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무주공산이 안내하는 호남정맥 당일산행이 설 연휴 등의 사유로 두 차례를 거른 후 40여일 만에 다시 재개된다. 입춘, 우수가 지나 계절은 틀림없이 봄인데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바람마저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한낮에도 영하를 훨씬 밑돈다. 하지만 구절재 도로변의 작은 밭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채소가 파릇파릇 자라고, 밭둑 주변에도 파란 기운이 완연하다.


2008년 2얼 23일(토)

오늘 코스는 『소래기재-왕자산(444.4m)-광산김씨 묘역-439m봉-구절재』로 정읍시 산내면을 지난다. 도상거리 약 7.2Km. 짧은 구간이다. 하지만 선두대장은 오늘의 산행개요를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오늘 코스는 급경사 오르막을 세 차례 올라야하고, 큰 봉우리 5개, 작은 것까지 합치면 모두 12개의 봉우리를 넘어야 하니 결코 만만한 코스가 아닙니다. 게다가 급 오르막, 내리막길에는 얼음위에 낙엽이 덮여있어 조심해야합니다.


방성골로 내려섰다가 밭두렁으로 이어지는 곳에서 길 찾기가 어렵고, ㄷ자 형태로 꺾어져 왕자산으로 이어지는 구간만 주의를 한다면 나머지는 어렵지 않으니, 표지기를 주의 깊게 살피며 진행하면 됩니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10) 소리개재-(10:13) 산행시작-(10;18) 능선진입-(10:24) 275m봉/묘-(10:26) 안부/정자나무-(10;28) 갈림길/알바-(10:47) 갈림길 회귀, 직진-(10:48) 좌, 90도/ 밭-(10:52) 송림-(10;55) 임도-(10:58) 숲으로 직진-(11;04) 가선대부의 묘-(11:23) 410m 분기봉, 우-(11;30) 사거리안부, 직진-(11;31) Y자, 우-(11:42~11:43) 왕자산-(11:50) 갈림길, 우-(11:53) 삼거리, 우 90도-(11:55) 임도, 우-(12:01) 고려태조 후손 묘-(12:02) 갈림길, 좌-(12:03) 안부/느티나무-(12;05~12:32) 묘역/중식-(12:35) 경주김씨 묘-(12:40) 공터 안부-(12:43) 광산김씨 묘역-(12:45) 밀양박씨 묘-(12;46) 정자나무/임도-(12:54) 능선, 왼쪽우회-(13:06) T자, 좌-(13:13) 460m봉, 우-(13:15) 갈림길, 좌-(13:21) 안부-(13;29) 능선안부/묘-(13;36) 날등길-(13:44) 전주이씨 묘-(13:47) 439m봉-(13:57) 통상대부 정씨 묘, 좌-(14:00) 안부-(14;05) 갈림길, 좌-(14;07) 임도-(14:09) 구절재』알바 19분, 중식 27분 포함, 총 3시간 56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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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내리니 바람이 거세다. 세찬 바람에 놀라, 조끼를 벗고, 방풍재킷으로 갈아입는 등 산행준비를 마친 대원들이 기러기 편대를 이루고 유유히 절개지를 오른다. 버스가 도착하자마자 벌어지는 선두질 다툼이 이곳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모두 여유가 있는 모습이다.

산행시작


밭을 지나 넓은 묘역에 이르러 뒤돌아 옥정호를 바라보고, 왼쪽으로 버스를 타고 지나온 715 지방도로를 굽어본다. 다시 밭을 지나고 능선으로 진입하여 눈앞에 보이는 봉우리로 향한다. 오른쪽으로 멀리 보이는 마을이 평화롭다.

묘역에서 뒤돌아 본 옥정호

715번 지방도로

밭둑을 지나 능선에 진입하여 봉우리로 향한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조망


10시 24분, 부령김씨 묘가 있는 275m봉을 지나고 울창한 송림을 통과한 후, 커다란 정자나무가 있는 안부를 거쳐, 10시 28분, 갈림길인 무덤 3기가 있는 묘역에 선다. 정면으로 봉우리 하나가 우뚝한데, 직진하여 그 봉우리로 향하던 선두그룹이 알바라고 소리치며, 밭을 건너 우측능선으로 향하고 있다.

275m봉의 묘

정자나무가 있는 안부

앞의 봉우리로 향하다 밭을 건너 오른쪽 능선으로 향하는 선두그룹


이를 본 후미그룹은 아무 의심도 없이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묘를 지나고 숲으로 들어서니, 표지기도 보인다. 헌데 등산로가 이어지는 방향이 이상하다. 마루금은 서쪽인데 북으로 향하고 있지 않은가? 멈춰 서서 지도를 확인하는데 앞섰던 대원들이 되돌아온다. 함께 되돌아서서, 10시 47분, 묘 3기가 있는 갈림길로 회귀하여 직진하고, 바로 왼쪽으로 90도 꺾어, 밭을 가로질러 마루금을 이어간다. 약 19분 동안 알바를 한 것이다.

갈림길로 회귀하여 직진하다 왼쪽으로 굽어 밭을 건너는 대원들


10시 52분, 표지기가 걸려 있는 숲으로 들어서고, 임도를 만나 잠시 이를 따르다가, 하얀 통 같은 구조물이 있는 곳에서 직진하여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앞서 알바를 시작한 묘역 갈림길에서 이곳까지 길 찾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방향을 확인하고, 표지기들을 주의 깊게 살펴야한다.

표지기가 보이는 숲으로 들어서고,

임도를 걷다 구조물 있는 곳에서 직진한다.

숲으로 들어서기 전 뒤돌아 본 방성골 마을


울창한 소나무 사이로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앞선 사람의 근육질의 벗은 다리에서 넘치는 건강미를 느끼고, 이미 겨울이 지나갔음을 깨닫는다. 11시 4분, 가선대부 도강(道康) 김씨의 합장묘를 지나고 11시 23분, 묘 1기가 있는 410m 분기봉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이어 급경사 내리막을 달려 내리며 정면으로 왕자산을 보고, 11시 27분 안부에 내려선다. 왼쪽으로 아래보리밭 마을에서 올라오는 길이 뚜렷하다.

앞선 사람의 근육질 다리에서 이미 겨울이 지나갔음을 느낀다.

정면으로 보이는 왕자산


11시 40분, 사거리 갈림길에서 직진하고, 1분 후, Y자 갈림길에서 표지기를 따라 오른쪽으로 진행하면서 100도 방향의 멋진 조망을 카메라에 담은 후, 11시 43분, 바람이 거센 왕자산 정상(444.4m)에 오른다. 삼각점<갈담 435, 1991 복구>과 정상 표지판이 보인다. 정상에서 내려서자 묘 1기가 눈을 하얗게 쓰고 있고, 다시 묘 2기를 지나 거친 넝쿨 덤불을 헤치며 진행한다.

왕자산에 오르다 본 100도 방향의 조망


 

왕자산 정상

정상 표지판

넝쿨지대


11시 50분,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고, 3분 후, 안부 삼거리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90도 꺾어내려, 임도로 내려선 후, 바로 오른쪽 잡목 숲으로 들어선다. 독도가 어려운 곳이다. 표지기들을 잘 살피며 진행하여야 한다. 소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왼쪽에 보이는 고려태조 후손의 쌍 묘를 지나고 산판길 같이 뚜렷한 길을 지나 임도로 내려서서,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는 안부로 향한다.

잡목 숲 안부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90도 꺾고

송림으로 들어서서 고려태조 후손의 쌍 묘를 지난다.

느티나무가 있는 안부


임도는 안부에서 왼쪽으로 굽어지고, 직진하여 4기의 묘가 있는 너른 묘역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며 북동쪽으로 보이는 조망을 카메라에 담는데, 안부에 도착한 송 선배가 쉬었다 가자며 부른다. 이윽고 송 선배 일행이 도착하고, 송 선배의 소개로 이들과 인사를 나눈다. 모두들 건장하고 씩씩한 분들이다. 그 중 홍일점 한 분은 알고 보니 산정산악회 백두대간 동창이다. 여자 분은 송 선배와 같은 1기생이라고 하니, 3기생인 나는 졸지에 대선배 두 분을 모시 영광을 누린다.

묘역에서 본 80도 방향의 조망


이분들이 봉분을 바람막이로 등지고 앉아, 점심상을 펼치는데, 그야 말로 성찬이다. 상추, 실파, 미역, 초고추장, 과메기, 삶은 문어, 말린 명태 등의 안주에 페트병 소주....마치 왕자산에 횟집을 옮겨놓은 것 같은 분위기다. 알고 보니, 서초동 부산횟집 사장님이 마련한 점심상이라고 한다.

왕자산 횟집


소주잔이 돌고, 횟집 사장님이 상추에 미역, 파 등을 얹어 싸준 과메기 안주가 전달된다. 서울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과메기 맛이 일품이다. 염치 불구하고 한 쌈을 더 얻어먹는다. 송 선배도 "문어야, 오랜만이다."라며 반긴다.

과메기 쌈을 싸느라 분주한 부산횟집 사장님


30분 가까운 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세상에.... 맥꾼들이 이런 점심을 즐기다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풍경이다. 이제까지 맥꾼들의 점심시간은 길어야 10분이고, 그것도 아까운 사람들은 초코파이를 씹으며 뛰지 않았던가? 최근에 웰빙산행이 유행이라더니 대간이나 정맥산행 같은 목적산행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모양이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12시 32분, 송 선배와 함께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울창한 송림사이로 완만하게 이어지는 등산로를 산책하듯 유장하게 걷는다. 12시 35분, 경주김씨 묘를 지나고 왼쪽으로 내려서면서 정면으로 가야할 능선을 본다. 이어 너른 공터 안부에 내려서서 왼쪽으로 보이는 묘를 향해 진행한다. 12시 43분, 잘 손질된 광산김씨 묘역에서 왼쪽으로 두래실골을 바라보고, 밀양박씨 묘를 지나, 커다란 정자나무가 있는 안부에 내려서서 임도를 따라 오른다.

울창한 송림 사이를 산책하듯 걷고,

비탈길를 내려서며 가야할 능선을 본다.

너른 공터 안부

광산김씨 묘역

묘역에서 본 두래실골

정자나무


임도 왼쪽 양지바른 묘역에서 대원들이 쉬고 있다. 일부대원들은 누워서 잠시 오수를 즐기는 모양이다. 삶과 죽음은 한 몸이다. 동전의 앞뒤와 같은 것이다. 생과 사가 공존하는 모습,... 한 없이 평화롭고, 여유가 있어 보인다. 12시 54분, 임도를 버리고 사면(斜面) 길로 들어서기 전에, 240도 방향으로 두래실골 너머 먼 산을 본다. 방향이나 산의 크기로 보아 내장산이 틀림없다고 짐작한다.

생과 사가 공존하는 평화로운 광경

두래실골 너머로 멀리 모습을 보이는 내장산


비탈길을 내려오면서 보았던 가야할 능선의 제일 오른쪽 봉우리를 왼쪽으로 우회한다. 1시 6분, T자 능선에 이르러, 왼쪽으로 진행하고 이어 가파른 오르막을 미끄러지며 힘겹게 오른다. 1시 13분, 460m 능선분기봉에 올라, 오른쪽 완만한 능선으로 진행하고, 2분 후, 묘 1기가 있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급히 꺾어, 가파른 잡목 숲을 달려 내린다.

묘가 있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내려선다.


1시 21분, 안부에 내려서서 소실군 마을을 굽어보고, 넘어야 할 마지막 봉우리 439m봉을 우러른다. 이제 저 봉우리를 넘으면 구절재다. 주위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걷는다. 순식간에 송 선배를 비롯한 대원들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홀로 처진다. 된 비알을 치고 오른다. 1시 29분, 묘가 있는 능선 안부에서 가야할 봉우리를 바라보고, 뒤돌아 지나온 봉우리를 카메라에 담는다. 1시 36분, 바람이 강한 날등길을 걷고, 안부를 지나, 마지막 된비알을 오른다. 낙엽아래 얼음이 깔려 몹시 미끄럽다.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옮긴다. 1시 44분, 전주이씨 묘가 있는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하고, 1시 47분, 바람이 거세게 부는 439m봉에서 오른쪽으로 시산리 넓은 들을 굽어본다.

소실군마을

눈앞의 439m봉

왼쪽 봉우리가 지나온 능선 분기봉이다.

능선 위의 전주이씨 묘

439m봉 정상

시산리 방향


황량한 비탈길을 달려 내린다. 1시 57분, 통상대부 정공의 묘에 이르러, 길을 잃는다. 주의 깊게 주위를 둘러본다. 묘 왼쪽 사면길로 발자국들이 보인다. 급한 내리막을 지나고, 안부를 거쳐 등산로는 오른쪽 송림으로 들어선다. 왼쪽으로 버스가 내려다보이는데 등산로는 정면의 작은 봉우리를 향해 똑바로 이어진다.

묘 왼쪽의 사면길로 들어서고


2시 5분, 작은 봉우리 위, 갈림길에서 왼쪽 사면으로 진행한다. 2분 후 임도에 내려서고, 임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2시 9분, 30번국도가 지나가는 구절재에 이른다. 이어 도로를 왼쪽으로 따라내려, 2분 후, 도로변에 정차해 있는 버스에 도착한다.

작은 봉에 올라 갈림길에서 표지기를 따라 왼쪽으로 내려서고

구절재

하산 완료


버스에 배낭을 내려놓고, 뒤풀이 장소인 마른 논바닥으로 내려와 막걸리를 마시며 대원들과 어울린다. 이윽고 대원들이 모두 하산하고, 돼지갈비를 넣고 끓인 찌개에 밥을 말아 모두 둘러 앉아 식사를 한다. 대장님과 부대장님이 대원들에게 소주잔을 권하며 노고(勞苦)를 위로한다. 식사를 마치고 뒷정리가 모두 끝나자, 버스는 3시 17분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뒤풀이- 장군님 사진


귀로(歸路). 버스가 천안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한다. 누군가가 아이스크림 턱을 내는 모양이다. 부회장님이 대원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돌린다. 앞좌석에 모여 앉은 고모들 사이에서 간간이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가 차안을 밝게 한다. 마이크를 잡은 부회장님이 "기분 좋은날!, 양재에서 한방 쏘겠다."며 대원들을 유혹하자, 장군님이 부창부수(婦唱夫隨)로 흥을 돋운다. 버스는 전용도로를 거침없이 달려 양재로 향한다.


(2008. 2. 24.)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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