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5m봉 오르다 본, 동쪽과 동남 방향의 파노라마


"화요맥"의 산행은 년 중 무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날에도 팔공지맥을 가더니, 올해 1월 1일에는 팔공지맥 아홉 번째 구간산행을 강행한다. 교인이 아니니 크리스마스 때는 참여를 할 수 있었지만, 1월 1일에는 가족들을 내버려두고, 혼자 산엘 가겠다고 나설 강심장이 되지 못해 아쉽게도 포기한다.


2008년 1월 16일(화).

"화요먝"을 따라 팔공지맥 10번째 구간을 산행한다. 지난 1월 1일 결간한 9번째 구간이 이가 빠진 것처럼 허전하게 느껴지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적당한 기회가 있어 땜방을 하면 다행이고, 그렇지 않다면 빠진 채로 남을 수밖에 없겠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석우재-250m봉-효령재-응봉산(334m)-267.3m봉-적라산(352m)-오로재』로 도상거리는 약 12.6Km이다.


이 구간은 주산인 응봉산(應峰山)이 고작 334m이고, 마루금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적라산(赤羅山)이 다소 높은 352m이다. 이처럼 산 높이는 야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지만, 송림이 울창하여 야산 같은 느낌이 전혀 없고, 팔공산, 가산, 유학산, 천생산 등 주위의 명산들을 조망하는 즐거움이 있다.


마루금은 군위군과 구미시의 경계를 따라 북상하며 중앙고속도로를 3차례나 건너는 특이한 구간이다. 능선이 불분명하여 독도에 신경을 써야할 곳이 있는가 하면 적라산에서 오로재로 하산할 때는 비슷한 능선 여러 개가 같은 방향으로 흘러 마루금 찾기가 쉽지 않다.


지난주에는 중부와 강원지역에 많은 눈이 내리고, 주말부터 날씨가 추워지더니 전국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등 겨울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이런 추위 때문인지 대원들을 태우려고 선능역으로 향하던 버스가 도중에 접촉사고를 당해 평소에 비해 출발이 30분 정도 늦어진다. 치악 휴게소에서 아침식사를 위해 잠시 머물었던 버스가 소백산에 가까워지자 차창 밖은 온통 하얀 눈세계다. 이를 본 대원들이 서둘러 스패츠를 착용하느라, 버스 안이 한동안 소란스럽다.


하지만 죽령 긴 터널을 벗어나 영주를 지나면서 창밖의 풍경이 일변한다. 눈은 간 곳이 없고 밝은 햇볕 아래 펼쳐진 산과 들에서는 봄의 숨결이 느껴지는 것 같다. 군위IC에서 고속도로를 버린 버스는 5번 국도를 달려, 11시 18분, 석우재에 있는 모텔 알프스 앞에 대원들을 내려놓는다. 류 회장이 한 마디 한다.


"조선사람 들어가고, 일본사람 나오는 곳이야."

석우재 도착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18) 모텔 알프스/산행시작-(11:30) 250m봉, 좌-(11:33) T자, 좌-(11:38) 봉, 약 240m-(11:41) 쌍묘-(11:46) 효령재-(11:52) 갈림길, 우-(12:08) 258m봉, 우-(12:27) 안부-(12:31) 291m봉-(12:33) 갈림길, 좌-(12:42) 275m봉-(12:45) 묘 1기-(12:49) 곡내지 안부-(12:51) 능선/우회 갈림길-(12:56~13:12) 중식-(13:34) 375m봉, 좌-(13:48) 안부-(14:06) 응봉산-(14:13) 경주손씨 묘-(14:15) 군위터널 위-(14:19) 쌍묘-(14:36) 326m봉-(14:38) 봉/ 경주이씨 묘-(14:48) 59번 송전탑-(14:50) 갈림길, 좌-(14:55) 312m봉-(15;05) 임도-(15:10) 송전탑-(15:18) 고속도로 횡단-(15:23) 철 계단 끝-(15:34) 본능선 진입-(15:37) 267.3m봉-(15:41) 농성이씨 묘-(15;50) 임도-(15:52) 평산신씨 묘-(15:56) 임도 삼거리, 우-(15:58) 갈림길, 우-(16:04) 바위지대-(16;13) 적라산 삼거리-(16:17~16;18) 적라산-(16;23) 적라산 삼거리-(16:40) 삼거리 회귀(알바)-(16:41) 두 번째 능선/우측 하산-(14:47) 임도-(14:51) 임도 회귀-(14:52) 오른쪽 숲으로-(17;07) 고속도로-(17;11) 굴다리-((17;17) 능선진입-(17:29) 오로재』중식 16분 포함, 총 6시간 11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갈비재라고도 불리우는 석우재는 해발고도 약180m 정도의 고개로 5번 국도가 지나가는 곳이다. 마루금은 모텔 알프스의 오른쪽 옹벽을 넘고 잡목 덤불지대를 지나 제법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이어진다. 완만한 오르막길을 걸어, 11시 30분, 250m봉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서고, 3분 후, T자 능선에서 오른쪽 송림으로 진행한다.

T자 능선에 올라, 오른쪽의 평탄한 송림 사이로 진행하고


날씨가 춥지 않다. 산행을 시작하며, 방한재킷은 벗어 배낭에 넣었지만, 두터운 겨울바지가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11시 38분, 고도 240m 정도의 봉우리에 오르니, 남동쪽으로 멀리 팔공산이, 그리고 40도 방향으로 매봉산(488.7m)이라고 짐작되는 제법 큰 산이 보인다.

40도 방향으로 멀리 보이는 매봉산


봉우리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다 왼쪽으로 꺾어내려 쌍묘를 지나고, 11시 46분, 2차선 아스팔트 도로가 지나가는 효령재에 내려선다. 왼쪽 도로 너머로 유학산이 보이고 길 건너 오른쪽에 군위군 효령면을 알리는 교통표지판과 장승 셋이 서 있다.

효령재

효령재의 장승


도로를 건너 완만한 절개지를 오른다. 호젓한 송림 사이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싱그러운 송림 사이를 유장하게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11시52분, 갈림길을 만나 오른쪽으로 진행하고 이어 작은 봉우리를 넘는다. 기분 좋은 소나무 숲길은 여전히 계속되고, 오른쪽 소나무 가지에 매어놓은 긴 그네가 마을이 멀지 않음을 말해준다.

호젓한 소나무 숲


잡목 숲을 지나, 12시 8분, 258m봉에 오른다. 시야가 트이며 멀리 구미의 금오산, 그 앞의 정상이 평평한 천생산(406.8m)이 뚜렷한 모습을 보인다.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잡목지대를 지나 초지를 걸으며 팔공산, 가산, 그리고 칠곡의 명산 유학산(839.0m) 등을 둘러본다.

258m봉

 

천생산 그 뒤로 멀리 구미의 금오산

팔공산

가산

유학산


안부를 지나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는다. 희미한 길을 따라 291m봉에 오르고, 12시 33분, 갈림길을 만나 왼쪽 내리막으로 달려 내린다. 이어 작은 봉우리 2개를 넘고, 무덤 1기를 지나, 12시 49분, 곡내지 안부에 내려선 후, 12시 51분, 좌측 우회로와 능선길이 갈리는 곳에서 능선을 택해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다. 남쪽으로 시야가 트여 조망이 좋은 사면(斜面)공터에 이르러, 대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한다.

왼쪽 우회로와 능선 갈림길에서 능선을 타고 오르고

점심 식사자리에서 본 140방향의 조망

가산


16분 동안에 후딱 점심을 마치고, 1시 12분, 가파른 오르막길을 천천히 오른다. 소나무 숲이 울창하여 제법 높은 산을 오르는 느낌이다. 1시 34분, 잔설이 남아 있는 375m봉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선다. 북서 방향이라 봉분이 거의 땅바닥에 주저앉은 고묘에 눈이 하얗다. 능선이 오른쪽으로 굽어지며 낙엽이 발목까지 빠지는 가파른 내리막을 달려 내린다. 안부가 가까워지며, 여러 기의 쇠락한 묘들이 있는 지점에 이르니, 정면에 응봉산이 멋진 모습을 보인다.

375m봉

응봉산


잡목이 거친 안부를 지난다. 넝쿨이 발목에 감겨 하마터면 넘어질 뻔 한다. 이어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니, 이윽고 응봉산 정상(334m)이다. 삼각점은 보이지 않고, 준.희 님의 정상 표지판이 나뭇가지에 걸려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나무에 가려 조망은 별로다. 정상에서 왼쪽으로 급경사 내리막을 달려내려 벌목지역을 거쳐, 경주손씨의 무덤을 지난다.

응봉산 정상

벌목지역


군위터널 위를 지나는 모양이다.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중앙고속도로가 보인다. 쌍묘를 지나 완만한 소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2시 36분, 326m봉에 오르고, 간벌한 나뭇가지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는 내리막을 거쳐, 경주이씨 묘가 있는 봉우리에 올라, 중앙고속도로를 굽어보고, 안부로 내려서면서 가야할 312m봉을 바라본다.

군위터널 위를 지나며 본 중앙고속도로

간벌지역 내리막

묘가 있는 봉에서 본 중앙고속도로

가야할 312m봉과 송전탑

안부에서 본 80도 방향의 조망


억새지대를 거쳐, 2시 48분, 59번 송전탑을 지난다. 이어 갈림길에서 가파른 능선을 타고 올라 312m봉에 이르고, 오른쪽 거친 잡목 숲을 지나 임도로 내려선다. 임도 오른쪽으로 한동안 농장 철책이 따라오더니, 이윽고 철책은 오른쪽으로 굽어지고, 임도는 송전탑을 지나 고속도로로 이어진다.

임도에 철책이 따라오고

고속도로에 내려선다.


좌우를 유심히 둘러보아도 굴다리가 있을만한 곳이 보이지 않는데, 도로 건너편으로 절개지를 오르는 철 계단이 보이고, 그 아래로는 고속도로의 중앙분리대 일부가 끊겨져있다. 마치 건너오라고 손짓해 부르는 것 같다. 씽씽 지나가는 차들을 조심스럽게 살피며 고속도로를 무단횡단 하여, 빗장이 걸린 철책 문을 열고 철 계단을 오른다. 가파르고 긴 철 계단이다. 이후 길 없는 사면을 치고 올라 3시 34분, 능선에 진입하고, 3시 37분, 삼각점이 있는 267.3m봉에 오른다.

긴 철 계단을 오르고

267.3m봉 삼각점 <405 제설 78. 8 건설부>

267.3m봉 정상


봉우리에서 내려서자 잠시 후 등산로는 왼쪽으로 굽어지며 북쪽으로 향한다. 거추장스러운 간벌지역을 통과하고 농성이씨 묘를 지난 후, 등산로는 울창한 낙엽송 숲을 거쳐 너른 임도로 들어선다. 이어 평산신씨 묘를 지나자, 임도 정면에 적라산 줄기가 막아선다.

낙엽송 숲

너른 임도

적라산 능선


3시 56분, 임도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고, 2분 후, 임도를 버리고 오른쪽 능선을 타고 오른다. 경사가 급해지며 바위지대를 지난다. 시야가 트여 남쪽 조망과 오로 저수지를 카메라에 담는다. 4시 13분, 삼거리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마루금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적라산으로 향하고, 4분 후, 적라산 정상(352m)에 오른다. 삼각점과 정상 표지판이 보이지만 조망은 별로다.

바위지대에서 본 남쪽조망

오로저수지

삼각점

정상표지판


적라산을 내려서서 삼거리로 향한다. 능선을 내려서다 왼쪽으로 멀리 신세계 공원묘역이 있는 898m봉을 바라보고, 4시 23분, 삼거리로 되돌아와 오른쪽 능선을 따라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린다. 뚜렷하던 길이 점점 희미해지더니 슬그머니 사라져 버린다. 뒤에 오던, 죽천대장이 이 길이 맞는 거냐고 묻는다. 비로소 나침반을 보니 북으로 향하고 있지 않은가?

공원묘지가 있는 898m봉


소리를 질러 본다. 아래쪽에서 반응이 온다. 우리보다 앞서 진행하던 임 사장의 목소리다. 마루금이 아닌 것 같다는 소리다. 고속도로의 차량 소리가 가까이 들리고 건너편에 능선이 보이니, 길이 있건 없건, 현재 위치에서 서쪽으로 내려서면 고속고로에 이를 것 같은데, 원칙을 중요시 하는 죽천 대장은 원점회귀를 하자고 한다. 과연 맥꾼의 정신이 투철하다


4시 40분, 삼거리로 되돌아온다. 17분 동안 알바를 한 셈이다. 약 1분 정도 적라산 능선을 따라 내려서다, 다시 오른쪽으로 흐르는 능선이 보여, 이를 따라 내려선다. 4분 후 임도에 이르고, 임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진행하다, 송전탑을 만나, 왼쪽 숲으로 들어선다. 임 사장이 마주 올라오며 아래에는 길이 없다고 한다.

임도따라 송전탑까지 진행하여 왼쪽으로 내려서다 임 사장을 만나고


세 사람이 다시 임도로 올라와 남쪽으로 향한다. 4시 52분, 임도 오른쪽 숲 나뭇가지에 선두대장이 걸어놓은 표지기가 보인다. 이어 표지기를 따라 진행하여 거친 간벌지역을 지나고, 5시 7분, 고속도로에 내려서서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굴다리로 향한다.

고속도로


적라산 능선에서 서쪽인 고속도로로 떨어지는 지능선이 1~2분 거리를 두고 3개가 나란히 달린다. 우리는 첫 번째, 두 번째에서 능선에서 헤매었지만 마루금은 제일 왼쪽인 세 번째 능선인 모양이다. 독도가 무척 까다로운 곳이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대원들은 세 개의 능선으로 뿔뿔이 흩어져 제각기 내려왔다고 한다.


5시 11분, 굴다리에 이르러 930번 지방도로를 따라 고속도로를 건넌다. 이 도로를 쭉 따라 오르면 바로 오로고개에 이르게 되고, 도로 변에 정차해 있는 버스도 보이지만, 또 한 분의 원칙주의자인 임 사장은 굴다리를 지나자마자 930번 지방도로를 버리고 왼쪽 시멘트도로를 따라 오른다. 고속도로에 의해 잘려진 능선을 찾아가는 것이다. 얼마 후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오른쪽 숲으로 들어서서 능선에 진입하고, 5시 29분, 오로재에 내려서서 오늘 산행을 마감한다.

930번 지방도로를 따라 굴다리에 들어서고

시멘트도로를 따라 고속도로를 거슬러 올라서며 마루금을 확인한다.

오로재


3분 후, 버스에 도착하여 산악회가 준비한 음식으로 식사를 한다. 5시 50분경,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8. 1.17.)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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