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현장에 '물대포'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60년대 미국에서다. 베트남전 반대, 흑인 인권 운동으로 시위·폭동이 자주 일어나던 때였다. 불을 끄는 도구인 소방 호수가 총기·최루탄·진압봉보다 시위대에 덜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이유로 시위 진압 장비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2000년대 중반부터 시위 진압용으로 본격 사용되고 있다.

 

▶물대포를 싣고 다니는 경찰 살수차는 보통 8.5t 트럭을 개조해 만든다. 살수차에는 4t 규모의 물탱크가 있고, 물대포가 2~3개 장착된다. 4t의 물은 시위 현장에서 3분 정도면 바닥난다고 한다. 물대포는 1㎠당 15㎏ 압력(15bar) 이내로 사용하도록 규정돼 있다. 현재 전국 경찰에 19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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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시위에서 농민 백남기씨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은 뒤 쓰러졌다. 그는 317일을 혼수상태로 있다가 지난달 말 사망했다. 당시 시위대는 쇠파이프와 각목·횃불을 휘두르고 경찰차를 뒤집으려 했다. "경찰이 사람을 향해 바로 쏴서는 안 되는 물대포를 직사(直射)했다"고 노동계 등은 주장한다. 백씨 사망 이후 사인(死因)이 뇌출혈로 인한 외인사(外因死)인지, 급성신부전증으로 인한 병사(病死)인지 논란이 분분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5일 언론 인터뷰에서 "데모 진압에 (서울시) 물을 쓰는 것을 용납하기 힘들다. 소화전 물은 화재 진압을 위해 써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살수차는 그동안 서울시 산하기관인 소방재난본부로부터 물을 공급받았는데, 시장 직권으로 물을 못 쓰게 하겠다는 것이다. 박 시장 말대로라면 경찰은 앞으로 경기도나 인천시 등 다른 시도 소방재난본부에서 살수차 물을 채워야 한다.

 

▶경찰은 물대포를 사용할 경우 안전 지침을 잘 지켜야 한다. 예를 들어 '근거리 직사를 피하도록 한다' 같은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서울시장이 시위 진압용 살수차에 물을 끊겠다면 폭력 시위는 뭐로 막겠다는 것인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1000만 서울 시민 전체의 안전을 생각해야 할 시장의 입장이라면 폭력 시위로 인해 도심이 마비되고 무법천지가 된 데 대해 먼저 따끔한 지적이 있었어야 했다. 현재 불법 폭력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사용할 수 있는 진압 장비는 물대포 이외에 캡사이신 분사기(최루액), 방패와 진압봉 등이 있다. 최루탄은 1999년 이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만약 물대포 대신 진압봉을 사용하게 되면 시위대와 경찰 간 육탄전이 발생해 많은 희생자가 더 나올 수 있다. 아무리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인이라 해도 신중하고 책임 있는 발언이 아쉽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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