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 18일(토).

오늘은 서울 근교, 불암산과 수락산을 연계 산행한다. 지난 달(5월 22일),「불수사도북」을 염두에 두고, 우선 워밍 업으로, 서울의 야경을 즐길 겸, 3차대 대원 몇 명이 야간에 불암산과 수락산을 연계하여 산행한 적이 있다. 이 때 야경도 좋았지만, 불암산과 수락산의 아기자기한 암릉들, 두 산을 연결하는 능선길이 무척 좋다고 느껴져서, 언제고 밝은 날에 다시 한번 산행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한다.

 

당일 산행으로, 구간을 나누어, 작년에 시작한 백두대간 종주가 지난 3월에 종료된 후, 지금은 격주로 정맥 길을 걷는다, 정맥 길을 걷지 않는, 월 2회의 주말은 대간 종주 시 빠뜨린 구간을 땜방하거나, 같이 산행했던 대원들이 다시 모일 기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틈새산행하기로 비워둔 것이다.

 

땜방 산행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산악회의 5차대, 6차대 산행 계획을 살펴보아도, 빠뜨린 구간을 금년 중에 모두 땜방 하기가 어렵겠다. 그래서 개별적으로 몇 구간 땜방 산행을 시도해 봤지만, 비용도 만만치 않고, 무엇보다도 길 찾기가 쉽지를 않아 무척 고생을 한다. 산악회를 따라 당일 산행하는 것이 얼마나 편한 가를 실감한다.

 

같이 산행했던 대원들과의 틈새 산행도 말처럼 쉽지가 않다. 교통편을 생각하여, 서울에서 멀리 떨어질 수가 없으니, 대원들의 관심도 멀어지고, 어렵게 틈새 산행계획이 마련되어도 참여 인원이 많지를 않아 당초의 취지를 살리기가 쉽지 않다.

 

6월 18일은 정맥산행이 없는 주말이다. 그렇다고 땜방 산행 기회도 마땅치 않고, 틈새산행 연락도 없다. 그래서 주간의 불암산, 수락산 연결 산행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온 셈이다. 산행 계획을 세운다. 불암산과 수락산을 연결하되, 가능한 한 능선 길을 최대화하고, 천천히 즐산을 한다. 산행시간은 6시간 정도로 한다.

 

다행히 「불수사도북」종주를 한 분들이 남긴 상세한 산행기가 많다. 이들을 참고로 하여 다음과 같이 코스를 정한다. 『전철 7호선 중계역-원암 유치원-학도암-봉화대(470m)-깔닥고개-불암산 정상(507m)-석장봉-406봉-덕능고개-24번 철탑-수락산 정상(678m)-홈통바위-석림사 갈림길-석림사-장암역』

 

실제 산행 소요시간은 아래와 같다.
『(8:55) 중계역-(9:30) 원암 유치원 입구-(9:45, 9:50) 학도암-(10:30) 봉화대-(11:5, 11:25) 불암산 정상- (11:34) 석장봉-(12:10, 12:40) 406봉에서 중식-(13:05) 덕능고개-(13:31) 철조망 문-(14:45) 치마바위-(15:28, 15:47) 철모바위 간이매점에서 휴식-(13:53, 14:03) 수락산 정상-(16:17)홈통바위-(16:36) 석림사 갈림길-(17:33, 17:50) 석림사-(18:00) 장암역』들머리 35분, 날 머리 27분, 휴식 60분, 중식 30분, 실제 산행시간 6시간 33분, 모두 9시간 5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새벽 같이 일어나지 않아 좋다. 평소처럼 일어나 아침을 먹은 후, 집사람이 준비해준 도시락을 챙겨 넣고, 8시경 대문을 나선다. 7호선 중계 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온다. 8시55분 경이다. 모처럼 홀가분하게 혼자 하는 산행, 서두를 것도 없다. 천천히 동쪽으로 향한 정면의 넓은 길을 따라 걷는다.

 

첫 번째 신호 대기에서 길을 건너, 대진 여자고등학교 담을 끼고 계속 직진한다. 어린 은행나무 가로수가 정갈하게 보이는 기분 좋은 길이다. 저 앞 왼쪽으로 길 건너에 상명여자 중고등학교 건물이 보인다. 4 거리에 도착하여 신호를 받고, 길을 건너, 오른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정면으로 롯데마트 건물이 보인다, 노해 근린공원을 왼쪽에 두고 걷다보면, 공원 끝에 노원구민체육센터가 나타난다. 이 건물을 끼고, 이번에는 왼쪽으로 돌아, 다시 동쪽을 향해 걷는다. 아파트 단지 사이로 뚫린 아름다운 4차선 도로다. 왼쪽으로는 주공 아파트 10단지, 오른 쪽 길 건너편에 롯데 우성아파트단지가 보인다. 이 길을 따라 계속 직진한다.

<대진 여고 담길>

<4거리 건너 우측으로 롯데마트가 보인다.>

<근린생활 체육관을 끼고 왼쪽으로 돌아, 이 길을 따라 내려간다.>

오른쪽 길 건너로 양지 근린공원이 보이고, 이윽고 4거리에 도착한다. 길을 건너 대림 아파트 101동이 보이는 노원 우체국 방향으로 진행한다. 이 길을 따라 계속 걸으면, 왼쪽으로 불암 고등학교 가 나타나고, 학교 건물 뒤로 웅장한 볼암산이 모습을 보인다. 계속 진행하여, 다시 4거리에 이르고, 길을 건너면 바로 초암 초등학교다. 초암 초등학교 학교 담을 왼쪽에 끼고 걷는다. 학교 담이 왼쪽 길을 따라 굽어지고. 이를 따라 왼쪽으로 돌아서면 정면에 삼성아파트가 보인다.

<또 다시 4거리, 길을 건너 직진한다.>

<불암 고등학교와 불암산>

삼성아파트를 보면서 오른쪽으로 경사진 길을 올라, 넓은 중계 현대아파트 단지에 이른다. 중계 현대1차 아파트를 가르치는 화살표를 따라 왼쪽으로 돌아 오르면. 이윽고 아파트 단지를 둘러막은 철문을 지나 도로로 내려선다. 이 도로를 오른 쪽으로 오르면 왼쪽으로 원암 유치원 건물이 보이고, 몇 걸음 더 오르면 원암 유치원 입구를 알리는 화살표가 보인다. 화살표를 따라 왼쪽으로 들어서서 산행을 시작한다.

<이 길을 오른쪽으로 따라 오른다>

<화살표를 따라 들어가 오른쪽으로 산행이 시작된다>

돌이 많은 송림 길이다.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많아, 넓게 펼쳐진 황토가 단단하게 다져져 있다. 날씨는 잔뜩 흐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 질 것 같다. 가벼운 차림으로 산에 오르는 동네 아주머니들은 모두 우산을 챙겨들었다.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서인지, 샛길이 많이 눈에 뜨인다. 하지만 길을 잘 모르면 큰길만 따라 오르면 된다. 오른쪽으로 차량 통행이 가능한 시멘트 길이 따라 온다. 등산로는 왼쪽으로 크게 굽어, 가팔라지더니, 오른쪽으로 크게 우회하여 돌아 온 시멘트 길과 만난다. 가파른 시멘트 길은 학도암으로 이어진다.

<돌이 많은 등산로>

<학도암 오름길>

주위의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학이 이곳에 날아와 노닐었다는 학도암(鶴到庵)이다. 작은 암자지만, 암자 뒤로 아담한 불당과 약사암이 눈에 뜨인다. 그리고 이곳에는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24호로 지정된 마애관음보살좌상(磨崖觀音菩薩坐像)이 있다. 고종7년 명성황후 민비의 불심으로 조성된 이 관음상은 10개의 이중 연꽃으로 만든 대좌 위에 결가부좌를 하고 있는 관음보살의 모습을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바위 옆면에 50자로 된 조성명문이 남아 있어 그 가치를 더욱 높여주고 있는 뛰어난 걸작품이라고 한다.

<학도암>

<학도암 불당>

<마애관음보살좌상>

조용한 아침의 산사(山寺), 이곳 저곳 기웃대며, 사진을 찍고, 고즈넉한 분위기에 휩싸여 10여분간을 차분한 마음으로 보낸다. 대간 길에서 정신 없이 달리던 때와는 하늘과 땅처럼 다른 모습이다. 학도암을 뒤로하고 주능선을 향해 오른다. 등산로는 통나무계단으로 잘 정비 돼 있고, 특히 등산로를 따라 물길을 만들어 놓은 것이 재미있다. 빗물로 등산로가 패이거나, 씻겨 내리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통나무 계단길 둥산로와 물길>

주능선에 올라, 첫 번째 이정표를 만난다. <학도암 0.4Km, 불암산 정상 2.2km, 10번 종점 1.1Km> 10번 종점 쪽에서 등산객들이 줄을 지어 오른다. 주능선 길은 신작로 마냥 넓다. 누런 황톳길에 힘줄처럼 울퉁불퉁 나무 뿌리가 솟구쳐 있다. 오래된 노송들이 쭉쭉 뻗은 길이다. 오른쪽으로 천보사로 이어지는 길이 갈라진다.

<이정표-불암산 정상2.2Km>

<황톳길 등로>

항상 가지고 다니는 스틱이 쌍으로 배낭에 꽂혀 있지만, 꺼내서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모두들 가벼운 차림으로 오르고 있다.스틱을 사용하는 등산객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라야지...속으로 중얼대며, 눈길을 끄는쌍 스틱이 꽂힌배낭을 지고, 천천히 지그재그로 황톳길을 오른다.

 

너른 헬리포트에 오른다. 옛날 봉화대 자리(420m)이고, 성터 자리라고 했지만, 그런 흔적은 찾을 수가 없다. 아이스케이크 장사가 손님들을 모으고 있을 뿐이다. 날씨가 흐려 사방의 조망이 제로다. 한 귀퉁이에 꺽다리 이정표가 서 있다.<정상 940m, 학도암 1552m> 등산로는 이정표 앞으로 꺾여져 내린다.

<헬리포트-옛날 봉화대 자리>


비탈길이 끝나는 곳에 왼쪽으로 매점과 천보암장의 방향을 알리는 표지가 보인다. 이를 무시하고 직진한다. 10시 40분 경, F5 깔닥고개를 알리는 표지판 앞, 삼거리에 선다. 왼쪽에서 올라오는 길이 지난 번 야간 산행 시 올라 왔던 재현 초등학교 길이다. 5분쯤 오르니 등산로는 암릉 길로 이어지고 정면에 태극기 휘날리는 불암산(佛岩山) 정상이 보인다.

<깔닥고개>

<멀리서 본 불암산 정상>

산의 형상이 마치 송낙(소나무 겨우살이로 만든 여승이 쓰는 모자)을 쓴 부처의 모습과 같다 하여 불암산(佛岩山)이라 불린다고 하는데, 남면은 거대한 암반이 봉우리에 치마를 두른 듯하다 하여 치마바위라고 하고, 주봉을 삿갓 봉이라고 한다고 한다. 천보산(天寶山), 필암산(筆岩山)이라고도 불리는 이 산은 전체 면적이 약 162만평 정도이고. 1977년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됐다고 한다.

 

F2 거북바위 표지판 앞에 섰지만, 어느 것이 거북바위인지 알 수가 없다. 뒤돌아 지나온 봉화대를 카메라에 담고, 정상으로 향한 슬랩 구간을 천천히 걸어 오른다. 우회로를 택하지 않더라도, 큰 무리 없이 슬랩 구간을 직등(直登)할 수 있을 정도의 경사다. 정상 바로 아래에서 다소 경사가 있는 구간에는 로프가 걸려 있다.

<뒤돌아본 봉화대>

<암릉길 1>

<암릉길 2>

태극기 휘날리는 정상을 향해 오른다. 경사진 슬랩은 크랙이 있어 오르기 편하다. 비교적 넓은 바위에 서지만, 태극기가 걸린 곳을 오르려면, 암봉을 하나 더 올라야 한다. 암봉 위에는 여러 사람들이 올라, 조망을 즐기고 있다. 갈리진 직벽에 발을 놓을 자리가 파여져 있어, 오르기는 문제가 없겠는데, 배낭을 메고 내려올 때는 다소 힘이 들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용기를 내어 암봉을 기어올라 정상에 선다.

<불암산 정상>

<태극기가 꽂힌 최정상 암봉>


정상은 비교적 넓은 편이다. 삼각점이 2개나 박혀있고, 삼각점을 훼손하지 말라는 경고 판이 서있다. 1980년 12월 구맥회에서 붙여놓은 방향표지 동판이 눈에 뜨인다. 사방이 막히는 것이 없이 확 트였다. 하지만 날씨가 흐려 북으로는 코앞의 석장봉만이 뚜렷이 보일 뿐 수락산도 희미하게 윤각만 떠오른다. 서쪽으로 도봉산은 보이지 않고. 발아래 거대한 아파트 군이 구름 속에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동쪽으로 너른 벌판이 펼쳐지고, 한줄기 도로가 힘차게 남북을 관통하고 흐른다. 장관이다. 정상에 앉아 과일을 먹으며 사방을 완상(玩賞)한다.

<정상의 삼각점>

<정상에 오른 등산객들>

<불암산 정상에서 본 석장봉, 뒤로 수락산이 희미하다>

<불암산 정상에서 본 동쪽 조망>

힘겹게 정상에서 내려서서, 석장봉으로 이어진 암릉길을 걷는다. 조망이 끝내 준다. F4 석장봉을 알리는 안내판이 서 있다. 너른 공터에 라면, 청량음료 등을 파는 커다란 간이 매점이 자리를 잡고 있다. 암릉 길에 석장봉(石將峰)이라고 써 있는 능선을 걸어 내려서면, 왼쪽으로 우회한 등산로와 만나게 된다. 수락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다. 등산로에는 갑자기 인적이 끊어진다.

<석장봉으로 이어지는 암릉길>

<석장봉에서 본 불암산>

<수락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

등산로는 급경사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정면의 조그만 봉우리를 우회한 길은 다시 북으로 향한다. 오른 쪽으로 커다란 봉우리가 보인다. 아마도 406m봉인 모양이다. 주 등산로는 여전히 북쪽으로 향하는데, 오른쪽 406m봉으로 이어지는 샛길이 희미하게 나 있다. 오른쪽 길로 들어선다. 암릉이 길을 막는다.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는 경사라 암릉을 타고 올라, 봉우리 위에 선다. 너른 바위가 펼쳐있고, 왼쪽으로 불암산과 석장봉에서 떨어지는 암벽이 날카롭고. 북으로 달려 내린 능선이 힘차다. 시원한 전망이다.

<406m봉에서 본 불암산, 석장봉>

 

12시10분 경, 다소 이르지만, 조용하고 전망 좋은 너른 바위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백세주를 반주로 시원한 조망을 바라보며 점심을 즐긴다. 사방이 조용하다. 이따금 이름 모를 새소리가 들리고, 멀리 헬리콥터가 지나는 소리가 간간이 정적을 깬다. 과일도 먹고, 커피도 마시며 고요한 산 속의 정적을 만끽한다.

 

12시 40분 경, 배낭을 챙겨 메고, 406m봉을 내려서서, 수락산으로 향한다. 뚜렷하게 나 있는 등산로는 대간 길과 매우 흡사하다. 간간이 산행리본이 걸려있다. 좌우로 샛길이 눈에 뜨이지만, 북쪽으로 이어진 뚜렷한 등산로를 걸으면 알바의 위험도 없다.

 

나뭇가지 사이로 멀리 수락산의 윤곽이 뚜렷하다. 말이 많던 외곽 순환도로의 터널공사 현장이 보이고, 작업을 하는 기계소음이 들린다. 송림으로 이어진 아름다운 길가에 낙엽이 쌓인 개인호(個人壕)가 보인다. 사격장에서 총소리가 '드르룩, 드르룩,' 가까이 들린다. 우리는 6.25를 경험한 세대다. 삼청공원에 무수하게 파 놓은 개인호들과 탄피, 탄통 등 주변에 유기물들이 널려져 있던 광경이 떠올라 기분이 섬뜩해진다.

<외곽순환도로 터널공사>

<개인호>

1시 5분 경, 공덕고개 동물 이동로를 건너, 수락산 경계로 들어선다. 고압선 철탑을 지난다. 1시31분 수락산으로 들어서는 철조망 문을 지나고, 오른쪽으로 철조망을 끼고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 오른다. 24번 철탑을 지나 밧줄이 걸린 암릉을 오른다. 암릉을 지나자, 왼쪽으로 너른 바위가 펼쳐 있고, 등산객들이 한 무리 쉬고 있다. 바위 끝에서니 지나온 석장봉과 불암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공덕 고개>

<24번 철탑>


날씨가 조금씩 개인다. 짙은 구름사이로 가끔 햇볕이 비친다. 등산로는 송림 오솔길로 이어진다. 차츰 암릉 길이 많아진다. 멀리 도솔봉이 보이고, 꼭대기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까맣게 보인다. 2시 32분 이정표를 지난다. <수락산 정상 0.8Km, 수락계곡 2.8Km, 동막골 3.0Km>

<멀리 본 도솔봉과 수락산>

<당겨 찍은 도솔봉 정상>

치마바위 아래에 도착한다. 남자들의 손을 잡고, 슬랩을 타고 내리는 아주머니들이 많아, 우회로로 돌아 E14 표지판이 붙어 있는 치마바위에 오른다. 뒤돌아 도솔봉과 불암산을 카메라에 담고, 슬랩을 오른다. 구멍바위를 지나고, E13 하강바위 앞, 남근 석처럼 생긴 기암을 지난다. 둥근 귀두 끝에 남녀가 자일을 타고 매달려 있다. 여자들이 더 용감하게 암릉에 도전하는 것 같다. E3 코끼리 바위를 지나, 쇠기둥에 로프를 매어 놓은 암벽길을 내려선다.

<치마바위>

<치마바위에서 본 도솔봉과 불암산>

<구멍바위>

<오버행 자일링>


<남근석을 오르는여인>

 

<수락산 방향의 기암들>

<코끼리 바위>

3시 28분 경, E3 철모바위 앞, 간이매점에 도착한다. 캔 맥주를 주문하고, 시원한 매점 의자에 앉는다. 3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곱상한 여인이 멸치에 고추장을 곁들여, 캔 맥주를 가져다 준다. 시원하다. 맥주를 마시며 주위를 둘러본다. 붉은 등산복이 잘 어울리는 젊은 여자 둘이 차를 마시며 쉬고 있고, 짐을 지고 산에 오른 매점 주인 여자의 남편은 작은 나무에 열심히 조각을 하고 있다. 손님이 뜸한 틈을 타서, 매점 주인 여자가 남편에게 생강차를 타 준다.

<철모바위>

<철모바위 앞 간이 매점의 목상>

 

여자 등산객들이 많아서 인가? 무더위 속인데도 3천 원을 받는 캔 맥주를 찾는 손님이 없다. 내 옆의 50대로 보이는 남자 등산객은 배낭에서 물을 꺼내 마시며 쉬고 있다. 산꼭대기의 간이 매점에서도 경기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지난 목요일 썰렁하던 인사동 술집이 생각난다. 술집 사장은 5월부터 손님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울상이다. 천천히 맥주를 마시며 20여분간을 쉬고, 매점 앞의 배낭바위에 오른다.

<배낭바위>


배낭바위에서 태극기 휘날리는 수락산 정상이 보인다. 이제 정상까지는 200m 정도가 남았다. 3시 53분 수락산 정상 안내판 앞에 선다. 안내판은 말한다.

 

"수락산(水落山)은 고도 637m, 사암으로 된 산이라 나무는 울창하지 않아도, 산중에 금류동(金流洞), 은류동(銀流洞), 옥류동(玉流洞)의 세 연못이 있어, 사람들의 좋은 휴식처가 된다. '수락산' 이라는 이름은 '물이 떨어지는 산' 이라는 데서 기인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는 '산봉우리의 형상이 마치 물이 떨어진 모습과 같다' 는 데서 붙여진 것이라는 이야기도 전한다."

<배낭바위쪽에서 본 수락산 정상>

<수락산 정상의 태극기>

주위를 둘러보고, 사진을 찍은 후, 태극기가 걸려 있는 암봉을 올려다본다. 암봉을 오르는 길이 2곳이 있지만, 불암산과는 달리, 그 암봉에 오르려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정상표시가 있는 정면에서 오르려니 숏 다리인 내게는 다소 힘이 들어 보인다. 뒤쪽으로 돌아 크랙 진 암벽을 오른다. 위에 있던 젊은이가 손을 뻗어 끌어준다. 태극기는 또 하나의 작은 암봉 위, 깃대에 꽂혀 휘날린다. 젊은이는 가볍게 그 작은 암봉에 올라, 깃대를 잡고 하늘을 우러러 휘날리는 태극기를 본다. 아래에서 젊은이의 씩씩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수락산 주봉>


 

마지막 암봉은 오르지 않고, 두 번째 암봉에서 조망을 즐기며 사진을 찍는다. 남쪽으로 수락산 정상의 암봉을 넣고, 도솔봉, 불암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북으로 지난번 야간산행 시 비박을 했던 봉우리가 바로 눈 아래 있다. 의정부 쪽으로 흐르는 푸른 능선이 발아래 있고, 그 너머로 사패산이 흐릿하다. 올라왔던 길이 직벽이라 내려서려니, 배낭이 걸린다. 젊은이가 먼저 내려가 배낭을 받아 준다. 암봉을 내려서서 젊은이와 그의 친구 사진을 몇 장 찍고, 이-메일로 보내주기로 한다. 이들은 의정부 쪽에서 올라왔다고 한다. 잠간의 만남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헤어져 아쉽다.

<수락산 정상에서 본 도솔봉과 불암산>

 

홈통바위로 향한다. 등산로가 비교적 넓은 공터를 지난다. 낮이 익다. 지난번 야간 산행 시, 함께 모여 앉아 야식을 먹던 곳이다. 반갑다. 4시 17분 수락산 정상에서 500m 떨어진 홈통바위에 이른다. 홈통 바위에는 기차길 같은 홈통을 가운데 두고, 로프가 두 가닥 걸려있다, 오른쪽 로프에는 중간중간 매듭이 있어 오르막에 이용토록 하고, 왼쪽 것은 매듭이 없어 하강 길에 이용한다. 왼쪽 하강 길에는 바위 틈새가 있어, 로프에 의지하지 않고 내려가는 등산객들도 간간이 보인다.

<홈통바위를 오르는 사람>

<홈통바위를 내려서는 사람들>

홈통바위를 올라오는 사람을 기다려 사진을 찍고, 아래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내려가겠다는 신호를 보낸 후, 로프를 잡고, 천천히 바위를 내려선다. 첫 번째 바위에 내려서서 잇달아 내려오는 하산 객들의 사진을 찍어준다. 두 번째 바위도 줄을 잡고 내려선다. 4시36분 서쪽 석림사로 내려가는 4거리에 이른다.

<석림사 갈림길>

배낭에서 무릎 보호대를 꺼내 장착하고, 스틱을 풀어, 하산 준비를 한다. 석림사로 이어진 급경사 내리막은 잔돌이 많은 험한 길이다. 사람들의 왕래가 많지 않은지 등산로가 이따금 희미해진다. 급사면을 내려서자 등산로는 석천동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계곡에는 물이 말라 있다.

 

이윽고 등산로는 계곡을 건너, 수락산 정상 부근에서 바로 내려오는 길과 합쳐진다. 넓은 계곡 암반이 나타나고, 길은 암반 왼쪽으로 이어진다. 제법 깊은 골이다. 계곡 군데군데 물이 흐르고, 아주머니들의 노랫소리가 시끄럽다. 물이 흐르는 곳에서 세수를 하고 땀에 젖은 상의를 바꾸어 입는다. 고개를 들어 보니, 계곡 저 끝으로 수락산 정상이 우뚝 솟아 있다.

<석천계곡>

<석천계곡에서 올려다 본 수락산>

5시33분, 석림사(石林寺)에 도착한다. 산행 끝 지점이다. 석림사를 이리저리 둘러본다. 석림사라는 절의 이름은 서계(西溪) 박세당(朴世堂) 선생이 처음 석림암이라고 명명한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석림사>

 

특이한 것은 정면 종각에 '石林寺' 라는 한자 현판이 붙어 있는 것을 제외하면, 대웅전도 '큰법당' 이라는 한글 현판이 붙어 있고, 법당 기둥의 법문들도 한글로 표기한 것이라 하겠다. 큰법당 뒤에 높직이 세워진 지장단의 모습도 눈길을 끈다.

<석림사 지장단>

절을 구경하고, '수락산 석림사' 라는 현판이 붙어 있는 일주문을 벗어난다. 오른쪽으로 잘 손질된 노강서원(鷺江書院)이 보이고, 조금 더 내려가니, 개울가에 약 300년 전에 지어져, 박세당 선생이 한거(閑居)했다는 육각정 정자, 귀산정이 쇠락한 모습으로 버려져 있다. 주차장까지 완비하고, 거의 기업화된 계곡의 식당들과 크게 대조가 된다. 보신탕 냄새인지, 식당에서 풍기는 누린내가 역겹다.

<노강서원>

<쇠락한 귀산정>

6시 경, 장암역에 도착하여, 냉방이 잘 된 지하철에 오르니 한기가 느껴진다. 배낭에서 조끼를 꺼내 입는다.

 

 

(2005. 6. 20.)

[우정 / 2005-05-22,22:24:24]

우림님~

야간산행의 진수를 맛보았습니다.

시간 나는대로 사진과 동영상을 압축하여 보내드리겠습니다.

서울야경이 그렇게 아름다울줄은 몰랐습니다.

이러다가 또하나의 올빼미증세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되네요,ㅋㅋ [삭제]

2 [잭울프 / 2005-05-22,23:13:25]

야등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피로도 아직 덜 풀리셨을텐데 사진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블로그에 들러 사진 퍼가겠습니다.

잭의 "수락아지트"에서 찍은

의정부동부지역(민락,송산지구)의 일출전의 야경입니다.

정말 환상적이군요! [삭제]

3 [아픈드니로 / 2005-05-23,13:46:48]

블로그의 멋진 산행기 잘 보았습니다.

이렇게 우림 선배님 덕에 보고픈 님들의 사진과 산행기를 즐길 수 있어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자기 관리 실패로 뵙지 못한지 어느덧 한달이 넘어가네요.

이번 주 수요일 정확한 검사를 하거든요.

가까운 시일내에 꼭 사진 속에 저를 넣아주세요...뵙고싶습니다... [삭제]

4 [대빵 / 2005-05-23,18:47:41]

야간산행 하시느라고 수고들 많았습니다


그리고 우림님의 블로그방을 방문했는데 정말 잘꾸미셨더군요


미처 몰랐었는데 ....


수고 많으셨습니다


틈새산행에 더 많은 3차대원님들께서 참여하였으면 하네요


그리고 3차대 소간방 코너를 초기화면 개편하면서 다시 open 하였으니 많은 참여와 소식을 전하시기 바랍니다.


또 틈새 산행코너를 신설할테니 활용하시시 바랍니다 [삭제]

5 [深泉 / 2005-05-23,19:12:58]

우림 선생님! 젊은이들보다 더 강한 체력과 자연에 대한 사랑에 다시금 깊은 존경심을 표하오며, 사패산입구에서 탁족도 하고 귀가했습니다.


익일 아침에 일어 나니 뭔가 허전하여 홀로 도봉산에 기어 올랐습니다. 불과 몇 시간 전에는 많은 동료분들이 계셨는데 또 다시 독립군이 되니 뭔가 야릇하더군요! 뭉치면 시끄럽고, 없으면 허전하니.....


금주 토요일 정맥에서 알현하겠습니다. [삭제]

6 [우림 / 2005-05-23,22:23:04]

"불수" 야간산행에 취(醉)해

변변찮은 블로그를 공개하여

여러분들께 번거러움을 끼쳤습니다.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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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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