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여명 희생자 낸 참사 원인… 청해진해운과 선원에 있는데 촛불 세력은 反정부에만 초점. 집회 참가자 수 점점 줄어들고 '여당 심판' 선동 안 먹히는 건 거짓 주장에 국민들 등 돌린 탓
세월호 참사 60일째를 맞던 지난 토요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제5차 촛불 집회가 열렸다. 참가자 수를 주최 측은 3000명, 경찰은 1200명이라고 각각 추산했다. 주최 측인 '세월호국민대책회의'는 8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됐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5차 집회엔 소속 단체별로 2~3명씩 참가했다는 얘기다. 촛불 집회를 부지런히 쫓아다니는 친야(親野) 매체의 보도를 보면 5월 17일 첫 집회 때 참가자 수가 5만명(경찰 1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24일 집회 3만명(경찰 8000명), 31일 집회 2만명(경찰 3000명), 6월 7일 집회 5000명(경찰 2500명)이었다. 매주 규모가 절반 가까이씩 줄어들면서 다섯 번째 만에 10분의 1 이하 규모로 사그라졌다.
촛불을 든 사람들은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해 모였다고 했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의 성격 규정은 이미 끝내 놓은 상태였다. 집회장 곳곳에 '세월호 참사. 사고가 아니다. 학살이다'라는 팻말이 자리 잡았다. 5월 17일 집회 때 단상에 오른 신학대학생은 "학살자가 누구냐. 바로 박근혜"라면서 "성경은 사랑하라고 가르치지만 난 박근혜와 같은 천국에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세월호는 승객보다 화물의 안전을 앞세운 청해진해운의 비리·부실 경영이 사고 원인을 제공했다. 단순 사고로 멈출 일을 참사(慘事) 수준으로 키운 것은 승객들의 발목을 묶고 자기들끼리 탈출한 선장·선원의 파렴치였다. 승객 300여명이 목숨을 잃게 된 책임의 90%가 그 두 가지에 있었다. 하지만 촛불 집회에서 유병언 선주(船主)나 이준석 선장(船長)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온통 '박근혜가 살인자다' '박근혜도 조사하라' '박근혜는 물러나라' '박근혜를 끌어내라'는 구호뿐이었다.
전교조가 홈페이지에 올린 세월호 추모 영상엔 "어쩌면 너희들은 머리와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수장되었다가 처참한 시신으로 마산 중앙부두에 떠오른 열일곱 김주열인지도 몰라. 어쩌면 너희들은 치안본부 대공수사단 남영동 분실에서 물고문으로 죽어간 박종철인지도 몰라"라는 대목이 나온다. 세월호에서 숨진 단원고 학생들을 독재정권 폭력의 희생자들과 동일시한 것이다. 박근혜 정권을 1950년대 이승만 정권, 1980년대 전두환 정권에 빗대면서 4·19혁명, 6·10항쟁 같은 국민적 항거를 촉구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촛불 집회 때마다 "청와대로 가자"고 앞장서는 무리들이 있었지만 호응은 미미했다. "KBS 보도국장이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와 비교했다"는 논란이 일었을 때, 그래서 5월 9일 세월호 유족들이 청와대를 향했을 때 시위꾼들은 모처럼 기회를 잡은 양 흥분했다. 이들은 "분노해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부추겼지만 유족들은 "우리는 정치 시위하러 온 게 아니다"며 꿈쩍하지 않았다. 마이크를 잡은 민변 변호사는 "여러분처럼 조용한 사람들은 처음이다. 그래서 안타깝다"고 답답해했다.
지방선거 직전인 5월 31일 안산 촛불 추모제에서 민노총 관계자는 "안산 시민 여러분, 6월 4일 선거에서 아이들을 한 명도 구하지 못한 정부와 집권 여당엔 한 표도 주지 말라"고 했다. 그의 호소는 얼마나 먹혀들었을까. 단원고가 소재한 안산 단원구의 투표율은 47.8%로 전국 평균 56.8%보다 9%포인트 낮았다. 안산시장 선거에서 단원구는 야당 후보에게 4만7480표(39.23%), 여당 후보에게 4만5552표(37.64%)를 줬다. 역대 선거에서 야당이 강세였던 지역치고는 초접전 양상이었다. 단원구 주민들이 세월호 참사가 정말 박근혜 정권의 학살이라고 믿었다면 훨씬 큰 표차로 승부가 갈렸을 것이다.
촛불 세력은 국민적 슬픔을 반(反)정부 에너지로 전환시키려 안간힘을 썼다. 서울시장 여당 후보였던 정몽준 의원 아들의 '미개한 국민' 논란을 상기시키며 분노를 촉발시키는가 하면, 정부를 욕하고 비난하지 않으면 '바보 같은 국민'이라고 여론몰이도 했다. 촛불 집회 연사로 나선 세칭 '인권 운동가'는 "세월호 한 달 두 달이 지나고 월드컵에 미쳐서, 정치 놀음에 미쳐서 세월호를 잊어버리는 바보 같은 국민, 바보 같은 시민이 되겠느냐. 그래서는 안 된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한 달 두 달이 지나고 월드컵이 시작됐지만 국민들은 담담하기만 하다. 세월호를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치 놀음에 미치지도 않았다. 또한 국민들은 "세월호는 학살"이라는 촛불 세력의 억지 주장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국민들은 미개하지도 않고, 바보도 아니다.
김창균 부국장 겸 사회부장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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