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장대 계시판의 국문 안내문

남한산성 안내도

장경사 신지옹성

2010년 11월 13일(토)
남한산성을 가려고 9시 30분 경 집을 나선다. 산악회를 따라 산행을 하려면 6시 30분 쯤 집을 나서야하는 것과 비교하면 한결 여유가 있고 느긋하다. 이런 기분 때문에 점차 산악회를 따라 가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많이 게을러진 모양이다. 지하철 7호선, 2호선을 거쳐, 8호선을 타고 산성역에서 내려 1번 출구로 나온다, 남한산성 사거리다. 길 건너 북쪽방향에 능선으로 이어지는 나무계단이 보인다.

남한산성 4거리에서 본 등산로 입구

 

10시 44분, 길을 건너 등산로 입구 계단 앞에 선다. 오른쪽에 이정표가 보인다. 성남시계 등산로 제 1구간의 산성폭포지점을 알리는 이정표다. 계단을 올라 인근 주민들이 운동을 하고 있는 조각공원에 이른다. 인공폭포의 물줄기는 끊기고 누렇게 변한 관목들, 하늘거리는 억새, 그리고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들이 늦가을의 정취를 흠씬 풍긴다.

조각공원

 

조각공원 뒤 철 계단을 올라 능선으로 진입한다. 간벌을 하여 시원하게 뚫린 등산로가 완만하게 이어진다. 오른쪽에서 차 소리가 가깝게 들리지만, 간간이 벤치가 보이는 한적하고 멋진 산책로다. 토요일인데도 인적이 드물다. 10시 59분, 창곡동 세주길 갈림길에서 이정표를 만난다. 비로소 이 길이 “남한산성 시계등산로”이고, 산성역에서 남한산성 남문까지의 거리가 3.7Km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산책로

 

남한산성이 조선시대에 북한산성과 더불어 도성을 지키던 남쪽의 중요한 산성이지만 주산인 청량산(482.6m)이 북한산에 비해 훨씬 얌전하고 다소곳한 산이라 남한산성을 산행대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벚꽃이 필 때 벚꽃구경하는 곳 정도로 생각해 왔었는데, 잠실에 살아 자주 남한산성을 찾는다는 심산대장의 권유에 따라, 오늘 모처럼 찾게 된 것이다. 그래도 동네 뒷산 같은 곳을 쌍 스틱을 휘두르고 다니기도 뭣해 스틱도 한 개만 달랑 들고 나왔다. 산성역에서 남문까지의 거리가 3.7Km이고, 성곽의 길이가 11.76Km 이니, 남한산성 시계등산로를 거쳐 성곽을 한 바퀴 돈다면, 그 거리가 15.46Km나 된다. 하룻길 산행으로 손색이 없는 거리다.

모처럼 산책객들의 모습도 보이고

 

하지만 남한산성으로 가는 많은 사람들이 산성역에서 약 200m 떨어진 성남 기능대학교 앞 버스정류장에서 9번 버스를 타고, 남한산성 로터리까지 들어가기 때문에 이 등산로가 이처럼 한적한 모양이다. 등산로 주변에 군사훈련장도 보이고, 119 긴급연락처 팻말도 보인다.

119 긴급연락처 팻말

 

11시 7분, 남한산성 남문 2,700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이어 등산로는 능선 안부로 내려서서, 잠시 남한산성도로로 들어섰다, 왼쪽 산길로 진입한다. 11시 9분, 사격장 약수터 입구 갈림길에서 왼쪽 너른 길로 들어서지만, 곧이어 경고판이 보이고, 약수터 가는 길은 철문으로 막아 놓았다. 등산로는 오른 쪽 사면으로 이어져, 방금 지났던 갈림길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게 된다.

이정표

잠시 도로를 따라 걷다, 왼쪽 산길로 들어선다.

사격장 약수터 입구 갈림길

등산로가 점차 가팔라진다. 11시 19분, 지적삼각점이 있는 241m봉에 오르고. 4분 후, 남문 2,100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이어 제천 김공의 합장묘에서 잠시 주위를 둘러본 후,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 11시 30분, 나무탁자와 의자가 놓인 280m봉을 지난다.

241m봉의 지적 삼각점

뒤돌아 본 묘역

280m봉

 

11시 37분, 삼각점이 있는 297.2m 봉에 오르고, 3분 후, 남한산성도로와 인접한 영춘정 입구에 내려서서, 도로를 따라 오르는 9번 버스를 카메라에 담는다. 등산로는 또 다시 잠시 도로로 내려섰다 왼쪽 산길로 들어서고, 11시 50분, 345m봉을 지나면서 동북쪽으로 한봉(418m)을 바라본다. 이어 봉우리를 내려서서, 도로를 따라 길게 이어지는 목책길을 걷는다. 등산객들의 안전을 위해 성남시에서 만든 길이다.

297.2m봉의 삼각점

남한산성으로 오르는 9번 버스

345m봉

한봉

목책길

 

12시 30분, 2시 방향으로 남문이 올려다 보이는 지점에서 직진하는 등산로를 폐쇄했으니, 도로를 건너를 남문방향으로 진행하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지시하는 대로 도로를 건너고, 도로를 따라 잠시 진행하다, 다시 등산로로 들어선다. 안내판이 보인다. 인도가 없는 도로를 등산객들이 위험하게 다니지 않도록, 성남시가 배려하여 만든 등산로라는 안내문이다.

도로를 건너 진행하라는 안내판


도로 아래 등산로

 

산성터널입구에서 부터는 1975년 11월에 준공한 깔끔한 산성로가 이어지고, 12시 17분, 사람들로 붐비는 남문에 이르러, 지화문(至和門) 안내판과 느티나무를 카메라에 담고 성루에 올라 지나온 길을 굽어본다. 이정표가 있는 들머리에서 출발한 시간이 10시 44분이었으니, 남한산성 시계등산로 3.7Km를 오르는데 1시간 34분이 걸린 셈이다.

터널 입구

남문

지화문 안내판

느티나무

 

12시 22분, 가파르게 이어지는 남쪽 성벽을 따라 걸으며 본격적인 성벽타기를 시작한다. 12시 38분, 비밀통로인 제7암문을 지나고, 이어 제2 남옹성을 둘러 본 후, 12시 46분, 남장대 터에서 약 10분 동안 간식을 들며 휴식을 취한다. 남문에서 1.1Km 떨어진 지점이다.

뒤돌아 본 남문

성벽길 1

성벽길 2

제7암문,

제2 남옹성

보수중인 외곽성

안내문

남장대 터

남장대터 안내문

 

새롭게 보수된 성곽, 잘 정비된 성곽길을 따라 산책하듯 유장하게 걷는다. 곳곳에 이정표가 있어 쉽게 현재의 위치를 파악할 수가 있어 편하다. 1시 12분, 동문 앞을 지나는 342번 국지도에 내려서서 남한산성 안내문, 남문 안내문 등을 카메라에 담고 가파른 성벽길을 오른다.

잘 정비된 성곽길을 산책하듯 걷고

이정표

동문 앞 도로

남한산성 안내문

동문

동문 안내문

가파른 성벽길

 

1시 27분 옛날 정자가 있었다는 송암정(松岩亭) 터를지나며 가야할 길과 지나온 성벽길을 돌아본다. 1시 37분, 장경사 주차장에 이르러, 잠시 성벽길을 벗어나 장경사를 둘러보고, 다시 인적이 드믄 성벽길로 들어선다.

가야할 길

지나온 길

장경사 안내문

대웅전과 석탑

장경사

첨성대처럼 생긴 돌탑

그 안에 안치된 부처님과 동자승

다시 성벽길

 

1시 56분, 안내판, 이정표가 있는 장경사 신지옹성에서 이른다. 동문에서 1.1Km 떨어진 지점이다. 장경사를 지나자 등산객이나 산책객들의 모습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2시 4분, 남한산성 군포지를 지나고,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 2분 후 동장대 터에 오른다.

신지옹성 암문(좌)

군포지

군포지 안내판

동장대 터

동장대 터 안내문

 

2시 9분, 이정표가 있는 동장대 암문에 이르고, 암문을 나와, 봉암성을 지난다. 2시 16분, 이정표가 있는 한봉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하고, 4분 후, 이정표가 있는 벌봉에 이르러 암봉에 올라 잠시 주위를 둘러본다. 이어 봉암신성 신축비와 외동장대 터를 차례로 지나, 2시 45분, 동장대 암문으로 되돌아와 잠시 간식을 들며 휴식을 취한다.

동장대 터 암문

이정표

봉암성

안내문,

벌봉 암문

벌봉 안내문

봉암신성



 

외동장대 터

 

동장대 암문 안은 이제와는 달리 등산객, 산책객, 바이커 등의 인파로 붐빈다. 잠시 쉰 후, 아름다운 여장을 따라 북문으로 향하다. 북서쪽으로 서울시가지를, 북동쪽으로 하남시를 바라본다. 3시 1분, 가파른 성벽길을 내려서며 북암문을 굽어보고, 이어 제2군포 터를 지나, 북암문 안내문을 카메라에 담는다.

인파로 붑비는 동장대 암문

하남시

북암문

안내문

 

3시 4분, 정교하게 쌓은 돌탑을 지나고, 굽이굽이 이어지는 아름다운 성벽길을 따라 걷다 성벽 너머로 서울시가지를 가깝게 본다. 3시 12분, 초소건물 터라는 제1군포 터(125개의 군포가 있었다고 함)를 지나고, 3시 21분, 북문에 이른다. 산성길은 산책객들로 붐빈다. 산성길을 피해 성벽길을 따라 오르다 왼쪽으로 청량산(482.6m)을 가까이 바라본다.

정교한 돌탑

아름다운 성벽길

서울시가지

제1군포 터

북문 1

북분 2

안내문

청량산

 

3시 30분, 이정표가 있는 너른 북장대 터에 이른다. 북문으로부터 300m 떨어진 지점이다. 아름다운 소나무 아래에서 쉬고 있는 노인들의 모습이 한가롭다. 잘 닦여진 산성로가 신작로처럼 넓다. 많은 사람들이 주말산책을 즐긴다. 유모차를 밀고 가는 아낙네도 보이고, 주말 외출을 나온 육사생들도 지나간다. 산성로를 버리고 오른쪽에 보이는 가파른 성벽길로 오른다.

북장대 터

안내문

신작로처럼 넓은 산성로, 유모차도 보인다.

육사생들

 

3시 42분, 보수공사가 한창인 연주봉(465m)을 지나 서문으로 향한다. 서울시가지가 더욱 가깝게 보이고, 남성대 골프장이 내려다보인다. 3시 46분, 서문에 이른다. 이어 병암남성신수비를 지나고, 4시 4분, 경기도 유형문화재 1호인, 수어장대에 올라 주위를 둘러본다.

보수공사가 한창인 연주봉 옹성


서문

안내문

병암남성신수비

수어장대

안내문

무망루 현판

 

안내문

리대통령각하 행차시 기념식수

 

이후 편안한 산성길을 따라 4시 30분, 남문에 이르고, 버스를 타기위해 산성 로터리로 내려서는 길에, 남한산성 비석군을 지난다. 첫 번째 비가 흥선대원위 대감 영세불망비다. 4시 37분, 342번 국지도로 나와 9번 버스를 기다린다.

다시  남문

남한산성 비석군

안내문

산성터널 앞 도로

 

약 6시간 동안 남한산성 성벽길을 걸었다. 쌍 스틱을 휘두르며 산행을 하기에도 손색이 없는 코스다. 그뿐인가? 기원전부터 전략요충지였다는 이 땅은 우리선조들의 영욕이 무수히 점철된 역사적인 곳이 아닌가? 오늘은 산행위주로 성벽길을 서둘러 걸었지만, 다음에 다시 올 때는, 성안의 행궁, 승열전, 영월정, 침괘정, 그리고 남한산성 역사관 등을 찬찬히 둘러보아야겠다.

 

 

(2010.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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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운 삼태산 능선

 

정 산악회에서 경주시 양남면 모화리에 있는 봉서산과 삼태봉을 간다고 한다. 생소한 이름들이라 인터넷에 들어가 검색을 해 본다. 경주 토함산에서 울산의 무룡산(452m)에 이르는 약 30Km의 산줄기를 동대산맥 또는 삼태지맥이라 부르고 삼태봉이 이 삼태지맥의 최고봉이라고 한다.

 

삼태봉은 흔히 독립된 봉우리로 대접받기도 하지만 경주시 외동읍 주민들은 삼태봉을 동대산의 최고봉으로 보기도 하고, 또 다른 이들은 봉서산(鳳棲山)의 최고봉으로 보기도 한다. 봉서산은 '호국 천년고찰' 원원사(遠願寺)의 서쪽과 북쪽에 걸쳐 있는 아담한 산줄기의 최고봉을 가리키는 것이고, 삼태봉은 동대산 자락의 최고봉으로 본다는 것이다. 물론 공식 지형도 상에는 봉서산과 삼태봉은 각각의 이름을 가진 채 따로 표기돼 있는데, 봉서산의 위치가 원원사 서쪽 361m봉으로 잘못 표기돼 있어 이 또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원원사 주지인 현오(賢悟) 스님은 "봉서산은 '봉황이 깃든 산'이라는 의미인데 원원사 서쪽과 북쪽을 감싼 줄기의 가장 높은 곳을 정상으로 본다."며 “삼태봉은 동대산(東大山) 줄기로 봐야 하고, 동대산은 서쪽 내륙의 치술령 국사봉 줄기에 대비하여 '동쪽에 있는 큰 산'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라고 알려준다. (이상 관련자료 발췌)

산행코스

 

2010년 10월 27일(수)
7시 10분 경, 천호역에서 심산대장과 만나 국민은행 간이예금취급소 안에서 산악회버스를 기다린다. 겨울옷으로 중무장을 하고도 갑자기 추워진 날씨가 쌀쌀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7시 20분, 산악회버스에 오른다. 버스 안이 썰렁하다. 명산도 아닌데다 날씨마저 갑자기 추워져서 참여인원이 대폭 준 모양이다. 다행이 버스가 죽전과 신갈에 이르자, 반갑게도 낮 익은 ‘맥 사랑’ 멤버들이 오르며, 차안이 아연 활기를 띤다.

 

맥 사랑 멤버들은 매주 화요일에 만나, 우리나라 정맥이나 기맥에서 분기된 수백 개의 지맥들을 샅샅이 찾아다니는 마니아 중의 마니아들이다. 2006년 3월, 영춘지맥을 하면서 출범한 ‘화요 맥’이 ‘맥 사랑’의 전신이다. 화요 맥에서 약 2년 동안 함께 산행을 했던 옛 동료들이다보니 어찌 반갑지 않겠는가? 못 만난 지난 세월 동안에 역시 나이는 더 많이 들어 보이지만, 여전히 건강하고 의욕적인 모습들이 무척 보기좋다. 어제도 산행을 하고, 오늘 삼태봉을 간다고 해서 따라 나섰다고 한다.  

 

경주까지는 먼 길이다. 그뿐인가? 경주시에 들어서고도, 산행들머리인 모화리로 접근하는 데 또 많은 시간이 걸린다. 경주와 울산을 잇는 7번 국도가 화물차, 컨테이너 차들로 붐비기 때문이다. 버스가 모화리에 들어섰지만, 반대편의 허브캐슬 입구로 진입하기 위해, 차를 돌릴 곳이 마땅치 않아, 울산광역시까지 진입하여 좌회전하는 곳에서 겨우 차를 돌려 나와, 원원사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오르다, 12시 12분, 봉서산 등산로 입구에 도착한다. 확장공사 중인 도로변 왼쪽에 산행 표지기가 나풀거린다. 12시 14분, 차에서 내린 대원들이 줄지어 등산로로 들어서며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들머리 도착

산행시작

 

마을 뒤 야산을 오르는 기분이다. 허연 마사토 왕모래가 미끄럽다. 약 4분 후, 절개지 위,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오르고, 12시 25분, 능선전망대에서 왼쪽의 작은 암봉과 그 너머로 외동읍을 굽어본다. 서서히 고도가 높아지며 산죽밭을 통과하고 암릉을 지나, 12시 37분, 오리바위에 오른다. 동쪽의 삼태지맥 줄기와 남쪽으로 저수지 공사장과 그 너머의 조망이 한눈에 들어온다.

절개지 위 능선으로 오르고

능선 전망대에서 본 서쪽 조망

산죽밭

암릉에서 본 외동읍

암릉에서 본 오리바위

오리바위에서 본 삼태지맥 줄기

오리바위에서 본 남쪽 조망

 

12시 40분, 361m봉에 올라 가야할 능선을 카메라에 담고, 2분 후 송전탑을 지난다. 이어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다 뒤돌아 오리바위를 바라보고, 12시 48분, 커다란 바위들이 있는 고도 약 480m 정도의 봉우리에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가야할 532.8m봉이 가까이 보인다.

361m봉에서 본 가야할 능선

뒤돌아 본 오리바위

480m봉

가야할 532.8m봉

 

12시 55분, 제주고공 묘에 이르러 지나온 능선을 뒤돌아보고, 532.8m봉을 가까이 본 후, 묘 뒤로 보이는 커다란 바위사이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내린다. 고작 500m대의 능선이지만, 바위와 소나무, 그리고 산죽이 연출하는 분위기는 고산을 닮았다, 시야가 트이며 190도 방향의 조망과 가야할 부드러운 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제주 고공 묘에서 본 지나온 능선

바위사이로 이어지는 등산로

바위, 소나무 그리고 산죽이 보이는 능선

190도 방향의 조망

 

1시 12분, 532.8m봉을 지나고, 이어 묘 2기가 누워있는 넓은 공터를 지나. 무명봉에서 왼쪽으로 내려서며 나뭇가지 사이로 봉서산을 가까이 본다. 이어 안부를 지나, 능선을 오르며 오른쪽으로 삼태지맥의 부드러운 능선을 바라본 후, 1시 28분, 대원들이 간식을 들고 있는 봉서산 정상에 오른다. 정상석도, 삼각점도 없고, 산악랜드산악회 에서 걸어 놓은 정상표지판과 표지기들이 정상을 지키고 있다. 도상거리 2.8Km에 고도차 400m의 오르막길을 1시간 15분에 올랐으니, 늦은 걸음도 아닌데 우리는 여전히 꼴찌다, 심산과 나, 그리고 후미대장도 정상 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앉아 정상주를 마시며 간식을 취한다. 바람이 차다, 벗었던 겉옷을 꺼내 입는다.

가까이 본 봉서산

봉서산 정상

 

1시 44분, 간단히 간식을 끝내고, 최후미로 쳐져, 오른쪽으로 굽어져 내리는 등산로를 따라 내리며 산행을 속개한다. 1시 45분, 시야가 트여, 정북방향으로 보이는 토함산을 카메라에 담고, 1시 55분, 송전탑이 있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아름답고 부드러운 능선길이 이어진다. 산책하듯 유장하게 걷는다. 1시 58분, 묘 1기를 지나고, 4분 후, 고도 약 485m 정도의 능선안부에 내려섰다. 다시 오르막길을 오른다.

북쪽 토함산 방향의 조망

송전탑을 지나고

아름다운 산책길

 

2시 13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 이른다. 진등대인 모양이다. 이정표는 삼태산까지의 거리가 2.4km라고 알려준다. 여전히 고운 산책길의 연속이다. 2시 20분, 이정표가 있는 토함산 갈림길에 내려서서, 오른쪽 임도를 따라 걷는다. 2시 23분, 이정표가 있는 영남 용암마을 갈림길을 지나고, 2분 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임도를 버리고 오른쪽 산길로 들어선다.

진등대 이정표

산책길

토함산 갈림길

 

2시 27분, 월성 김공의 묘을 지나고, 2분 후 질매재에 내려섰다, 삼태봉 1,1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낙엽이 수북히 쌓인 오르막길을 올라, 2시 36분, 옛 삼태봉에 서서 오른쪽으로 산행 들머리와 지나온 능선을 굽어본다. 2시 42분, 삼태봉 0.4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1분 후, 모화찜질방 갈림길을 지나, 2시 48분, 정상석, 삼각점, 이정표 등이 있는 삼태봉 정상에 오른다.

낙엽 쌓인 오르막

 

굽어본 산행 들머리

지나온 능선

옛 삼태봉을 내려서고,

모화 찜질방 갈림길 이정표

삼태봉 정상

 

나무에 가려 정상에서의 조망은 별로다. 남쪽 관문성 쪽으로 내려서다. 2시 51분, 갈림길에서 마호펜션 방향을 따른다. 가파른 내리막길이 구불구불 떨어진다. 2시 59분, 삼태봉 0.4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3시 9분, 경주 이공과 영일 정씨부인이 잠들고 있는 쌍묘을 지나, 임도로 내려선다. 이어 3시 27분, 저수지공사가 한창인 계곡을 건너, 3시 30분, 갈림길 아래, 도로변에 정차해 있는 산악회 버스에 도착하여, 배낭을 내려놓고, 뒤풀이 장으로 끼어든다.

하산 길의 관문성 갈림길 이정표

임도

저수지 공사장

갈림길, 원원사 오르는 길은 맨 왼쪽

 

마지막 대원이 하산하여 식사를 마치자, 버스는 4시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10.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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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둥산(1,117.8m)

기타산행기 2012. 12. 1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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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암약수 계곡의 단풍

강원도 정선군 남면에 위치한 민둥산은 억새로 유명하다. 해마다 10월 한 달 동안은 억새를 보러 전국에서 몰려든 인파로 붐빈다. 종전에는 증산으로 불리던 평범한 육산이었으나, 산나물이 많이 나라고 예전에 주민들이 해마다 산에 불을 질러, 지금은 수십만 평에 이르는 주능선 일대가 억새만 무성한 민둥산으로 변하고, 이 억새 덕에 일약 관광의 명소가 되어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들자, 산 이름도 증산에서 민둥산으로, 기차역도 증산역에서 민둥산역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정선 인근의 여러 산들을 오르느라, 정선을 지나며 수 도 없이 바라다 본 민둥산이자만 해 마다 엄청난 인파가 몰린다는 소리에 질려, 자꾸 뒤로 미루다 보니, 민둥산은 아직도 미답지역이다. 하지만 명성산, 화왕산, 오소산, 재약산, 간월산, 신불산, 천관산 등 억새로 유명한 산들을 두루 살피고 나니, 이제는 이들 산들과의 억새비교를 하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쫓기게 된다. 지난 번 종자산 산행 시, 심산대장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심산대장도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는 소리에 자기도 아직 가 보지를 못했다며 반색을 한다.

 

2010년 10월 23일(토)
7시 10분 경, 서초구청 구민회관 앞에서 심산대장과 만나, 산악회버스를 기다린다. 여행사 버스, 산악회 버스들이 뒤범벅이 되어 몹시 붐빈다. 7시 20분, 정각, 산악회버스가 도착했다는 전화 연락이 온다. 많은 버스 속에서 간신히 국제산악회 버스를 찾아 오른다. 버스가 마지막 경유지인 복정을 지나자, 40인 승 버스는 만석이 되어, 강 회장은 버스를 타지도 못하고, 총무는 복도에 앉아서 간다. 피닉스, 산정 등 4개 산악회의 연합으로 이루어진 승객들이다. 오늘이 10월 들어 4번 째 맞는 토요일이다 보니, 민둥산을 다녀 올 사람들은 벌써 대부분 다녀온 모양이다.

 

총무가 산행코스를 설명한다. 증산초교 앞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민둥산정상까지의2.6Km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하지만 정상까지의 오름길도 깔딱고개를 넘는 가파른 코스와 비교적 완만한 우회로, 두 곳이 있으니 각자의 체력에 맞추어 선택하라고 한다. 민둥산 정상의 억새를 구경하고, 8.1Km 떨어진 화엄약수로 하산하는 길은 전나무 숲, 낙엽송 숲 사이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산책길이니, 가을 정취를 마음껏 즐기고 4시 30분 쯤 하산하면, 식사를 마치고, 5시경 서울로 출발할 수 있겠다고 한다. 이어 선두대장을 소개하고, 자신은 후미를 맡겠다고 한다. 선두대장 역시 여자 분이다.

산행코스

 

이른 시각인데도, 가을나들이에 나선, 많은 차량들로 고속도로가 많이 밀린다. 밖의 온도와 차안의 온도 차이 때문에, 차창에 수증기가 잔뜩 끼어, 밖을 내다 볼 수 도 없다. 모르는 사이에 깜박 잠이든 모양이다. 휴게소 도착을 알리는 소리에 잠이 깬다. 버스는 어느 사이에 38번국도로 내려서고, 신제천 휴게소에서 25분 동안 정차한다고 한다. 산에 대한 경험이 많다는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 참여자들 위에 군림하려하는 일부 산악회들과는 달리, 오늘은 귀경 후에, 무박으로 영남알프스를 하러 떠나야 하는 타이트한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참여자들을 배려하여 산행시간, 식사시간을 충분히 할애하는 마음가짐이 보기가 좋다.

 

버스는 10시 57분, 산행들머리에 도착하여, 424번 국지도변에 우리들을 내려준다. 차에서 내리니 들머리는 북새통이다. 호각을 불며 오르내리는 차량들과 몰려드는 인파를 정리하는 아저씨, 민둥산교차로 교통표지판, 등산안내판 앞에 모인 등산객들, 그리고 잘 정비된 나무 계단을 오르는 등산객들과 벌써 산행을 마치고 하산하는 사람들로 정신이 없다. 사진도 제대로 찍지 못하고 인파에 떠밀려 움직인다.

들머리 1

들머리 2

인파에 떠밀리고

 

11시 10분, 깔딱고개와 우회로 갈림길에 이른다. 이정표는 우회로가 정상까지 약 200m 멀다고 알려준다. 오른쪽 깔딱고개 쪽으로 들어선다. 등산객들이 확 줄어, 비로소 제정신이 드는 느낌이다. 2분 쯤 진행하여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 이른다. 민둥산 정상은 왼쪽이고, 직진하면 밭두덕이다. 발구덕은 분지 속의 마을로, 석회암의 침식으로 함몰된 돌리네 구덩이가 산재한 특이한 지형이라고 한다. 이런 지형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직진하여 밭구덕을 들렀다, 정상에 올라도, 큰 시간차가 나지 않겠다. 우리들은 왼쪽의 가파른 통나무 계단 길을 올라 바로 정상으로 향한다.

깔딱고개 갈림길

밭구덕 갈림길

가파른 통나무 계단 길

 

가파른 오르막길에서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사북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이어 송림사이로 넓게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오르고, 빽빽하게 들어찬 낙엽송 숲을 통과하여, 11시 36분, 간이매점과 쉼터가 있는 시멘트도로에 오른다. 이정표는 증산초교에서 1.3Km 떨어진 지점이라고 알려준다. 정상까지 딱 절반 거리를 온 셈이다. 도로를 건너, 송림으로 들어선다.

사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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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송림 오르막

시멘트도로 1

시멘트도로 2

이정표

 

등산로가 산 사면을 따라 좁게 이어진다. 잡목 사이로 가을하늘을 배경으로, 2시 방향에, 멀리 우뚝 솟은 산이 눈길을 끈다. 광대산(1,019m)일 것이라고 짐작한다. 점차 고도가 높아지며 동쪽으로 웅장한 백두대간이 하늘금을 긋고 있다. 급경사가 끝나고 산 사면을 따라 착한 길(뒤 따라 오던 아주머니의 표현)이 이어지고, 11시 56분, 이정표와 벤치가 놓인 쉼터 전망대에 도착하여, 남쪽으로 백운산과 두위봉을 바라본다. 이제 정상까지 600m가 남았다.

두시 방향의 조망

백두대간

착한 길

정상 직전 쉼터의 이정표

남쪽 조망

 

정상을 향한다. 아직 활짝 피지는 않는 억새가 가을하늘을 배경으로 하늘거리고, 정상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능선이 온통 억새밭인데, 그 사이로 등산객들이 줄지어 오르내린다. 가히 장관이다. 12시 5분, 우회길과 만나고, 이어 정상으로 오르다, 잠시 멈춰 서서, 지나온 길을 돌아본다.

민둥산 억새 1

민둥산 억새 2

우회로를 만나고

지나온 길

 

12시 13분, 사람들로 가득 찬 정상에 올라, 남쪽으로 억새밭과 사북을 굽어본 후, 동남쪽으로 멀리 보이는 함백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정상석 주변은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12시 16분, 이정표를 지나 서둘러, 하산을 시작한다. 북쪽 사면에도 넓은 억새밭이 펼쳐진다. 아마도 규모로 볼 때 국내 제일이 아닌가 싶다. 화왕산이나, 간월산, 신불산보다 규모가 더 커 보인다.

정상에서 본 남쪽 조망

남동쪽 멀리 함백산(중앙)

정상의 인파

정상석

이정표

하산길 1

하산길 2

하산길 3

 

목책길을 따라 하산 하면서 억새밭을 찬찬히 둘러본다. 억새가 남쪽보다 북쪽이 더 활짝 핀 것 같다. 12시 33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내려선다. 오른쪽은 밭구덕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화암약수로 가는 길은 산책로다, 억새길이 끝나고, 단풍이 고운 잡목 숲 사이로 산책길이 이어진다.

억새 1

억새 2

억새 3

뒤돌아 본 민둥산

뒤돌아 본 억새밭

이정표

화암약수 가는 길

 

등산로가 왼쪽으로 굽어지더니, 울창한 전나무 숲으로 이어진다. 솔잎이 노랗게 깔린 길, 나무냄새가 짙다. 전나무 숲이 모르는 사이에 낙엽송 숲으로 바뀌었다. 숲가에 앉아 빵과 음료로 간식을 즐긴다. 어린아이 둘을 데리고 젊은 부부가 올라온다. 아이들이 귀여워, ‘호랑이가 나온다. 어흥~’하고 외쳐도 아이들은 놀라는 기색도 없이 깔깔대기만 한다.

전나무 숲길

낙엽송 숲

 

간식을 마치고, 다시 산책길을 걷는다. 12시 58분, ‘제동길/(임도) 3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오른쪽으로 임도가 보이고 승용차들이 세워져있다. 아까 지나간 젊은 부부도 이곳까지 승용차로 올라와 낙엽송 길로 들어선 모양이다. 다음에는 차를 가지고 집사람과 함께 다시 와봐야겠다. 환상적인 목책길이 이어지고, 그 오른쪽으로 임도가 따라온다.

이정표

환상의 목책길

임도

 

1시 14분, 이정표가 있는 삼내약수 갈림길에서 직진하고, 1분 후 다시 울창한 전나무 숲을 지나, 헬기장을 통과한다. 1시 26분, 시멘트도로로 나와 이동매점을 차리고 있는 아저씨에게 이 도로가 어디서부터 올라오는 것이냐고 묻는다. 마침 빵으로 식사를 하던 아저씨가 몰운리 제동에서 올라오는 길이라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왼쪽 산길로 들어서서, 1시 28분, 돌리네 안내판을 지난다.

삼내약수 갈림길 이정표

전나무 숲

시멘트도로

화암약수 가는 길

돌리네 안내판

 

멋진 산책길이 이어지며 단풍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2시 7분, 화암약수 3.1Km를 알리는 이정표을 지나, 시멘트도로로 들어선다. 도로변의 단풍이 화사하다. 2시 38분, 화암약수 1.3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계곡의 단풍들이 더할 수 없이 곱다.

산책길 1

낙엽송 숲의 단풍

산책길 2


 

신책길 3

단풍 1

단풍 2

낙엽 과 계곡

 

3시 화암약수에 들러, 물맛을 보고, 야영장 근처의 화장실에서 땀을 씻고 옷을 갈아입는다, 깨끗한 화장실에서는 고전음악이 잔잔히 흘러나온다. 화암 국민관광단지로 손색이 없는 자연풍광과 시설들이다. 이어 산악회에서 예약한 고향식당에서 더덕동동주를 반주 삼아, 곤드레 비빔밥으로 식사를 한다. 식사를 마치고 났는데도 4시가 채 못 된 시각이다.

화암약수

안내판

야영장

기다림

삼내약수로 잘못 내려간 사람들이 있어 하산이 늦어진다고 한다. 이들이 도착하여 식사를 마치자, 5시경,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늦게 찾은 민둥산! 억새와 단풍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멋진 산이다. 가을철 가족나들이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2010. 10. 25.)

 

 

 

 

 

 

 

 

 

 

 

 

 

at 11/12/2010 05:15 am comment

잘보았습니다 감사히 담아갑니다 고운 하루 되세요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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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송마을 입구, 개울가에 핀 붉은 코스모스

황금빛 논

정 산악회에서 지리산의 덕운봉(745m), 구룡봉(728.2m)을 간다고 한다. 봉우리 이름들이 생소하다. 지도를 찾아보니 수정봉 가까이에 덕운봉이 있다. 비로소 노치마을 지나 백두대간 길을 걷는다는 안내문이 이해가 된다. 2004년 2월, 백두대간을 처음 시작하면서 걸었던 길이다. 어찌 관심이 없겠는가?

그뿐만 아니라, 약 13Km의 산행거리 중, 5Km 정도는 지리산 둘레길이라고 한다. 아직 지리산 둘레길을 답사하지 못한 터라, 극히 작은 부분이기는 해도, 둘레길을 걸어볼 수 있는 기회라니 구미가 당긴다.

 

2010년 10월 20일(수)
천호역에서 7시 20분이 조금 지나 도착한 산악회버스에 오른다. 오늘 산행지가 잘 알려진 명산이 아니기 때문인지, 45인 승 버스에 빈자리가 제법 눈에 뜨인다. 버스가 고속도로로 접어들자 정 회장이 산행코스를 설명한다. 오늘 코스는 구룡계곡을 지나 지리산 둘레길만을 걷고 내송마을로 하산하는, 산행거리 약 10Km의 B코스와 덕운봉, 구룡봉을 오른 후, 둘레길에 합류하여 내송마을로 하산하는 산행거리 약 13Km의 A코스로 나눈다고 한다. 대부분의 대원들이 A코스를 택하고, 불과 대 여섯 명의 대원들만이 B코스로 가겠다고 한다.

산행코스

 

버스는 도중 두 군데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한 후, 11시 23분, 들머리 주차장에 도착한다. 차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다, 제일 먼저 눈에 뜨인 것이 춘향의 묘를 알리는 돌 표지다. 그렇다면 춘향이가 가공인물이 아닌 실제 있었던 인물이란 말인가? 집에 돌아와 자료를 찾아보니, 1962년, 이 부근에서 “성옥녀지묘”라는 지석(誌石) 발견되자, 남원시에서 그 자리에 봉분을 만들고, “성춘향지묘”라고 묘비까지 세운 것이라고 한다.

춘향묘 입구

 

춘향묘 건너편에 육모정, 멋진 정자가 눈길을 끈다. 안내문을 보니, 400년 전, 이곳의 선비들이 용소 앞 넓은 바위 위에 육모정을 지었으나, 1960년 큰비로 유실되어, 그 후에 지금의 자리로 옮겨서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60번 도로를 따라 오른다. 이번에는 왼쪽 도로변에 고색창연한 영호서원이 보인다. 11시 33분, 삼곡교에 이르러, 왼쪽의 구룡계곡으로 내려선다.

육모정

용호서원

도로를 따라 걷는 대원들

 

삼곡교 앞

 

계곡으로 내려서는 계단길 옆에 작은 정자가 있고, 계곡으로 내려서자 구룡계곡 안내판이 보인다. 약 3Km에 달하는 이 계곡에는 12개의 소(沼)가 있는데, 옛날에 음력 4월 초 8일이면, 아홉 마리 용이 하늘에서 내려와 이곳에서 노닐다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고 한다. 길고 깊은 계곡, 곳곳에 보이는 작은 폭포와 푸른 소들이 아름답다. 과연 전설처럼 멋진 계곡이다.

계곡으로 내려서는 길

구룡계곡 이야기

깊은 계곡 1

깊은 계곡 2

 

계곡을 따라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고, 간간이 이정표도 보인다. 쟁이소, 구시소를 잇달아 지나고, 11시 52분, 콰이강의 다리처럼 멋진 사랑의 다리를 건넌다. 이어 유선대를 거쳐, 12시 2분, 지주대 안내판 앞에 걸린 출렁다리를 건너고, 갈림길에서 왼쪽둔덕을 넘어 지계곡을 따라 오른다. 12시 15분, 비룡동을 지나고, 안전시설이 되어 있는 칼날능선을 오르자, 앞에 3단으로 포개진 바위가 보인다.

잘 정비된 등산로

쟁이소

안내문

사랑의 다리

출렁다리

비룡동

안내문

칼날능선

바위, 이게 장군바위인가?

 

12시 34분,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서 직진한다. 이정표는 구룡폭포까지의 거리가 20m 남았다고 알려준다. 1분 후, 또 다른 출렁다리가 나타나고, 오른쪽으로 구룡폭포가 보인다. 잠시 구룡폭포 주위를 둘러본 후, 왼쪽 사면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등산로를 따라 오르며, 구룡계곡과 작별을 한다.

삼거리 이정표

구룡폭포

 

약 5분 정도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 임도가 지나가는 사거리에 오른다. 직진하면, 구룡사, 좌우는 둘레길이다. 둘레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천룡암을 지나서, 시멘트도로를 따라 걷다, 12시 46분, 산악회의 종이표지판이 깔려있는 갈림길을 만나 왼쪽 임도로 들어선다. 황량한 임도가 가파르게 이어진다. 1시 58분, 둘레길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 이른다. 산악회 종이표지판이 좌우 양쪽에 모두 놓여있다. A팀과 B팀이 갈라지는 곳이다. B팀은 왼쪽으로 진행하여 계속 둘레길을 따르고, A팀은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회덕마을 쪽으로 향한다.

둘레길 사거리, 구룡사 입구에서 쉬고 있는 대원들

천룡암 돌 표지

 

1시 1분, 둘레길 이정표가 있는 60번 국지도로 올라서서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이정표는 노치마을 까지의 거리가 1,2Km 남았다고 알려준다. 맑게 갠 가을하늘, 추수가 끝난 탁 트인 들녘, 햇볕을 가려줄 그늘 없는 도로를 따라 한 무리의 아줌마 둘레길꾼들이 마주 다가온다. 생각보다 지리산 둘레길이 많은 사람들 호응을 받고 있는 모양이다.

60번 국지도 가에 세워진 둘레길 이정표

마주 오는 아줌마 둘레길꾼들

왼쪽으로 보이는 가야할 덕운봉

 

1시 13분, 회덕마을 입구를 지난다. 들레꾼들에게 150m 떨어진 마을 화장실을 이용하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1시 17분, 소나무들로 둘러싸인 무덤이 있는 삼거리에 이른다. 이정표가 왼쪽으로 들어서라며, 운봉 7.0Km/주천 6.6Km라고 알려준다. 1시 20분, 다시 둘레길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들어서서, 노치마을로 향한다.

회덕마을 입구

소나무에 줄러 싸인 묘

이정표

노치마을로 들어서는 대원들

 

노치마을 입구에 있는 수령 500년에, 높이 15m의 느티나무가 우람하다. 그 아래에 백두대간과 14정맥 그리고 주요 강이 표시된 조형물이 있고, 안내판이 보인다. 이들을 카메라에 담고, 낮 익은 노치샘을 지나, 마을 공판장에서 캔 맥주 하나를 사들고, 커다란 소나무 4그루가 서 있는 마을 뒷산으로 오른다.

500년 수령의 보호수인 느티나무

백두대간과 14정맥

안내문

백두대간이 통과하는 국내 유일한 노치마을을 소개하는 글

노치샘

우명한 노치마을 뒷산의 노송

우람한 노송 등걸

 

건너편에 보이는 산줄기가 만복대, 정령치, 그리고 고리봉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서북능선이다. 백두대간은 이 서북능선을 따르다, 인월리의 광천에 막혀, 고리봉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고기리로 내려서고, 노치마을을 지나, 수정봉으로 이어진다. 서북능선을 바라보며, 약 15분 동안 간식을 들며 휴식을 취한 후, 빽빽하게 늘어선 소나무 사이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길을 걷는다. 2004년 2월에 걸었던 길이지만, 그 때는 눈길, 지금은 낙엽길이다 보니,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노치마을과 고기리, 그리고 그 뒤로 지리산 서북능선

덕운봉 오르는 백두대간 길

 

2시 10분, 고도 745m의 덕운봉에 오른다. 정상석도 이정표도 없다. 표지기들과 구룡폭포 방향을 알리는 비닐표지판, 그리고 조금 내려선 곳에 움막이 보일 뿐이다. 백두대간은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굽어 수정봉으로 향하고, 왼쪽 길은 구룡봉을 지나 내송마을로 이어진다.

덕운봉 정상, 오른쪽이 백두대간 길이다.

움막

 

구룡봉을 향해, 뚜렷한 등산로가 이어지는, 왼쪽 능선을 따라 내린다. 벌목지대를 내려서며 가야할 구룡봉을 바라보고, 2시 28분, 739m봉을 통과한다. 이어 4분 후, 갈림길에서 산악회의 종이표지판을 따라 오른쪽으로 내려서고, 2시 37분, 표지기들이 요란하게 걸려있는 구룡봉(728.2m)에 오른다. 역시 표지기 이외에 별다른 표시가 없다.

구룡봉

739m봉

구룡봉 정상

 

2시 40분, 허물어진 노치산성을 카메라에 담고 잠시 산성 위를 걷는다. 부드러운 능선길이 가볍게 오르내린다. 2시 50분, 무명봉을 넘고, 완만한 비탈길을 내려서다, 외롭게 누워있는 김녕 김씨 부인의 묘를 지난다. 오랫동안 돌본 흔적이 없는 쇠락한 묘라 더욱 쓸쓸해 보인다. 빽빽한 소나무들이 무질서하게 자란 숲 사이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3시 3분, 둘레길과 만나는 삼거리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노치산성

빽빽한 송림

둘레길과 만나는 삼거리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둘레길이 아름답다. 그래서 그런지 생각보다 많은 둘레꾼들이 보인다. 3시 9분, 둘레길 이정표가 있는 구룡치를 지나고, 2분 후,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3시 19분, 이번에는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다, 왼쪽, 멀리 뾰족한 산을 바라본다. 고리봉이라고 짐작한다. 3시 28분. 임도에 내려서서 이를 따라 걷는다, 도로변의 적송이 아름답고, 임도를 버리고 왼쪽으로 들어선 산길은 추색이 짙은 산책로다.

아름다운 둘레길

구룡치 이정표


3시 34분, 개미정지 이정표를 지나, 밭둑길을 걸어내려 내송마을로 들어선다. 이정표가 보인다. 대부분의 논들은 추수를 끝냈는데, 아직도 가을걷이를 하지 않은 논이 황금빛이다. 3시 57분, 내송마을 입구, 도로변에 서 있는 버스에 도착하여 산행을 마친다.

개미정지 이정표

아름다운 지리산 둘레길

노송마을 입구

 

대원들이 모두 하산하여 식사를 마치자, 5시 경,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10.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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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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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 협곡

 

종자산은 지장산, 관인봉, 북대봉 등 아름다운 산이 많은 포천시의 최북단인 관인면의 지장산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종자산의 모산은 지장산이고 이 일대의 산들이 모두 모산인 지장산을 닮아 암봉이나 바위가 많은 것은 종자산도 예외가 아니어서 협곡이 깊고 벼랑이 많다. 특히 깊은 협곡을 흐르는 한탄강 변에 솟아 있어 강 쪽에서 보는 주능선의 절벽이 압권이다.

남쪽 임도에서 올려다 본 종자산 주능선

 

옛날 3대 독자 부부가 아기가 없어 고심하던 중 이 산 중턱에 있는 굴속에서 백일기도를 올린 후 아기를 낳았다는 전설로 종자산이라 불리게 되었으며 일명 씨앗산 이라고도 한다. (이상 관련자료 발췌)

 

2010년 10월 15일(금)
지난주 지장산에 이어 종자산을 가려고 심산대장과 동서울터미널에서 8시49분 발 신철원 행 3000번 버스를 기다린다. 아침시간인데도 47번국도가 붐비는지, 버스는 10분 정도 지각을 하여, 9시경에 터미널로 들어온다. “이놈의 버스는 맨 날 지각이야.”라고 단골손님 한분이 불평을 한다.

산행코스

 

10시 10분 경, 포천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구한내사거리를 건너, 한마음약국 앞 정류장에서 관인 행 59번 버스를 기다린다. 맑게 갠 가을 날씨에 갑자기 떨어진 기온으로 제법 쌀쌀하게 느껴지는 정류장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빈다. 138-6번 버스로 명성산을 가려는 등산객들, 관인면, 장수면 쪽으로 가려는 이 지방 사람들이다. 10시 41분, 1분 늦게 관인 행 59번 버스가 도착하고, 지방민들의 뒤를 이어 버스에 올라 맨 뒷자리의 좌석에 자리를 잡는다.

한마음약국 앞 버스정류장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

 

버스가 37번 국도를 지나, 87번 국도로 접어들어 속력을 낸다. ‘이 버스는 정류장 이외에는 정차하지 않습니다.’라는 안내문에도 불구하고 친절한 기사양반은 지방주민인 승객들이 요구하면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도 선선히 차를 세워준다. 기사양반의 여유로움과 융통성이 보기가 좋다. 종자산 들머리인 중리 2리와 중리 3리를 지나, 우리는 관모봉이 보이는 중리에서 하차한다. 종자산의 모산인 지장산 능선을 타고 종자산에 접근하고 싶기 때문이다.

중리에서 우리를 내려주고 출발하는 59번 버스

 

도로 건너 상점 앞에서 산행준비를 마치고 중리마을로 들어선다. 여전히 인적이 없는 조용한 마을길이다. 동네 개들도 지난주의 우리들 발자국소리를 기억하는지 잠잠하다. 중리저수지를 지난다. 물가의 민박집들이 평화롭다. 하지만 이 평화로움을 깨고 갑자기 요란한 포 소리가 가까이에서 연달아 들린다. 북한이 가까운 최전방에 와 있다는 사실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저수지 물가의 민박집

 

간헐적으로 이어지는 요란한 포 소리를 들으며, 10시 46분, 지장산 입구, 주차장에 접근한다. 산불초소 앞에 군인이 앉아 있고, 초소 뒤에는 군 찦차와 미군을 포함한 군인들의 모습이 보인다. 우리들이 접근하자, 군인 한 사람이 다가와 제지를 한다. 포 사격 중이라 민간인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이야기이다. 종자산을 가려고 서울에서 3시간 이상을 달려, 이곳까지 왔는데 방법이 없겠냐고 물으니, 저 미군의 승인도 얻어야 한다며,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할 말을 잃고 망연히 서 있는데, 장교인 듯싶은 군인이 찦차를 타고 모습을 나타낸다. 사병이 달려가 상황을 보고하자, 우리 쪽을 흘깃 바라보던, 장교는 포 사격은 12시에 끝나니, 그 이후에 들어가시게 하라고 지시를 한다.

지장산 등산로 입구, 분위기가 이상하다.

 

12시가 지나, 군인들에게 수고하라고 인사를 하고, 사기막고개로 이어지는 임도로 들어선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임도는 사라지고 잡초사이로 희미한 등산로가 물 없는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우뚝 솟은 향로봉이 가깝다. 계곡이 깊어지며, 돌 많은 계곡을 따라 등산로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험한 길이다. 왼쪽으로 사기막고개 잘룩이가 보이는 지점에서 등산로는 사라지고, 정면의 산등성이로 향한 희미한 족적이 보인다. 발자국을 따라 등성이에 올라서니, 계곡 건너에 넓은 시멘트도로가 보인다. 12시 16분, 시멘트도로로 내려서고, 3분 후 사기막고개에 이른다.

거친 등산로에서 시멘트도로로 내려서서 고개로 향한다.

 

황량한 사기막고개 너른 공터에는 엄중한 출입금지 표지판이 두 개나 세워져 있고, 반대편 고개 내리막길은 육중한 시멘트 차폐물로 차단을 해 놓았다. 하지만 고개 좌우로 종자산과 향로봉으로 이어지는 넓은 등산로가 뚜렷하다. 왼쪽 등산로로 들어서서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른다. 간간이 나뭇가지에 걸린 표지기들도 보인다. 12시 25분, 진양 하공의 묘를 지나고, 이어 가을 정취가 물씬 나는 산책로를 걷는다.

사기막고개에 세워진 경고판

사기막고개

가을정취가 물씬 풍기는 산책로

표지기

 

12시 41분, 종자산 2.44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출입금지를 알리는 군 경고판과 등산인들을 위한 이정표가 공존하고 있으니 어느 것이 진짜인지 잠시 헷갈린다. 산책로처럼 편안하던 등산로가 끝나고, 흡사 너덜지대와 같은 돌투성이의 가파른 오르막을 힘들게 오르며 향로봉을 가까이 보고, 나뭇가지 사이로 지장산, 삼형제봉, 향로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정표

뒤돌아 본 향로봉

지장산, 삼평제봉, 향로봉

 

1시 5분, 씨리나무와 억새가 무성한 초원지대로 들어서고, 1시 10분, 이정표가 있는 500m봉에 오른다. 왼쪽에 표지기들이 보인다. 지능선을 따라 중리저수지로 내려가는 길이다. 봉우리에서 57번국도 너머의 아담한 수리봉과 그 왼쪽의 철원평야를 바라본다. 1시 19분, 벤치가 놓여있는 590m봉을 지나, 전망 바위에서 중리저수지를 굽어보고, 100도 방향으로 멀리 각흘봉(466.3m)을 바라본다.

초원지대

500m봉에서 본 57번국도와 수리봉

590m봉

중리저수지, 중리마을

100도 방향의 각홀봉

 

590m봉을 내려서며 정면으로 보이는 550m봉을 카메라에 담고, 1시 28분, 이정표가 있는 안부 삼거리에 내려선다. 이정표는 종자산 정상까지 남은 거리가 0.99m라고 알려준다. 이어 작은 봉우리 하나를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1시 31분, 두 번째 중리3리 갈림길을 지나며 마을을 굽어보고 건너편 보장산(555m) 아래로 흐르는 한탄강을 카메라에 담는다.

정면으로 보이는 550m봉

첫 번째 중리3리 갈림길 이정표

평화로운 중리마을

한탄강과 보장산

 

좁은 암릉길이 이어지며 610m 암봉이 앞을 막아선다. 암봉에서 동쪽으로 떨어지는 사면은 천야만야한 절벽인데, 저 아래로 흐르는 한탄강과 마을, 그리고 국도가 그림같다. 암봉을 지나 내리막길을 내려서며, 뒤돌아 암봉에서 떨어지는 깎아지른 절벽을 카메라에 담는다. 1시 55분, 마지막 이정표가 있는 안부를 지나고, 이어 로프가 드리워진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2시 1분, 종자산 정상에 오른다.

610m 암봉

암봉 아래로 펼쳐진 강과 마을과 길

절벽

정상직전, 로프가 걸린 오르막

 

정상에는 정상석, 등산안내도, 삼각점<철원 25/1983재설> 등이 두루 갖춰져 있다. 정상에서 보는 조망이 일품이다. 북으로 경기 북알프스에 속하는 고대산, 금화산, 지장산, 삼형제봉, 관인봉, 향로봉, 등의 산들이 첩첩하고 지나온 능선이 가까운데, 그 오른쪽 뒤로 멀리 보이는 철원평야가 황금빛이다. 그런가하면 서쪽 연천읍 쪽으로 길게 이어진 능선이 눈길을 끈다. 지금은 군사훈련장으로 접근이 불가능하지만 언젠가 이런 제약이 풀리면 한 번 걸어보고 싶은 능선이다. 동남쪽과 남쪽으로 한탄강이 유유히 흐르고, 가까워 더욱 우람하게 보이는 불무산 뒤로 한북정맥의 산줄기가 하늘금을 긋고 있다. 정상 그늘 진 곳에 자리를 잡고 한탄강과 중리 마을을 굽어보며 늦은 점심식사를 즐긴다.

정상석

안내도

경기 북 알프스와 철원평야

주능선에서 서쪽으로 뻗은 긴 능선

한탄강 1

한탄강 2

한탄강 3

불무산과 한북정맥 마루금

 

30분 정도 느긋하게 점심식사를 즐기고, 2시 30분 경 하산을 시작하여 가파른 암릉을 내려서서, 삼거리에 이른다. 왼쪽은 중리 2리, 늘거리로 내려서는 길이다. 직진하여 서남능선을 따라 내린다. 포 사격도 끝난 터라 이제는 거리낄 것이 아무 것도 없다. 2시 38분, 헬기장을 지나고, 3분 후 또 다른 작은 헬기장을 통과하니, 보라! 단풍이 곱게 물든 서남능선과 한탄강, 그리고 연천군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가!

첫 번째 헬기장

서남능선

 

2시 44분, 커다란 바위를 오른쪽으로 우회하며, 바위 틈 사이로 푸른 하늘을 빼 꼼이 내다본 후, 노송 한그루가 버티고 있는 전망바위에서 은빛으로 빛나는 한탄강을 가까이 본다. 이어 능선안부를 지나 좁은 암릉길을 오른다. 고도가 높아지며 시야가 넓어져, 한탄강과 포탄의 탄착지점이라고 짐작되는 너른 공지가 시야에 들어온다. 3시 5분, 암봉을 넘는다. 개념도에 표시된 비박굴은 모르는 사이에 지나친 모양이다. 3시 8분, 다시 소나무 암봉에 서서 지나온 암봉을 돌아보고, 한탄강을 가까이 굽어본다.

커다란 바위를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은빛으로 빛나는 한탄강과 탄착지점

지나온 암봉

 

3시 19분, 노송능선에 선다. 탄착지점 못 미쳐 잘못 떨어진 포탄들로 벌거숭이가 된 산줄기 암릉 위에 드믄 드믄 푸른 노송들만 남아 있는 특이한 모습의 능선이다. 바위틈 사이로 이어지는 희미한 길을 따라 능선을 내려선다. 오른쪽 저 아래 골짜기에 까만 염소 떼가 보인다. 서쪽에서 부는 바람이 강하고, 이따금씩 들리는 소총소리가 신경에 쓰인다. 앞장 선 심산대장도 긴장이 되는 모양이다. 뛰듯이 바쁘게 험한 능선을 달려 내린다.

노송능선 1

노송능선 2

건너편 능선, 출입금지 구역이다.

탄착지점

노송 1

노송 2

노송 3

뒤돌아 본 노송능선 1

뒤돌아 본 노송능선 2

 

3시 41분, 곰바위를 지난다. 고도가 낮아지며 억새밭이 펼쳐진다. 강한 바람에 역광 속의 하얀 억새들이 몸부림을 치고 있다. 키를 넘는 억새사이를 지나다, 뒤돌아 지나온 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4시 7분, 한탄강을 가까이 굽어보고, 임도로 내려서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10분 후, 경고판과 시멘트 차폐물이 있는 지점을 지나고, 이어 부드러운 임도를 산책하듯 걷는다.

억새밭 1

억새밭 2

뒤돌아 본 지나온 능선


가까이 본 한탄강

임도

 

밤나무 단지를 지난다. 그 뒤로 보이는 지나온 암릉이 한눈에 들어온다. 4시 28분, 시멘트도로로 들어서고, 4시 40분, 피탄지 통제 안내판과 경고판이 보이는 철책문을 통과하여 마을로 들어선다. 마을이 어수선하다. 한탄강 땜이 만들어지면 물속에 잠길 마을이라, 빈집들이 대부분이지만, 아직 남아 있는 농가는 마지막 가을걷이에 바쁘다. 5시 10분 경, 87번 국도로 나와 아슬아슬하게 물에 잠기기를 면한 매점에 들러, 맥주를 마시며, 5시 50분경에 도착할 버스를 기다린다.

철책문과 피탄지 통제 안내판

수몰지역 비닐하우스 안에서 고추를 말리는 농부

가로등이 켜진 87번 국도, 왼쪽에 불 켜진 건물이 매점

 

5시 50분, 헤드라이트를 켠 59번 버스가 고개를 넘어 모습을 나타낸다.

 

 

(2010.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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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산 정상에서 본 테크 전망봉

 

2010년 10월 8일(금)
오랜만에 심산(深山)대장과 지장산을 함께 가기로 하고, 동서울터미널에서 8시 15분에 만나기로 한다. 심산대장은 30년 이상의 캐리어를 자랑하는 등산 매니어다. 우리나라의 산은 거의 안 가본 곳이 없고, 히말라야, 로키 산맥을 비롯하여, 중국, 일본의 명산들을 두루 섭렵한 베테랑이다.

 

경기도 포천군 관인면과 연천군 신사면에 걸쳐있는 지장산은 강원도 철원군에서 더 가까운 남한 최북단의 산이다. 지장산의 본래 이름은 보개산 환희봉이라고 한다. 일제 때, 조선총독부에서 제 맘대로 붙인 지장산이란 이름을, 국립지리원이 검증 없이 받아 들여, 지장산이 됐다는 이야기이다. 주능선이 대부분 암릉과 암벽지대로 이루어져 있어 지장산과 동쪽 관인봉사이의 큰골은 피서지로 유명하고,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설경이 빼어난 명산이라, 수도권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멀리 호남이나 영남지방의 산악인들도 찾아온다고 한다.

 

지장산 일대는 군사작전지역으로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는 곳이 많아 산행은 관인면 중리 쪽에서 시작하게 된다. 중리로 가는 교통편은 송우리와 관인을 왕복하는 59번 시내버스를 이용하게 되는데, 10시 40분에 포천시외버스터미널 부근의 한마음약국 앞 버스정류장을 통과하는 버스를 타려고, 동서울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다.

59번 버스시간표(펌)


 

산행코스

 

동서울터미널에서 8시20분 발 동송 행 버스를 탄다. 포천까지의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 요금은 6,000원이다. 버스는 예정보다 빠른 시각인 9시 30분에 포천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한다. 터미널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조금 진행하면 구한내사거리에 이르고, 신호대기를 기다려 도로를 건너 직진하여, 59번 버스가 정차하는 한마음약국 앞 버스정류장에 이른다.

한마음약국 앞 버스정류장

 

버스가 올 때까지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한다. 서울에서는 생각도 못할 일리지만 배차간격이 뜸한 지방도시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은 버스 편과 시간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며 느긋한 표정이다. 서두르거나 초조해하는 기색이 없다. 그런 분위기에 동화되어 지나가는 사람들을 멍하니 구경하며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린다. 10시 38분, 59번 버스가 도착한다.

 

11시 24분, 중리에 도착한다. 도로 건너 상점 앞에 ‘지장산 입구’를 알리는 팻말이 보인다. 도로를 건너, 상점 앞에서 산행준비를 하고, 11시 30분, 마을길로 들어서며 산행을 시작한다. 솜처럼 넓게 퍼진 흰 구름 사이로 푸른 하늘이 간간이 보이는 청명한 가을 날씨다. 인적이 없는, 공기냄새가 다른, 한적한 길을 천천히 걷는다. 낮선 발자국소리에 개들이 컹컹 짖어댄다.

지장산 막국수집

지장산 입구 팻말

 

11시 34분, 중리저수지를 지난다. 저수지가에 자리 잡은 민박집이 평화롭다. 중리저수지는 낚시터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바쁠 것도 없다보니 호젓한 길을 유장하게 걸어, 11시 43분, 지장산 입구 주차장에 이른다. 중리마을에서 1.17Km 떨어진 지점이다. 산불감시초소와 매표소가 보이지만 역시 인적이 없다. 이어 대형 등산안내도를 카메라에 담고, 넓은 시멘트도로를 따라 큰 골로 들어선다.

중리저수지

도로변의 기암

지장산 입구

등산안내도

지장산 안내문

 

시멘트포장도로는 곧 돌 많은 비포장도로로 바뀐다. 아마도 군사도로로 뚫어 놓은 길인 모양이다. 왼쪽으로 높은 봉우리가 보인다. 향로봉이라고 짐작한다. 12시 5분 보가산 성지를 지나자, 계곡 쪽에서 청아한 물소리가 들린다. 골짜기가 점점 깊어진다. 저 멀리 올돌하게 솟은 봉우리들에는 붉은 색이 감돌고, 가까운 계곡의 단풍나무 한그루가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향로봉

궁예성터

안내문

붉은 색을 띤 산봉우리와 골짜기의 단풍

계곡의 단풍나무

 

12시 32분, 북대 갈림길 이정표가 있는 절터를 지난다. 절터는 중리마을에서 약 4Km 정도 떨어진 지점이다. 이어 12시 44분에는 동마네미고개 갈림길이 있는 잣숲을 지나고, 12시 59분, 계곡 끝지점을 거쳐, 9분 후, 잘루맥이 고개에 이른다. 오른쪽은 관인봉, 왼쪽이 지장산이다. 이정표는 지장산 정상까지 1.33Km라고 알려준다. 잘루맥이고개의 고도가 약 510m이니, 이제 정상까지의 고도차 약 570m를 극복해야 한다.

절터 이정표

잘루맥이고개

잘루맥이고개 이정표

 

가파른 절개지를 올라, 1시 20분, 본 능선으로 진입하고, 지정산 정상 1.13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는 전망바위에서 잠시 고대산(832m)과 금학산(941.3m)의 장쾌한 능선을 바라본다. 능선이 가볍게 오르내리며 고도를 높인다. 능선안부에는 잠시 쉬어 가라고 벤치를 설치해 놓았다.


가파른 절개지 올라 본능선 진입

고대산과 금학산의 장쾌한 능선

 

좁은 능선의 잡목길은 이미 추색이 완연하다. 1시 58분, 지장산 정상 0.24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접어들어 좁은 암릉을 걷는다. 정면 나뭇가지사이로 우뚝 솟은 정상이 가깝다. 붉게 물든 단풍나무를 지나, 정상이 가까운 전망바위에서 관인봉 능선을 굽어본다. 단풍이 곱다.

추색이 완연한 잡목 능선길

갈림길 이정표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정상

붉게 물든 단풍나무

단풍이 아름다운 관인봉 능선

 

2시 10분, 정상에 선다. 젊은 부부가 야호~ 소리를 지르며 정상에 오른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오늘 처음 만난 등산객이다. 이정표, 등산안내도, 삼각점<철원 312/2007 재설>, 그리고 연천군과 포천 시에서 각각 세운 두 개의 정상석, 돌탑 등이 있는 정상에서, 고롱이. 미롱의의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정상에서 보는 조망이 시원하다. 서쪽의 전망봉과 남쪽의 화인봉은 단풍이 곱고, 북쪽으로 고대산, 금학산 줄기가 첩첩인데, 그 뒤로 철원평야가 아련하다.

정상

고롱이, 미롱이

안내문

정상석

인봉

고대산과 금학산

 

정상석 주위에 자리를 잡고, 정상주를 마시며, 점심식사를 한다. 단풍이 고운 능선, 소슬한 바람, 맑은 햇살, 그리고 투명한 공기... 명산이 연출하는 멋진 무대에서 약 30분 동안 식사를 즐기고, 2시 40분, 하산을 시작하여 로프가 걸린 가파른 암릉을 내려선다. 암릉 아래에서 등산객 한 사람이 기다리고 서 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오늘 두 번째 만나는 등산객이다.

로프가 걸린 암릉길

암릉 길을 내려서다 만난 노란 단풍

 

암릉을 내려서서 뒤돌아 수직절벽을 카메라에 담고, 가야할 방향으로 단풍이 곱게 물든 화인봉을 가깝게 바라본다. 3시 2분, 두 개의 이정표가 있는 안부 사거리에 내려선다. 왼쪽은 계곡 끝 지점, 오른쪽은 석대암으로 가는 길이다. 정면 화인봉으로 오르는 암벽에는 발 밭침이 박혀있고 로프가 걸려있다.

수직절벽, 그 위가 정상이다.

화인봉

이정표 1

이정표 2

화인봉 오름길

 

3시 10분, 정상석과 이정표가 있는 화인봉 정상에 오른다. 삼형제봉이 가깝고 160도 방향으로 불무산이 보인다. 이정표는 삼형제암까지의 거리가 2.61Km라고 알려준다. 가파른 내리막을 지나, 3시 18분, 벤치가 놓인 너른 안부를 지나고, 삼형제암 1.95Km를 알리는 봉우리를 내려서다, 전망바위에서, 화인봉과 삼형제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화인봉 정상

정상석

산 첩첩, 삼형제봉이 가깝고, 불무산(좌)이 보인다.

쉬어가고 싶은 생각이 드는 벤치가 놓인 안부,

뒤돌아 본 화인봉

가까이 본 삼형제봉

 

3시 41분, 이정표가 있는 동마네미고개에 내려서고, 암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가파른 내림, 오름을 거쳐 본 능선에 들어선 후, 노송 한 그루가 서있는 전망바위에서 큰골 깊은 골을 바라본다.

동마네미고개 이정표

암봉 우회길

전망바위

큰골

 

4시 20분, 이정표가 있는 절터 갈림길을 지나고, 4시 33분, 헬기장에 이르러 지나온 능선을 한 눈에 돌아본다. 장관이다. 4시 36분, 삼형제봉 아래 안부에 내려선다. 등산로는 삼형제봉을 왼쪽으로 우회한다. 우회 길도 만만치 않다. 로프가 걸린 가파른 암릉을 내려서니, 현 위치/삼형제봉(북대, 724m)을 알리는 표지목이 보인다. 실제 위치는 삼형제봉 아래에 해당하겠다. 등산로는 이곳에서 왼쪽으로 급하게 떨어지며 험한 길이 이어진다.

절터 갈림길 이정표

헬기장

지나온 능선과 금학산

삼형제봉 아래 안부

등산로는 왼쪽으로 우회하고

삼형제봉 표지목


가파른 내리막을 지나, 5시 2분, 너른 헬기장이 있는 임도 삼거리에 내려서서, 뒤돌아 삼형제바위를 카메라에 담는다. 이곳에서 직진하면 향로봉이고, 왼쪽 임도는 큰골로 내려서게 된다. 중리에서 포천 가는 버스가 5시 45분에 있고, 이 버스를 놓치면, 7시 35분 버스를 기다려야한다. 5시 45분 버스를 타려고 향로봉을 포기하고, 왼쪽 임도로 내려선다. 임도가 향하는 방향이 이상하다. 큰골로 내려서려면 동쪽으로 향해야 하는데 임도는 북쪽으로 뻗으며 서서히 고도를 낮춘다. 버스시간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보니, 마음이 급해, 지도를 자세히 검토할 여유가 없다. 고도가 낮아지는 것을 보면 골짜기로 향하는 길이틀림없겠기에 임도를 뛰듯이 달려 내린다.

 뒤돌아 본 삼형제암

임도 삼거리 이정표

북쪽으로 이어지는 임도

 

5시 10분, 출입금지 경고판을 지나고, 2분 후 만난 이정표에는 절터 0.19Km라고 적혀있다. 맥이 빠진다. 5시 17분, 절터에 내려선다. 이곳에서 중리까지는 약 4Km, 따라서 5시 45분 까지 도착이 불가능하다. 북쪽으로 향한 임도를 따르다 보니, 약 15분 동안, 큰골 쪽으로 더 깊숙이 들어선 꼴이 됐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향로봉을 지나 사기막고개에서 중리마을로 향하는 것이 더 빨랐을 것이다. 나중에 집에 와서 자세히 지도를 살펴보니, 임도 삼거리에서 헬기장을 건너 향로봉으로 향하다. 향로봉 오름 직전 안부에서 왼쪽 궁예성터로 내려서는 길이 있는 것을 발견한다. 항상 마음이 급해 여유가 없는 곳에 실수가 따르기 마련이다.

경고판

이정표

 

5시 53분, 매표소를 지나고, 6시 10분 경, 87번 국도변으로 나와 매점으로 들어선다. 우선 맥주를 주문해 마시며, 주인아주머니에게 택시를 불러달라고 부탁한다. 이윽고 택시가 도착하여 관인으로 향한다. 기사양반은 이 택시가 관인에 있는 택시 2대 중에 1대라며, 관인이 경기도와 강원도의 접경지역이라고 알려준다. 이윽고 택시가 관인에 도착한다. 미터의 요금은 10,400원, 기사양반은 10,000원만 내라며, 버스 타는 곳, 식사할 만한 식당을 친절히 알려준다.

 

기사양반이 알려준 서울회관으로 들어선다. 삼겹살 2인분, 백세주 1병, 밥 2공기를 주문하니 된장국이 따라 나오는데, 식대는 26,000원이니, 서울보다 싸다. 음식 맛도 좋고, 종업원들도 싹싹하다. 모처럼 포식을 하고, 7시 50분 발 수유리 행 좌석버스에 올라, 약 1시간 30분 후, 도봉산역에서 내린다.

 


(2010.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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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방산 정상의 소나무와 통나무 의자

 

2010년 9월 29일(수)
산악회를 따라 산행을 하게 되면, 시간에 쫓기는 불편함은 있지만, 여러모로 편하기는 한데, 많은 산악회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유명한 산들을 주로 안내하기 때문에 따라 나설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 모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산을 안내한다는 소리를 듣고 산행신청을 하면, 산행 전날 오후쯤, 신청자들이 20명도 되지 않아 불가피하게 계획을 취소한다는 연락이 온다.

 

28일(화)에 가기로 한 경북 문경의 도장산 산행도 성원 미달로 취소가 돼 버린다, 할 수 없이 손쉽게 혼자갈 수 있는 산을 찾아본다. 이럴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이 교통편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다녀올 수 있는 곳이 우선대상이다. 경기도에 있는 산 중에서 교통편이 좋은 곳을 찾아본다. 가보지 못한 산 중에서 왕방산, 지장산, 종자산 등이 스크린 된다. 그중에서 가장 가까운 왕방산을 가보기로 하고 자료를 정리한다.

 

포천시 바로 뒤에 우뚝 솟은 왕방산(737.2m)은 덩치가 크고 품이 넉넉해, 인자한 시골 아낙네 같아 보이는 산이다. 포천시의 진산으로 남북으로 길게 누운, 바위가 그리 많지 않은 육산이다. 신라 말(872년) 헌강왕이 지금의 보덕사를 친히 방문했다 하여 산 이름을 왕방산이라 하고 절 이름을 왕방사라 부르게 됐다고 전해온다.

 

그러나 포천군읍지와 견성지 기록에 의하면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왕위에 오르기 전부터 이 산에서 무예를 익히고 사냥을 했으며, 왕위에 오른 후에도 단오와 추석에 강무(임금이 참관하는 무예시범)를 했다 하여 왕방산이라 부르게 됐다고 하고, 이성계가 왕위를 아들에게 물려주고 함흥에 살다가 한양으로 돌아오던 중 왕자의 난 소식을 듣고 비통한 마음을 달래고자 이 산을 찾았다는 유래도 전해진다.

 

왕방산은 큰 덩치만큼 골이 깊고 능선이 길어서 북쪽의 무럭고개에서 남쪽의 해룡산(660m)을 거쳐 오지재고개까지 이어지는 8km 구간의 능선을 종주하는 데는 4~5시간이 걸리고, 오지재고개에 이르는 교통편이 불편하다. (하루 두 번 버스가 다님.)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편하게 왕방산에 오르려면 포천시내에서 2km 떨어진 무럭고개나 호병골 보덕사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상 관련자료 발췌)

 

이처럼 왕방산의 산행기점은 포천이고, 서울에서 포천으로 가는 교통편은 다양하다, 동서울이나 상봉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이용하거나, 지하철로 의정부까지 가고, 의정부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포천 행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8시 30분 경 집을 나와 7호선으로 도봉산역에 이르고, 그곳에서 약 20분 동안을 기다려 소요산행 1호선을 탄 후, 9시 40분 경 의정부역에 도착한다.

 

구름이 많이 낀 쌀쌀한 날씨다. 9시 50분, 마상에서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태조 이성계의 역동적인 조각상을 카메라에 담고, 포천 행 버스를 타러, 길 건너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138번과 138-1번 좌석버스, 그리고 38번 일반버스가 포천을 지난다는 소리를 들은 터라, 138-1번 버스가 도착하자, 버스에 올라, 기사양반에게 무럭고개로 가려는데, 어디서 버스를 갈아타면 되느냐고 물으니, 신북읍사무소 앞에서 갈아타라는 대답이다.

조 이성계 기마상

 

버스 노선도를 보면, 신북면사무소는 종점인 경복대학까지 다 간 곳에 있다. 지도를 꺼내본다. 무럭고개는 포천시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87번 국도상의 고개로, 포천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인데, 사북면까지 갔다 버스를 갈아타게 되면, 무척 많이 돌게 되는 셈이다. 지도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는데, 뒤에 앉은 아주머니가 자기는 오매골로 가는데, 무럭고개를 지냐야하니, 자기가 내릴 때 함께 내리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 가면 약 5분 정도 차이로, 10시 50분 버스를 놓치게 될 것 같다며, 그 버스를 놓치면, 11시 50분까지 기다려야한다고 걱정을 한다.

 

택시로 가면, 무럭고개까지 요금이 얼마쯤 나올 것 같으냐고 물으니, 5,000원 정도면 충분 할 것이라는 대답이다. 그럼 10시 50분 버스를 놓치면, 택시를 타야겠다니까, 자기도 함께 택시로 가겠다고 한다. 시청역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 87번 국도변의 56번 버스가 출발하는 버스정류장으로 가 본다. 우리가 도착한 시각이 10시 56분이고, 버스는 이미 출발한 후다.

무럭고개를 지나는 56번 버스의 출발 시간표

 

네거리로 되돌아와 길게 늘어선 택시 승차장에서 택시를 타고, 11시 5분, 무럭고개에 도착한다. 미터기에 나타난 요금은 3,600원, 택시기사에게 10,000원짜리를 주고 5,000원만 거슬러 달라고 하니, 아주머니가 펄펄 뒤며, 3,000원만 내고 내리라고 한다. 한동안 서로 승강이를 하는 것을 보던 기사양반이, 그럼 중간인 4,000원을 받겠다며 6,000원을 거슬러준다. 고마운 아주머니다.

무럭고개

산행코스

 

길 건너 절개지로 이어지는 등산로 입구에 이정표가 보인다. 등산로로 들어선다. 등산안내도와 119표지판이 반긴다. 119 표지판의 현 위치는 “물어고개”로 돼 있다. 등산안내도 하단에 4개의 등산코스를 소개해 놓았다. 11시 11분, 절개지 위에 올라, 산행준비를 한 후, 11시 18분, 통나무 긴 의자가 설치된 완만한 오르막길을 천천히 오로며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무럭고개의 고도가 약 220m 정도이고, 왕방산 정상이 737m이니, 500m 이상의 고도차가 나는데도 정상부근에 있는 헬기장에 오를 때의 가파른 곳을 제외하면, 넓은 등산로가 부드럽게 오르내리며, 서서히 고도를 높여가기 때문에 전혀 힘든 줄 모르겠다.

등산로 입구

왕방산 등산코스

통나무 긴 의자가 보이는 등산로

 

11시 23분,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315m 능선분기봉에 올라, 왼쪽 비탈길로 내려서고, 2분 후, 이정표가 있는 능선안부를 지난다. 이정표는 무럭고개에서 정상까지의 거리가 4.8Km라고 알려준다. 11시 31분,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참나무 사이로 인적이 없는 황량한 등산로가 단조롭게 이어진다. 아직 단풍이 들지는 않았지만, 썰렁한 참나무 숲에서는 완연한 가을의 정취가 느껴진다.

315m 능선분기봉

이정표

 

쌀쌀한 날씨지만 몸이 더워지자, 윈드 재킷을 벗어 배낭에 챙기고, 산행을 속개한다. 11시 54분, 이정표와 쉼터가 있는 한국아파트 갈림길에 이른다. 인근 주민인 듯싶은 아주머니 등산객들의 모습이 보인다. 포천에서 왕방산으로 오르는 가장 수월한 방법은 시청 앞 버스 정류장 부근에서, 서쪽의 호병동으로 이어지는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 보덕사를 지나고 주능선으로 진입하는 것이겠지만, 2Km가 넘는 포장도로를 지루하게 걸어야하는 부담이 있어, 산꾼들은 교통은 불편하지만 무럭고개를 왕방산 산행의 들머리로 선호다. 하지만 지금 만난 한국아파트 갈림길은 호병동 들머리와 무럭고개 들머리의 절충 코스라 할 수 있겠다. 일단은 호병동 들머리를 따라 한동안 포장도로를 걷지만, 호병 노인정 앞에서 도로를 버리고 오른쪽 산길로 들어서면 이곳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아파트 갈림길 이정표

갈림길 쉼터

 

12시 1분, 다소 가파른 오르막을 지나, 이정표가 있는 528m 능선분기봉에 오른다. 오른쪽은 깊이울로 내려가는 길이고, 정상은 왼쪽이다. 무럭고개에서 1.9Km 떨어진 지점이다. 능선의 풍광이 변한다. 황량한 참나무 숲은 사라지고 아름다운 송림길이 이어진다. 12시 8분,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정상 2.1Km, 정상 1.6Km를 알리는 이정표들을 차례로 지난다.

528m 능선분기봉의 이정표

아름다운 송림길

갈림길, 우

 

12시 25분, 520m 능선분기봉에서 왼쪽으로 진행하고, 가는 로프가 걸린, 등산로의 훼손이 심한, 짧은 오르막을 오른다. 이어 정상 0.9Km, 정상 0.65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12시 47분, 이정표와 119 표지판이 있는 왕산사(보덕사) 갈림길에 이른다. 바로 호병동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이제 정상이 지척이다.

가는 로프가 걸린 짧은 오름

왕산사 갈림길 이정표

 

12시 52분, 헬기장을 지나 정상으로 향한다. 하얀 억새가 하늘거리고 정상에 등산객들이 모여 있는지, 모처럼 왁자지껄 사람소리가 요란하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포천시가 내려다보인다. 12시 55분 정상에 오른다. 멋진 소나무 아래에 통나무 의자가 보이고, 119표지판, 정상석, 삼각점<포천 23/1982 재설> 등을 고루 갖춘 정상이다. 특이한 것은 통일의 염원을 담아, 왕방산에서 북한의 주요지점까지의 거리를 표시한 안내판이다. 

정상 가는 길

포천 시가지 조망

정상

정상석 측면

 

정상에서 보는 조망이 시원하다. 남서쪽으로 해룡산, 북서쪽으로 국사봉(754m)이 가깝게 건너다보이지만, 흐린 날씨 때문에, 멀리 소요산, 감악산, 그리고 서쪽으로 가까운 동두천시는 희미한데. 동쪽으로는 한북정맥 마루금이 역시 희미하게 하늘금을 긋고 있다. 맑은 날씨라면 보다 멋진 모습을 볼 터인데 유감이다.

해룡산

사봉

희미하게 보이는 소요산(좌)

한북정맥 마루금

 

한동안 소란하던 단체 등산객들도 모두 하산하고, 이제 정상에는 나 혼자뿐이다. 멋진 소나무 아래, 통나무의자에 앉아 정상주를 마시고, 컵 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 바쁠 것이 없는 걸음이다. 커피까지 마시고, 1시 40분 경 하산을 시작한다. 국사봉 쪽으로 내려서자, 동두천시에서 세운 왕방산 안내판과 이정표가 보인다. 3.4Km 떨어진 오지재고개로 향하면 왕방산 능선을 종주하게 되지만, 오지재고개에서의 교통편이 여의치 않아 국사봉 쪽으로 향한다.

왕방산 안내판

이정표

 

내리막길이 무척 가팔라, 가는 로프를 매어 놓았다. 1시 54분, 이정표 등이 있는 사거리 안부로 내려선다. 직진하면 국사봉, 오른쪽은 깊이올 저수지, 왼쪽은 임도다. 잠시 망설이다, 깊이올 계곡을 구경하러, 오른쪽 비탈길로 내려선다. 왕방산과 국사봉 사이의 3Km에 달하는 깊이올 계곡은 심산유곡으로 폭우 때에는 간간이 조난자가 발생한다고 한다.

로프가 걸린 가파른 내리막

안부 사거리의 이정표와 119 표지판

깊이올 갈림길 안내도

 

다시 가파르고 거친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로프가 걸려있다. 말 그대로 유곡(幽谷)이다. 흐린 날씨라 골짜기가 더욱 어둑하고 음기가 감도는 느낌이다. 인적마저 없어 으스스하다. 2시 5분, 깊이올 저수지 2.5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자, 졸졸졸 흐르는 계곡물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로프가 걸린 비탈길을 내려서고

거친 계곡길 1

거친 계곡길 2

이정표

 

거친 계곡에 야생화가 아름답다. 점차 수량이 많아지며, 등산로는 계곡을 건넌다. 2시 35분, 119표지판이 있는 5부 능선길을 지나고, 한동안 부드러운 등산로가 계곡을 따라 이어지더니 다시 계곡으로 내려선다. 고도가 낮아지며 좌우 양쪽에서 지계곡들이 합류하여, 계곡이 첨차 넓어지며 음습한 기운은 가시고, 곳곳에 경기 소방에서 세워놓은 붉은 위험 표지판이 보인다.

거친 계곡의 야생화 1

거친 계곡의 야생화 2

위험 표지판

 

3시 9분, 깊이울 1.1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5분 후, 깊이울 만남교를 지나, 유원지 주차장으로 내려선다. 이어 다시 다리 하나를 건너고 팬션과 식당들 사이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낚시터 저수지를 지난다. 길가에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와 국화꽃이 아름답다. 저 아래 87번 국도변의 교통 표지판이 보이는 곳에서 뒤돌아 국사봉을 카메라에 담고, 4시경, 심곡 2리 버스정류장 도착하여 버스를 기다린다.

깊이울 만남교

만남교에서 내려다 본 계곡

저수지

길가에서 만난 국화꽃

뒤돌아 본 국사봉

 

언제 올이지 모르는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리다. 용기를 내어 히치하이크를 시도해본다. 그럴듯해 보이는 차가 나타나면 손을 들어 보지만, 반응을 보이는 차가 없다. 10여 차례 시도를 해 본 후, 포기를 하고, 콜택시를 부르려는 데, 작은 승용차 한 대가 모습을 보이고, 손을 들자, 멈춘다. 지열 난방공사를 하는 30대 후반의 젊은이이다. 공사장에 들렀다 의정부의 집으로 귀가하는 길이라고 한다. 고마운 젊은이의 덕에 편하게 의정부역에서 내린다. 갈 때는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고, 올 때는 젊은이의 신세를 진날이다. 서민들의 따뜻한 정이 고맙게 느껴진다.

 

(2010. 10.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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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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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

깔딱고개 위에서 본 서쪽 조망

 

2010년 9월 23일(목)
추석연휴 마지막 날이다. 파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다. 바람은 소슬하고, 밝은 햇살이 서럽도록 투명하다. 추석연휴가 시작되는 이틀 전인 21일 오후,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4시간이 넘도록 쏟아져 내려, 서울의 강수량이 293mm를 기록하고, 심장부인 광화문 네거리가 물바다가 돼 버린 것을 비롯하여, 수도권일대 저지대의 수많은 가옥들이 물에 잠긴, 공전의 물난리가 언제 있었냐는 듯싶게 딴판으로 변한 날씨다.

 

이런 날씨에 집안에서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기는 너무 억울하다. 주섬주섬 배낭을 챙겨 둘러메고 오랜만에 가까운 수락산으로 향한다. 강남구청역에서 지하철 7호선을 타고 수락산역에서 내리면, 수락골이 가까우니, 집에서 수락산 가는 교통은 더 없이 편리하다. 9시 44분, 수락산역 1번 출구로 나온다. 생각보다 많은 등산객들이 일행을 기다리느라 도로변에서 서성이는가 하면, 인도를 가득 메운 등산객들이 수락골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도로변에 즐비한 등산 장비점들이 연휴기간인데도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린다. 유명 브랜드가 아닌 제품들이라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배낭과 등산화들을 유심히 둘러보며, 뒷주머니의 지갑을 만져보니, 주머니가 텅 비었다. 아뿔싸! 지갑을 어디다 빠뜨린 모양이다. 정신이 번쩍 들어,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등산바지로 바꿔 입으면서, 집에서 입던 바지주머니의 지갑을 옮기지 않은 것에 생각이 미친다. 아침에 갑자기 산행을 결정하고, 서둘다가 벌어진 해프닝이다. 그나마 지하철카드는 챙겨 다행이다.

수락산역 1번 출구

 

의정부 쪽으로 약 5분 쯤 걸으면, 시립수락양로원/염불사 입구에 이른다. 전신주 꼭대기에 높다랗게 걸린 교통 표지판이 보인다. 오른쪽으로 들어선다. 이번에는 도로변에 김밥집, 족발집, 떡집 등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이 거리를 등산객들이 길이 미어지게 오르고 있고, 그 중에는 가벼운 차림을 한 외국인들도 보인다. 풍수지리가 풍미하던 이조 초기, 한양을 등지고 앉았다 해서, ‘반역의 산’으로 불렸고, 그 이후에는 건너편의 도봉산, 북한산에 눌려,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던 수락산이 의정부시와 노원구에 아파트 단지가 빽빽하게 들어차면서, 이제는 면목을 일신한 느낌이다.

염불사 입구 표지판

외국인들도 보이고,

 

9시 53분, 수락산입구를 알리는 커다란 돌 표지를 지나, 1분 후, 수락산/불암산 등산 안내도 앞에 선다. 수락산의 8개 등산로, 불암산의 7개 등산로가 그려져 있고, 각 코스의 거리가 표기되어있는 상세한 안내도다. 노원구에서 등산로 정비에 신경을 많이 쓴 모양이다. 등산안내도를 보며 산행코스를 정한다. 제3코스를 따라 수락계곡을 거쳐 깔닥고개에 오르고 정상에 이른 후, 주능선을 타고 남쪽으로 내려서다, 도솔봉(538m)을 거쳐, 용굴암, 학림사를 구경한 다음, 당고개로 내려서기로 한다. 도상거리로 10Km도 안 되는 코스이니, 산책하듯 유장하게 걸어도' 산행시간은 5시간이면 충분하겠다.

수락산입구의 돌 표지

수락산 등산로 및 산행코스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조금 더 올라, 백운동천 약수터를 만난다. 이쯤에서 길가에 마련된 통나무의자에 앉아, 등산화 끈을 제대로 매고, 스틱을 펴는 등 잠시 산행준비를 한 후,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10시 4분, 철문이 굳게 닫힌 덕성여대 생활관에 이른다. 왼쪽에 우우당(友于堂) 안내판이 보인다. 우우당은 영조 때 영의정을 두 번씩이나 지낸 영흥부원군 홍봉한의 벽운동 별장 안채의 일부라고 한다. 지금은 덕성여대 생활관 안에 있어 안내문만 잠시 훑어보고 지난다.

백운동천 약수터

우우당 안내판

 

10시 11분, 화장실을 지난다. 화장실 벽에 걸맞지 않게 김시습의 ‘水落殘照’라는 한시가 걸려있다. 세조가 어린 단종을 폐위 시키고 왕위에 오르자, 김시습은 하던 공부를 폐하고, 책을 불사른 후, 수락산 석림계곡으로 숨어들었던 인연이 있어, 이곳에 그의 한시를 걸어 놓은 모양이다. 어찌됐건 모처럼 격조 높은 선비의 시를 접하니 무척 반갑다.

김시습의 水落殘照

 

그제 내린 폭우로 수락계곡의 물이 불어, 계곡물 소리가 요란하다.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잘 다듬어진 돌길을 아무생각 없이 유장하게 걷는다. 10시 13분, 이정표가 있는 능선 길 갈림에서 직진하여 계곡을 따라 오른다. 이정표는 정상까지의 거리가 3.4Km라고 알려준다. 10시 16분, 수락교를 건너고, 1분 후에는 장락교를 지나, 수락산 도시공원 안내판을 만난다. 155ha의 면적에, 지압시설, 명상의 숲, 진달래동산, 원두막, 귀틀집, 숲 해설로, 야생화단지 등의 많은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마련한 공원이라고 한다.

잘 다듬어진 돌길

첫 번째 만난 다리, 수락교

수락산 도시산림공원 안내판

 

10시 24분, 백운교를 건너고, 이어 배드민턴장 등 운동시설들이 갖추어진 백운산악회의 체력단련장을 지난다.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즐기고 있다. 10시 27분, 마지막 매점을 지나고, 이어 마지막 다리인 신선교를 건넌다. 이후 계곡은 징검다리를 통해 건너게 된다. 10시 31분, 깔닥고개 0.8Km, 물개바위 0.1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며 오른쪽에 보이는 물개바위를 카메라에 담는다.

마지막 매점

이정표

물개바위

 

10시 44분, 많은 사람들이 쉬고 있는 새 광장을 지나고, 완만한 돌길을 올라, 11시 4분, 큰 바위샘에 이르자, 본격적인 깔딱고개 오르막이 시작된다. 뒤 따라 오던 젊은 외국인이 깔딱고개 오르막을 보더니, “오 마이 갓!” 이라고 외마디소리를 지른다. 11시 11분, 깔딱고개에 오른다. 아이스케이크 장사가 힘들게 고개를 올라온 등산객들에게 아이스케이크를 팔고 있다. 하지만 지갑을 빼 놓고 온 나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깔딱고개에 세워진 이정표는 정상까지 0.9Km가 남았다고 알려준다.

새 광장 이정표

깔딱고개 오르막

119 표지판

 

깔딱고개에서 정상으로 이어지는 암릉을 오른다. 안전시설이 돼 있는 가파른 암릉길은 오르내리는 인파로 초장부터 정체가 심하다. 11시 17분, 작은 암봉에 올라, 서쪽의 465m봉과 그 좌우로 모습을 보이는 도봉산과 북한산, 그리고 북쪽으로 광활하게 펼쳐진 의정부시의 아파트 군을 카메라에 담는다.

암릉 오름길, 오르내리는 등산객들로 초장부터 정체다.


465m봉과 그 어깨너머의 인수봉(좌)과 도봉산 3봉(우)

의정부시와 멀리 불곡산

 

암릉길의 안전시설이 상행, 하행 양 방향으로 돼 있는 구간을 지나며, 정체가 풀리고, 소통이 원활해진다. 이곳에서도 우측통행의 원칙이 적용된다. 점차 고도가 높아지며 서쪽으로 북한산과 도봉산 능선이 일자로 하늘금을 긋고, 가야할 방향으로는 배낭바위가 모습을 보인다.

양 방향 통로

일자로 하늘 금을 긋고 있는 북한산, 도봉산 능선

배낭바위

 

11시 28분, 119 표지판이 있는 깔딱고개 위, 너른 암반에 오른다. 배낭바위가 눈앞에 더욱 가깝고, 남쪽으로 흐르는 수락산의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동안 조망을 즐긴 후 산행을 속개한다. 등산로가 두 갈래로 이어진다. 하나는 안전시설이 돼있는 종래의 암릉길, 다른 하나는 새로 신설한 편안한 나무계단길이 그것이다. 계단길을 따라 독수리 바위 앞에 있는 조망이 좋은 전망바위에 선다. 수락산 정상이 지척이고, 북으로 도정봉, 남으로 불암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119 표지판, 깔딱고개 위

수락산 주능선

두 갈랫길

수락산 정상

도정봉

불암산

 

11시 46분, 독수리바위에 올라, 하강바위와 치마바위를 카메라에 담고, 배낭바위로 향한다. 배낭바위에 접근한다. 배낭바위로 오르는 길도 종래의 암릉길과 신설된 계단길, 두 길이다, 네모난 커다란 바위가 작은 돌쩌귀 위에 위태롭게 얹혀있다. 자연의 신비가 느껴진다. 배낭바위 위에서 보는 조망이 또한 일품이다.

독수리바위에서 본 하강바위와 치마바위

배낭바위 가는 길

배낭바위 앞

암릉길

계단길

자연의 신비가 느껴지는 돌쩌귀

남쪽조망

북쪽조망

배낭바위 위에선 등산객

철모바위

 

11시 59분, 간이매점이 있는 수락산 주능선으로 들어선다. 정상은 이제 300m거리다. 컵라면, 막걸리, 소주 등을 차려 놓은 간이매점이 성업 중이다. 추석연휴라 혹시 문을 닫았을지도 모른다고, 컵라면과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준비해 와서 다행이다. 만약 이곳에서 사겠다고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 지갑을 빼 놓고 왔으니, 점심을 굶은 뻔했다.

 

 

성업 중인 간이매점

 

12시 2분, 옛 이정표가 있는 청학리 갈림길을 지나고, 신설된 계단을 올라, 12시 6분, 등산객들로 붐비는 수락산 주봉(637m)에 오른다. 잠시 주봉 주위를 둘러보고, 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오며, 점심식사를 할 적당한 자리를 찾는다. 마땅한 자리는 이미 선객들이 차지하고 있어, 12시 20분 경, 철모바위까지 내려와서야 겨우 자리를 잡는다.

정상석

국기 게양대

철모바위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정상

 

인수봉과 의상능선을 마주보며, 정상주를 마시고, 추석송편과 컵라면으로 식사를 한다. 바쁠 것도 없는 산행이다. 약 40분 동안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고, 1시경, 남쪽능선을 따라 하산을 시작한다. 11시 7분, 등산로를 벗어난 무명봉에 잠시 올라, 가야할 능선과 지나온 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등산로에서 벗어난 무명봉

가야할 능선과 불암산


 

지나온 배낭바위(좌), 철모바위(가운데), 정상(우)

 

이어 하강바위를 오른쪽으로 우회하며, 하강바위에서 자일을 타는 등산객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1시 22분, 코끼리바위를 지나, 1시 32분, 치마바위를 내려서는데, 헬기 한 대가 굉음을 내고 접근한다. 아마도 하강바위 부근에서 조난자가 생긴 모양이다.

하강바위 1

하강바위 2

119 표지판, 코끼리바위

 

치마바위

구조헬기

 

1시 41분, 이정표가 있는 수락골 갈림길을 지나고, 직진하여 도솔봉으로 향한다. 등산로는 커다란 암봉을 오른쪽으로 크게 우회한 후, 본 능선으로 진입하고, 2시 3분, ‘119 표지판/탱크바위 부근’을 지나, 남서쪽을 이어진다. 이상하다, 도솔봉은 남쪽인데, 모르는 사이에 지났단 말인가?  앞에 걷는 나이 지긋한 등산객을 따라 잡고, 도솔봉이 어디냐고 묻는다. 도솔봉은 한참 전에 지났다는 대답이다. 그러면 이 길은 어디로 이어지냐고 재차 묻자, 당고개로 내려선다고 한다.

이정표

119표지판/탱크바위 부근

 

지도를 꺼내 현 위치를 알아본다. 지도상의 도솔봉은 등산로에서 왼쪽으로 약간 벗어나 있음으로, 아마도 아까 오른쪽으로 우회하며 지난 모양이니, 현 위치는 도솔봉과 용굴암 갈림길 중간쯤이라고 짐작을 하고, 그 양반에게 용굴암 가는 길을 물으니, 자기를 따라 오라고 한다. 노인을 따라, 부드러운 능선 길을 가볍게 오르내리고, 노인이 알려주어,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탱크바위와 도솔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도솔봉(좌)와 탱크바위

 

2시15분, 119 표지판/장군약수터 철탑을 지나, 갈림길에 이르자, 노인이 왼쪽 길로 들어서면, 용굴암이라고 알려준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노인과 작별을 한다. 2시 21분, 용굴암 표지석과 안내판을 카메라에 담고, 장군약수에 들러 목을 축인 후, 3시 32분, 용굴암에 들러, 주위를 둘러본다. 용굴암은 고종 때 창건하고, 대원군의 섭정에 밀려난 민비가 이곳에 피신하여 7일 기도를 드린 후, 다시 정권을 잡았다고 알려진 암자다.

용굴암 표지석과 안내판

용굴암

범종

 

왔던 길을 다시 가는 것은 재미가 없다. 용굴암에서 왼쪽 계곡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내린다. 등산로가 오른쪽으로 굽어져 능선으로 이어지기를 바라지만, 돌이 많은 험한 등산로는 계곡을 따라 남쪽으로 한 없이 이어진다. 지도에 보면 학림사는 능선을 등지고 있어, 아마도 이 계곡 오른쪽 능선 어딘가에 있겠다. 학림사는 포기하고, 맑은 물소리를 들으며, 계속 계곡을 따라 내린다.

잘 정비된 등산로와 쓰러진 길을 막는 나무

 

3시 10분, 석천약수터를 지나 계곡을 건너고, 이어 표지석이 있는 석천공원 입구를 지나 마을로 들어서서, 당고개역 가는 길을 묻는다. 3시 28분, 당고개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며, 창문 밖으로 보이는 도솔봉과 탱크바위를 카메라에 담는다.

석천약수

계곡을 건너고

석천공원 입구

당고개역 창문 밖으로 본 도솔봉과 탱크바위

 

수락산의 등산로가 이처럼 다양한 줄 처음 알았다. 다음에는 당고개에서 7코스를 택해, 학림사, 도솔봉을 찾아보고, 천상병 산길이 있다는 4코스로 하산 길을 잡아봐야겠다.

 

(2010.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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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대

안내문

 

추석(22일)을 닷새 앞둔 이번 주말, 산악회들은 산행일정을 취소하느라 바쁘다. 월요일(20일)과 금요일(24일)에 휴가를 내면, 추석연휴로 9일 동안을 즐길 수 있다 보니, 18일 토요일부터 실질적인 추석연휴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금요일 산행취소통보를 받고, 혼자서 갈 곳을 찾다가 문득 관악산을 떠 올린다.

 

지하철 덕분에 관악산 행 교통이 무척 편해졌는데도, 어찌된 일인지 관악산으로는 좀처럼 발길이 가지를 않는다. 국립공원은 아니지만 100대 명산에 꼽히고, 산 이름에 ‘악’자가 들어가 있을 정도로 멀리서 보면 마치 불꽃이 타오르듯 한, 수많은 암봉과 기암로 점철된 아름다운 명산인데도 그렇다.

 

예로부터 관악산은 한양을 위협하는 불의 산으로 여겨져, 길(吉)한 산은 아니라는 인식이 의식 속에 잠재해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실제로 서울의 양반들이 모여 사는 가회동 일대 북촌에서는, 관악산을 마주하고 있는 집에서 자라난 규수와는 혼인을 거절하기도 했다고 하고, 주민들 역시 관악산을 마주보는 택지를 피한다든지, 부득이한 경우에는 친정으로 가 아이를 낳는 풍습까지 있었다고 한다.

 

유명한 팔봉능선, 육봉능선은 제대로 걸어 보았지만, 아기자기한 암릉이 곳곳에 산재한 사당능선은 주로 우회로를 따르다 보니, 아직까지 제대로 암릉을 타보지를 못했다. 지난 9월 4일, 쿰부히말 트레킹을 함께 했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중국의 호도협을 함께 가기로 하고, 그 전에 관악산에 모여 사당능선을 오른다. 이 양반들이야 우회로를 걷지 않고 서슴치 않고 암릉길을 택해 오른다. 하지만 오후 3시가 다 되어 산행을 시작하다 보니, 정상까지는 오르지 못하고, 414m봉에서 도중에 하산을 한다. 아마도 문득 관악산이 떠오른 것은 이때 정상까지 가지 못했던 아쉬움이 남아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찌됐던 사당능선 암릉을 타보겠고 9시가 다 된 시각에 집을 나선다.

 

2010년 9월 18일(토)
사당역에서 내려 9시 40분경, 등산안내도가 있는 들머리에 도착하여, 바쁠 것도 없는 길이라 관음사를 둘러보러, 절로 이어지는 가파른 아스팔트도로를 천천히 오른다. 이어 일주문에 이르러, 등산화 끈을 조여 매는 등 산행준비를 마치고 절로 향한다.

산행코스

관악산 관음사 일주문

 

관음사는 신라말엽인 895년(진성여왕 9년)에 도선국사(道詵國師)가 창건한 비보사찰(裨補寺刹)로 천년의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관음기도도장이라고한다. 절경내로 들어서서 대웅전, 관음보살 입상 등을 둘러보고, 경내 샘터에서 물 한 모금을 마신 후, 절을 나와 등산로로 진입한다. 등산로 입구의 이정표는 연주대 4Km, 2시간 20분이 소요된다고 알려준다.

대웅전

 관음보살 입상

 

이윽고 체력 단련장 옆 헬기장을 지나 사당능선으로 진입하여 본격적인 산행을 이어간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려 훼손이 심한 등산로를 배낭도 물통도 지니지 않은, 인근에 사는 듯싶은, 아주머니가 몸도 가볍게 가뿐가뿐 오른다. 과천이 개발되고, 서울대학교가 들어선 후, 관악산은 등산객들 보다, 인근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산으로 변한 느낌이다.

가벼운 차림의 인근 주민

 

첫 번째 작은 암릉이 앞을 막고 등산로는 이를 왼쪽으로 우회하여 이어진다. 앞서 걷던 아주머니는 이 암릉에 조금 못 미쳐서, 오른쪽의 편한 샛길로 들어 들어선다. 암릉에 오르자, 시야가 트이며, 남쪽으로 사당 방면의 밀집된 아파트 단지, 그리고 동쪽으로 멀리 남산타워가 보인다.

첫 번째 만나는 작은 암릉(9월 4일 사진)

남쪽 조망(상동)

동쪽 조망(상동)

 

10시 11분, 319m봉이 바라보이는 능선을 지나, 이정표가 있는 사거리에 이른다. 직진하면 암릉길, 오른쪽은 우회하여 연주대로 향하는 길이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오른쪽 우회길로 들어서고, 호기심이 많은 젊은이들, 그리고 암릉을 즐기는 사람들이 직진한다. 직진하여 암릉길로 들어선다. 가파르기는 하지만, 발 놓을 곳, 손잡을 곳들이 확실하여 위험하지는 않다.

통신탑이 있는 319m봉과 가파른 암릉길


 

갈림길 이정표, 암릉길 쪽으로는 안내가 없다.

암릉을 오르는 등산객들

 

10시 21분, 태극기가 계양된 깃대봉에 오르고, 이어 밧줄이 드리워진 슬랩을 지나 시멘트 구조물과 통신탑이 있는 정상에 오른다. 조망이 좋다. 앞으로 가야할 암릉이 한 눈에 들어오고, 멀리 높다란 송신탑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정상이 보인다.

첫 번째 깃대봉

깃대봉 오른쪽, 낙성대 쪽으로 떨어지는 암릉에 솟은 암봉들

시멘트 구조물이 있는 봉우리에서 쉬고 있는 등산객들

 

가파른 암릉을 내려서고, 암벽을 기어올라, 10시 37분, 두 번째 암봉에 올라, 앞으로 가야할 능선을 바라보고, 지나온 봉우리를 돌아본다. 지난 9월 4일에는 이곳까지 올라, 사진에서 보는 암반 위에서 대원 한 사람이 가져온 막걸리를 마시며 한담을 하다. 오른쪽에 보이는 깃대봉을 지나 하산했던 것이다. 오늘 산행은 미완성의 그날 산행을 완성하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것이다.

가야할 암봉과 멀리 정상

지나온 암봉(시멘트 구조물과 통신탑이 보인다.)

지난번 한담을 즐기던 암반

가야할 암봉(좌)과 오른쪽의 깃대봉

9월 4일 하산하면서 찍은 사당능선 암릉길

 

앞에 보이는 작은 암봉으로 향한다. 앞에 우뚝 솟은 바위를 보고, 뒤에 오는 등산객들이 거북바위라고 한다. 하지만 각도가 틀려서인지 거북이 생김새는 아닌 것 같다. 10시 47분, 이정표가 있는 헬기장에 이른다. 앞서 갈림길에서 암릉길이 아닌 우회로에서 올라오는 길과 이 헬기장에서 만나게 된다. 헬기장 뒤로 낙선대 쪽으로 떨어지는 능선 위에 우뚝 솟은 깃대봉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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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장, 암릉길과 우회로가 만난다.

이정표

이곳부터는 등산로도 신작로처럼 넓어지고, 등산객들도 부쩍 늘어 시장 통을 방불케 한다. 10시 29분, 연주대 2.8km를 알리는 낙성대 갈림길 이정표를 지나고, 이어 많은 등산객들이 쉬고 있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연주대로 향한다. 이정표는 연주대 까지 2.4Km 남았다고 알려준다.

신작로 같이 넓은 등산로

넘치는 등산객들

10시 56분, 연주대 2.3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1분 후 하마바위를 만난다. 등산객들이 커다란 하마바위 옆 좁은 통로를 줄지어 통과한다. 하마바위를 지나, 통신탑이 있는 암봉에서, 가야할 또 다른 작은 암봉을 바라보고, 뒤돌아 하마바위를 카메라에 담는다.

이정표

하마바위 표지판

하마바위 옆 좁은 암릉길을 줄지어 통과하는 등산객들

가야할 암봉


 

뒤돌아 본 하마바위

 

11시 등산로가 암릉을 만나 왼쪽으로 우회한다. 암릉길은 통천문 같은 좁은 바위틈 사이로 이어진다. 통천문을 통과하여, 커다란 바위 두어 개를 넘으면, 표지판이 있는 마당바위다. 많은 사람들이 바위 그늘에서 쉬고 있다.

바위 틈새길

마당바위 표지판

마당바위 1

마당바위 2

 

마당바위를 지나 내리막길로 내려서기 직전, 오른쪽 전망바위에 서서, 정상으로 이어지는 사당능선과 하늘금을 긋고 있는 주능선을 파노라마로 잡아본다. 아름답다. 11시 19분, 헬기장(하) 표지판을 지나고, 완만한 암릉을 오르면서, 왼쪽에 보이는 암봉과 뒤돌아 암릉을 오르고 있는 등산객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어 암봉에 오르니, 송신탑이 우뚝한 정상이 가깝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

왼쪽으로 보이는 암봉

가야할 암릉길

완만한 암릉을 오르는 등산객들

 

11시 39분, 제 2 헬기장을 지난다. 이정표는 연주대까지 1.2Km가 남았다고 알려준다. 이어 10분 후 이정표가 있는 연주암 갈림길에 선다. 직진하면 연주대로 이어지는 암릉길이고 왼쪽은 관악사지로 내려서는 길이다. 이제 연주대 까지는 600m가 남았다. 작년에 동생들과 함께 이곳에 왔을 때는 왼쪽 연주암 쪽으로 내려서서, 연주대로 이어지는 암릉길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교적 가파른 암릉길이지만 특별히 위험한 곳은 없다.

제 2 헬기장

연주암 갈림길 이정표


 

연주대로 이어지는 암릉길

 

11시 57분, 관악문을 통과한 후, 암봉에 서서 천문대, 송신탑등 시설물이 어지러운 관악산의 정상을 가까이 본다. 이어 지도바위를 지나고 쇠줄이 걸린 좁은 바윗길을 건너, 기암들이 늘어선 가파른 바윗길을 내려선다. 다시 오르막 암릉을 오른다. 뒤를 돌아보면, 관악문이 있는 지나온 암봉이 그림같다.

관악문

지도바위

구조물들이 가득한 정상

기암

뒤돌아 본 관악문이 있는 암봉

 

12시 9분, 등산안내판이 있는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가파른 암릉을 오르고, 작은 암봉에서 건너편 연주대로 이어지는 직벽길을 바라본다. 줄을 이은 등산객들로 정체현상이 일고 있다. 12시 25분, 삼각점이 있는 정상에 올라, 지나온 긴 사당능선을 굽어본다. 관음암을 출발한 후 약 2시간 30분이 지난 시각이다.

등산안내판이 있는 갈림길

정상으로 오르는 직벽길

삼각점

사당능선

 

정상에서 간이매점을 차려놓고 등산객들에게 라면과 음료수를 팔고 있다. 농심 사발 면이 3,000원, 막걸리 한 사발에 3,000원, 캔 맥주가 4,000원이다. 유명한 한라산 윗오름세 휴게소의 똑 같은 사발 면이 1,500원이니, 서울과 제주도의 물가 차이가 꼭 배인 셈이다. 등산객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다. 맥주 한 캔을 주문하고, 장사가 잘 된다고 웃으니, 오늘은 그렇지만 올여름은 비가 많이 와서 공을 쳤다는 대답이다. 매점 차일 아래에서 가져온 떡으로 점심식사를 한다.

성업 중인 간이매점

 

식사를 마치고 정상 주변을 둘러본다. 정상석 주변은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붐빈다. 연주대 쪽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을 것 같아, 연주대는 생략하고, 12시 50분 경, 연주암 쪽으로 하산을 시작하다, 전망대에서 연주대의 멋진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정상석

119 표지목

 

하산 길에 잠시 효령각에 들러, 효령대군의 영정에 참배하고,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연주암을 둘러본 후, 하산을 계속한다. 지루한 돌계단길이 이어진다. 1시 42분, 119표지목이 있는 제2약수터를 지난다. 수질 검사표에 ‘부적합’판정이 선명하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관악산을 찾다보니 주위의 오염이 심한 모양이다.

효령각

안내문

연주암

 

이윽고 계곡물 소리가 도란도란 들리고, 계곡에서 쉬고 있는 등산객들의 한가한 모습이 보인다. 1시 58분, ‘물소리가 잘 들리는 곳’, ‘자연경관 담는 곳’이란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잠시 멈춰 서서, 계곡물 소리를 듣고, 건너편 경관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어 긴 마루 길을 지난다. 이제 종착지점인 과천향교도 얼마 남지 않았다.

안내판

계곡 건너편의 경관

긴 마루 길

 

2시 10분 경, 계곡으로 내려가 한동안 족욕(足浴)을 즐기며 땀을 식힌다. 이어 등산안내도가 있는 등산로 입구를 지나, 과천향교를 둘러 본 후, 지난번 미완성으로 그친 ‘사당능선 제대로 타기’ 과정을 완성한다.

족욕을 즐기고 땀을 식힌 계곡

과천향교

 

과천역으로 가는 길이 아름답다. 이런 아름다운 길을 가질 수 있는 것도 우리가 산업화과정을 성공적으로 거쳤기 때문이 아닌가?   정치가들의 집권 욕에서 비롯한 작금의 심각한 국론분열현상이 걱정이다.

 

 

(2010.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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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산악회

기타산행기 2012. 12. 17. 15:16

 

바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더니, 별난 산악회는 우리를 산 대신 바다로 안내한다.

 

2010년 8월 21일(토)
다음 주 월요일, 화요일에 비 소식이 있어 뒤 늦게 주말에 산행을 안내하는 산악회를 검색하다, 육백산, 응봉산, 이끼폭포를 안내한다는 XX산악회를 만나, 금요일 오후에 산행신청을 하고, 토요일 7시에 잠실역 2번 출구에서 산악회버스를 탑승하기로 한다.

 

토요일, 5시 15분에 기상, 집사람이 차려주는 새벽밥을 먹고, 6시 20분 경 집을 나선다.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잠실역 2번 출구에서 대기 중인 산악회버스에 도착한 시각이 6시 45분이다.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 놓은 40인승 새 버스다. 버스 안이 깨끗해 좋다. 어제 오후에 예약을 했으니, 으레 뒷좌석 중의 하나가 내 자리려니 짐작을 하고 등반대장에게 이름을 댄다. 인상도 엄홍길 씨 비슷한데 모자도 엄홍길 씨와 똑 같은 모자를 써서, 처음에는 엄홍길 씨로 착각을 할 정도로 닮은 대장이 앞자리를 주겠다며 고맙게도 14번 자리를 배정해 준다.

 

좀 일러서 그런가? 사람들이 보이질 않는다. 등반대장이 상황을 설명한다. 산악회 출발시간이 통상 7시 30인데, 오늘은 차랼혼잡을 피하기 위해 30분을 당겨, 7시에 출발하기로하고, 홈페이지에는 변경된 시간을 게시했으나, OK마운틴의 산행계획 알림표에는 깜빡 잊고 수정을 하지 못해, 7시 30분에 출발 할 것이라며 미안해한다.  요즘 열대야가 심해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많은 판이라 누구라도 깜빡할 수 있겠다고 이해를 한다. 7시 30분이 다 되어 회장이란 분이 모습을 나타낸다. 40대 후반의 건장한 사나이다. 검은색 캪아래로 흰 머리카락이 몇 가닥 내비치고, 검정색 민소매 티셔츠를 걸쳐, 구릿빛 튼실한 어깨와 굵은 팔뚝이 시선을 끈다. 그윽한 눈길, 부드러운 태도가 탤런트 저리가라다.

 

7시 30분이 됐는데도 버스는 떠나지를 못하고 늦는 대원을 기다려, 7시 40분에야 비로소 출발한다. 산악회 요원 3명을 제외한,  참여자 수는 모두 12명, 그 중 8명이 아주머니들이다. 회장이 전화를 받는다. 잠실에 늦게 도착한 여자대원 한 사람이 전화를 한 모양이다. 회장은 제 3아파트 단지 부근에서 기다릴 터이니 빨리 택시를 타고 쫓아오라며 전화를 끊는다. 버스는 길가에 멈추고, 택시 타고 쫓아오는 여자대원을 15분 동안 기다린다.

 

버스가 모란시장 앞에 도착한다. 7,8명의 대원들이 오래 기다렸다고 불평을 하며 버스에 오른다. 역시 2/3가 아주머니들이다. 8시 35분, 버스가 동서울 톨게이트를 지나자, 탤런트 회장이 출발이 늦어져 미안하다고 간단히 인사를 한 후, 인터넷으로 예약한 단체손님 10여 명이 불참하는 바람에 가족적인 분위기의 산행을 하게 됐다며, 오늘의 설행코스를 설명한다. 들머리인 강원대학에서 육백산까지 약 1시간, 응봉산 왕복 40분에, 이끼폭포를 거쳐 하산하는데 약 4시간, 모두 합쳐 6시간 내외의 산행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9시 10분 경, 버스가 이천 휴게소에 도착하자, 산악회는 주차장 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식탁을 차려, 대원들에게 준비해온 아침식사를 제공한다. 선지를 넣고 끓인 해장국 맛이 그럴 듯하고, 반찬도 여러 가지를 준비하여, 아주머니들의 칭송이 자자하다. 이렇게 30여분 동안 아침식사를 마치고, 10시가 다 되어 버스가 고속도로로 들어서니, 이때는 이미 피서 나들이차량으로 고속도로의 정체가 심해 버스는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11시가 넘어 문막을 통과하고 원주를 지나서부터 다소 차량소통이 원활해진다. 1시가 다 되어 버스는 동해휴게소에 정차하고, 탤런트 회장은 대원들에게 화장실만 들렀다 빨리 돌아오라고 당부한다. 이윽고 버스는 다시 삼척으로 향한다. 회장이 마이크를 잡더니 현지 도착 예정시간이 너무 늦어 응봉산은 포기해야겠다며, 산행이 시작되면 부지런히 움직여 달라고 당부한다.

 

지금 상황으로 보면, 2시경에 산행을 시작하여, 응봉산을 포기하더라도 후미그룹의 하산시간은 해가진 8시 이후가 될 터인데, 랜턴준비를 했을 리가 없는 대원들을 데리고 어떻게 일몰 후 산행을 하겠다고 저렇게 한가한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이제 가능한 것은 전원이, 여자대원들을 위해 마련한 B코스, 즉 산행은 하지 않고 이끼폭포만을 구경하고 귀경하는 방법뿐이겠다.

 

1시 30분 경, 강원대학 삼척 제2 캠퍼스에 도착한다. 해발고도 900m 가까운 곳에 대학 캠퍼스가 있다는 것이 이채롭다. 수위 아저씨가 달려 나와 어떻게 왔느냐고 묻는 모양이다. 등반대장이 육백산을 등산하고 이끼폭포를 구경하러 서울서 왔다고 설명하니, 수위 양반이 수위실에서 공문을 들고 나와 보여준다. 작년 9월부터 이끼보호를 위해 등산객들의 이끼폭포 출입을 통제하고, 위반 시 범칙금을 물린다는 내용이다. 한동안은 이장 혼자서 통제를 하다보니 유야무야한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지금은 군에서 나온 공무원들이 이끼폭포의 출입구 양쪽을 모두 막고 있어 출입이 전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젊은 엄홍길 씨가 버스로 돌아와 상황을 설명하더니, 대원들에게 이끼폭포가 출입 통제된 사실 알고 있었느냐고 묻는다. 작년 9월부터 이끼폭포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사실은 나도 들어서 알고 있다. 1000m가 넘는 고지에 화전민들이 조밭 육백 마지기를 개간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인 데, 사진으로 보는 이끼폭포는 다른 여타 폭포와 달리 사뭇 이국적인 정취를 풍겨, 한 번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지만 하도 사람들이 몰린다는 소리에 차일피일 미루다가, 많은 사람들의 방문으로 이끼의 훼손이 심해지고, 보다 못한 삼척군에서 출입을 통제한다는 소식에 실망했던 기억이 새롭다.

 

탤런트 회장이 마이크를 달라더니 정중하게 사과를 하면서, 이제 이끼폭포를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육백산, 응봉산을 가는 것도 그러니, 가까운 두타산의 무릉계곡으로 이동하여 점심식사를 한 후, 잠시 바다구경을 하고, 서울로 올라가자고 제안을 한다. 서울에서 7시간 가까이 달려 내려와 등산도 못하고 고작 이끼폭포의 출입금지 사실만을 확인 한 꼴이 됐는데도 어찌된 일인지 화도 나지 않는다. 처음부터 진행상황이 예사롭지 않아 오늘 산행은 글렀다고 일찌감치 체념을 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3시가 다 되어, 버스는 천은사 일주문을 지나 공터에 정차한다. 그 유명한 무릉계곡에 물이 말랐다. 중부지방에는 지겹게 비가 내렸는데, 영동지방은 무척 가물었던 모양이다. 계곡 널찍한 그늘에 자리를 잡고, 산악회가 준비해온 음식으로 점심식사를 한다. 속 좋은 탤런트 회장은 유장하게 버너를 피우고 코펠에 불고기를 끓여 아주머니들에게 나눠주니 인기가 짱이다. 나는 산행할 때의 점심은 행동식으로 때운다. 밥을 가져가면 반찬과 국물이 있어야하니 짐이 많아지고 식사시간이 길어진다. 집사람이 떡집에서 떡을 사다, 한 끼 식사 분씩 비닐과 은박지로 싸서 냉동실에 얼렸다 준다. 점식식사를 하는 것을 봐도 나와 탤런트 회장은 영 궁합이 맞질 않는다.

 

서둘러 점심식사를 마치고 천은사 구경에 나선다. 아주머니 한 사람이 따라 오며 불평이 대단하다. 이끼폭포를 보겠다고 잔뜩 기대를 하고 나왔다가 사기를 당한기분이라며, 점심을 먹고 나면 4시가 넘을 터인데, 바로 서울로 가지를 않고, 무슨 얼어 죽을 바다구경이냐고 화를 낸다.

 

천은사로 이어지는 한적한 길가에 보호수로 지정된 고목들이 천은사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 싶다. 천은사는 신라 흥덕왕 4년(829)에 백련대(白蓮臺)로 창건되었고, 고려 충렬왕 때 이승휴가 간장암(看藏庵)을 지어 이곳에서 제왕운기를 저술한 곳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하지만 생각보다는 규모가 큰 절은 아니다. 1948년 화재로 소실됐다, 그 후 중창을 했기 때문인 모양이다. 커다란 북을 걸어 놓은 영월루가 시선을 끈다. 얼추 절 구경을 마치고 버스로 돌아와 일행들의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린다.

천은사 가는 길

이승휴 유허지 안내문

극락보전

영월루

 

4시가 넘어서야 식사가 끝나고 버스는 정동진의 등명해수욕장으로 향한다. 해수욕장에 도착하자 산악회는 해변 가에 자리를 펴고, 준비해온 족발에, 맥주, 소주 등을 풀어 놓는다. 이처럼 완벽한 먹거리 준비 앞에서 어찌 화를 낼 수가 있겠는가?

산에는 못 가도 바다가 즐거운 아주머니들

 

바닷가에 대원들을 풀어 놓았으니 6시 출발 예정시간이 지켜질 리가 없다. 총무가 전화를 거는 등 한 동안 소동이 벌어진 후, 6시 30분경에야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할 능력이 없으면서 일을 벌이면 여러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마련이다. 한데 이런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능력이 주어졌다는 사실에 묘한 신의 섭리가 느껴진다. 탤런트 회장, 엄홍길 씨를 닮은 대장, 귀엽게 생긴 총무, 그리고 선지해장국으로 아침을 준비하고, 점심때는 불고기를 대접을 하더니, 해변 에서는 족발에 맥주까지 주는데, 도무지 화를 낼 수가 없겠다.

 

빵빵하게 틀어주는 에어컨 덕에 시원한 버스 속에서 몇 차례 졸다, 깨다를 반복하다보니 어느덧 잠실이다. 버스에서 내리니 무지 덥다. 두 차례 지하철을 바꾸어 타고, 11시 경에야 집에 도착하고 나서, 비로소 화가 나기 시작하는 것은 또 무슨 조화인가?

 

(2010.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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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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