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왕산 정상
배바위
안전산악회의 안내로 창녕의 진산인 화왕산을 다녀왔다. 지난 2월 정월대보름날의 억새 태우기 축제에서 7명의 사망자와 80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참사가 일어났던 바로 그곳이다. 가을 억새와 봄의 진달래로 유명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막상 가서보니, 기암괴석들이 용립한 산세가 수려하고, 골이 깊어 명산의 요건을 두루 갖춘 멋진 산이다. 유명한 억새는 이 멋진 산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화왕산은 창녕의 동쪽에 거대한 장벽처럼 일어서 있다. 창녕에는 한국 최대의 자연 늪인 우포를 비롯해 읍내만 20개쯤의 늪지가 있다. 옛적에 창녕을 비사벌(比斯伐), 혹은 빛벌이라 불렀던 것은 이렇듯 곳곳에 늪지가 많아, 높은 데서 보면 거기에 반사된 햇살로 사방이 온통 찬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낙동강을 끼고 있고, 늪 많은 창녕은 그러기에 '메기가 하품만 해도 물이 넘친다.'는 우스갯말이 전할 정도였다. 불기운이 왕성하다는 뜻의 산 이름 화왕(火旺)은 창녕 지방의 이 유난스런 물 기운을 억누르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하산 후 옥천 주차장에서 본 화왕산
산 이름이 불 화자를 쓴 화왕이고, 정상 평원 가운데가 움푹하여 화왕산을 옛적에 화산이었을 것이라 지레 짐작하는 이가 많다. 그러나 화왕산 정상 평원은 장년기, 혹은 노년기 산지에서 간혹 나타나는 형상일 뿐이라고 한다.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윤성효 교수(46세)는 "마그마가 땅속에서 식으면 심성암, 지표로 드러나 식으면 화산암이 되는데, 화왕산은 전형적인 심성암의 일종인 화강암 지대"라면서 "다른 산악에 비해 침식을 유달리 심하게 받아서 지금과 같은 지형으로 남은 것일 뿐, 화왕산은 화산은 결코 아니다" 라고 밝힌다. (이상 관련자료 발췌)
화왕산 정상부위의 억새밭
2009년 10월 24일(토)
7시 경, 10분 후에 도착 예정인 산악회 버스를 기다리다, 자그마한 인공폭포와 아름다운 꽃들로 예쁘게 치장한 구청 앞 광장을 둘러본다.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주변의 나무들과 어우러져 무척 아름답다. 한순간 유럽의 어느 도시에 와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인공폭포
화단으로 꾸민 광장
예정시간 보다 조금 늦게 버스가 도착한다. 토요일이라 차 안에는 젊은이들이 많이 눈에 뜨인다. 내 옆자리에 앉은 친구는 30세도 안돼 보이는 청년이다. 마지막 경우지인 복정역을 지나자 버스 안에는 빈자리가 하나도 없다. 고속도로는 단풍나들이를 나선 차량들로 붐빈다. 차들이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버스 안이 조용하다. 시끄럽게 떠드는 뻔뻔한 아줌마들도 없고, 큰소리로 산행의 무용담을 자랑하는 노익장들도 없어 좋다. 내 옆의 젊은이는 편안한 자세로 깊게 잠들어 있다. 잠도 전염이 되는 모양이다. 나도 깜빡 잠속에 빠져든다. 2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버스는 망향 휴게소에 도착하여 주차장 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산악회가 미리 준비해온 음식으로 아침식탁을 차린다. 떡이나 김밥이 아닌, 밥과 국, 그리고 반찬이 따른 정식 메뉴다.
산행코스
11시 30분경, 버스는 남성주 휴게소에서 10분간 정차를 한 후, 창녕을 지나, 12시 19분, 산행들머리인 옥천식당 앞에 도착한다. 차에서 내려 옥천식당 건물을 카메라에 담고, 도로를 건너 담안마을로 들어선다. 오른쪽으로 화왕산 암봉들이 멋지게 올려다 보인다. 마을길을 걷는다. 이 마을의 연륜을 말해주는 커다란 느티나무와 고택이 눈길을 끈다.
산행들머리 옥천식당
동쪽으로 보이는 화왕산 암봉
느티나무와 고택
12시 23분, 학생수련원을 지난다. 운동장과 건물 뒤로 화왕산 암봉들이 여전히 준엄하다. 12시 26분, 표지기들의 안내로 왼쪽 산길로 들어선다. 잡목사이로 등산로가 완만하게 이어진다. 12시 32분, 묘3기가 모여 있는 가족묘를 지나고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 돌 많은 옥천계곡으로 들어선다. 계곡을 따라 등산로가 구불구불 이어진다.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표지기들의 안내로 몇 차례 물 없는 계곡을 건넌다.
가족묘
계곡길
이윽고 계곡을 버리고 왼쪽 암릉길로 들어선다. 경사가 급해진다. 1시 15분, T자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하고, 7분 후 갈림길을 만난다. 오른쪽 길은 685m봉을 우회하는 길이고, 왼쪽이 봉우리로 오르는 길이다. 왼쪽으로 들어서서 1시 28분, 685m 암봉에 올라 주위를 조망한다. 북쪽으로 가야할 능선과 723m봉, 동쪽으로 화왕산 암봉, 그리고 130도 방향으로 옥천리를 내려다본다.
양쪽에 표지기가 있는 갈림길, 오른쪽은 우회로
685m 암봉
가야할 능선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내려서고, 능선안부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모처럼 이어지는 평탄한 산책길을 걷는다. 1시 45분, 나뭇가지에 걸린 반가운 표지판을 본다. 희.준 님이 화왕지맥을 하면서 걸어놓은 723m봉 표지판이다. 9정맥을 하면서 자주 볼 수 있었던 희.준 님의 표지판을 오랜만에 이곳에서 다시 만나니 옛 친구를 만난 듯 무척 반갑다.
능선 산책길
723m봉
봉우리를 왼쪽으로 내려선다. 정면으로 가야할 전망바위와 753m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1시 50분, 전망바위에서 지나온 능선과 서남쪽으로 떨어지는 험준한 암벽 능선을 바라보고, 가야할 방향 오른쪽으로 멀리 배바위를 바라본다. 좁은 암릉길이 이어진다. 암릉길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시원하다.
전망바위
서쪽으로 떨어지는 험준한 암릉
지나온 능선
753m봉과 오른쪽 멀리 배바위
관룡산과 그 뒤의 암봉
2시 6분, 희.준 님의 표지판이 걸려있는 753m봉에 오른다. 정면으로 화왕산 정상과 배바위가 시야에 들어오고, 서쪽 장군바위 쪽으로 흐르는 능선이 힘차다. 봉우리를 내려서서 가볍게 암릉길을 오르내린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배바위가 가깝게 보인다.
화왕산 정상과 배바위
장군봉으로 이어지는 멋진 능선
암릉을 오르내리고
가까이 본 배바위
2시 23분, 이정표를 지나고, 전망바위에 서서 화왕산 정상과 배바위를 가까이 본 후, 서쪽으로 흐르는 장군봉 능선과 북서쪽의 삼형제 바위를 카메라에 담는다. 이어 산불감시초소를 지나고, 2시 34분, 배바위에 올라 주위를 둘러본다. 넓은 분지가 온통 억새밭이다. 장관이다.
장군봉 능선
삼형제바위
배바위 앞의 기암
배바위
배바위에서 본 억새밭과 정상
억새밭을 지나 정상으로 향한다. 사거리 공지의 간이매점에서 캔 맥주를 사서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한 후, 3시 1분, 정상석과 삼각점이 있는 화왕산 정상에 선다. 정상석 뒷면에는 ‘창녕의 氣像’ 이란 글자가 새겨져있다. 과연 화왕산은 웅혼한 기상을 느낄 수 있는 명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혼잡을 피해 서둘러 정상을 내려선다.
정상 가는 길
사거리 공터에서 뒤돌아 본 매바위
억새와 절벽
정상석
이제 앞에 보이는 동쪽 능선을 따라 봉우리 하나를 넘고, 동문을 거쳐, 관룡산을 넘은 후, 옥천매표소로 5시까지 하산하려면 서둘러야한다. 부드러운 억새밭 능선을 걸으며 주위를 둘러본다. 3시 14분, 이정표가 있는 동문 갈림길에서 오른쪽 동문으로 내려선다. 억새 너머로 배바위가 우뚝하다.
가야할 능선
뒤돌아 본 정상과 지나온 능선
용지
동문 갈림길 이정표
동문으로 내려서다 뒤돌아 본 지나온 억새밭
성벽 옆으로 등산로가 나 있고, 성벽보호를 위해 탐방로를 이용하라는 팻말이 곳곳에 세워져 있는데도 성벽 위를 걷는 딱한 젊은이들이 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60%이상은 우리가 선진화 됐다고 생각한다는데 저 딱한 젊은이들도 과연 그렇게 생각할까? 의문이다. 3시 21분, 이정표가 있는 동문에 내려서서 정상과 배바위를 올려다 보고 대문턱에 앉아 간식을 들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화왕성벽 위를 걷는 딱한 젊은이들
동문 앞 쉼터
동문
동문을 나서니 너른 임도가 이어진다. 3시 36분, 허준 세트장을 지나고, 이어서 만나는 일야봉산장 갈림길에서 직진한다. 3시 48분, 이정표, 화왕산 군립공원 안내도 등이 있는 삼거리에서 직진하여 관룡산으로 향한다. 완만한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4시 12분, 이정표가 있는 T자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1분 후, 나뭇가지에 정상팻말이 걸려있는 관룡산 정상(754m)에 오른다.
허준 세트장
관룡산 갈림길
이정표
정상
단풍이 곱게 물든 계단길을 서들러 내려서서 관룡사로 향하다, 전망바위에 서서 옥천리를 굽어보고 동북쪽으로 구룡산 방향의 암봉들을 카메라에 잡는다. 이윽고 저 아래에 용선대 석불이 내려다보인다. 4시 45분, 관룡사 0.4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용선대에 올라 잠시 석불을 구경한다.
관룡산 하산길
구룡산 암봉
용선대
이정표
용선대 석불
4시 59분, 관룡사에 내려서서 절 경내를 둘러보고 일주문을 지나 단풍이 곱게 물든 포장도로를 따라 내린다. 이어 주차장 화장실에 들러 땀을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5시 20분 경, 버스에 도착하여 배낭을 벗어 놓고 뒤풀이 장소로 끼어든다.
관룡사 대웅전
일주문
주차장 가는 길
대원들이 모두 하산하여 식사를 마치자, 5시 54분,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9.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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