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나들이(1)

국내여행 2012. 11. 21. 22:17

<도동항>

 

울릉도에는 이번이 두 번째 나들이 이다. 지난 5월 친구와 둘이서 4박 5일 일정으로 울릉도 도보 일주를 한 후 혼자 보기가 아쉬워, 집사람과 꼭 다시 오겠다고 다짐을 했었는 데, 마침 기회가 되어 처제 내외와 함께 울릉도를 다시 찾았다.

울릉도를 다녀온 사람들의 반응이 재미있다. 아주 좋았다는 사람, 별 것 아니더라는 사람, 극히 대조적인 반응이다. 사실 울릉도는 교통도 불편하고, 특기할 만한 음식도 드물며, 잠자리도 고급스러운데가 많지 않다. 그런데도 울릉도를 찾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 가고, 요즈음은 신혼부부들도 자주 찾는다고 한다. 왜 그럴까?

단체여행도 좋겠지만 울릉도는 개별여행이 더 어울릴 듯 싶다. 걸어서 해변도로를 일주하고, 태하령도 걸어서 넘자. 성인봉 전망대에서 나리분지를 굽어 보라. 이국적인 풍광이 당신을 놀라게 할 것이다. 특히 젊은 분들에게는 꼭 보도여행을 권하고 싶다. 3박 4일로도 가능하고, 4박 5일이면 더욱 좋다.

나는 두 번 다 저동에 있는 고덕진 영감님댁에서 민박을 했다. 저동항을 내려다 보는 언덕 위에 지은 일자식 가옥이다. 고 영감님 이야기로는 저동에서 가장 오래된 가옥 중에 하나라고 한다. 1m 남짓한 좁은 씨멘트 통로가 앞마당을 겸하여 앞집 지붕과 같은 레벨로 놓여 있고, 바람이라도 불면 유리문이 요란스럽게 덜컹대는 낡은 집이다. 하지만 고 영감님이 특실이라고 부르는 방 앞, 좁은 평상에 앉으면, 저동항이 바로 눈 아래 있다. 이 곳에 앉아 파도소리를 들으며 하염없이 앞 바다를 보는 것도 좋고, 밤하늘에 총총한 별들을 세다가 졸음에 겨우면 방문만 열고 잠자리에 들 수 있어 좋다. 할머니가 부지런한 탓일까? 침구와 수건은 항상 청결하다. 시설 좋은 모텔식 민박집의 얼룩진 이부자리나 냄새나는 수건과는 질이 다르다.

고 영감님은 경제적인 여행을 권한다. 밑 반찬만 조금 해 가지고와서 밥은 지어 먹고, 오징어건, 생선이건 싱싱한 놈을 구해 줄터인데 굳이 먹는데 돈들일 필요가 왜 있으며, 튼튼한 다리만 있으면 공해 없는 섬을 걷는 것보다 건강에 좋을 것이 없는 데 왜 차를 타냐고 열을 내신다. 젊은 분들이 아침에 늦잠을 자면, 잠자러 울릉도에 왔냐고 야단 맞는다.

첫 번째 방문 때 홍합밥을 잘하는 집을 소개해 달랬더니 예의 경제적 여행론이 발동되어 결국 할머니가 해주신 홍합밥으로 때우기는 했지만 듣던 맛과는 달라 두 번째 방문 때는 고 영감 몰래 도동의 맛 있다는 집을 찾았다.

도동 1리 139번지 쌍둥이 식당(054-791-2737 / 011-541-9949). 단체 손님은 받을 수 없는 작은 식당이다. 왜 하필 쌍동이 식당이야고 물었더니,

"음식점을 하려고 작정하고, 상호를 지으려하니 마땅한 게 있어야 지에. 고민하는 걸 보고 쌍둥이 딸년들이 쌍둥이 식당으로 하랍디다. 그래 지은 이름이라 쌍둥이 딸 애들을 생각해서라도 손님들에게 소홀이 할 수 없어 지데에," 라고 주인 아주머니는 얼굴마저 살짝 붉히며 설명한다.

쌍둥이를 낳아서 일까? 음식들이 제법 넉넉하다. 다른 집들은 간장만으로 홍합밥의 간을 하지만, 이 곳에서는 파를 듬뿍 넣은 파간장으로 간을 해 맛이 독특하다. 특히 배추김치 맛이 시원한 게 아주 일품이다. 오징어 불고기도 먹어 봤는데 그 맛도 좋았다. 홍합밥도 오징어 불고기도 일 인분이 만원이다. 이 정도는 크게 사치라 할 수 없으니 고 영감님도 이해할 것이다.

(2001. 10. 21)

'국내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먹거리 여행(2) - 강진  (0) 2012.11.30
먹거리 여행(1) - 진도  (0) 2012.11.30
동강나들이  (0) 2012.11.30
울릉도 나들이(3)  (0) 2012.11.22
울릉도 나들이(2)  (0) 2012.11.21
Posted by Urimah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