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리얼배낭여행 41참여자들,

 

많은 사람들의 버킷리스트(Bucket List)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남미여행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쿰부히말 트레킹을 함께했던 동료들로부터 남미여행 같이 떠나 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고 나서 부터이다.

 

20091120일 인천공항 대한항공 체크인 카운터 앞에 혜초여행사가 모객한 쿰부히말 트레킹에 참여 신청을 한 12명이 모였다. 모두 중늙은이 남자들뿐이고 여자는 한 사람도 없다.

 

70세 최고령자 1명에, 60대가 5, 505, 그리고 40대가 1명이다. 이들은 키나바루는 기본이고, 킬리만자로, 일본의 북 알프스 등 해외트레킹을 두루 섭렵한 베테랑들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들 12명은 모두 동반자가 없이 단독으로 혼자서 소신껏 참여를 결정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참여자들의 경험과 협력, 그리고 혜초여행사가 선발한 나왕옹추(Nawan Wangchu)셀퍼의 탁웡한 가이드 덕분에 한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12명 전원이 15일간의 쿰부히말 트래킹을 성공적으로 마친다.

  다이닝 룸 난로 가에 둘러 앉아 환담하는 대원들

 

에베레스트를 5번이나 오른 옹추 셀퍼

 

우리들을 도와준 옹추 셀퍼의 스텝들(앞줄 오른쪽 노란 점퍼는 우리대원)

 

2003년 은퇴 후 비로소 백두대간과 9정맥, 그리고 지맥, 기맥 등을 탐방하고 첫 해외트래킹 대상지로 과감하게 쿰부히말을 선정한 내게는 남미여행은 아직 꿈꾸기에는 이른 대상으로 생각해 왔으나, 쿰무히말 트래킹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에는 이런 분들과 함께라면 한번 욕심을 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남미여행 가이드 북을.사서 훑어본다.

 

쿰부히말 트래킹을 마친 일행은 20112월 다시 함께 인도 배낭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서 남미 5개국 배낭여행 계획을 구체화해 보지만, 여정이 길고, 비용 역시 만만치 않아 여건이 허락되는 2사람만이 인도로 가는 길을 따라 남미여행 장도에 올랐으나, 여행 중 강도를 만나 카메라와 돈을 빼앗기고 생명의 위협까지 느낀 이들로부터 남미는 아직 갈 곳이 못 된다는 소리를 듣고는, 남미여행은 한동안 잊어버리기로 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남미여행을 주선하는 여행사들도 많이 생기고 남미국가들의 보안문제도 개선되었다는 이야기가 들리자, 남미여행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져, 더 늙기 전에 한번 도전을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여행사들을 스크린하다, 오지투어를 발견하고 남미 리얼배낭여행 41에 신청을 한다.

 

오지투어는 중남미, 아프리카 등 오지 배낭여행을 전문으로 안내하는 여행사라고 한다. 2004년 오상훈(하리)대표가 최초로 남미지역만으로 구성한 배낭여행상품을 개발 판매하기 시작하고, 2007년 오지투어 첫 팀을 출발시킨 이후 현재까지 200회 이상 단독 팀을 구성하여 여행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신청한 리얼배낭 41일 상품은 남미 235차 출발로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의 남미 5개국과 파타고니아 지역을 41일 동안에 둘러본다. 총비용은 800만원~90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여행지도는 아래와 같다.

 

남미지도(펌)

 

이번 남미여행에의 참여자는 팀장 포함 모두 16명이라고 한다. 남자 9명과 여자 7명인데, 연령별로는 2~307, 401, 505, 60대 이상 3명이라고 하니, 젊은 층이 많아 분위기가 밝아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참여를 하고보니 분위기가 쿰부히말 때와는 전혀 다르다. 이번 남미 팀에는 공동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참여자들의 상호존중과 협조, 양보와 같은 미덕은 찾아볼 수가 없다. 참여자 전원이 별 탈 없이 무사히 긴 여행을 마쳐야한다는 목표는 팀장의 책임이지, 개개인 자신들과는 관계가 없다고 여기는지, 개인의 이해득실에 민감하고 은근히 상호 견제를 하는 분위기이다.

 

 

물론 세월이 흐르고, 개인주의사상이 보다 일반화 된 세태변화의 영향이 크겠지만, 부분적으로는 오지투어의 팀장제도에도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현지답사, 실무경험 등 체계적인 인솔자교육을 통해 경험을 쌓게 한 후 테스트를 통해 1년에 1~2명을 선발한 팀장에게 모든 인솔권한을 부여하고, 참여자들이 이에 따르도록 한 것이 팀장제도이다.

연출된 상황에서 멋진 사진을 찍고 있는 대원들

 

참여자들에게 숙박비, 투어 참여비 등을 걷고 있는 팀장

 

이 제도에는 물론 장점도 있겠지만 무시할 수 없는 단점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경험이 없는 초보자들에게는 적합한 제도 일지 모르겠으나 모든 권한을 위임 받은 팀장은 참여자들이 모두 안전하게 여행을 마칠 수 있도록 팀을 이끌 책임이 있기 때문에, 왕왕 참여자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자신의 책임완수에 매진하는 경향을 보이게 될 경우, 해외트레킹 경험이 많은 참여자들은 심한 거부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출발 일주일 전 쯤 오지투어 오상훈 대표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연세도 많으신데 리얼배낭보다 세미배낭를 택하시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권유다

 

나는 편한 여행보다 힘들고 도전할 대상이 되는 여행을 좋아해서 리얼배낭 외에는 관심이 없다고 대답하자 오 대표는 부인이나 자녀분들과 통화를 할 수 없겠냐고 묻는다.

 

집사람을 바꿔주자 같은 권유를 하면서 잚은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는 관계로 연세 많으신 분이 혼자서 참여하실 경우 힘드실 수도 있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집사람은 나이는 많지만 체력은 강한 편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전화를 마치고 난 집사람은 다른 때와는 달리 이번 남미여핼 참여를 강력히 반대하고 나선다. 공연히 늙은이가 주책없이 끼어들어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참여하겠다는 내 고집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 것을 잘 알고 있는 집사람은 당신은 못 말리는 에고이스트라고 힐난하면서 더 말리기를 단념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집사람은 오 대표와의 통화에서 여자의 직감으로 무언가를 느낀 모양이다.

 

남미여행은 페루와 볼리비아의 고산지대에서 겪어야 하는 고산병, 남미국가들의 불안한 치안문제, 그리고 긴 여행일정과 4계절 옷을 두루 준비해야 하는 기상상태, 적지 않은 여행경비 등으로 쿰부히말 트레킹 못지않게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해 왔었다.

 

그런데 다른 참여자들이 가볍게 남미의 아름다운 관광을 즐기는 모습을 보고 한동안 당황했던 것도 사실이고, 팀장이 지나치게 주제넘다고 거부감을 느낀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리하여 비로소 집사람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이 큰 잘못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화살은 이미 활시위를 떠났으니 어쩌랴? 예칙하지 못한 황당한 상황에 처하기는 했지만,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해 적응하는 것이 능력이 아니겠는가?. 결국 이러한 상황에서도 대과(大過) 없이 험한 여로(旅路), 긴 여정(旅程)을 예정대로 무사히 마쳤으니, 스스로 이를 자축하는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2020 2. 12.)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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