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나들이(2)

국내여행 2012. 11. 21. 22:19

 

<나리분지>

 

새벽 5시. 울릉도 저동, 고 영감님 큰 아들 집 앞.

아직도 바람은 강하고 파도소리도 여전히 요란하다. 하지만 날씨는 쾌청. 하늘에는 별들이 가득하고 낮 익은 북두칠성도 선명하다. 폭풍 주의보가 어제 오후 해제되어 저녁 무렵부터 출항한 오징어잡이 배들의 불빛이 수평선 너머에서 밝게 비친다. 옷을 두텁게 껴 입었는데도 오싹 한기가 스며든다. 오늘은 틀림없이 배가 들어 올 듯 싶다. 이윽고 고 영감님이 큰 아들과 함께 나온다. 큰 아드님의 오징어 실어 나르는 트럭에 몸을 싣고 도동 여객선 선착창으로 향했다.

집 사람은 단 둘이 무슨 재미로 여행을 하느냐며 해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은 처제네 부부에게 혹시나 하면서도 울릉도 여행을 함께하자고 권유해 봤다. 울릉도라는 말에 처제가 몹시 동한 모양이다. 조카 결혼식이 주말에 있어 혹시 날씨때문에 예정대로 돌아오지 못하면 큰 일이라고 무척 망설였지만 결국 울릉도의 매력에 끌려 처제 부부가 동행하기로 용단을 내렸다.

돌아올 예정일은 10월 18일. 하지만 17일 새벽 2시를 기해 울릉도와 독도에 폭풍 주의보가 발효됐다. 울릉도에는 모든 선박의 입 출항이 금지된 것이다. 꼼짝없이 울릉도에 발이 묶인 것이다. 다행히 폭풍 주의보는 18일 오후에 해제되어 19일에는 여객선이 입항할 것이 틀림없으나, 이제는 표를 구하는 것이 문제였다. 서울에서 18일 자로 표를 예약했으나 17일 예약 승객이 우선임으로 18일 자 예약은 효력이 없다고 한다. 17일 예약 승객 수를 감안하면 남은 표도 30여 매 정도이고, 이 표는 9시부터 선착순으로 판매 한다는 것이다.

표를 구하지 못해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면 쫒겨난다는 처제의 어려운 입장을 해결해 주지 못하면 집 사람에게 두고두고 시달릴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 민박집 고 영감은 물론 아드님까지 동원하게 된 것이다.

5시 8분. 터미날에 도착하니 우리 앞에는 아무도 없다. 제 일착이다.

카타마란호는 19일 오후 3시 30분 도동항을 출발, 묵호로 향했다. 폭풍 주의보는 해제 됐으나 바다는 여전히 험한지, 예정시간을 40분이나 초과하여 7시 10분에 묵호에 도착했다. 출렁대는 파도로 속이 뒤집혀 맥이 하나도 없는데 서울 행 고속버스를 예약한 승객들은 배가 입항하기도 전에 서로 먼저 하선하려고 입구에 몰려 아우성이다. 참 힘도 좋은 분들이다. 주차장에 세워 두었던 차를 몰고, 일산 처제네 집을 들러, 논현동 집에 도착하니 새벽 1시 경. 처제 조카가 결혼하는 날이다.

이렇게 불편한데 왜 사람들은 울릉도를 찾는 걸까? 홍보 캐치프레이즈 처럼 "신비의 섬" 이기 때문인가? 울릉도를 다녀오신 분들, 울릉도의 신비는 무엇인지요? 울릉도의 매력을 정리해 봅시다.

(2001.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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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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