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본 시루봉


2007년 10원 23일(화).

"화요맥"을 따라 팔공지맥 네 번째 구간을 산행한다. 코스는 『보현산 천문대-수리봉(1126m)-610m봉-방각산 왕복-노귀재-석심산(750.6m)-수기령』으로 도상거리는 약 11.5Km이다.


버스가 보현산 천문대 주차장까지 올라갈 수 있으니, 오늘 산행은 600m~700m 정도의 능선을 오르내리는 오지의 산책로를 걸으며, 가을의 정취를 만끽 할 수 있는 코스다. 667.8m봉에서 내려설 때 길 찾기가 쉽지 않고, 696m봉의 바위지대를 우회하면서 직진하여 등로를 이탈할 가능성이 있는 곳을 제외하면 알바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순탄한 구간이다.


전형적인 가을 날씨다. 아침에는 안개가 짙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안개가 걷히고, 청명한 날씨로 변한다. 하지만 가스의 방해로 원거리 조망을 즐길 수 없는 것이 유감이다.


버스가 마지막 경유지인 천호역에 머물자 기다렸던 대원들이 줄지어 버스에 오르는데, 처음 보는 여자들이 눈에 뜨인다. 나중에 안 이야기지만 지리산 단풍구경을나섰다, 산악회 버스에 자리가 없어 갈 곳을 몰라 하다, 마침 도착한 우리 버스에 오른 여성들이라고 한다.


32명의 대원들을 태운 버스는 안개가 자욱한 고속도로를 달린다. 선산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한 버스가 대구에 접근하자 안개는 걷혔지만 가스가 끼어 시계는 여전히 불량하다. 이어 대구포항 간 고속도로를 달리던 버스는 북 영천IC에서 35분 국도로 내려서서 북진하더니 화북을 지나, 지방도로로 접어들고, 11시 42분, 보현산 천문대 주차장에 도착한다. 천문대까지 오르는 구절양장(九折羊腸)의 시멘트 도로와 주위 풍광이 압권이다.

도로를 타고 오르며 천문대 쪽을 올려보고

뒤돌아 본 구절양장의 시멘트도로

멀리 바라보이는 보현산 천문대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42) 천문대 도착 산행시작-(11;55) 천문대 전시관-(12:00) 전망대-(12:07) 헬기장-(12:10~12;13) 보현산 시루봉-(12;41) 갈림길, 직진-(12:45) 수재, 직진-(12:52) 봉-(12:59) 봉-(13:00) 암릉길-(13:03) 775m봉, 우-(13:16) 봉, 우-(13:22) 급경사 올라 봉-(13:23) T자, 우-(13:24) 봉, 좌-(13:37) 봉, 좌-(!3:39) 봉, 좌-(!3:44) 산판길-(13:48~13:59) 좌측 우회/등로 이탈-(14;01) 봉, 직진-(14:11) 봉, 좌-(14:14~14:30) 667.8m봉/길 찾기/휴식-(14:45) 621.4m봉-(14:49) 안부 갈림길, 직진-(14:50) 우회길, 능선길 갈림, 능선길로-(14;56~15:06) 봉/간식-(15;11) 675m봉-(15:13) 벌목지대-(15;25) 벌목봉-(15:27) 안부-(15:29) 봉-(15:31) T자, 우-(15:33) 좌측 우회-(15:48) 610m봉/방각산 분기봉-(15:48) 봉, 우-(15:56~16:01) 노귀재-(16:35~16:45) 마루금 능선/휴식-(16:57~16;59) 석심산-(18:07) 696m봉/바위봉-(17:13) 우회 후 마루금 능선-(17;24) 성산이씨묘-(17:33) 570m봉, 우-(17;39) 봉-(17:51) 수기령』간식, 휴식시간 등 포함, 총 6시간 9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주차장에 내려선다. 뒤쪽으로 지난번에 올랐던 면봉산이 가까이 보이는데, 산허리를 자르며 이어지는 도로가 보기 흉하다. 천문대 정문으로 들어서서 시멘트도로를 따라 오른다. 왼쪽으로 수리봉을 보고, 오른쪽의 전시관과 1.8m 광학망원경동을 카메라에 담는다.

시멘트 도로를 오르다 뒤돌아 본 면봉산

 

전시관

1.8m 광학망원경동과 전망대


전시관에 이르러 문을 밀고 들어선다. 천체서적, 사진, 기타 기념품을 파는 매점인 모양이다. 직원에게 사진을 찍어도 좋으냐고 물으니 친절하게 실내등을 켜준다. 서둘러 매점의 사진만 찍고, 따로 있을 전시실은 둘러볼 생각도 못하고 전시관을 나서지만, 대원들은 모두 사라지고 하나도 없다. 전시관 왼쪽으로 잠시 진행하여, 연구관리동 옆의 철 계단을 지나, 삼각점이 있는 전망대에서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 서둘러 수리봉으로 향하는 대원들의 뒤를 쫓는다.

전시관 매점 내부 - 달 등 위성에서의 체중을보여주는 저울

전망대

 

천문대를 지나 수리봉으로 향하는 대원들


11시 7분, 시멘트로 포장된 헬기장을 지나고, 12시 10분, 정상석, 삼각점 등이 있는 시루봉 정상에 오른다. 사방이 트여 조망이 좋은 곳이지만, 오늘은 가스 때문에 남동쪽의 기룡산이 희미하게 보일 뿐이다. 이윽고 정상에 남아있던 마지막 네 사람도 오른쪽에 보이는 펜스를 따라 비탈길을 내려선다.

정상석

정상석 뒷면


이곳 사유림은 동식물 보호 및 녹색시범지역이니 입산과 수렵을 금한다는 경고 현수막이 걸린 펜스를 따라 내리막길이 길게 이어진다. 12시 23분, 펜스는 끊어지고 대신 둥근 철조망이 나타나며 등산로가 바짝 그 옆을 지난다. 행여 야간산행이라도 할 경우에는 무척 위험하겠다. 12시 41분, 갈림길을 만나 직진하고, 5분 후 안부를 지나 오르막길을 오른다. 오늘 처음 온 여자대원 두 사람이 길가에 앉아 쉬고 있다, 우리 일행을 보더니 반색을 하고 초콜릿을 내밀며,


"마지막으로 오시는 분들인가요?" 라고 묻는다. 그렇다고 대답하니, 아주머니들은 다 어디 갔냐고 재차 묻는다. 아마 앞서 갔을 것이라고 대답하자, "큰일 났네." 라고 걱정을 하더니, 거세게 항의를 한다.

 

"뭐, 이런 산악회가 다 있어요? 쉬지도 않고 모두 달리기만하고, 같이 가주는 사람도 없으니, 길 모르는 우리들은 어떻게 하라는 거지요?"


"이제 우리가 함께 갈 터이니 걱정 말아요."라고 류 회장이 안심을 시킨다. 비로소 살았다는 표정이다.


이러는 사이에 최근에 구입한 GPS의 실전 사용법을 익히느라고 여념이 없는 고래대장이 GPS를 들여다보며 지나간다. 초콜릿도 얻어먹었겠다, 류 회장이 '우리'라고 표현한 속에는 분명히 나도 포함되어 있으니, 혼자 내 뺄 도리가 없다. 죽으나 사나 같이 움직여야 할 판이다.


요즈음 부쩍 주력이 좋아진 김 사장이 앞장을 서고, 여자대원 둘이 그 뒤를 따른다.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류 화장과 나는 3~4m 거리를 두고 쫓아간다. 이어 봉우리 하나를 넘고, 716m봉을 지나 암릉길을 걷는다. 1시 4분, 참호가 있는 775m봉에 오른 후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비교적 완만한 오르내림이지만, 지맥길에 익숙하지 않은 여자대원들은 잇달아 봉우리를 오르내리려니 힘이 드는 모양이다 발걸음이 점점 느려진다.

암릉길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잇달아 오르내리지만 인적이 없는 오지 능선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순하고 부드럽다. 여자대원들의 페이스에 맞추어 산책하듯 여유 있게 걸으며 독도연습을 한다.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수 없이 넘다보니, 지도상에서 현재위치 찾기가 쉽지 않다.

부드러운 능선길, 오지의 가을 정취를 만끽한다.


1시 48분, 봉우리 하나를 왼쪽으로 우회하고, 능선을 따라 내려서다 나침반을 보니 방향이 틀린다. (우회길로 들어서지 말고, 능선길로 바로 올라야했다.) 서둘러 능선을 되 집어 올라, 2시 1분, 고도 약 650m정도의 봉우리에 이르러 직진한다. 한동안 평탄한 산책길을 걷고, 작은 봉우리를 넘은 후, 2시 14분, 깨어진 삼각점이 있는 667.8m봉에 오른다.

667.8m봉의 깨어진 삼각점


정상에서 내려서니 직진방향과 왼쪽 내리막의 양쪽에 희미한 족적이 보인다. 지도상의 마루금은 왼쪽으로 크게 굽어진다. 김 사장이 앞장을 서서 왼쪽으로 내려서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희미하던 족적마저 사라져버린다. 소리를 질러 앞선 대원들의 진행방향을 확인해보니, 직진방향에서 반응이 온다. 정상으로 되돌아와 직진방향으로 진행해 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역시 발자국이 없어진다. 다시 소리를 질러보지만 이번에는 반응마저 없다. 여자대원들을 그곳에서 쉬게 하고, 남자들은 세 방향으로 나누어 표지기를 찾아본다. 이윽고 왼쪽으로 내려섰던 류 회장이 표지기를 발견한다.

왼쪽 마루금을 따라 비탈길을 내려서고


2시 45분, 621.4m봉에 올라 특이한 모양의 삼각점을 확인한다. 봉우리를 내려서서 만나는 갈림길에서 직진하고, 우회길과 능선길의 갈림에서 능선을 타고 봉우리에 오른다. 여자대원들이 몹시 지친모양이다. 잠시 쉬며 간식을 들기로 한다. 여자대원 두 사람은 모두 성격이 밝고 쾌활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약 10분 정도 휴식을 취한 후, 3시 6분 다시 산행을 계속한다.

621.4m봉의 특이한 삼각점

무명봉에 올라 휴식


3시 11분, 무덤이 있는 675m봉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서고, 벌목지대를 지나며 왼쪽으로 전개되는 조망을 즐긴다. 벌목봉을 오른다. 뒤로 면봉산과 보현산이 희미하게 보이고, 지나온 능선이 굽이굽이 이어진다. 3시 29분, 안부에 내려선 후, T자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하고, 3시 40분, 방각산이 분기하는 610m봉에 오른다.

무덤이 있는 675m봉

 

벌목지대와 첩첩산

벌목봉으로 오르는 대원들

벌목지대를 오르다 뒤돌아 본 면봉산(좌), 보현산이 희미하고 지나온 능선이 뚜렷하다.


방각산은 마루금에서 도상거리로 약 600m 떨어져 있다. 왕복 30분 정도면 충분히 다녀 올 수 있는 거리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무리다. 미련 없이 왼쪽으로 진행하여 봉우리 하나를 넘고, 3시 56분, 35번 국도가 지나가는 노귀재에 내려선다. 너른 고개 마루턱에 식당과 매점, 그리고 노귀재의 유래를 알리는 해설판, 청송군 관광안내도 등이 보인다.

노귀재

노귀재의 유래


도로를 건너 능선으로 오르는 절개지는 암벽이라 기어오르기가 어렵다. 따라서 맥꾼들은 절개지 왼쪽 골짜기로 들어서서 한동안 진행하다 적당한 곳에서 오른쪽 사면을 타고 능선에 오르는 방법을 택한다. 노귀재 주변의 사진을 찍고 표지기들이 요란하게 걸려 있는 골짜기로 들어서서 희미하게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진행한다.

노귀재, 나무 구조물이 있는쉼터 뒤로 골짜기에 진입한다.

골짜기 초입의 표지기들


등산로는 골짜기를 건너 오른쪽 사면으로 이어진다. 아마도 맥꾼들만 다닌 길일 것이다. 잡목넝쿨이 험한 곳을 지나니, 등산로가 슬그머니 사라져버린다. 이 부근에서부터는 각자가 편하다고 생각하는 곳을 골라 길을 만들며 오른쪽 능선으로 올랐다는 이야기다. 길이 험해지고 가팔라지자 여자 대원 한사람이 자꾸 뒤로 쳐지고, 앞장 섰던 김 사장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졌다.

골짜기의 잡목 넝쿨, 오른쪽은 돌이 많은 급사면이다.


4시 35분 경, 능선에 올라 류 회장과 여자대원들의 도착을 기다린다. 이윽고 배낭 두 개를 메고 올라오는 류 회장의 모습이 보이고, 잠시 후 여자대원들이 도착한다. 일행은 능선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석심산으로 향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 사장이 마주 내려온다. 석심산에서 기다리다 지쳐, 마중을 나왔다며, 배낭을 빼앗아 멘다.


4시 57분, 팔공지맥과 보현지맥이 갈라지는 능선분기봉인 석심산에 오른다. 삼각점<화북 303, 2004 복구>과 두 장의 정상표지판이 보인다. 영천시계 산행 팀이 걸어놓은 표지판에는 여기서부터 팔공지맥이 시작된다고 표기되어 있다. 가사령에서 시작하는 보현지맥에서 팔공지맥이 분기된다는 박성태님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의미다. 준,희님이 걸어 놓은 또 하나의 표지판에는 단순히 산 이름과 고도만 적혀있다. 논쟁에 말리기 싫다는 뜻인 가보다.

석심산 정상


 

정상표지판 1

정상표지판 2


4시 59분, 석심산을 내려선다. 이제부터 수기령까지는 봉우리를 두세 개 더 넘어야하지만, 내리막이 대부분이라 6시 까지는 하산이 가능하겠다. 하지만 해 떨어지기 전에 하산을 해야 하겠기에 앞장을 서서 달린다. 696m봉 오르막에 커다란 바위가 앞을 막고,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T자 갈림길에 이른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1분 정도 오르면 696m봉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게 되고, 그곳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바위를 우회한 후 무심코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알바를 할 가능성이 큰 곳이다.

696m봉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5시 24분, 성산이씨 묘를 지나고, 5시 33분, 570m봉에서 크게 오른쪽으로 굽어 내린다. 이미 산속은 어둑해지기 시작한다. 5시 39분, 마지막 봉우리를 넘고, 가파르게 떨어지는 비탈길을 달려 내린다. 5시 51분,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수기령에 이른다.

수기령

 영천 로타리 회원들의 수기령 식수기념비


버스에 이르니, 먼저 하산한 대원들이 수제비로 식사를 하고 있다. 많이들 기다렸겠지만 식사가 끝나기 전에 하산하여 다행이다. 기다리는 동안 술이 과한 대원들이 있는 모양이다. 어두워진 수기령이 온통 시끄럽다.


(2007. 10. 26.)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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