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체마을
2012년 3월 31일(토)
오늘은 뱀부(Bamboo, 2310)를 출발하여 쿨디가르(Kuldhigar, 2540), 시누와(Sinuwa,2360), 촘롱(Chhomrong, 2170), 타우룽(Taurung, 2150)을 거쳐 노천온천이 있는 지누단다(Jhinu Danda, 1780)까지 하산한다. 트레킹 거리는 약 12Km다.
오늘의 코스
고도가 낮아지니 역시 잠자리가 편하다. 숨이 가빠 잠이 깨는 일도 없어지고, 화장실 출입도 정상으로 돌아온다. 5시경에 일어나 스트레칭 후, 짐 정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온다. 하지만 깊은 계곡이라 해 뜨는 것이 늦은데다, 오른 아침은 구름마저 끼어 볼거리가 없다. 아침 식사 후, 8시 정각에 롯지를 출발하고 굴디가르를 지나서야, 구름이 다소 걷히는지, 왼쪽 절벽 사이로 한줄기 햇살이 내려 비치고, 깊은 계곡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마푸차레가 더욱 신비롭다.
왼쪽 절벽 사이로 내려 비치는 한 줄기 햇살이
뱀부와 시누와는 고도차이가 거의 없다. 왼쪽으로 흐르는 모디콜라를 따라 사면길이 가볍게 오르내리는 정도다. 9시가 가까워지며 계곡에도 햇살이 퍼지고, 해묵은 고목 랄리구라스에 점점이 매달려 있는 꽃들이 더욱 더 선명하게 붉다. 숨 막히게 아름다운 정경이다.
고목에 핀 꽃
9시 30분 경, 시누와에 도착하여 올라갈 때 묵었던 시누와 게스트하우스로 들어선다. 자칭 네팔의 미녀들이라고 하던 아가씨 두 명이 반갑게 달려 나와 환영을 하는 바람에 자리를 잡고 앉아, 레몬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한다. 롯지들 간에 경쟁이 심한 지, 롯지에서 일하는 아가씨들이 모두 미인에다 성격도 밝고 적극적이다.
시누와에서 촘롱코라까지는 거리 약 2Km에, 고도 차이는 500m가 넘는다. 촘롱코라 계곡 건너편의 계단식 밭을 계속 바라보며 내려선다.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 강인하게 살아가는 네팔 농민들 고단한 삶이 피부로 느껴진다. 10시 30분 경, 틸체(Tilche)지나고, 내리막길은 더욱 가팔라진다.
틸체 롯지
건너편의 촘롱마을
초우따라를 지난다. 힘들여 오르막길을 오르다 쉬고 있는 한국의 젊은 아가씨 두 명을 만난다. 역시 포터 한명만을 동반하고 있다. 오늘이 트레킹을 시작한 지 꼭 일주일이 되는 날이다. 그동안 한국 사람들을 네 차례 만났는데 그중 세 차례가 포터만을 대동하고 자유롭게 다니는 젊은 여성들이고, 다른 하나는 여행사를 따라온 중년의 남성 팀이다. 우리나라에서 요즈음은 여성들이 더 적극적이라더니 그 말이 맞는 모양이다.
포터만을 데리고 트레킹을 즐기는 멋쟁이 한국 아가씨들
10시 50분 경, 촘롱코라를 건너 지그재그로 가파르게 이어지는 돌계단 길을 천천히 올라, 마을입구로 들어선다. 날카로운 뿔을 가진 황소 3마리가 길을 막고 있다. 감히 사이를 비집고 통과할 생각을 못하고 멈춰 서자, 황소들이 슬그머니 길을 비켜준다. 생긴 것과는 달리 무척 양순하다. 농가를 지난다. 집들이 겨우 비바람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빈약해 보인다.
총롱코라를 건너고
길을 막고 있던 황소들이 슬그머니 길가로 비켜준다.
농가
위로 올라갈수록 돌로 단단하게 지은 규모가 큰 집들이 나타나고, 쇼핑센터, 게스트하우스 간판들이 보인다. 12시가 조금 넘어, 지난번 점심식사를 했던 인터내셔날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여, 캔 맥주와 점심을 주문한다. 한 시간 정도 여유 있게 점심식사를 즐기고, 다시 길을 떠난다. 고개마루턱 롯지 앞에서 편한 자세로 쉬고 있는 유럽 트레커들과 인사를 나눈다.
쇼핑센터
산꼭대기로 오를수록 건물규모가 커진다.
여유 있게 트레킹을 즐기는 유럽인들
1시 22분, 지누단다 갈림길인 Heaven View Lodge 앞에 이른다. 직진 길은 지난번에 지나왔던 굴정으로 가는 길이고, 지누단다는 촘롱코라와 나란히 이어지는 왼쪽 사면길이다. 왼쪽 길로 들어서서 저 아래 촘롱코라를 굽어보며 사면 길을 걷는다. 1시 36분, 보리가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계단식 밭 사잇길을 지난다.
지누단다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
지누단다 가는 길
보리가 익어가는 계단식 밭 사잇길
저 아래로 지누단다가 내려다보이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걸음을 재촉하여, 2시 6분, 지누단다에 내려서서 숙소를 잡는다. 3시가 넘어 비가 그치자 일행과 함께 노천온천을 찾는다. 3시 30분, 모디코라 강변에 있는 온천으로 내려선다. 상하 두 곳에 온천장이 마련되어 있어, 위가 남탕, 아래가 여탕이라고 하지만, 수온에 차이가 있어서인지,(위가 33도 정도, 아래가 조금 더 뜨겁다고 한다.) 실제로는 구분 없이 남녀 혼탕으로 즐긴다.
지누단다 도착
노천온천
1시간 가까이 온천욕을 즐기고, 롯지로 향하다. 모디코라 계곡을 올려다보니 낮 익은 히운출리가 계곡 끝 황혼 속에 비스듬이 누워있다. 온천 때문인지 지누단다는 트레커들로 붐빈다. 분위기에 휩쓸려 저녁식사를 마치고 별로 살 것은 없지만, 기념품 상점들을 기웃거려본다.
계곡 끝의 히운출리
8시가 가까운 시각에도 트레커들로 붐비는 지누단다.
8시 30분이 넘어 숙소로 돌아와, 모디코라 강변에서의 마지막 밤, 잠자리에 든다.
(2012.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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