도

완만한 오르막 등산로가 이어진다. 앙상한 참나무들은 잎을 모두 떨어뜨렸지만, 바람이 심해서인지 등산로는 낙엽도 쌓이지 않은 붉은 황톳길이다.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한없이 푸르다. 환갑이 지난 여인 둘이 푸른 하늘을 우러러 보며, 소녀들처럼 연신 감탄사를 발한다. 등산로 위로 나지막하게 드리워진 푸른 소나무 가지 아래로 산책하듯 걷는 여인들의 모습이 그림 같다.

파란 하늘 - 동생 사진

쾌적한 등산로

등산로는 암릉으로 이어진다. 저 앞에 높다란 바위 전망대가 솟아 있고, 높은 바위 위에는 소나무 두어 그루가 분재처럼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허공에 떠 있다. 오른쪽으로는 오서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부드럽다.

멀리 본 전망바위

정상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오서정이 작게 보인다.

바위 전망대로 오르는 길이 환상이다. 철 지난 억새, 검은 바위와 푸른 소나무, 그리고 키 작은 관목들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그 사이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대기는 아직도 차갑지만 맑은 하늘에서 거침없이 내려 비치는 햇살로 등에는 땀이 배이기 시작한다. 전망대가 가까워질수록 암릉 길이 험해진다. 마치 오석처럼 반듯반듯한 돌들이 무척 미끄럽다. 겁 없이 몇 차례 기어오르다 미끄러진 짱아 녀석의 행보가 조심스러워 진다.

전망바위오르는 길

바위 전망대 위에 선다. 서쪽과 남서쪽 조망이 끝내준다. 걸어 온 능선을 따라 내려다보면, 저 아래 아차산 너머로 청소면 너른 들이 질펀하고, 남서쪽으로는 성연저수지가 바로 발아래 푸르다. 그 뒤 첩첩히 이어진 나지막한 산 너머로 대천 해수욕장이 희미하게 보인다. 조금 더 왼쪽으로는 청천저수지가 멀리 이어지고, 그 뒤로 충청도에서 제일 높은 성주산이 뚜렷하다. 뒤를 돌아보면 가야할 오서정에서 오서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이 눈앞에 다가온다.

성현 저수지

아차산과 걸어온 능선

가까이 본 전망바위

바위 전망대를 지나 능선은 오른쪽으로 굽어지고, 등산로 주변은 억새가 지천이다. 오늘 보니 억새는 역광으로 볼 때 희게 반짝인다. 철 지난 억새밭은 많은 등산객들에게 밟히고, 눌린 자국들이 역역하다.

내려다 본 전망바위

멀리 본 오서산 정상

억새 1

억새 2

억새 3 -동생 사진

오서정에 이른다. 막힘없이 사방을 모두 둘러 볼 수 있는 좋을 자리에 정자가 서 있다. 북으로 멀리 홍성이 보이고 그 뒤로 용봉산이 희미하다. 북동쪽으로 죽전리, 화계리, 광성리에 펼쳐진 너른 들이 질펀하고, 광천 저수지가 가깝다. 동남쪽으로는 칠갑산이 아련하다. 남으로 뻗은 능선은 오서산 정상으로 이어지고, 동쪽 공덕고개에서 오서산으로 기어오르는 능선이 힘차다. 마치 비행기를 타고 하계를 굽어보는 느낌이다.

오서정

정상 가는 길

동쪽 조망

칠갑산 방향

백두대간 종주를 하면서, 악휘봉, 신선봉, 고적대 등 전망 좋은 곳을 여러 곳 보았지만, 바다를 굽어보며, 평야 위에 우뚝 솟아있어, 그림같이 질펀한 평야를 한 눈에 조감할 수 있는 오서산 같은 곳이 흔치 않다. 오서정에 걸린 단 하나의 현판의 내용도, 자연보호를 하자는 말로 해석 되어 재미가 있다

오서정에 걸린현판

간이 통신탑을 지나, 12시 경에 오서산 정상에 이른다. 정상에는 정상석 2개와 삼각점, 이정표 그리고 오서산 등산 안내도 등이 골고루 비치돼 있다. 정상석은 보령시와 광천읍에서 각각 세운 모양이다. 기념사진을 찍고, 정상에서 조금 떨어진 헬리포트에 모여 앉아, 과일 등을 먹으며 아름다운 조망을 완상한다.

정상을 향하여

오서산 정상

짱아 녀석은 오랜만의 등산이 피곤한 지, 벗어 놓은 내 재킷에 코를 박고 엎드려 쉬고 있다. 두 여인은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것 같은 광활하고 아름다운 조망, 역광 속에서 반짝이는 억새, 춥지도 덥지도 않은 화창한 날씨, 그리고 푸른 하늘에 매료되어, 소풍 나온 소녀들처럼 마냥 즐겁기만 하다.

헬기장의 짱아

매제와 나는 꼬냑을 정상주로 마시고, 조망 해설판이 있는 건너편 봉우리로 향한다. 봉우리에 서니 성주산, 칠갑산, 대천 해수욕장이 더욱 뚜렷하다. 이윽고 짱아와 두 여인이 쉬고 있는 헬리포트로 되돌아와, 12시 45분 경, 일행은 올라온 길을 되돌아 하산을 시작한다.

성주산

대천해수욕장

하산 길의 시계가 더욱 투명하다. 옅은 안개에 가려 아련히 보이던 안면도와 대천 해수욕장이 이제는 보다 뚜렷하다. 많은 등산객들이 올라오고 있다. 쫄랑쫄랑 내려서는 짱아를 보고, 강아지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반색을 한다. 정상에서 내려온다고 하니, 짱아의 오서산 정상정복을 축하하는 소리가 요란하다.

하산길

급경사 하산 길을 힘겹게 내려선다. 매제도 하산길이 힘들었다고 하니, 여자들은 더 말할 나위가 없겠다. 2시 10분 경 정암사에 도착한다. 2시간 30분에서 3시간이면 충분한 산행 거리를, 4시간 45분 만에 주파한 것이다. 배가 고프다. 서둘러 차에 올라 천북면 장항리의 "굴단지"로 향한다.

굴단지

40번 국도가 이어지는 방조제 부근에 100여개가 넘는 천막집 매점들이 굴 구이로 성업 중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그럴듯해 보이는 집을 찾아 들어선다. 석화 한 다라에 25,000원이다. 가스 불에 석쇠를 얹고, 그 위에 석화를 올려놓으면, 불에 익은 석화가 입을 벌린다. 이놈을 집게로 들어 올려, 칼로 입을 완전히 벌리게 하고, 굴을 도려 내, 초장에 찍어 먹는다.


가스 불에 굴 껍질이 탁탁 요란한 소리를 내며 튀고, 입 벌인 놈을 골라, 면장갑을 낀 손으로 옮겨, 칼질을 해서 먹으려니, 맛은 좋으나 정신이 하나도 없다. 굴구이 집 아줌마의 도움을 받으며, 굴 까는 솜씨들이 점차 익숙해진다. 구은 굴은 백세주 안주로도 일품이다. 25,000원짜리 한 다라면 4사람이 충분히 포식을 할 수 있는 양이다. 굴국수도 맛을 보고, 매점을 나서니, 어느덧 5시다. 방조제에 올라, 석양을 바라보며 잠시 걷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뻘건 태양이 바다 속으로 텀벙 잠겨버린다.

석양

일몰

방조제 위를 달려, 남당을 지나고, 홍성 인터 제인지에서 서해안 고속도로로 오른다. 오후 늦게 포식한 굴구이와 굴국수로 만복 상태라, 서울에 도착해서도, 저녁을 생략한 채 헤어진다. 8시 30분 경 집에 도착한다.

 


(2005.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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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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