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길도 여행(2)

국내여행 2012. 12. 18. 10:48

완도 항 풍경

 

보길도여행 둘째 날이다.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밖으로 나와 모텔주변을 둘러본다. 노화읍 이목항 부근에 있는 갈꽃섬 모텔은 신축건물이라 깨끗하고, 방마다 PC가 놓여 있는 등 필요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 불편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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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갯벌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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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포항에서 본 보길도

 

아름다운 여행의 옥의 티가 된 74년생의 해프닝이 끝나고, 일행은 엊저녁 식사를 했던 “보길도의 아침”에서 아침을 한 후, 부용마을로 향한다. 이윽고 버스는 부용마을에 도착하고, 일행은 줄지어 낙서재와 곡수당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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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석실에서 내려다 본 부용마을-마을 뒤, 격자봉 능선이 부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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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재로 향하는 일행-흰머리에 검은 캡을 쓴 분이 35년생이고 보랏빛 모자를 쓴 아줌마도 보인다.

 

곡수당(曲水堂)은 윤선도의 아들 학관이 아버지를 모시기 위해 초당을 짓고 살았던 곳이라고 한다. 격자봉에서 흘러내린 계곡물이 월하탄을 거쳐, 일심교, 유의교, 홍혜교 아래를 흘러, 곡수당 옆 상연지와 하연지에 저수되는 흥미로운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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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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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의교와 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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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탄과 일심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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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물을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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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조를 만들었다.

 

곡수당을 둘러보고 약 100m 떨어진 낙서재로 향한다. 풍수지리에 정통한 윤선도는 보길도의 주봉인 격자봉에 올라, 지세를 살핀 후, 이곳에 낙서재(樂書齋)를 지었다고 한다. 학문을 즐기는 집이라는 의미겠다. 낙서재로 오르는 길옆에 잠시 휴식하는 초당이 있고, 그 뒤로 객실인 무민당(無憫堂)이 보이는데, 가까이에 있는 소은병(小隱屛)이라는 병풍바위가 운치를 더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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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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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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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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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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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바위에서 본 곡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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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당에서 건너 본 동천석실

 

낙서재를 둘러보고 동천석실((洞天石室)로 이동한다. 이윽고 버스가 동천석실 입구 도로변에 정차하자, 버스에서 내려 동천석실을 당겨 카메라에 담고, 울창한 동백 숲으로 들어선다. 동천석실은 사진에서 보듯, 산 중턱 암벽위에 한 칸짜리 정자 두 개를 지어놓은 곳이다. 동백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어두컴컴한 돌길을 10여분 올라서 동천 석실에 이른다. 과연 고산이 “부용동 제일의 절승“이라고 자랑할 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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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겨 찍은 동천석실

 

부용마을이 한눈에 내려가 보이고 건너편 격자봉 능선이 한없이 부드럽다. 이곳에 앉아 눈앞에 펼쳐진 풍광을 보고 있노라면 누구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건너편에 곡수정과 낙수재가 작게 내려다보인다. 윤선도는 이 명승지에서 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유유자적 노년을 보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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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나무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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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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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석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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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석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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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 앞 노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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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없이 부드러운 격자봉 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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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겨 찍은 곡수정과 낙수재

 

신선이 산다는 곳에서 30여분 동안 눌러 앉아 부드러운 격자봉 능선에 빠져들다, 하산하여, 길 건너 아름다운 동백나무 숲을 잠시 둘러보고, 버스에 올라 윤선도의 마지막 걸작품, 세연정을 보러 떠난다. 세연정은 세연지와 회수담 사이에 있는 정자의 이름이다. “주변경관이 매우 깨끗하고 단정하여 기분이 상쾌해지는 곳”이라는 뜻이라 한다. 주로 연회와 유희의 장소로 사용했다는 세연정은 담양의 소쇄원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정원으로 쌍벽을 이루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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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연정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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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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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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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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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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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연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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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연지 2

 

세연정에는 고산의 기발한 착상이 잘 나타나있다고 한다. 개울에 보를(판석보, 일명 굴뚝다리)를 막아 논에 물을 대는 원리로 조성된 세연지에는 물의 흐름을 조절하는 기능을 갖는 7암을 배치하고, 주위에 동백나무와 대나무를 심어 정취를 한껏 높인 크고 화려한 정원이다. 어부부사시사는 주로 이곳에서 창작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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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서방향에서 본 세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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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연정 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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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쪽에서 본 세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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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연지 쪽에서 본 세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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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이 다른 정자 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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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석보 - 보 안이 비어 흐르는 물소리가 울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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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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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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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문

 

약 40분 동안 세연정을 둘러보고 밖으로 나와 길 건너 가게에서 캔 맥주를 사 마시며 버스 떠나기를 기다린다. 일행들이 모두 돌아오자, 11시가 조금 넘어 버스는 노화도로 출발한다. 이윽고 동천향 터미널에 도착하여, 티켓 팅을 한 후, 12시 20분에 출항하는 배를 한 시간 동안 하염없이 기다린다. 일행은 에어 콘을 견 버스에서 남아 쉬던가, 아니면 터미널로 나와 TV를 보면서 시간을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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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길대교를 건너고

 

터미널 뒤로 암릉이 보이고 능선으로 이어지는 시멘트도로가 이너진다. 15~20분이면 암릉에 오를 수 있을 것 같아. 시멘트도로를 따라 오른다. 하지만 능선까지 1/3 정도를 남겨 놓은 지점인 묘 앞에서 길이 끊어진다. 암릉이 코 앞이지만, 한여름 자랄 대로 자란 잡목 넝쿨을 돌파할 용기가 없어, 후퇴하여 터미널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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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로 후퇴하다 내려다 본 바다.

 

터미널로 돌아왔지만 아직도 30분은 더 기다려야한다. 무료하여 매점으로 들어가 둘러보는 데,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구석에서 술판을 벌리고 있는 사나이가 있다. 그 양반도 숨어서 재미를 보다 들킨 게 겸연쩍은지, “이리와 앉으세요, 혹시 ‘삐딱 주’를 아세요?" 라고 묻는다. 처음 들어보는 술이다. 모른다고 했더니, 한잔 맛을 보라며, ‘삐딱 주’를 만든다. 맥주 컵에 맥주를 1/3정도 따르고, 막걸리병 위에 뜬 부분을 붓더니(막걸리를 흔들면 안 됨), 쇠 젓가락으로 맥주 컵 바닥을 콱 찍자, 맥주가 솟아오르며 막걸리와 멋지게 섞인다. 삐루와 탁주를 섞었으니 삐탁이 되고, 편하게 음이 변해 ‘삐딱 주’가 됐다고 한다.

 

‘삐딱 주’를 개발한 유 회장

 

맛을 보니 그럴듯하다. 맥주가 보통 4도, 막걸리가 6도 정도라 도수차이는 별로 없지만, 맥주와 막걸리의 맛이 합쳐져 순하고 부드럽다. 한잔 두잔 마시다보니 30분이 후딱 지나고, 배가 들어온다. 이렇게 1 차는 끝나고, 점심 때 다시 만나 2차를 하기로 한다. 카페리는 40분 정도 항해 끝에 1시가 조금 넘어 완도 화흥포 항에 도착한다.

 

일행은 다시 버스를 타고, 완도 어시장 부근 식당가로 이동하여, 1시 30분 경, 점심식사를 하러 뿔뿔이 헤어진다. 전복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꽤 있어, 식사 후 버스로 돌아오는 시각은 3시로 정한다. 35년생 어르신을 포함하여 혼자서 온 남자들 네 사람(74년생은 왕따를 시킨 것도 아닌데, 감히 낄 생각을 못한다.)과 유 회장 부부, 그리고 여자 2분, 모두 8사람이, 바닷가 횟집에서 자리를 같이한다. 유 회장이 회를 쏘고, 나는 술을 주문하여 2차 ‘삐딱 주’ 술판이 벌어진다.

 

회를 안주로 바닷바람을 쏘이며 마시는 술은 잘 취하지 않는 법이다. 게다가 삐딱 주라는 것이 도수도 약하니, 신선한 회를 안주로,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물마시듯 마신다. 열대여섯 잔쯤 마시고 식사를 하는데, 김휴림씨가 굳은 얼굴로 나타더니, 다른 사람들이 버스에서 기다린다며 독촉이 성화같다..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버스로 간다. 우리들이 타자 버스는 곧 서울로 출발한다.

 

서울로 향하는 답답하고 긴 시간에 여행에 관해 생각을 해본다. 여행이라는 것이 “일상에서 벗어나, 낮선 곳에서, 낮선 사람들을 만나, 낮선 음식도 먹어보고, 낮선 잠자리에 드는 것.”인데, 행선지도, 일정도 정하지 않고 무작정 발걸음 내키는 대로 떠나는 것이 최상이라고 했다. 수학여행, 신혼여행, 도피여행, 이별여행, 먹거리 여행, 단체여행, 개별여행...등등 여행의 종류도 수없이 많지만, ‘아름다운 여행’은 생소한 말이다. ‘아름다웠던 여행’하면 감이 잡힌다. 하지만 어떤 여행이 ‘아름다운 여행’인지는 아직 정의(Definition)가 없다.

 

김휴림씨는 동반자를 1인으로 제한하고, 산악회 사람들은 받지 않으며, 버스 안에서는 말을 하지 않고, 정해진 시간을 칼같이 지키는 것을 ‘아름다운 여행’의 필요조건으로 생각하고, 그 걸 감독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여기는 모양이다. 하지만 충분조건이 결여되어서일까? 내게는 이번 보길도 여행이 아름답기는커녕, 지루하고, 답답하고, 자꾸 불필요한 간섭을 받는 것 같아 불쾌했다.

 

조선일보 오태진 논설위원도 ‘아름다운 여행’을 소개하면서, 이런 점을 감안한 듯, “김휴림의 버스를 타보니 우리네 단체여행도 분화하고 진화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입을 오래 다물고 있었더니 입안에 가시가 돋는 듯하긴 했지만.” 이라고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 놓는다.

 

 

(2012. 8. 26.)

 

뻐꾸기 at 09/04/2012 02:23 pm comment

저도 구경 잘 했습니다. 소위 낚시 당하신 거네요. 모집하는 당시에도 버스에서 말하지 못한다고 했던가요? 그 심정 이해할만 합니다.

우림 at 09/05/2012 09:47 am reply

안녕하세요?‘아름다운 여행’이란 말에 현혹되어 회원가입하고, 참가신청을 했으니, 낚시당한 건 아니겠지요. 물론 사전에 버스에서는 말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요. 하지만 그건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될 정도로 시끄럽게 굴지 말라는 소리로 이해를 했지, 10시간 넘게 벙어리가 되어야한다는 뜻인지는 몰랐지요.김휴림씨가 표방하는 ‘조용한 여행’에는 저도 적극 찬동합니다. 하지만 실제 가보니, 여러 가지로 참여자들을 제약하고, 참여자들 위에 군림하려는 그의 태도(물론 겉으로야 부드럽고 공손하지만)를 보고 혹시 과대망상증환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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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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