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이 단풍구경도 할 겸 바람을 쏘이고 싶어 한다. 제대로 된 단풍을 보려면 산행을 하는 것이 가장 좋으나, 집사람 체력이 산길을 3시간 이상 걷는 것이 무리라. 주산지와 주왕산의 주방천 계곡을 돌아보기로 하고 동생부부와 함께 길을 떠난다.


이제는 도로 사정이 좋아져, 웬만한 곳은 당일치기 나들이가 가능하다. 2005년 11월 1일 아침 6시 집을 떠나 주산지를 먼저 들르고, 주방천 계곡을 여유 있게 둘러 본 후, 10시 30분경 귀가한다. 이때의 사진들을 정리한다.


차는 한적한 중앙고속도로를 거침없이 달린다. 매제가 운전을 하고 나는 조수석에 앉아 지도를 보면서 "바이오 네비게이터" 역할을 한다. 동생네 차가 연비가 좋아 동생네 차를 동원한 것이다. 뒷좌석에는 집사람과 여동생 둘이 타고 짱아 녀석이 집사람 곁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얌전하게 엎드려 있다.


서안동에서 중앙고속도로를 버리고 34번 국도로 내려선다. 시원하게 너른 호수를 지난다. 지도를 보니 "임하호"다. 잠시 차를 멈추고, 전망대에서 아름다운 임하호를 본다. 맑은 호수는 산 그림자와 하늘의 구름까지 담고 있다. 사진에 취미가 있는 여동생은 역광을 아쉬워하면서도 아름다운 호수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바쁘다.

▶ 역광으로 찍은 임하호

 

청송은 예부터 산간벽지로 알려져 있다. 산간의 좁은 논에는 아직도 추수를 하지 않아, 누렇게 익은 벼가 보기 좋고, 띄엄띄엄 보이는 농가는 옛 모습 그대로이다. 임하호로 흐르는 개울물들이 한없이 맑아 보인다. 월천에서 31번 국도로 갈아타고, 청송읍을 지나니, 어린 가로수들의 잎이 붉게 물들어 아름답다. 주왕산 방문객들이 늘어나자, 새롭게 가로수를 정비한 모양이다.


이윽고 갈림길에 이른다. 왼쪽으로 들어서면 주왕산, 직진하면 주산지다. 멀리보이는 주왕산의 암봉들이 웅장하다. 차는 직진하여 고개를 오른다. 주위의 단풍이 곱다. 붉은 사과가 주렁주렁 달린 과수원이 이어지고, 길 가에서 사과를 파는 아주머니들이 보인다. 차를 세우고 사과 맛을 본다. 청송 꿀 사과 맛이 무척 달다.


주산지 입구 너른 주차장에 도착한다. 주차장 한 귀퉁이에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라는 석비가 세워져 있다.

 

주산지는 길이 100m, 넓이 50m, 수심 8m, 넓이 약 6,000평정도 크기의 인공호수다. 150년 수령의 능수버들과 왕버들이 호수 물속에서 자라는 모습이 이채롭다. 영상미가 뛰어난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을 보고 감탄했던 집사람이나, 동생들은 규모가 작은 것에 실망하는 눈치지만, 단풍 속에 묻혀있는 조용한 호수는 여전히 아름답다. 영화에 나왔던 호수 위의 절은 자연보호를 위해 철거했다고 한다.

▶ 주산지 풍경

 




되돌아 주차장으로 내려온다. 관광버스가 도착했는지 많은 관광객들이 올라오고 있다. 관광객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짱아를 안고 내려간다. 집에 두고 오면 좋겠지만, 짱아가 집안에서는 대소변을 일체 보지 않고, 아침, 저녁 산책길에 밖에서 해결함으로 오랜 시간 집을 비워야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데리고 나오는 도리밖에 없다.

 

주왕산 입구로 들어선다. 12시가 조금 지난 시간인데 입구의 주차장은 벌써 만원이다. 야영장 부근까지 올라가, 주차를 하고, 사람들 물결에 떠밀려, 매표소로 향한다. 당초에는 내원동에 가서 식사를 할 예정이었으나, 내원동의 집들을 철거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이를 확인해 보니, 사실이다. 할 일없이 깨끗해 보이는 식당을 찾아들어 간다. "연지식당", 산채 비빕밥으로 식사를 한다. 음식이 정갈하고 맛이 있다. 내려올 때도 들려, 해물파전, 감자전을 주문했는데, 즉석에서 부쳐 주는 부침개 맛이 훌륭하다.


▶ 주왕산 입구에서 찍은기암(旗岩)

 

공원 입구에서 표를 받던 직원이 달려오더니, 강아지는 출입금지라고 한다. 보관소에 두고 가란다. 매표소 뒤에 강아지 한 마리씩을 넣어둘 수 있는 개장이 마련돼 있다. 출입을 금지 시키는 이유가 뭐냐고 따져 본다. 강아지 배설물로 생태계가 파괴되어 출입을 금지 시킨다고 한다. 처음 들어 보는 이야기라고 했더니, 자연보호법이 제정된 이후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백두대간을 종주해 보니, 복원하기 힘들 정도로 심하게 생태계를 파괴한 것은 강아지 배설물이 아니라, 무절제한 사람들의 행위다. 강아지 배설물이 문제라면, 동반자가 치우도록 규제를 하고, 위반 시에는 벌금을 물리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별 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법으로 출입을 원천 봉쇄하는 것은 후진국적인 발상이다. 공원에 강아지 출입을 금지했을 때, 견공들의 견권을 주장하는 애견가들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처럼, 이 법이 널리 알려지면 다시 한 번 세상 시끄러워지겠다.


대원사는 기념 촬영하는 사람들로 붐벼, 내려 올 때 들르기로 한다. 공원길을 따라 오른다. 산책로 주변이 깨끗하게 정비되고, 곳곳에 화장실도 마련돼 있다. 이정표도 친절하다. 계곡은 영구 휴식년제를 시행, 출입을 금지하여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 장군봉

 

▶ 계곡 초입에서 본 풍광




▶자하성터

 

▶ 이정표, 우리는 주왕암, 주왕굴 쪽으로 오른다.

 

▶ 주왕암으로 오르다 본 암봉

 

▶ 주왕암, 주왕굴 가는 길 

 

 

 

 

 




▶ 전망대에서 본 암봉들

 

 

 

 

 


▶ 제1폭포 가는 길과 제1 폭포







제 2 폭포 가는 길과 제 2 폭포

 

 


 

▶ 제 3 폭포

 

 


▶ 단풍과 청류

 




▶ 하산길에 본 기암

 



짱아를 찾으러 매제와 함께 먼저 달려 내려온다. 대전사 경내가 이제는 한가하다. 서둘러 사진을 찍고, 짱아를 찾으러 관리인과 개장으로 간다. "강아지가 무척 순하던데요, 조용히 잘 있어요." 라고 강아지를 좋아하는지, 관리인은 묻지도 않았는데 짱아를 칭찬한다. 개장 문을 열자 짱아가 와락 품으로 뛰어든다. 눈물에 콧물에 얼굴이 말이 아니다. 다른 개장에는 시츄와 곱게 물들인 마르티스가 나란히 갇혀있다. 짱아가 혼자 심심하지는 않았겠다. 시츄는 순한 눈을 굴리며, 바라보고 있고, 마르티스는 나오려고 버둥대다, 짱아만 안고 나오니 심하게 짖으며 항변한다.

▶ 대전사

 



짱아를 안고, 다시 대전사 입구로 들어와 여자들을 기다린다. 버둥대던 짱아도 안정을 찾았는지, 이제는 조용하다. 이윽고 여자들이 내려와 불당에 들어가 참배를 한다. 대전사를 배경으로 일행 모두가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공원을 나선다.

강아지를 맡아주었던 관리인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관리인은 내가 강아지를 안고, 대전사 경내를 어슬렁거리는 것을 보고, 왜 공원 안에 강아지를 들여놨냐고 항의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맡겼던 강아지를 찾아가는 중이라고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관리인에게 폐를 끼쳐 미안하다.


(2005, 11, 6.)



'국내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먹거리 여행(7) - 밀양  (0) 2012.11.30
오서산 만유기(烏棲山 漫遊記)  (0) 2012.11.30
안면도, 강화도  (0) 2012.11.30
섬진강, 상족암, 통영, 거제 봄나들이  (0) 2012.11.30
먹거리 여행(6) - 통영  (0) 2012.11.30
Posted by Urimah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