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카 첸 (Monica Chan) 여사와 그녀의 부군
2018년 5월 9일(수)
12베드 도미토리 룸이지만, 충분한 공간을 두고, 2층 침대 6개를 배치하여 답답하지 않은데다, 코 고는 사람도 없어, 조용한 가운데 숙면을 취한다, 5시 기상,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알베르게에서 준비한 빵, 우유, 커피 등으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6시 8분, 알베르게 문을 나선다.
오늘 일정은 피레네산맥을 넘어 론세스바예스(Roncesvalles)까지 걷는다. 도상거리 약 26.3Km에, 출발지점의 고도가 170m, 뢰페더안부(Cod de Lepoeder)의 고도가 1,450m이니, 거의 1,300m정도의 고도차가 나고, 안개, 바람, 비 등 일기변화가 심해 순례길 중 가장 어려운 구간으로 알려진 곳이다.
어제 밤의 숙면으로 몸이 가볍고 기분이 상쾌하다, 인적이 없는 길을 걸어내려, 노틀담 뒤퐁성당을 지나고, 나베강을 굽어본 후, 스페인 문을 지나 직진하여 나폴레옹 루트로 들어서서 완만한 포장도로를 따라 오른다. 1807년, 이베리아 반도를 침공하는 나폴레옹의 부대가 지났던 길이라 해서 나폴레옹루트라고 불린다고 한다.
노틀담 뒤퐁성당
나베강 1
나베강 2
스페인 문
6시 20분, 도로 갈림길에서 가파른 오른쪽 언덕으로 들어서고, 1분 후 론세스바예스 24.3Km(6시간 35분)을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7Km 떨어진 오리손 알베르게를 향해 꾸벅 꾸벅 오르는데, 배낭이 자꾸 왼쪽으로 기울어져 몸의 중심을 잡기가 힘이 든다.
, 갈림길(우)
이정표
6시 44분, 론세스바예스 23Km(6시간 15분)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계속 오르막길을 오른다. 자꾸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배낭에 신경이 쓰인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목가적인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진다. 이곳에서 잠시 배낭을 벗고, 어깨 끈을 조절하여, 배낭이 몸의 중심에 오도록 조정한다. 10년이 넘게 주로 원거리 산행에 이용해온 이 배낭은 이제껏 별 문제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10Kg에 달하는 내용물을 가득 담고 오르막을 오르다보니, 오래되어 이완된 왼쪽 어깨 끈이 느슨해지면서 왼쪽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이다.
이정표
오르막길 왼쪽 풍광
아름다운 방목장(放牧場) 사이로 순례길이 이어진다. 잠시 내리막을 지나 다시 오르막길을 오른다. 7시 30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이정표는 론세스바예스 20.2Km(5시간 10분), 오리손 3Km(40분)이라고 알려준다.
방목장 사이로 이어지는 순례길
자르기 이정표
아주머니 한 분이 따라오며, 배낭이 왼쪽으로 많이 기울어졌다고 알려준다. 중년의 동양인이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오리손 알베르게가 멀지 않으니 그곳에 도착하면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대답하자, 자신은 중국계 호주 인으로 55세 나이에, 가족과 함께 순례길에 나섰다며, 내 나이를 묻는다. 나는 웃으며 간단히, “더블 세븐.”이라고 대답한다.
부인은 그 나이에 800Km를 완주할 생각이냐고 다시 묻는다.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니, 놀랍다는 표정이다. 한 동안 아주머니 일행들과 함께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밝고 적극적이며 소탈한 부인이다. 나는 내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하며 힘들게 오르막길을 오르고, 호주가족들은 앞서 나간다. 7시 58분, 갈림길에서 포장도로를 버리고, 왼쪽 비포장도로로 들어선다.
갈림길, 좌
오리손 알베르게로 오르다 본 왼쪽 풍광
8시가 조금 넘어 오리손 알베르게에 도착하니, 호주 아주머니일행이 쉬고 있다. 아주머니가 웃으며 젊은이에게 내 배낭이 한 쪽으로 기울지 않게 조정을 해보라고 이르고, 젊은이는 열심히 어깨끈을 조정해 보지만, 결국 고개를 흔들며, 워낙 오래된 배낭이라 완전히 균형을 취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2시간 동안 약 9Km 언덕길을 쉬지 않고 오르다보니 힘도 들고, 배낭도 말썽이라, 오리손 알베르게에서 일박하려고, 베드가 있느냐고 물으니, 예약 손님들이 많아, 없다는 대답이다, 그러면 배낭을 론세스바예스 알베르게까지 배송해 달라고 부탁하자, 배송차가 이미 떠나 그것도 어렵다는 대답이다.
어쩔 수 없이, 와인 1잔을 주문하여 마시면서, 잠시 궁리를 한다. 이제 론세스바예스 까지 남은거리가 약 17Km이니, 시간당 3Km를 걸으면, 오후 3시경이면 도착 할 수 있겠고, 힘이 들어 중간 중간에 쉬면서, 쉬엄쉬엄 걸어도 5시 이전에 도착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하여 빵과 주스를 주문하여 배를 채운 후, 호주 아주머니에게 먼저 출발한다고 인사를 하고, 8시 30분 경, 알베르게를 나선다,
오리손 알베르게 앞에서 내려다 본 지나온 길
가파른 오르막길을 허위허위 오른다. 갑자기 피로가 몰려오는 느낌이지만. 쉬면서 걷는 스텝으로 꾸준히 걷는다. 호주 아주머니일행이 앞서 나간다. 지루한 포장도로가 서서히 고도를 높이며 이어지고, 안개가 내린다. 저 앞에 호주 아주머니일행이 쉬고 있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앞서 나간다. 호주 아주머니일행은 쉬엄쉬엄 유장하게 걷고, 나는 느리지만, 쉬지 않고 꾸준히 걷다보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걷게 된다.
10시가 넘자, 안개가 짙어지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배낭애서 판초우비를 꺼내 입고 다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한꺼번에 피로가 몰려오는 느낌이다. 지난 7일, 8일, 잠을 설치고, 12시간이 넘는 비행에, 부실한 식사로 인해 체력이 바닥에 이른 모양이다. 어제 생 장 포드포르 순례자 사무실에서 오리손 알베르게에 예약을 하고, 오늘 오전에는 생 장 주변을 둘러보고, 점심식사를 한 후, 출발했어야 했다고 뒤늦게 후회한다.
12시 경, 돌탑이 있는 곳에서 간식을 들고 있는 호주 아주머니를 만난다, 비틀비틀 다가오는 나를 본 아주머니는 내게 몸이 불편하냐고 묻는다. 하여 체력이 바닥에 이른 사유를 간단히 설명하자, 놀란 아주머니는 지나치게 무리를 했다며 배낭을 벗으라고 한다.
호주 아주머니가 배낭을 옮겨 받은 곳
호주 아주머니는 자신의 배낭을 일행에게 넘기고, 내 배낭을 메고 일어선 다. 나는 “아주머니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도 오늘 피레네 산중에서 비박을 할 뻔 했는데, 구세주를 만났네.”라고 썰렁한 농담으로 어색함을 감추고, 일행의 뒤를 따른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일행에 뒤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안개가 더욱 짙어져, 가시거리가 고작 1~2m 정도다. 이후 사진 한 장 찍지 않고, 일행이 쉴 때면, 나는 쉬지 않고 꾸준히 걸으며, 탈진한 몸으로 일행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한다.
짙은 안개
5시 경 론세스바예스 알베르게에 도착한다. 아주머니는 내게 배낭을 넘겨주며, 그 몸으로 순례길을 걷는 것은 무리이니, 내일 당장 귀국하라고 권한다. 순례길보다 건강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바보처럼 무리를 해서 폐를 끼쳤다고 사과를 하고, 내일 하루 이곳에서 푹 쉬면서, 체력회복 여부를 체크한 후, 여의치 않으면 말씀대로 귀국하겠다고 약속을 한 후, 거듭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아주머니 일행은 호스텔에 예약을 했다며 헤어지고, 나는 알베르게에 체크인 하며, 내일 하루 더 이곳에서 쉬고 싶다고 말하니, 친절하게 요령을 알려준다. 침대를 배정받고 샤워를 한 후, 저녁식사를 하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든다.
(2018.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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