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일 출범한 백두대간 종주 6차대가 7월 2일(토), 14번째 산행으로 「궤방령-눌의산-추풍령」구간을 산행한다. 이 구간은 땜방을 해야하는 구간이고, 정맥 산행일정과도 겹치지 않아, 6차대와 함께 산행할 절호의 기회라고 오래 전부터 기다려 왔다.

 

가장 최근에 발족하여 아직 자체 조직도 갖추지 않은 6차대이지만, 6차대는 2가지 점에서 관심을 끈다. 첫째는 3차대에서함께 대간을 했던 대원들 가운데, 상당수의 대원들이 6차대에 참여하여, 재수(再修)를 하거나, 못다한남은 구간을 이수(履修)하고 있다. 때문에 이 곳에 가면 이들을 반갑게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그 한 가지이고, 다른 하나는 이들이 산행 전에 준비운동을 하는 팀이란 점이다.

 

대간 산행을 하는 날에는새벽에 집을 나와,3시간정도, 좁은 버스에 쪼그려 앉아 졸다가, 산행 들머리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하는게 보통이다. 따라서 산행 전에 경직된 근육을 이완 시켜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이고, 그 필요성도 느끼고 있지만,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항상 별개의 문제다. 스트레칭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이런 준비 운동에 익숙하지 않아, 쑥스러워서 인지 ? 또는 갈 길을 서두르는 조급함 때문인지?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산행지에 도착하면, 기껏 함께 기념사진을 찍거나, 아니면 그마저도 생략한 채 서로 앞을 다투어 산행을 시작하게 된다.

 

그런데 별나게도 6차대는 출발 전 모든 대원들이 함께 모여 준비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보기가 좋다. 그리고 궁금하다. 왜 6차대에서는 이것이 가능한가? 팀 전체를 이끄는 강한 독재자가 있는 건가? 혹시 스트레칭에 참여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리는 제도가 있는 건 아닌가? 그도 저도 아니면, 아는 것은 반드시 실천하는 뛰어난 인물들만 모인 팀인가?

 

장마가 시작되고, 어제까지 중부지방에는 집중 호우가 쏟아져, 가옥이 침수되는 등 피해가 크다는 보도가 잇따른다. 한여름의 장마는 더위를 식혀주는 은총과 농사에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신이 베풀어주신 오묘한 조화(調和)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런 고마운 장마가 최근에는 게릴라성 폭우로 돌변, 피해를 주더니, 올해는 예년과는 달리 중부지방에서부터 장마가 시작되는 이변을 보인다. 폭우로 모처럼 기대하던 산행이 취소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산악회에 전화를 한다. 우천 불구 산행은 강행된다는 대답이다.

 

다행히 장마전선이 빠르게 남으로 이동하여, 폭우는 지나가고, 비는 소강상태를 보인다. 하지만 우중 산행에 대비,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 평소보다 무거워진 배낭을 메고 이른 새벽 집을 나선다. 마지막 경유지, 복정역에서 대원들을 태우니, 오늘 참여 인원이 35명에 이른다. 날씨를 감안하면 적지 않은 인원이다. 우중 산행을 염려해서인지 대빵 님이 직접 나와 진두지휘한다.

 

3차대에서 함께 산행했던 대원들을 반갑게 만난다. 오늘 산행에서는 정진수 대장이 선두에 서고, 은영 당수가 중위를 맡아, 무전기를 챙긴다. 후미는 대빵 님이다. 죽암 휴게소에서 30분간 정차한 버스가 다시 고속도로를 달린다. 부슬비가 차창을 두드린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개울에는 누런 황톳물이 사납게 흐른다. 이 지역에도 지난밤 폭우가 쏟아진 모양이다. 버스는 황간 I/C로 내려서서, 49번 국도를 타고 내리더니, 매곡 삼거리에 이르러, 왼쪽으로 돌아, 977번 지방도로로 진입한다. 10시 41분 버스는 궤방령에 도착한다.

<차창 밖으로 본, 강처럼물이 불은하천>

<궤방령>

오늘의 구체 산행코스는 『궤방령(310m)-418봉-첫 번째 안부(320m)-두 번째 안부(380m)-가성산(710m)-장군봉(606m)-683봉-눌의산(743.3m)-경부고속도로-철도건널목-국도-추풍령(220m)』으로, 도상거리 약 10Km, 산악회가 제시한 소요시간은 5시간이다.

<오늘의 산행지도>


 

실제 산행시간 기록은 아래와 같다.
『(10:41) 궤방령 도착-(10:44) 산행 시작-(10:57) 418봉-(11;10) 두 번째 안부-(12:29, 13;00) 가성산 도착, 중식 후 출발-(13:30) 장군봉-(14:04) 683봉 헬기장-(14:19, 14;30) 눌의산 정상, 휴식 후 출발-(15:10) 포도밭-(15:24) 고속도로 통과-(15:37) 추풍령』이다. 마루금 4시간 23분, 중식 30분, 총 4시간 53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궤방령에 도착하여 버스에서 내리니, 비는 그쳐 있다. 하지만 대원들은 우중산행 준비에 바쁘다. 차량통행이 빈번한 도로변이라 적당한 장소가 없어서인지, 또는 우중산행 준비에 바빠서 인지, 대빵 님이 스트레칭을 하라고 권해도 반응이 없이, 모두가 바쁘게 돌아간다. 모처럼 함께 준비운동을 하려던 기대가 깨진다. 산행준비를 마친 대원들은 왼쪽으로 난 등산로로 들어서서 산행을 시작한다.

 

완만한 경사의 잡목 숲길이 비에 젖어 있다. 습도가 높다. 바람 한 점 없는 오름 길이다. 얼마 오르지도 않았는데도 땀이 줄줄 흐른다. 가파른 경사를 올라서니 나뭇가지에 산행표지 리본이 가득 달려 있다. 아마도 418m봉인 모양이다. 이정표도 없고, 고도계도 없어 확인할 수는 없지만 걸려있는 표지리본이 다양한 걸로 보아 418m봉이라고 짐작한다.

<418m봉을 지나는 대원들>

 

오늘 구간은 대간 중에서 가장 짧은 구간(도상거리 약10Km)에, 가장 낮은 령(嶺)(대관령, 220m)을 지나는 2가지 기록을 갖는다고 대빵 님이 설명했지만,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해야겠다. 백두대간 길에 이정표가 하나도 없는 유일한 구간 - 오늘은 이정표를 한 개도 구경하지 못한다.

 

비탈길을 내려서서 4거리 안부에 도착한다. 오리골 갈림길인 모양이다. 역시 이정표는 없다, 정면으로 가팔라지는 오르막을 허위허위 오른다. 11시42분 경 뻘겋게 떼가 벗겨진 무덤을 지난다. 비구름이 안개처럼 숲에 드리워져 있다. 얼굴에 땀이 비 오듯 흐른다. 연신 땀을 훔쳐내고, 비탈길에 서서, 찬 어름 물을 마시며 열을 식힌다.

<두 번째 안부 - 오리골 가는길>

 

나뭇가지 사이로 북서쪽 전망이 트인다. 멀리 산 사면을 타고 비구름이 빠르게 오르는 걸 보면 날이 개이려나 보다. 흙 길만 계속되더니, 길가에 드믄드믄 돌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등산로가 완만하게 오른쪽으로 감돌아 오르면서 왼쪽으로 점점 시야가 트인다. 비에 말끔하게 씻긴 마을이 그림같이 누워있다. 바람결이 스쳐간다. 한결 살 것 같다.

<걷히는 비구름>

<비온 후 말끔해진 마을>

다시 허위허위 된비알 길을 오른다. 12시 19분, 산행리본들이 어지럽게 달린, 제법 널찍한 공지에 중위 그룹을 이끌고 온 은영 당수와 3차 대원들이 쉬고 있다. 다이야 대원, 늘소 대원, 동성 대원, 영환 대원, 모두 땀에 흠뻑 젖어있다. 12시 29분, 가성산 정상에 도착한다. 한쪽 귀퉁이에 세워진 정상 석은 절반이 잘려져 없어졌다. 저절로 잘렸을 리는 없을 터이니, 어느 철없는 등산객이 힘 자랑을 한 모양이다.

<반만 남은 가성산 정상석>

 

묘하게 정상이 모두 시멘트로 포장 돼있다. 용도를 모르겠다. 사방의 잡목이 시야를 가로막는다. 낮게 드리워진 시커먼 하늘이 휑하니 보일 뿐이다. 다소 시간이 이른 느낌이지만 그래도 바람기가 있는 이곳에서 식사를 하기로 한다. 이윽고 대빵 님이 후미일행과 같이 도착하여 점심 대열에 합류한다. 백세주를 나누어 반주를 하고 김밥을 먹는다. 동성 대원은 럼주를 개봉하고, 영환 대원은 오뎅을 다 준비해 왔다. 은영 당수와 영환 대원이 준비해온 과일이 푸짐하다.

<가성산 정상, 시멘트 위에서 점심>

 

점심을 마친 대원들이 하나씩 둘씩 짝을 지어 출발한다. 1시 경, 동성 대원, 영환 대원과 함께 최후미로 쳐져 왼쪽 급경사 길을 내려선다. 뻘겋게 들어 난 진흙길이 비에 젖어 미끄럽다. 스틱을 사용해, 네 발로 걷는다. 그래도 여의치 않은 곳은 나무 가지를 잡고 내려선다. 아차! 발이 미끄러지며 엉덩방아를 찧는다. 바지 궁둥이가 볼만하겠다. 이런 급경사를 27분간 내려선 후 안부에 이른다. 등산로는 나지막한 언덕으로 이어진다.

 

1시 30분 경, 언덕 위에서 대빵 님이 쉬고 있다. 장군봉이다. 역시 아무런 표지가 없다. 대빵 님도 장군봉이라고 확신을 갖기 어려운 모양이다. 바람이 시원하니 쉬고 가라고 권한다. 내리막을 거쳐 완만한 오름세를 걷는다. 울창한 잡목 숲 사이로 이따금 햇빛이 비쳐든다, 땅에 희미한 그림자가 생긴다. 정면으로 시야가 트이며 푸른 산이 눈앞을 가로막는다. 683m봉이다. 2시 경 산행리본이 달려 있는 봉우리를 지난다. 683m봉인가 했더니, 뒤에 따라오던, 두레골 대원이 683m 봉 정상은 헬리포트라고 귀뜀해 준다.

<장군봉 내려오며 본 683m봉>

야생화에 조예가 깊고, PC도 잘 다루어, 아름다운 화면과 섬세한 후기로 우리들을 즐겁게 해주는 두레골 대원은 역시 예습에도 철저하다. 4분쯤 더 걸으니 잡초가 무성한 조그마한 헬기장을 지난다. 헬기장을 건너오는 두레골 대원의 얼굴에도 땀이 줄줄 흐른다. 이제 날씨는 많이 개였다. 내리막길을 내려오다, 정면에 나뭇가지 사이로, 빼꼼이 얼굴을 내민 눌의산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다시 헬기장을 건너고, 등산로는 급경사 사면을 오른다. 더위에 지쳐 천천히 걷는다. 자주 쉬며 물을 마신다. 후미에서 따라 오르는 대빵 님에게도 길을 양보하고, 최후미로 쳐진다. 두 발자국 오르고 한 걸음 쉬는 특유의 주법으로 천천히 오른다. 2시 19분 경, 너른 헬기장이 있는 눌의산 정상에 선다.

<눌의산 정상>

정상에서 비로소 사방의 조망이 트인다. 대빵 님으로부터 주위의 산세에 관한 설명을 듣는다. 남쪽 바로 눈앞에 지나온 가성산이 밋밋하게 누워있다. 그 뒤로 여시골 산에서 황악산으로 이어지는 대간 길이 멀리 보인다. 동쪽으로 경부고속도로가 내려다보이고 그 오른쪽 끝에 김천시가 펼쳐져 있다. 북으로 금산에서 묘함산으로 이어지는 대간 능선이 대원들을 부른다. 하루 종일 조망다운 조망도 즐기지 못하고, 찜통 같은 숲길만 걷다가, 조망이 좋은 이 곳에 서니, 땀을 흘린 보람이 느껴진다.

<눌의산 정상에서 본 가성산>

<여시골산에서 황악산으로 흐르는 대간 능선>

<경부고속도로와 오른쪽 김천시>

<눌의산 정상에서 본 광천리방향, 그 뒤가 묘함산>

여자대원들이 가져온 과일로 정상파티가 벌어진다. 3차 대원들은 한발 앞서 하산을 시작하고, 한참 후인 2시 30분 경, 영환 대원과 함께 뒤를 따른다. 더위 때문인지 많은 대원들이 느긋하게 정상파티를 즐기며 쉬는 시간이 길어진다. 내리막길은 경사가 급하고 역시 미끄럽다. 조심조심 내려선다. 급경사 비탈길을 내려서니 다시 헬기장에 이른다. 헬기장에서 오른쪽으로 추풍령 저수지와 추풍령을 내려다본다. 헬기장을 건너 다시 급경사 내리막이 계속되더니, 점차 경사는 완만해지고, 등산로는 추풍령으로 내 닫는다.

<헬기장에서 본 추풍령 저수지>

아무리 내리막길이라도 대간 길은 반드시 두 서너 차례는 오름 길이 있게 마련인데, 신통하게도 추풍령으로 떨어지는 이 길은 줄곧 내리막 일변도이다. 길이 평평해지면서 다이야 대원과 친구 분, 그리고 늘소 대원이 길가에서 산딸기를 따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한 두개 따서 먹어보니 맛이 별로다. 시원한 맥주 생각에, 이들을 앞질러 달린다. 오른쪽으로 포도밭이 보이고, 등산로는 포도밭 왼쪽으로 이어져, 임도로 오른다. 저 앞에 은영 당수와 동성 대원이 걸어간다. 앞에 보이는 고속도로로 차들이 질주하는 것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대간길의 산딸기 - 대빵님 사진>

<포도밭 1>

<포도밭 2>

뒤돌아 지나온 눌의산과 포도밭 주위의 풍광을 카메라에 담느라 뒤쳐진다. 3시24분 경 고속도로 지하 통로를 지나 커다란 포도밭에 이른다. 정면에 포도밭을 가로질러 시멘트길이 왼쪽으로 비스듬히 나 있다. 이 길을 따라 진행하여 철로 건널목을 건넌 후, 오른 쪽으로 마을을 통과하여 국도에 이른다. 추풍령이다. 3시 32분 경이다.

<고속도로 지하통로로 향하는 대원들>

<추풍령 건널목에서 본 기차길 - 대빵 님 사진>

왼쪽에서 대원 한 사람이 내려온다. 왼쪽에는 아무 것도 없단다. 함께 오른 쪽으로 국도를 따라 내려온다. 국도에서 보는 눌의산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저 아래 버스가 보인다. 3시37분 버스에 도착, 갈아입을 옷을 챙겨들고, 건너편 추풍령 할매갈비 본점으로 들어선다. 수돗가에서 세수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은 후 식당으로 들어서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 3차대에 합류한다.

<추풍령에서 본 눌의산>

<국도 변 충북 도계석 - 추풍령 표지석은 간 곳이 없다>


 

시원한 맥주를 한 컵 마시니 살 것 같다. 무더위에 땀을 많이 흘려서 인지, 모두들 갈증이 심한 모양이다. 동성, 은영, 영환 등 네 명이 맥주 6병을 비운다. 이윽고 후미 팀이 모두 하산을 한 모양이다. 기사 양반이 와서, 모두들 내려왔다고 알려준다. 동성 대원이 카운터로 가더니 계산을 한다. 남은 잔을 비우고 서둘러 일어선다. 밖에는 그 동안, 잠시 비가 내린 모양이다. 도로가 젖어있다.

 

버스에 올라 배낭을 챙긴다. 이윽고 후미대원들도 출발 준비를 마치고, 버스에 오른다. 버스는 4시 25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5시가 조금 지나 버스는 신탄진 휴게소에 도착, 30분간 정차한다. 저녁식사를 하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 모처럼 만났으니 3차 대원들은 논현동 비어 할레에서 생맥주 한잔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동성 대원이 불쑥 제안을 한다.

 

7시가 조금 지나 양재역에 도착한다. 다이야 대원은 함께 온 친구 때문인지 양재역에서 내린다. 논현역에서 나머지 3차 대원들과 술은 못하지만 분위기에 끌려 합석하기로 한 정진수 대장이 함께 어울려 비어 할레로 들어선다.

 

모처럼 만난 자리,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2차대와 3차대간에 있었던 숨은 이야기들, 마가목 주 이야기, 댓글 필화사건 등 화제가 무궁하게 이어진다. 술을 전혀 못하는 정진수 대장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가 있는 모양이다. 9시가 가까운 파장 무렵, 동성대원이 정색을 하며 계산은 자기가 하겠다고 양해를 구한다. 여기는 나의 영역이라고 이의를 제기해도 막 무가내기다. 아마도 아침에 버스에서 만난 순간부터 오늘은 자신이 한 방 쏘겠다고 작심을 모양이다.

 

땀을 많이 흘리고, 반소매, 반바지 차림에 에어컨이 강한 홀에 앉아 있어서인지, 두통이 나고, 컨디션이 좋지 않다. 또 정진수 대장은 술도 안 하니 2차 가자는 제안도 못하고, 따듯한 대접만 받고 헤어진다. 앞으로 땜방을 해야하는 3차 대원들은 6차대에 합류하도록 적극 권장한다. 모처럼 반가운 얼굴들과의 즐거운 해후와, 아울러 정겨운 대접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2005, 7. 3.)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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