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7일이 입추고, 일주일 후인 14일은 말복이다.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무덥다. 몸 컨디션도 좋지가 않다. 지난 목요일 어금니 발치(發齒)를 하고 났더니, 몸에 으슬으슬 한기가 드는 것이, 몸살을 앓는 기분이다.

 

2005년 8월 6일(토),

첫째 토요일은, 정맥산행을 하는 날이다. 지난번 다 마치지지 못한 금남호남 구간을 마무리하고, 새롭게 금남정맥을 시작한다. 집사람은 날씨도 덥고, 몸 상태도 안 좋으니 이번은 쉬라고 권한다. 가야하나, 가지 말아야하나? 갈등이 생긴다.

 

금요일 저녁, TV에서는 오늘 서울의 최고 기온이 34.2도라고 알려준다. 해가 떨어졌는데도 무지 덥다. 이런 더위 속에서 결정을 못하고 망설이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산이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아름다운 숲길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홀린 듯 주섬주섬 배낭을 챙긴다. 무더위로 무리라고 판단되면, 다 마치지 못한 금남호남정맥만을 마무리하고 모래재로 탈출하겠다고 집사람을 안심시킨다.

 

오늘의 산행 기록은 아래와 같다.
『(10:53) 오룡동 국도 도착-(10:54) 산행 시작-(11;15) 삼거리 도착-(11:51, 11:58) 622봉-(12:51) 641m봉-(13;00) 모래재 갈림길-(13;24) 세봉 임도-(13:33) 조약봉, 삼 정맥 분기점, 14:07 식사 후 출발-(15:12) 입봉-(15:37)안부-(15;43) 보령고개』, 도상 거리 약 10Km, 총 산행시간 4시간 50분(중식시간 약 30분포함)이 걸린 산행이다. 당초 산악회는 황조치 까지 산행하고, 하궁항으로 하산할 계획이었으나, 날씨가 무더워 보령고개에서 오늘 산행을 마감한다.

<오늘의 산행코스>


 

지난 4월 23일 시작한 금남호남 정맥을 마무리하고, 새롭게 금남정맥에 발을 딛는다. 관심 있는 분들이 참고하도록, 금남정맥에 관해 설명한 글을 아래에 퍼다 옮긴다.

 

"백두대간 장수 영취산에서 분기된 금남호남정맥이 북서쪽으로 63.4km를 뻗어가며, 무령고개, 장안산, 수분령, 신무산, 팔공산, 진안 성수산, 마이산, 부귀산을 솟구쳐 놓고, 완주의 주화산에서 호남정맥과 금남정맥으로 나뉜다.

 

산경표 상의 금남정맥은 북쪽으로 122.4km를 뻗어가면서 전북지역과 충남의 경계지역에 우뚝 솟아 있는 연석산, 주줄산(운장산) 서봉과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장군봉을 지나간다. 또한 싸리재 위 분기점에서 동북으로 뻗어가며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대둔산의 연봉들을 한바퀴 휘돌아서 나간다. 충남지역에는 백암산, 인대산, 바랑산, 월성봉, 계룡산을 지나게 된다. 이후로 정맥은 낮은 구릉의 형태로 부여의 금성산을 지나 부소산성의 낙화암 옆 조룡대에서 맥을 다한다.

산경표 상의 금남정맥은 또 각종 도로와 임도, 암반채취, 통신시설 등으로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이다. 1번 국도에서 음사리 음절마을까지의 1.4km구간은 정맥이 너무 낮아 도로와 주택, 그리고 아파트 등에 의하여 맥의 흐르는 모습을 찾기 힘들다. 또한 정맥을 개간하여 채소나 인삼 등을 경작하고 있는 곳도 많다.

 

금남정맥에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이치전투가 있다. 임진왜란 때 권율장군이 대승한 이 전투는 금남정맥의 험한 지형을 이용한 전투이다. 또한 함박봉 아래의 연산면 근처는 계백 장군과 김유신장군의 황산벌 전투가 있었던 장소이다. 천호산 아래 개태사는 왕건이 후삼국을 병합한 후 세운 유명한 절이며, 계룡산 남쪽의 신도안은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가 도읍으로 정하려 했던 장소이다. 부여의 낙화암에 이르면 백제의 멸망된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낙화암과 부소산성이 있다. 부여에는 수많은 유적이 남아있어서 역사의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게 한다. 금남정맥에서는 백제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

이러한 금남 정맥을 12구간으로 나누어 금년 말까지 완주할 계획이다.

 

서초 구민회관 앞 벤치에 앉아 버스를 기다린다. 앞가슴으로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오늘도 무척 덥다. 버스를 기다리는 대원들의 표정이 비장하게 느껴진다. 버스에 오른다. 냉방이 잘 된 버스 안은 시원하지만, 좌석은 절반 이상이 비어있다. 많은 대원들이 더위에 굴복한 모양이다.

 

고속도로 변의 논들이 짙푸르다. 시원한 버스 안에서 내다보는 우리의 산야가 무척이나 아름답고 평화롭다. 창 밖의 그림을 닮아, 마음이 평온해지며, 스르르 잠에 빠진다. 버스는 정안 휴게소에서 30분간 정차한 후, 9시 47분 서논산으로 진입, 10분 후 익산으로 내려서서, 799번 지방도로를 지나, 봉동에서 17번 국도로 갈아타고, 이윽고 26번 국도로 진입한다. 길가 냇가로 피서 나온 인파와 차량으로 정체가 심하다. 10시 53분 철탑이 보이는 들머리에 버스가 정차한다.

<냇가의 피서>

<오룡동 고개 도착>

도로 변에 무덤 3기가 놓여있고, 나뭇가지에 산행리본이 걸려 있다. 버스에서 내린 대원들이 서둘러 산행을 시작한다. 냉방이 잘 된 버스에서 내려서 그런지, 심하게 덥지는 않다. 하지만 도로를 버리고 무덤을 지나 풀이 무성한 등산로를 따라 오르니, 더운 지열이 후끈 올라오고, 경사가 심해지며, 온 몸이 금새 땀 투성이가 된다.

 

다시 무덤이 나타나고, 벌목 후 잔가지들이 방치된 지점에서 길이 갈린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벌목된 지점에서 서쪽 나뭇가지에 산행리본이 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완만한 오름세를 지나 넓은 공지가 나타나고, 등산로는 서북 방향으로 급격히 꺾여 숲 속으로 이어진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면서 오룡동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고도 500m지점에서 등산로는 서북으로 향하고...>


<오룡마을이 굽어 보인다.>

평탄한 참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전형적인 대간 길이다. 고향 길을 걷듯, 이 아름다운 길을 걷는다. 간간이 바람이 불어, 더위를 식혀준다. 이윽고 등산로는 622m봉을 향해 급경사 오르막을 오른다. 11시 51분, 삼각형 바위가 험상궂게 솟아 있는 봉우리 정상에 선다. 알맞게 그늘이 지고, 바람이 시원하다. 일행이 모여서 기념 사진을 찍고 과일을 먹으며 한차례 쉰다. 동쪽으로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오산 마을이 평화롭게 펼쳐있다.

<참나무 숲길>


<622m 봉>

11시 58분 622m봉을 내려선다. 급경사 암릉 길이다. 간간이 산죽 군락지가 이어진다. 이윽고 등산로는 안부에 이르고 길은 평탄해지지만, 날카로운 암릉길이 계속된다. 오른쪽 사면은 거의 절벽이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오산 마을이 더욱 뚜렷이 눈에 들어온다. 이윽고 암릉길은 다시 아름다운 참나무 숲길로 이어진다.

<뒤돌아 본 622봉>


<산으로 둘러싸인 오산마을>

641m봉을 오른다. 무척 빡센 오름 길이 10여분간 계속된다. 12시 51분 봉우리 위에 선다. 모래재 쪽에서 산을 파먹는 기계 음이 요란하다. 1시경 왼쪽으로 모래재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난다. 길은 다시 오르막으로 이어지고, 1시 14분, 봉우리 못 미쳐 왼쪽으로 산행리본이 어지럽게 걸려있는 삼거리에 이른다. 대원 한 사람이 쉬고 있다. 직진했다가 되돌아 내려, 쉬고 있다고 한다.

<641m 봉>

 

왼쪽 비탈길을 달려 내린다. 10분 후 세봉 임도에 내려서고, 1시 33분 삼 정맥 분기점 이정표가 서 있는 조약봉(565m)에 오른다. 금남호남정맥을 마무리하는 순간이다. 사진을 찍고, 3차대 후미 팀이 이곳에서 점심상을 차린다. 금남호남정맥 마무리를 맥주와 막걸리로 자축한다. 차련 대원이 울릉도에서 채취해 와 담근, 명이 나물이 인기다.

<삼 정맥 이정표>

<조약봉 분기점 표지판>


이제 갈 길은 2시간도 채 못된다. 서두를 이유가 하나도 없다. 과일도 먹고, 커피도 마신다. 30분이 후딱 지난다. 상을 물리고 출발 준비를 하는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번개가 번쩍이고, 천둥소리가 요란하다. 한 소나기 할 모양이다. 옷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었으니, 비를 맞은들 어떠랴? 배낭이 젖지 않도록 배낭 커버를 씌운다.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진다. 조약봉 분기점 팻말 앞에서 서둘러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카메라도 배낭 속에 넣어 비를 피한다.

 

빗방울이 굵어지며, 소나기가 쏟아진다. 대원들이 빗속을 뚫고, 북으로 금남정맥 길을 재촉한다. 비탈길을 내려선다. 비는 사람들을 흥분시킨다. 자칫 걸음이 빨라지고, 미끄러운 길에서 부상을 당하기 쉽다. 억수 같이 퍼붓는 빗속을 천천히 걷는다. 앞선 대원들은 이미 시야에서 멀어졌다.

 

비에 젖어 미끄러운 비탈길을 조심조심 내려선다. 비에 젖어 몸은 시원하지만 바지 가랑이를 타고 신발에 물이 들어 발이 젖는다. 발이 젖으니, 기분이 언짢다. 이윽고 안부에 내려서고. 길은 비탈길을 타고 오른다. 중턱쯤 이르렀을 때 소나기가 그치고 햇빛이 비친다. 약 20분간 더위를 식혀준 고마운 소나기다. 배낭에서 카메라를 꺼내, 비에 젖은 아름다운 숲길을 카메라에 담는다.

 

입봉으로 이어지는 급경사를 오른다. 3시 12분 입봉 정상에 선다. 잡초가 무성한 헬리포트다. 강한 햇볕이 사정없이 쏟아져 내린다. 나무에 가려 조망도 별로다. 좋은 길을 따라 서둘러 직진하면 알바를 하게된다. 보령고개로 내려서는 마루금은 왼쪽으로 이어진다. 산행리본이 유도함으로 주의 깊게 주위를 살피면 알바를 할 위험은 크지가 않다.

<황량한 입봉 정상>


비에 젖은 비탈길을 조심조심 내려선다. 3시 30분 경, 안부에 이르고, 나지막한 오름길에서 뒤돌아 입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나뭇가지에 가려 봉우리 끝만 겨우 잡힌다. 3시37분 철조망 펜스를 따라 임도를 걷는다. 오른쪽으로 차들이 지나는 국도가 보이지만, 내려 설 만 한 곳은 모두 나무로 차단해 놓았다. 할 일없이 철조망 펜스를 따라 내려선다. 눈 아래 보룡고개을 관통하는 26번 국도가 달린다. 앞에 길을 찾는 대원들이 모여있다. 3시 43분 도로에 올라선다.

<마루금은 목장 철조망을 따라 이어진다.>

<보령고개>


휴게소는 보령고개에서 왼쪽으로 내려선 지점에 있다. 휴게소에 도착하여 땀을 씻고 옷을 갈아입는다. 이윽고 버스는 모래재에서 출발, 피암목재까지 2구간을 한꺼번에 달린 대원 2사람을 픽업하기 위해 피암목재 쪽으로 향한다. 5시 경, 중도에서 이들을 태운 버스는 서울을 향한다. 해 질 무렵, 고속도로 변 서쪽 풍광이 그림같이 아름답다. 버스는 7시 58분 경, 톨게이트를 통과한다.

<황혼>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한 후 9시 뉴스를 본다. 오늘 서울의 최고 기온이 35도라고 한다. 8월 11일은 칠석이다. 시인은 막바지 더위를 어떻게 견디고 있나,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쓰르람
쓰르라민
가을의 SEX

 

카네이션 잎은
저렇듯 창창한데

칠석은 고사리 말린 순처럼
도르르 여름을 감아버린다.

 

마을 앞 포플러는
五線紙의 푸른 戀歌
리듬의 가을은 당신과 나의 季節

(안장현, 七夕에, )

 

이제 여러분들도 쓰르라미 소리를 들으면 SEX를 생각하고, 리듬의 가을을 생각하며, 더위를 잊을 수 있을 것이다.

 


(2005. 8. 7.)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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