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의 준봉들이 모두 모였다.
산정산악회 백두대간 종주 3차대 산행모임의 이름이 이사회(二四會)로 결정되었다. 매월 2번째, 4번째 토요일의 정기산행을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취지다. 12월 10일, 둘째 토요일, 이사회의 산행지는 도봉산의 여성봉이다. 4~5시간 정도 가볍게 산행을 한 후, 6시에 용두동에서 송년 모임을 갖기로 한 것이다.
10시가 넘어 의정부역에 모인 대원수는 모두 19명. 1차대의 박수복 회장, 2차대의 고래 대장이 특별히 시간을 내어 참여하고, 3차대 선두대장이었던 김동근 대장과 마가목 주로 우리를 즐겁게 해준 동성(東城) 대원이 오랜만에 자리를 함께해서 더욱 즐겁다. 그 외에도 심산(深山) 대원, 여원(如園) 대원이 새로운 식구로 참여한다. 산이 좋아 모인 사람들, 언제 만나도 부담이 없어, 마냥 반갑고 즐겁기만 하다.
예정된 인원이 모두 모이자, 일행은 버스를 타고, 송추로 이동한다. 주말이면 계절에 관계없이 항상 등산객들로 붐비는 도봉산이지만, 송추 남능선을 통해 여성봉으로 오르는 길은 비교적 한적한 코스로 알려진 곳이다.
11시 10분 경, 오봉매표소에 도착하니, 여자 관리인이 나와서 깐깐하게 경노 우대증을 확인하자고 한다. 하지만 떼를 쓰는 사람에게는 못 당하는 법, 6 사람이 공짜로 입산한다.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적당히 구실을 대고, 공짜로 매표소를 통과하는 이들에게는 그 옛날, 악동(惡童)의 모습들이 아직도 역연하다
오봉 매표소
매표소에서 여성봉 까지는 2.1Km, 오봉까지는 3.3Km의 거리다. 능선이 크게 가파르지 않고, 험하지도 않아, 힘들이지 않고, 한적한 산행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코스다. 등산로가 북쪽 사면으로 나 있어, 오르는 산 사면이나, 등산로에는 지난 주말에 내린 눈이 녹지를 않아, 눈 위를 스쳐 부는 바람이 차갑고, 설경이 제법 그럴듯하다.
매표소 옆 이정표
눈이 남아 있는 등산로-짹 대원 사진
눈 덮인 길이 다소 미끄럽기는 하지만, 아이젠을 착용해야 할 정도는 아니다. 30여 분쯤 걸어, 작은 전망 바위에 선다. 바로 눈앞 이름 모를 봉우리의 설경이 아름답다. 북동쪽으로 사패산이 가깝고, 오늘은 시계가 좋아 그 너머로, 장흥유원지와 그 뒷산이 뚜렷하다. 남서쪽으로 시커먼 상장능선과 우이능선 뒤로 백운대와 인수봉이 머리를 내 밀고 있다. 북서쪽으로 노고산이 가까이 보인다.
전망바위에서본 눈 덮인 봉우리-우정 대원 사진
장흥 유원지와 칠봉
사패산
전망대를 지나면, 암릉길이 이어진다. 암릉길은 다져진 눈과 흩뿌려진 눈가루로 미끄럽다. 한적한 코스라고는 하지만 역시 주말의 도봉산이라, 여성봉으로 오르는 등산객들이 제법 있고, 마주 내려오는 등산객들과도 자주 만나게 되자, 자연스럽게 행보가 늦어진다. 오늘은 바쁠 것이 없는 산행이라 모든 대원들이 여유 있게 서둘지 않고 오른다. 하지만 항상 선두를 달리는 것이 몸에 밴 박수복 회장과 김동근 대장은 이미 오래 전에 우리들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12시 5분 경, 여성봉에 도착한다. 겨울이라 사실감(事實感) 이 많이 떨어지지만, 처음 여성봉을 보는 여자대원들은 신기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민망해 한다. 안쪽 허벅지를 딛고, 여성봉 정상의 암봉으로 오른다. 이곳에서의 조망이 훌륭하다. 바로 눈앞에 오봉 전체 모양이 보이고, 남서쪽으로 상장능선을 너머, 인수봉과 백운대가 뚜렷하다.
여성봉 이정표
아래서 올려 본 여성봉
위에서 내려 본 여성봉(펌)
여성봉 정상
여성봉에서 본 오봉
12시 45분 경 오봉에 오른다. 오봉에는 등산객들로 만원이다. 오봉과 백운대, 칼바위를 카메라에 담고, 등산객들로 붐비는 도봉 주능선을 피해, 거북골로 내려서서, 샘터 너른 공지에 모여 점심식사를 한다.
첫번째봉에서 내려다 본 오봉
거북골로 내려서다 잡은 오봉 파노라마
오봉에서 본 칼바위
오봉에서 본 북한산
점심식사를 마친 후 1000회 이상 도봉산을 오른 화봉(和峰) 고문의 안내로, 인적이 드믄 등산로를 택해 관음암 쪽으로 향한다. 인적이 없는 눈 덮인 산 사면을 거슬러 올라, 주능선에 이르고, 이곳에서, 용어천 계곡으로 하산하는 코스다.
눈 쌓인 산사면을 거슬러 오르고..
현재 위치와 용어천 계곡, 성도암을 거쳐, 도봉 매표소로
도봉 주능선에서 내려서면서 밀집한 아파트 단지 너머로 불암산을 조망하고, 눈 쌓인 도봉 주능선 끝에 우뚝 솟은 우이암과 그 너머로 북한산의 힘찬 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거대한 기암이 등산로를 막아서고. 이 기암을 우회하여 전망바위 위에 선다. 왼쪽으로 칼바위, 주봉, 뜀바위, 신선대, 자운봉, 만장봉, 신선봉이 줄줄이 서 있고, 신선봉 뒤로는 눈 덮인 수락산이 가깝다. 가히 장관이다.
불암산
우이암
길을 막는 괴암을 우회하는 대원들-짹 대원 사진
보문능선에서도 이와 비슷한 각도에서 도봉산의 빼어난 암봉들을 한 눈에 볼 수 있지만, 이처럼 가까이 볼 수 있는 곳은 이곳밖에 없다. 나뭇가지 사이로 멀리 관음암이 보인다. 모든 대원들이 눈앞의 조망에 압도되어, 이곳 조망이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라고 입을 모은다.
도봉의 준봉들-왼쪽부터 주봉, 뜀바위,신선대, 자운봉, 만장봉, 선인봉
수락산
3시 21분 경, 은주봉 이정표를 지나고. <도봉매표소 2460m, 만장봉 850m>, 다시 좋은 위치에서 칼바위를 당겨 카메라에 담는다. 3시 41분, 성불사로 이어지는, 겨울 분위기가 완연한, 삼거리다리를 지난다.
칼바위와 주봉
삼거리교
4시경, 조 고문의 귀띔으로, 공원 입구, 커다란 북한산 국립공원 돌 표지 왼쪽에, 우암 송시열 선생의 친필 글씨로, "도봉동문"이라고 음각한 암괴를 카메라에 담고, 공원을 빠져나와 간단히 하산주를 하기로 한 서울 식당으로 향한다.
도봉동문
식당에 들어서니, 박 회장과 김 대장이 소주잔을 기우리고 있고, 몸이 안 좋아, 산행에는 참여하지 못하고, 식당에서 기다리던 김기홍 부회장이 반갑게 맞이한다.
(2005.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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