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깊은 모디코라 계곡, 눈사태 흔적이 여기저기 보인다.

 

2012년 3월 28일(수) ; 엿새째(시누와-다우렐리)
새벽 5시 20분경에 일어나 잠자리에서 약 30분 동안 스트레칭을 하여 몸을 풀고 밖으로 나온다. 어제 오후에는 운무에 가려 보이지 않던 마차푸차레가 여명 속에서 뚜렷한 윤곽을 보인다. 6시가 지나자, 해가 뜨는 모양이다. 새벽노을 속에 안나푸르나 3봉(7,556m), 간달바 출리(Gandharva Chuli,6,249m) 그리고 마차푸차레가 장엄한 모습을 보여준다. 안나푸르나 생츄어리로 들어 선 것이다.

좌로부터 안나푸르나 3봉, 간달바 출리, 그리고 마차푸차레

 

오늘은 시누아(Sinuwa, 2,360)-쿨디가르(Kuldhigar, 2480)-뱀부(Bamboo, 2335)-도반(Dobhan,2560)-히말라야(Himalaya,2844)-데우랄리(Deulali,3230m)까지 15.5km를 걷는다. 식사를 마치고 평소보다 15분 일찍 출발한다. 870m의 고도차이, 15Km가 넘는 거리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오늘의 코스

 

오른쪽 계곡의 우렁찬 모디코라 강물 소리를 들으며 랄리구라스 붉은 꽃잎들이 점점이 떨어져 있는 숲길을 산책하듯 천천히 걷는다. 맑게 개인 날씨, 나뭇잎 사이로 비쳐 들어오는 아침햇살이 찬란하다. 서서히 고도가 높아지며 굴디가르에 접근하자 마차푸차레가 장엄한 모습을 보인다.

아침 햇살 속에 장엄한 모습을 보이는 마차푸차레

 

8시 50분 경, 굴디가르를 통과고, 뱀부를 향해 긴 돌계단 길을 내려선다. 한 무리의 트래커들이 힘겹게 돌계단을 오르고 있다. 가까이 보니 동양인이다. 일본인들 같으면, ‘오하이이오’, 중국인 같아 보이면, ‘니 하오.’라고 인사를 해주면 반가워한다. 이번은 중국 사람들이라, ‘니 하오’라고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고 헤어진다. 한국, 일본, 중국 세 나라 중에서 중국 사람들을 제일 많이 만난다.

돌계단 길에서 만난 중국인, 많이 세련된 모습이다.

 

9시 10분 경, 뱀부에 도착하여 레몬차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게스트 하우스 벽에 걸려있는 안내판에는 앞으로 데우랄리까지는 4시간이 소요된다고 적혀있다. 지명이 뱀부라서 그런지, 대나무들이 자주 눈에 뜨인다. 저 앞에 포터도, 가이드도 없이 혼자서 커다란 배낭를 지고 걷는 영국인의 뒷모습이 보인다. 타다파니에서 부터 줄곧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걸어온 양반이다. 새 다리를 하고 있어 많이 걷지 못할 것 같은데, 포터도 없이 짐을 지고 걷는 것을 보면, 그 기백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이에 비해 우리는 어떤가? 가이드에, 포터에, 요리사까지 대동했으니 너무나 호사스럽다.

새 다리 영국인 트레커

 

10시 4분, 외나무다리로 모디코라를 건넌다. 강바닥까지 내려선 것이다. 깊고도 깊은 계곡이다. 왼쪽 절벽에는 폭포수가 걸려 있고, 오른쪽 절벽 뒤, 구름사이에는 물속으로 처박히는 물고기의 꼬리가 허공에 떠 있다. 10시 40분 경, 도반에 도착하여 이른 점심을 주문한다.

외나무다리로 모디코라를 건너고

 

왼쪽 절벽에 걸린 폭포

 

허공에 떠 있는 물고기 꼬리

 

도반

 

약 1시간 정도 느긋한 점심을 즐기고 다시 강변을 따라 걷는다. 왼쪽 절벽에 걸린 폭포가 더욱 가깝게 보인다. 이윽고 길이 변해, 정글 같은 울창한 숲길로 들어서고, 정글을 벗어나자, 모디코라가 내려다보이는 나지막한 사면 길로 들어선다. 저 앞에 히말라야 마을이 작게 보인다. 1시 35분 경, 눈사태지역을 건너고, 이어 히말라야 마을을 통과한다. 안내문에는 히말아야에서 데우랄리까지는 2시간이 걸린다고 되어있다.

정글 같은 숲길

 

 

눈사태 지역

 

히말라야

 

계곡이 점점 깊어진다. 오른쪽으로 칼날 암봉들이 열병식을 하고 있다. 절벽 사이를 걷는 기분이다. 오후로 접어들자, 항상 그렇듯, 날씨가 흐려지기 시작하여, 어둑해진 계곡이 더욱 유연(幽然)하다. 또 다시 넓은 눈사태지역을 건너 힌구동굴(3,170m)에 이르자,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우박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오른쪽 암봉들의 열병식

힌구동굴로 들어서고

 

때 아닌 우박

 

힌구동굴에서 방수복을 꺼내 입고 배낭커버를 씌운다. 저 앞에 데울라리의 롯지들이 보인다. 파상이 방을 잡겠다며 앞서 나간다. 3시 13분, 다시 너른 눈사태지역을 건너고, 좌우로 용립한 암봉들에 압도되어, 우박이 내린 길을 조심조심 걷는다. 방을 잡은 파상이 마주오더니 고생했다며 배낭을 받아준다. 3시 40분 경, 샹그리라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한다.

저 앞에 데울라리가 보인다.

 

너른 눈사태지역을 건너고

 

 

오른쪽의 암봉들

왼쪽 절벽

 

 

 내 배낭을 메고 앞장 선 파상

 

이곳에는 샤워시설도 없고, 화장실에도 양변기는 없다. 기온이 급격히 내려 춥게 느껴진다. 수돗간에서 대강 손발을 닦고, 다이닝 룸으로 이동하여 따듯한 락시를 주문한다. 저녁식사 후 일찌감치 잠자리에 든다. 머리가 아프지는 않지만, 호흡이 가빠 잠이 깨고, 멀리 떨어진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다 보니 잠을 설친다.

 


(2012. 4. 29.)




Posted by Urimah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