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와 같은 일정으로 심산과 함께 낙남정맥 마루금 타기를 이어간다.
- 2008년 12월 30일 : 버드내재-쌀재고개, 도상거리 약 12Km
- 2008년 12월 31일 : 쌀재고개-송정고개, 도상거리 약 9Km
2008년 12월 30일(화).
2008년이 이제 이틀이 남았다. 산에 푹 빠진 두 늙은이가 마지막 남은 이틀도 산에서 보내기로 하고,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6시 30분 발, 마산행 버스에 오른다. 요금은 27,800원, 소요시간은 약 4시간 10분이다.
10시 35분, 버스는 마산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터미널을 나와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기사에게 기사식당을 물어, 가까운 식당으로 들어선다. '돼지국밥' 서울에서는 낯선 음식이지만 남해 쪽으로 여행을 하면서 자주 보았던 터라 주문을 해 본다. 한마디로 돼지고기 국에 밥을 말은 것이다. 새우젓으로 간을 한다. 익숙하지 않은 음식이라 역시 입맛이 당기질 않는다.
식당을 나와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에 올라, 진북면 학동으로 가자고 하니 알아듣지를 못한다. 지도를 보여주며, 79번, 2번 국도를 타고가다, 지산에서 1021번 지방도로를 따라 오르라고 하니, 마뜩치 않은 얼굴로 출발한다. 오늘 하산하는 쌀재고개, 숙박할 곳 등 물어보고 싶은 말이 많은데 무뚝뚝한 기사양반을 만나고 보니 물을 엄두가 나질 않는다.
포장도로가 끝나고, 시멘트도로를 따라올라, 11시 43분, 구원사 입구에서 차를 세운다. 미터요금 21,200원, 22,000원을 주고 내리려니, 시멘트도로를 올라왔으니, 조금 더 달란다. 25,000원을 주고 내린다.
구원사 입구
11시 45분, 산행준비를 마치고, 오른쪽 비포장도로를 따라 버드내고개로 향한다. 다소 쌀쌀하게 느껴지는 맑은 겨울날씨다. 북서풍이 인다. 오늘 산행코스는『버드내재-대부산(649.2m)-한치재(150m)-광려산(720.1m)-대산(717m)-쌀재고개(320m)』로 도상거리는 약 12Km이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43) 구원사 입구-(11:45) 산행시작-(12:08) 버드내재-(12:12) 봉, 약 400-(12:20) 임도 버리고 왼쪽 숲-(12:21) 임도 3거리, 우-(12:31) 임도 3거리, 좌-(912:35) 갈림길, 좌-(12:52) 능서분기, 좌-(13:11) 대부산 정상-(13:19) 이정표/봉화산 갈림길-(13:40) 이정표/봉곡 갈림길-(13:48) 335m봉-(13:59) 한치재-(14:00~14:12) 한치식당/휴식-(15:17) 이정표/내곡마을 갈림길-(15:28~15:30) 삿갓봉-(15;49~15:50) 광려산 정상-(16:00) 이정표/광선사 갈림길-(16:07) 657m봉-(16:13) 암봉, 왼쪽우회-(16:17) Y자, 우-(16:29) 능선 왼쪽우회-(16:37) 봉, 약 560-(16:38) 갈림길, 직진-(16;49) 묘-(17:13~17:14) 대산 정상-(17;20~17:21) 광산 정상-917;30) 암봉, 왼쪽우회-(17;33) 608m봉, 우-(17:38) 안부-(17:45) 위바람재-(17:7~17:51) 570.5m봉-(18:17) 바람재-(18:33) 447m봉-(18;53) 쌀재고개』들머리 23분, 휴식 약 12분포함, 총 7시간 8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구불구불 이어지는 비포장도로를 약 23분 정도 따라 올라, 12시 8분, 낮 익은 버드내재에 도착하여, 오른쪽 등산로로 들어선다. 어린 소나무 사이로 등산로가 가파르게 이어진다, 12시 12분, 봉우리 하나를 넘고, 부드러운 산판길을 걷는다. 왼쪽 낙옆송 조림지역을 통과하는 바람소리가 파도소리 같다.
버드내재
부드러운 산판길
12시 20분, 임도를 버리고 왼쪽 숲으로 들어서자, 정면으로 평지산 분기봉으로 이어지는 산길이 뚜렷하다. 1분 후, 임도 삼거리에 내려서서, 오른쪽의 임도를 따라 진행한다. 완만한 오르막 임도를 따라 걸으며 뒤돌라 여항산에서 서북산으로 이어지는 웅장한 능선을 바라보고, 산골짜기 사이에 펼쳐진 아름다운 주동리 마을을 굽어본다.
평지산 분기봉과 평지산(우)
여항산에서 서북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주동리 마을
12시 31분, 임도 삼거리에서 왼쪽 오르막 임도로 들어선다. 완만한 오르막길을 올라, 12시 35분,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오르막길이 점차 가팔라진다. 오른쪽으로 평지산이 가깝고, 산 끝자락 뒤로 바다가 보인다. 12시 52분, 능선분기봉에 오른다. 오른쪽은 평지산 가는 길이고, 마루금은 왼쪽이다.
임도 삼거리
오른쪽으로 보이는 바다
능선분기봉
왼쪽으로 조금 진행하니, 나뭇가지에 '대전 아재'라는 분이 걸어 놓은 대부산 정상표지판이 보인다. 하지만 고도가 틀린다. 고도계는 고작 560m를 가리키고 있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길을 따라 산책하듯 걷는다. 능선분기봉에 오른 지 약 20분이 지난, 1시 11분, 비로소 정상 표지목이 걸려 있는 대부산 정상(649.2m)에 이른다.
잘못 걸린 대부산 정상 표지판
대부산 정상
능선길이 가볍게 오르내리며 이어진다. 1시19분, 이정표가 있는 봉화산 갈림길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1시 40분, 한치 0.8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는 봉곡 갈림길을 지나고, 1시 48분, 335m봉을 넘은 후,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려내려, 1시 59분, 79번 국도가 지나가는 한치재에 이른다.
봉화산 갈림길 이정표
한치재에 내려서기 직전에 본 광려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한치재
도로를 건너, '한치식당'으로 들어선다. 난롯가에서 커피를 주문해 마시며 차가워진 몸을 덥인다. 아늑해서 일어나기가 싫다. 커피 값을 받으려 하지 않는 아주머니에게 억지로 돈 1,000원을 건네주고, 식당 문을 나선다. 2시 12분, 식당 오른쪽 시멘트 도로를 따라 오르며 산행을 속개한다. 오른쪽 개장에 갇힌 개들이 시끄럽게 짖어댄다.
매인 개와 갇힌 개
송림으로 들어서서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른다. 왼쪽으로 시멘트도로가 보인다. 오르막길이 점차 가팔라진다. 악명 높은 광려산 오르막길의 시작이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꾸벅꾸벅 아무 생각 없이 오른다. 3시 17분, 이정표가 있는 내곡마을 갈림길을 지나고, 더욱 가팔라진 맨땅 오르막을 스틱에 의지해 균형을 취하면서 한발 한발 내 딛는다. 흙먼지가 풀풀 인다.
내곡마을 갈림길
3시 17분, T자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암릉길이 이어지고, 시야가 트여, 남쪽으로 진북면과 남해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3시 28분, 정상석이 있는 광려산 산갓봉에 오른다. 동북쪽으로 상투봉(724m)이 가깝고 멀리 무학산이, 그리고 그 너머로 마산시가지가 보인다.
T자 능선, 우
진북면과 남해
광려산 삿갓봉
투구봉, 무학산, 마산 시가지
삿갓봉을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커다란 소나무가 있는 능선 안부를 지나, 천천히 오르막길을 오른다. 삿갓봉을 뒤돌아보고, 서쪽으로 하늘금을 긋고 있는 여항산 등 정맥 마루금을 카메라에 담는다. 고도가 점점 높아지고, 진달래 능선을 지나며 본 상투봉 너머의 중리가 아득하다
뒤돌아 본 삿삿봉
지나온 정맥 마루금
상투봉과 그 너머 중리
3시 39분, 정상목과 이정표가 있는 광려산 정상(752m)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고, 급경사 내리막길을 내려선다. 가야할 대산이 오른쪽에 우뚝하다. 돌 많은 진달래능선을 거쳐 안부에 내려서고 4시 7분, 657m봉에 올라, 이번에는 남서쪽으로 추곡저수지와 남해바다 그리고 멀리 거제도를 바라본다.
광려산 정상
이정표
가야할 대산
추곡저수지, 남해, 그리고 멀리 거제도
4시 13분,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하여 암릉길을 걷고, Y자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파르게 내려서서 진달래 능선을 지나 안부에 이른다. 4시 37분, 봉우리 하나를 넘고, 1분 후, 갈림길에서 직진한다. 가야할 대산이 지는 해를 받아 불타고 있다. 대산 앞에 우뚝 솟은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하고, 로프를 잡고 암벽을 올라, 지나온 능선을 바라보고, 5시 13분, 대산 정상(727m)에 오른다.
진달래와 바위가 어루러진 암릉길
불타는 대산
우회한 암봉
로프 잡고 오르는 암벽
암벽 위에서 본 지나온 능선
정상에는 정상석, 이정표가 있고, 조망이 빼어나다. 무학산, 지나온 정맥 마루금, 남해, 거제도, 등이 두루 조망 된다. 대산에서 왼쪽으로 내려서서, 5시 20분, 정상석이 있는 광산(727m)에 이르러 마산만을 굽어본다.
대산 정상석
이정표
무학산
정맥 마루금에 걸린 해
광산 정상석
마산만
어둠이 짙어진다. 랜턴을 켜고 광산을 왼쪽으로 내려선다. 이어 진달래 능선을 지나고,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5시 30분,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하고, 3분 후, 고사목이 있는 608m에서 오른쪽으로 급히 달려내려 억새가 무성한 안부에 이른다.
608m봉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른다. 5시 45분, 왼쪽에 보이는 '윗바람재' 표지만을 지나고, 2분 후,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570.5m봉에 오른다. 라스베가스의 야경에 견줄만하다는 마산만의 야경이 과연 화려하다. 이처럼 멋진 야경을 즐길 수 있는 시간과 장소에 설 수 있다는 것이 크나큰 축복같이 느껴진다. 어둠 속에서 삼각점을 확인하고 왼쪽으로 내려선다.
윗바람재
마산만 야경 1
마산만 야경 2
삼각점
6시 17분, '바람재 진달래 축제 3월 31일' 표지석이 있는 바람재를 지나며, 진달래 꽃 피는 봄에 다시 와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6시 33분, 447m봉에 오르고, 급한 내리막길을 달려, 6시 53분, 어둠에 묻힌 쌀재고개에 내려서서, 환하게 불빛이 명멸하는 왼쪽 감천리를 향해 시멘트 길을 따라 내린다.
해가 지고 나니, 기온이 떨어지고 바람이 일어 춥다. 한없이 이어지는 시멘트도로에 짜증이 나는지, 심산은 마산 시가지 쪽으로 탈출하는 것이 옳았다며 계속 툴툴거린다. 5번 국도를 질주하는 자동차들의 불빛이 더 한층 멀리 보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윽고 지방도로에 내려선다. 차량 통행이 뜸한 곳에 마침 찦차 한 대가 다가온다. 애절하게 손을 흔들어대니, 고맙게도 차가 멈춘다. 운전자는 아주머니다. 어두운 도로에서 혼자 차를 몰다, 정체 모를 남자들을 태우기가 쉽지 않았을 터인데도, 차를 세워준 아주머니가 무척 고맙다. 독실한 교인이라고 하는 아주머니는 낙남정맥 산행 중이라는 이야기를 듣더니, 감천리 찜질방 앞에 우리들을 내려준다.
"고마운 아주머니!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춥고, 지치고, 배가 고프다. 우선 가까운 식당을 찾아들어, 곱창전골로 추위와 허기를 함께 달랜다.
(2009,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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