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경표(山經表)에서는 우리나라 산을 1대간(大幹), 1정간(正幹), 13정맥(正脈)으로 체계화하였다. 우리가 교과서를 통해 배워 온 지질구조에 의한 산맥체계와는 달리, 지표 분수계(分水界)를 중심으로 산의 흐름을 파악하고, 산이 인간의 생활권 형성에 미친 영향을 고려,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현상을 관찰하여, 이를 체계화한 것이다.


실제로 대간을 종주하면서 산맥에 의해 나누어진 여러 지방의 말들, 생활모습 등이 확연히 다른 것을 확인하고, 우리 선조들의 무한한 지혜에 감탄하게 된다.


백두산에서 지리산 천왕봉까지의 도상거리는 약 1,625Km이고, 현재 남한에서 종주 할 수 있는 구간인 지리산에서 진부령까지의 도상거리는 약 640Km~690Km에 이른다고 한다. 도상 거리가 이러니, 고도를 감안한 실제거리, 그리고 들머리, 날머리 등을 고려하면, 남한지역의 백두대간 종주를 위해서만도 약 1,300Km~1,500Km를 걸어야 한다고 한다.


나는 평소에 우리가 살고 있는 내 나라, 내 땅을 내 발로 한번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다. 하지만 생각뿐이지, 어디 국토종주가 그리 쉬운 일인가? 40여 년간의 직장생활을 마감하고, 은퇴한 후, 1주일 걷고, 1주일 쉬는 식의 국토종주를 생각해 본 적도 있지만 집사람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역시 생각으로 그치고 만다.


우연히 당일 산행으로 백두대간 종주를 가이드 하는 산악회가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앞 뒤 생각 없이 무조건 따라 나선다. 2004년 2월 10일 이렇게 시작한 대간종주가 2005년 11월 9일 완료된다. 대간종주에 약 21개월이 걸린 셈이다. 가고파 산우회와 산정 산악회의 가이드를 받고, 함께 산행한 산우(山友)들의 도움으로 국토종단의 꿈을 이룬 것이다. 가고파의 이 회장님, 산정의 정 대장님, 그리고 함께 산행한 산우들에게 감사드린다.


몸과 마음, 공히 충분한 준비 없이 따라 나선 산행이라, 처음에는 무척 힘이 든다. 힘들어 하는 것을 옆에서 보는 집사람도 걱정을 많이 한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서서히 적응을 할 수 있게 되고, 집사람도 마음이 놓이는 눈치다.


배낭 메는 법, 신발 끈 매는 법, 산길 걷는 법 등 기본적인 것도 모르고 따라 나서서, 산행을 하면서 일일이 배웠다. 하찮은 것들이라고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긴 산행을 하는 데에는 매우 중요한 사항들이다. 양말 신는 법, 하산 시 등산화 끈을 조이는 요령 등을 몰라, 발톱이 몇 번씩 빠진 대원들도 있다. 이제 나침반을 필수품으로 가지고 다니고, 산세를 보고 지형을 짐작할 수 있게 된 것을 보면 대간종주를 하면서 장족의 발전을 한 셈이다.


산악회를 따라 단체로 산행을 하면서 부딪치는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가 선두와 후미의 문제이다. 선두가 이해를 하고, 후미는 열심히 따라 붙어, 실제로 팀이 깨어지는 일은 흔하지는 않지만, 역시 이 문제가 단체산행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선두에 서는 사람들은 체력이 강한 사람들이다. 후미보다 2배정도 빠르게 걸으려면, 체력은 4배정도 더 소비해야 한다. 1.5배 빠르려면(선두 4시간, 후미 6시간 소요) 후미에 설 때 보다 2.125배의 체력이 소모된다. 산행에서 스피드 경쟁이 벌어지는 것은 결국은 강한 체력을 과시하고자 하는 욕망에서부터 비롯하는지도 모르겠다.


체력 차이가 2배 이상 날 수가 있고, 사람에 따라 산행 스타일도 다를 수 있음으로, 선두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비난을 받아야 할 까닭은 없다. 그렇다고 선두가 자랑스러울 것도 없다. 선두에게는 극복해야 하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무릎 손상의 방지, 다른 하나는 먼저 하산해서 기다려야하는 시간의 선용(善用)문제다.


백두대간 종주처럼 장기간 산행을 해야 할 경우, 무리하게 질주하다가 무릎에 고장이 생겨, 고생하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인대가 늘어나거나, 무릎 뼈에 금이 갔을 경우, 치료가 되더라도, 이후 산행에 많은 지장을 받게 되고, 그래서 영원히 산행을 포기해야하는 경우도 생긴다. 선두로 일찍 내려와서 기다리는 동안, 술만 마신다면, 술을 마시러 산에 왔는지, 산행을 하러 산에 왔는지, 아니면 그 둘 다를 함께하려고 산에 왔는지 아리송해진다.


나는 체력도 약하고,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 산행하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보면, 항상 후미를 면치 못한다. 후미에게는 두 가지 걱정거리가 있다. 하나는 혼자 떨어져 길을 잃었을 때, 다른 하나는 먼저 산행을 마친 사람들을 기다리게 하는데서 오는 부담감이 그것이다. 혼자 떨어져 길을 잃었을 때에 대비하여, 항상 지도와 나침반을 소지하고, 필요할 때 등반대장에 긴급 연락할 수 있도록 등반대장 전화번호가 저장된 전화기를 넣고 다닌다.


선두를 기다리게 하는 부담감을 털어 버리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 한 번은 최후미로 하산하여, 모두가 기다리는 버스에 오르면서 받았던 싸늘한 시선에 위축되어, 이렇게 남들에게 폐를 끼치기보다는, 차라리 대간종주를 포기하는 것이 옳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해본적도 있다.


이 부담감은 두 가지 방법을 통해 해소할 수 있었다. 하나는 행보법이다. 체력이 많이 소요되는 오름길은 천천히 오르되, 평지나 위험하지 않은 내리막에서는 허리를 쭉 펴고, 최선을 다해 빨리 걷는다. 고래 대장님이 가르쳐 준 행보법이다. 이 행보 법에 의해 전체적인 산행 속도가 빨라질 수 있었다.


다른 하나는 나름대로 목표 산행시간을 설정하고, 그 시간 이내에 산행을 마치게 되면, 선두와 아무리 시간차가 나더라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마음을 독하게 먹는 것이다. 목표 산행시간을 설정하기 위하여 선답자 들의 산행기와 고도 표를 참조했다. 설혹 산악회에서 제시하는 소요 산행시간이 6시간이더라도, 나름대로 계산한 소요시간이 7시간 30분이라면, 7시간 30분이 목표시간이 된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산행해야 할 도상거리를 알 경우, 간단히 소요 산행시간을 계산할 수가 있다. 산행해야 할 도상 거리를 2.5로 나누고, 여기에 점심시간 30분을 가산하여 산정한다. 예컨대, 도상거리가 15Km 라면, 2.5로 나눈 값, 6시간에 점심시간 30분을 합하여, 6시간 30분으로 정한다.


장기간 산행에서 꼭 필요한 등산 용구가 스틱이다. 두 개의 스틱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르막에서도 필요한 힘의 일부를 양팔에 분산시킬 수 있어 도움이 되고, 특히 하산 할 때, 무릎 보호를 위하여, 필수적인 용구라고 생각한다. 스틱 사용법을 올바르게 익히고, 제대로 사용한다면, 스틱의 효용성을 스스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금강산도 갈 수 있고, 멀지 않은 장래에 백두산, 묘향산 등도 갈 수 있게 되겠지만, 북한에 속해 있는 백두대간길이 열리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다. 아쉽기는 하지만, 조바심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9개의 정맥과 100대 명산을 비롯한 많은 산들이 내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대간종주를 하면서 배우고, 익힌 경험이 앞으로의 산행을 보다 더 즐겁고 보람 있게 해 줄 것이다. 대간종주를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이하 대간 산행일지를 정리한다.


1. 2004년 2월 10일(화) : 가재마을-수정봉-여원재

2. 2004년 2월 24일(화) : 성삼재-만복대-정녕치-고리봉-고기리

3. 2004년 3월 9일(화) : 여원재-고남산-통안재-매요리-아실재-지리산 휴게소

4. 2004년 3월 23일(화) : 사치재-사리봉-복성이재-다리재-봉화산-송리마을

5. 2004년 4월 13일(화) : 송리마을-광대치-월경산-중재-백운산-영취산-무령고개

6. 2004년 4월 27일(화) : 무령고개-영취산-민령-깃대봉-육십령

7. 2004년 5월 11일(화) : 빼제-된새기미재-덕유삼봉산-소사고개-삼도봉-대덕산-덕산재

8. 2004년 5월 28일(금) : 성삼재-반야봉-벽소령-장터목-천왕봉-중산리(1무1박3일)

9. 2004년 6월 8일(화) : 덕산재-부항령-삼도봉-삼마골재-물한계곡

10. 2004년 6월 22일(화) : 우두령-석교산-삼마골재-해인리


이상 가고파 산우회의 가이드를 받으며 산행을 한 구간이다. 하지만 7월 들어 회원들 참여가 부진하자 대간 팀이 해체되고, 7월 한 달은 공을 친다. 8월부터 산정산악회 3차 백두대간 종주 팀에 편입한다.


11. 2004년 8월 7일(토) : 동엽령-백암산-귀봉-횡경재-지봉-월음재-대봉-갈미봉-빼재

12. 2004년 8월 14일(토) : 밤티재-늘재-청화산-갓바위재-조항산-고모치-삼송리

13. 2004년 8월 21일(토) : 밀재-대야산-버리미기재 (역코스)

14. 2004년 8월 28일(토) : 버리미기재-장성봉-악휘봉 왕복-은티재-은티마을

15. 2004년 9월 4일(토) : 은티마을-구왕봉-지름티재-성터-희양산-이만봉-분지리

16. 2004년 9월 11일(토) : 이화령-조봉-황학산-백화산-평천지-사다리재-분지리

17. 2004년 9얼 18일(토) : 이화령-조령산-신선암-조령 제3관문-고사리 마을

18. 2004년 9월 25일(토) : 하늘재-월항삼봉-북암문-마폐봉-조령 제3관문-고사리 마을

19. 2004년 10월 1일(금) : 한계령-대청봉-희운각-공룡능선-마등령-비선대(무박)

20. 2004년 10월 8일(금) : 대관령-새봉-선자령-매봉-소황병산-노인봉-진고개(무박)

21. 2004년 10월 16일(토) : 구룡령-치밭골령-갈전곡봉-왕승골-쇠나드리-조침령-진동리

22. 2004년 10월 23일(토) : 백봉령-생계령-고병이재-석봉산-두리봉-삽당령

23. 2004년 10월 30일(토) : 삽당령-978.8봉-석두봉-989.7봉-1006봉-화란봉-닭목재

24. 2004년 11월 5일(금) : 댓재-두타산-청옥산-고적봉-갈미봉-상월산-백봉령(무박)

25. 2004년 11월 13일(토) : 하늘재-포암산-938.봉-897봉-1032봉-부리기재-중평리

26. 2004년 11월 20일(토) : 안생달-차갓재-981봉-새목재-대미산-부리기재-중평리

27. 2004년 11월 27일(토) : 안생달-묏등바위-황장산-황장재-벌재-옥녀봉-저수재

28. 2004년 12월 3일(금) : 진고개-동대산-두로봉-응복산-마늘봉-약수산-구룡령(무박)

29. 2004년 12월 11일(토) : 저수재-투구봉-시루봉-흙봉-뱀재-솔봉-묘적령-사동리

30. 2004녕 12월 18일(토) ; 죽령-1,286봉-삼 형제봉-도솔봉-묘적봉-묘적령-사동리

31. 2004년 12월 31일(금) : 도래기재-구룡산-신선봉-부소봉-태백산-화방재(무박)

32. 2005년 1월 8일(토) : 닭목재-왕산1쉼터-왕산2쉼터-고루포기산-능경봉-대관령

33. 2005년 1월 15일(토) : 죽령-연화봉-연화1봉-비로봉-국망봉-안부-어의곡리

34. 2005년 1월 22일(토) : 고치령-1,060.6봉-1,272봉-상월봉-국망봉 안부-어의곡리

35. 2005년 1월 29일(토) : 고치령 -1.096.6봉-마구령 -갈곳산 -늦은목이-오전리 사기점

36. 2005년 2월 5일(토) : 도래기재-옥돌봉-박달령-1,220봉-선달산-늦은목이-오전리

37. 2005년 2월 12일(토) : 싸리재-은대봉-함백산-만항재-청옥봉-수리봉-화방재

38. 2005년 2월 19일(토) : 피재-노루메기새목이-건의령

39. 2005년 2월 26일(토) : 싸리재-금대봉-쑤이밭령-비단령-매봉산-피재

40. 2005년 3월 11일(금) : 용대리-소간령-마장터-대간령-마산-진부령

41. 2005년 3월 19일(토) : 건이령-푯대봉-구부시령-덕항산-지각산-자암재-조탄동

42. 2005년 3월 26일(토) : 댓재-자암재 -환선굴-대이리


산정 산악회 백두대간 3차대 공식 행사는 이상으로 종료된다. 이하는 땜방 산행이다.


43. 2005년 4월 3일(일) : 지기재-437.7봉-윤지미산-화령재 (5차대)

44. 2005년 4월 10일(일) : 화령재-봉황산-비재-갈령삼거리-형제봉-피앗재(5차대)

45. 2005년 4월 17일(일) : 밤티재-문장대-천황봉-피앗재-형제봉-갈령(5차대)

46. 2005년 5월 11일(수) : 우두령-삼성산-황악산-백운봉-운수봉-궤방령(가고파)

47. 2005년 5월 25일(수) : 추풍령-작점고개-갈현-용문산-국수봉-큰재(가고파)

48. 2005년 7월 2일(토) : 궤방령-가성산-장군봉-눌의산(743.3m)-추풍령(6차대)

49. 2005년 7월 16일(토) : 큰재-백학산-지기재(6차대)

50. 2005년 9월 15일(목) : 육십령-할미봉-장수덕유산-남덕유산-삿갓봉-무룡산-동엽령

51. 2005년 9월 27일(화) : 한계령-점봉산-조침령-진동리(무박-가고파)

52. 2005년 10월 11일(화) : 미시령-황철봉-마등령-오세암-백담사(무박-가고파)

53. 2005년 11월 9일(수) : 미시령-성봉-화암재-신선봉-장터목-용대동


* 5차대, 6차대는 산정산악회 백두대간 팀, 표시가 없는 것은 개별 산행임.


(2005. 11. 21.)

1 [조고문 / 2005-11-27,11:43:21]

우림님의 백두대간 완주산행 축하하고요 남은 북한구간은 물론

정맥 100대명산 산행에 푹 빠저 보시지요 암튼 축하합니다 [삭제]

2 [우림 / 2005-11-29,10:32:57]

조 고문님 ! 반갑습니다.

요즈음에는 산에서 뵙기가 어렵네요.

독립군 산행을 하시는 모양이군요. 좋은 산 가실 때는 꼭 연락주세요. [삭제]

3 [東城.... / 2005-12-06,20:23:29]

우림님 축하드립니다.1년 9개월만에 완주를 하셨네요.

대단하십니다. 완주증은 어디서 받으시지요? [삭제]

4 [우림 / 2005-12-08,09:35:49]

동성 님 !

오랜만입니다.

"숲 강좌"는 거의 끝나 가는지요?

졸업하면, 숲 해설가로 변신하는 건가요?


만난지 한참됐는데,

이번 토요일, 도봉산에서 만납시다.

동성 님의 마가목주 맛 못 잊어, 기다리는 사람들 많아요. [삭제]

5 [東城.... / 2005-12-09,08:27:59]

우림님,和峰依命으로 오봉,여성봉,도봉산 산행 참석합니다.

금년에는 마가목 열매 채취를 못했고 고래2가 했는데 같이 가자고권했습니다. 토요일 뵙지요. [삭제]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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