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참조 

국내여행 : 동강나들이

 

2. 백운산 (白雲山·882.6m)

 

도도히 흐르는 동강과 물에 잠긴 점재교


흰 구름을 이고 있는 산이 많다보니 남한에만 '백운산'이 50여개나 된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동강의 백운산은 명산으로 꼽힌다. 동강 가운데 자리 잡고 있어 경관이 아름답고 조망이 좋은 외에, 2003년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되고, 이어 100대 명산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강원도 정선, 평창 일대의 깊은 산골에서 흘러내린 오대천, 골지천, 임계천, 송천 등이 모여, 정선 읍내에 이르러 조양강(朝陽江)이 되고, 이 조양강에 동남천 물줄기가 합쳐지는, 정선읍 가수리 수미마을에서 영월까지의 약 51km 구간을 동강이라고 부른다. 이 동강은 영월읍에 이르러 다시 서강(西江)과 합쳐져, 남한강이 되어, 여주, 서울을 거쳐 황해바다로 흘러든다.


동강에서 바라보는 백운산은 정상에서 서쪽으로 마치 삼각형을 여러 개 겹쳐 놓은 듯한 6개의 봉우리가 강을 따라 이어지는데, 강 쪽으로는 칼로 자른 듯한 단애가 형성되어, 산과 물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절경을 연출한다.

제장 쪽에서 본 백운산


산행 코스는 단순하다. 점재마을에서 남릉으로 올라붙어 정상까지 오른 다음, 남서릉을 타고 제장 마을로 내려선다. 위태위태한 암릉이 잇달아 나타나고 깎아지른 절벽이 내려다보여 긴장케 하지만, 위험한 구간은 거의 다 굵은 로프가 설치돼 있다. 도상거리는 8Km 이지만 코스가 험한 편이라 5시간 정도 산행시간이 소요된다. <문희마을~칠족령~정상-문희마을> 코스도 인기가 있다. 4시간 가량 걸린다. (이상 자료 발췌)

백운산 개념도


2009년 7월 11일(토).

장마전선이 북상함에 따라 비오는 날이 많아진다. 금요일 맑고, 토요일은 구름이 많은 흐린 날씨인데, 다음 일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계속 비가 내리겠다는 예보다. 산정산악회의 백운산 토요 당일산행에 참가신청을 한다. 하지만 금요일 오후 1시쯤, 정 대장님으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참여인원이 20명도 안 돼, 부득이 산행을 취소할 수밖에 없다며 무척 미안해한다.


할 수없이 지난주에 갔던 명지산 옆의 연인산을 가려고 교통편을 정리하다, 문득 백운산엘 가겠다던 다른 산악회의 사정은 어떤가? 하고 전화를 해본다. 예정대로 출발을 하고 ,자리가 있으니 회비 18,000원을 입금하라고 한다. 생소한 산악회이지만 입금을 하고, 토요일, 출발시간 10분 전인 7시 20분에 신사역에 나가보니 버스 2대가 대기하고 있다. 90여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무더위에 장마가 낀 7월은 산악회에게는 가장 잔인한 달인데, 설상가상으로 이처럼 덤핑행위를 하는 산악회가 있으니, 여타 산악회들은 회원들을 모으기가 무척 어렵겠다. 7,000원(28%)이나 싼 회비를 냈음에도 덕을 보았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뒷맛이 씁쓸하다.


버스는 7시 30분, 정시에 출발을 하여 88도로로 들어선다. 중간에 경유지가 없다. 회비가 싼 대신 회원들의 편의는 완전히 무시된 셈이다. 예컨대 복정역에서 타면 편한 회원이 신사역까지 나오려면 30분 이상 일찍 서둘러야하지 않겠는가? 회원의 편의보다는 버스운행에 더 큰 비중을 둔 처사다. 모처럼 비가 오지 않는 토요일이라 그런지 도로는 행락차량으로 붐빈다. 등반대장이 입금자 명단을 들고 인원을 파악한다.


8시 40분 경, 복잡한 원주휴게소에 들러, 20분 동안 정차를 한 버스는 감곡에서 38번국도로 바꾸어 타고, 충주, 제천, 영월을 거쳐 신동에서 지방도로로 들어서서 고성리로 향한다. 이윽고 버스가 운치리로 들어서자 왼쪽으로 동강과 백운산 줄기가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11시 14분, 버스가 도로변에 정차하고 대원들은 내려서 산행준비를 한다.

들머리 도착


비 온 끝이라, 흙탕물로 변한 동강이 도도히 흐르고, 강 건너에는 우리들이 올라야할 620m봉이 절벽처럼 솟아 있는데, 그 오른쪽으로 점재마을이 평화롭다. 주위를 둘러보고 점재교가 놓여있는 옛 점재나루터로 향한다. 강 건너에 줄지어 점재마을을 지나는 등산객들이 보인다. 아마도 우리들 보다 한발 앞서 도착한 등산객들인 모양이다.

동강, 620m봉, 점재마을

멀리 보이는 점재교

점재마을


비로 강물이 불어 점재교가 물에 잠겼다. 앞선 대원들이 등산화를 벗어들고 다리를 건너는 모습이 보인다. 뒤돌아 강 상류 쪽을 본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빠르게 흘러내리는 강 왼쪽은 우리들이 지나온 도로이고, 강 오른쪽으로는 420m봉과 620m봉이 강가에 절벽을 만들어 놓았다. 강과 산 사이의 척박한 좁은 공간에 정재마을이 자리를 잡고 있다. 추수를 끝낸 텅 빈 밭이 무척 한가로워 보인다.

물에 잠긴 점재교

지나온 상류 쪽 풍광


'점재길 표지판'이 보이는 다리 앞에서 등산화를 벗어들고, 물에 잡긴 점재교를 건넌다. 빠른 물살에 정강이까지 잠긴다. 위험하지 않으니 장난하듯 물을 차며 걷는다. 모처럼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강 가운데 서서 좌우로 도도하게 흘러내리는 흙탕물을 바라본다. 별세계에 들어선 느낌이다.

다리 앞에서 등산화를 벗고

물에 잠긴 다리를 건넌다.


강을 건너 마을입구에 이르니, 이정표가 보인다. 강을 거슬러 400m 쯤 오르면 백운산 입구라고 알려준다. 강변을 따라 이어진 시멘트도로를 따라 걷는다. 오른쪽으로 맑은 햇살 아래 짙푸르게 펼쳐진 옥수수 밭이 아름답다. 시멘트 도로가 오른쪽으로 굽어져 오른다. 길가에 세워진 동강유역 탐방안내도와 경고문을 훑어보고, 11시 46분,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토종닭 등 음식을 파는 민가 안마당을 지난다. 이정표는 백운산 정상까지의 거리가 2Km라고 알려준다. 백운산 입구인 모양이다.

마을입구 이정표

강변길 옥수수 밭

동강유역 탐방안내도

경고문

음식을 파는 민가 앞마당을 지나고


여전히 시멘트 도로가 이어진다. 11시 50분, 시멘트도로는 오른쪽으로 굽어져 산 밑으로 이어지는데, 이정표는 직진하여 강변을 따라 가라고 지시를 한다. 대원들이 무심코 시멘트 도로를 따라 오르자. 길갓집에서, 아주머니 한 분이 문을 열고 내다보며, 백운산 가는 길은 강변길이라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강변길로 들어선다. 눈앞에 전망대가 있는 420m봉이 우뚝하다.

갈림길 이정표- 백운산 정상까지 1.9Km

강변길로 들어서니, 전망대가 있는 420m봉이 우뚝하다.


무성한 잡풀 사이로 강변길이 이어진다. 이름을 알 수 없는 하얀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2001년 8월, 동강 땜 건설문제를 놓고 찬반양론이 비등할 때, 동강이 사라지기 전에 강 구경을 하자고 친구 두 명과 함께 영월의 거운교에서 진탄나루까지 이런 강변길을 걸은 적이 있다. 가시덤불에 시달리고, 길을 잃고 산속을 헤매느라, 진탄나루 부근에 이르니 날이 저문다. 반딧불이 날아다니는 어둠 속에서 강변길을 찾느라 고생을 하는데, 숙박을 예약했던 문희마을에서 마중 나온 차를 겨우 만나 강변노숙을 면했던 일을 떠 올리며 추억의 강변길을 걷는다.

잡풀이 무성한 강변길

강변의 들꽃


11시 54분, 강변길이 끝나고, 산 사면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시작되며 울창한 숲이 햇볕을 막아준다. 버스에서 내려 약 40분 동안을 땡볕 속을 걷다 비로소 숲으로 들어서니 대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시원하다고 반긴다. 뚜렷한 등산로가 가파르게 이어진다. 경사가 심한 곳에는 통나무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12시 13분, 병매기고개에 오른다. 먼저 오른 대원들이 둘러 앉아 쉬고 있고 경고판이 보인다. 백운산 입구에서 부터 27분이 지난 시각이다.

병매기고개


백운산 가는 길은 오른쪽 능선이고, 왼쪽은 전망대 가는 길이다. 왼쪽에 출입을 금지한다는 경고판이 세워져 있다. 그래서 인가?  로프로 경계를 지은  길이 끊어져 있지만 무시하고  전망대로  향한다.

전망대 가는 길

전망대에서 본 동쪽 조망, 점재교와 마을이 보인다.

150도 방향의 724.1m봉과 고성리

620m 암릉을 오르는 대원들이 점점이 보인다.


12시 21분, 병매기고개로 되돌아온다. 전망대를 다녀오느라 8분 정도가 지난 후라 대원들은 한 사람도 보이질 않는다. 암반구간의 탐방로가 험준하니 조심하라는 경고판과 이정표를 카메라에 담고, 최후미로 쳐져, 가파르게 이어지는 암릉구간을 네발로 조심스럽게 기어오른다. 10여분 쯤 지나니, 비로소 대원들의 뒷모습이 보인다.

병배기고개의 이정표

로프가 걸린 암릉길을 오르고


12시 40분, 암반에 뿌리를 박고 한세월을 살다. 이제는 앙상한 고사목이 되어 그래도 굳건히 바위를 지키고 있는 '고사목 전망대'에 서서 주위를 둘러본다. 뱀처럼 구불구불 흐르는 사행천인 동강이 칠목령 능선을 따라 북으로 흐르다, 백운산 아래에서 남으로 방향을 바꾸더니, 남동쪽의 724m봉에서 흘러내리는 산줄기에 막혀 다시 북쪽으로 방향을 트는 지점이 바로 눈 아래 내려다보이고, 혼자서 다녀왔던 전망대가 발아래 있다. 장관이다.

고사목이 있는 전망바위에서 본 동강

420m 전망대


다시 암릉길을 조심스럽게 오른다. 날씨가 흐려지며 구름이 낮게 드리운다. 습도가 높아 땀이 비 오듯 흐른다. 오른쪽에 전망바위가 보인다. 암릉길을 버리고 전망바위로 오르는데, 바위 위에서 반갑게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산정산악회 백두대간 8차대의 '나리 님'이다. 산정에 산행신청을 했다가 취소가 되는 바람에 승용차로 몇 사람이 함께 왔다고 한다. 전망이 좋은 바위에 앉아 조망을 즐기며 점식식사를 하는 중이라며, 차가운 배 즙을 한 컵 가득히 따라준다. 반갑다. 잠시 반가운 이야기를 나누며 주위를 둘러 본 후, 먼저 일어선다

260도 방향의 칠족령과 돌탑봉

가깝게 보이는 백운산 정상


암릉길이 이어지며, 조망이 트여, 산행들머리인 점재교와 날머리인 제장교를 동시에 굽어볼 수 있는 묘한 지역을 지나, 1시 9분,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들어선다. 정면으로 고사목, 가파른 암릉길, 그리고 그 뒤로 정상이 보이고, 왼쪽으로는 동강, 칠족령, 돌탑봉, 635m봉이 내려다보인다.

250도 방향의 제장마을

60도 방향의 점재교

삼거리 이정표

정면으로 보이는 정상

왼쪽으로 보이는 동강, 칠족령, 돌탑봉, 635m봉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서 정상까지는 500m, 평탄한 길이라면 10분 거리다. 하지만 험한 암릉길이 몇 차례나 더 오르내린다. 1시 33분, 겨우 정상 직전 안부에 내려서서, 정상을 향한 마지막 오름길을 힘겹게 오른다. 길섶의 야생화들이 화사한 모습으로 반긴다. 1시 49분, 돌탑, 이정표, 삼각점이 있는 정상에 오른다. 500m를 오르는데 40분이나 걸렸다. 정상은 기념사진을 찍는 대원들로 붐빈다. 잠시 구불구불 흐르는 동강을 굽어보고, 정상을 조금 벗어 난 곳에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를 한다.

정상 오름길의 야생화 1

야생화 2

정상에서 본 동강


정상주를 마시고, 빵으로 식사를 한다. 끈적끈적 습도가 높다보니, 배는 고픈데 입맛은 없다. 2001년 8월, 2박3일 일정으로 동강 나들이를 할 때는 첫날은 동강 강가를 따라 트래킹을 하고, 문희마을 우문제씨 집에서 일박한 후, 둘째 날은 칠족령을 거쳐 백운산에 올랐다 문희마을로 다시 내려와서 동강에서 견지낚시를 즐기고, 마지막 날은 진탄나루에서 섭새까지 래프팅을 즐겼었다. 그때에는 백운산 정상에 스텐으로 만든 정상표지판만 달랑 보였었는데 지금은 돌탑 등 여러 구조물들로 정상이 어지럽다. 2시 6분, 식사를 마치고, 이제는 조용해진 정상으로 다시 올라가 사진을 찍고, 2시 10분 경, 하산을 시작한다.

돌탑과 정상석

삼각점

정상의 표지기들


완만한 내리막길을 따라 내린다. 혹처럼 굵어진 나뭇가지를 카메라에 담고, 2시 14분, 이정표가 있는 문희마을 갈림길을 지난다. 이정표는 날머리인 제장까지 3.8Km라고 알려준다. 암릉길이 가팔라지며, 왼쪽은 깎아지른 절벽이다. 곳곳에 위험팻말이 보인다. 2시 20분, 810m봉을 지나고, 더욱 더 가팔라진 내리막 암릉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혹부리 나무

문희마을 갈림길 이정표

추락위험 팻말

왼쪽 절벽 아래로 감돌아 흐르는 동강


경사가 급한 암릉에는 전에 없던 나무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2시 53분, 685m봉을 로프를 잡고 내려서고, 이어 가파른 오르막 능선을 힘겹게 올라 3시 15분, 암봉인 625m봉을 지나, 가파른 계단길을 내려선다. 칠족령이 눈앞에 다가서고, 멀리 제장교가 내려다보인다.

685m봉

가파른 계단길

가까이 보이는 제장교와 철족령


3시 29분, 위험표지판과 돌탑이 있는 615m봉을 지난다. 바람도 없는 습기 찬 암릉길을 수도 없이 오르내리다보니 생각보다 많이 지치는 느낌이다. 등산로를 벗어나 바위에 앉아 동강을 굽어보며, 하산 후에 마시려고 아껴두었던, 차가운 맥주를 꺼내 마시며 한동안 휴식을 취한다. 갈증과 피로가 함께 가시는 느낌이다. 이어 3시 47분, 이정표가 있는 문희마을 갈림길을 지나고, 12분 후, 칠족령에 도착하여 왼쪽 가파른 길로 내려선다.

돌탑봉

칠족령 이정표.


제장으로 내려서는 길이 장난이 아니다. 암릉길이 가파르고 미끄럽다. 나뭇가지를 잡거나, 로프에 매달리며, 엉금엉금 기어 내린다. 4시 29분, 이정표가 있는 제장마을 갈림길에 내려선다. 1Km의 내리막길에 30분이나 걸렸다. 이어 강가로 내려서서 땀을 씻고 옷을 갈아입는다. 굼실굼실 흘러내리는 동강의 황토 빛 강물 뒤로 우뚝 솟은 칠족령 능선의 6개 봉우리가 그림 같다.

제장마을 갈림길 이정표

제장 쪽에서 본 칠족령 능선의 6봉


4시 50분 경 버스에 도착하여 배낭을 벗어 넣고, 주차장 옆에서 음료수와 막걸리를 파는 간이매점에 들러 맥주를 사 마신다. 매점의 주인은 40대쯤으로 보이는 태국여성이다. 제장마을의 농부에게 시집을 와 정착한 모양이다. 안주로 김치도 꺼내주며 친절하게 응대한다. 한국말도 능숙하다. 태국에서 왔으면 한국의 겨울이 춥지 않느냐고 물으니, 이제는 익숙해져서 괜찮다는 대답이다. 말로만 듣던 동남아시아에서 한국 농촌으로 시집 온 여성을 직접 대하니 기분이 묘하다. 고국을 떠나 먼 타국으로 시집을 온 이들이 부디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후미가 도착할 때까지 주위를 둘러본다.

강변의 민박집과 칠족령 능선


모든 대원들이 하산하자, 버스는 5시 30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9. 7. 13.)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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