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 2리 버스정류장에서 본 큰산


2007년 9월 28일(금).

내일은 꼭 참석해야하는 결혼식이 있어, 예정된 금북정맥 산행을 포기하고, 대신 오늘 심산대장과 함께 한남금북정맥 네 번째 땜빵산행에 나선다. 한남금북에서 남은 구간은 승주고개에서 모래재까지의 약 21.3Km와 구치재에서 갈목이재까지의 약 15Km이다. 그러니 이제 3번 정도로 나누어 산행을 하면 한남금북정맥도 마무리가 되겠다.


오늘코스는『감우리-승주고개-보현산(478m)-돌고개-삼실고개-큰산(509.9m)-행치고개』로 도상거리 약 10.3Km 정도다. 행치고개에서 음성의 택시를 부르기가 편하기 때문에 짧게 끊는다.


동서울버스터미널에서 7시 30분발 음성 행 버스를 타고, 9시경 무극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무극은 현지 사람들은 금왕이라고도 부르는 곳으로 버스터미널에는 항상 택시가 대기하고 있다. 이곳에서 택시를 이용하여 감우리 버스정류장에서 하차한다. 요금은 7,000원. 이어 산행준비를 마치고 9시 8분, 산행을 시작한다.


구름이 많은 잔뜩 흐린 날씨지만 비는 오지 않고, 가을을 알리는 안개가 자욱하다. 비교적 낮은 구릉지대를 오르내리지만, 큰산 직전의 517.2m봉을 오를 때는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경사가 급하고, 돌고개와 상실고개 사이의 긴 잡목넝쿨지대는 무척 성가시고 귀찮다.


비교적 등산로가 뚜렷하고, 표지기들이 마루금을 인도하지만, 갈림길이 많고, 엉뚱하게 잘못 걸린 표지기들 때문에 두 차례나 크게 마루금을 이탈한다. 따라서 표지기에 의존하지 않고, 지형도에 의해 갈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더욱 더 독도능력을 배양 할 필요성을 실감한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09:08) 감우리 도착, 산행시작-(09:25) 승주고개-(9:35) 유공 합장묘-(9:41) 산불감시초소-(09:52) 보현산-(09:57) 임도-(09:59) 묘 3기-(10;03) 갈림길, 좌-(10:07) 시멘트도로-(10:12) 코스모스 임도-(10:13) 임도 3거리-(10:19) 묘 1기-(10:22) 동읍리 포장도로-(10:29) T자, 우-(10:36) 사거리, 직진-(10:47) 송전탑-(10:48) T자, 좌-(10:50) 갈림길, 우-(10;58) 임도-(11;02) 능선분기, 우-(11:06) 임도, 직진-(11:10) 갈림길, 우-(11:18) 갈림길, 직진-(11:21) 돌고개-(11:28) 516 도로 삼거리-(11;38) 무명봉-(11:50) 351.7m봉-(12:00) 344m봉-(12:00~13:42) 중식/ 등로이탈-(12:42) 삼실고개-(13:55) 무명봉, 좌-(14:38) 큰바위, 좌측 우회-(14:45) 517.2m봉, 좌-(14:55) 임도-(14:49) 오른쪽 숲으로-(15:07~15:10) 큰산-(15;11~16:16) 갈림길, 좌/ 등로이탈/ 상당 2리 버스 정류장』두 차례의 등로 이탈로 마루금 일부를 빼먹고도 총 7시간 6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감우리 버스정류장에서 승주고개로 이어지는 약 700~800여 미터의 임도 초입에는 팬션 같은 주택들이 여러 채가 있고, 도로도 시멘트로 포장이 돼 있다. 아침부터 침입한 이방인들을 보고 한 집에 두세 마리씩 기르는 개들이 악다구니를 하고 짖어댄다. 이윽고 시멘트 포장도 끝나고, 잔돌이 많은 안개가 서린 임도로 들어서니 개 짖는 소리도 멀어지고 제법 깊은 산속에 들어선 느낌이다.

승주고개


9시 25분, 승주고개에 도착하여, 조끼를 벗어 배낭에 챙기고, 왼쪽의 넓은 등산로를 따라 능선을 타고 오른다. 약 10분 후, 제주 고공(高公)과 강능 유씨(劉氏)의 합장묘에 이르러, 잠시 뒤돌아, 지난번 내려섰던 안개 낀 능선을 바라본다.

지난번 지나온 안개 낀 능선


임도같이 너른 완만한 오르막길을 천천히 올라 9시 41분, 산불감시초소에 이른다. 나뭇가지에 준.희님이 걸어놓은 부용지맥 분기점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안개 낀 송림 숲을 산책하듯 기분 좋게 걷는다. 9시 52분, 아무 표시도 없지만, 보현산이라고 짐작되는 밋밋한 봉우리를 지나고, 경사가 급한 내리막을 달려 보현산신 제단이 있는 임도에 내려선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봉우리에 걸린 부용지맥 분기점

안개 낀 송림 산책길

보현산신 제단


임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조금 내려서다, 건너편 숲으로 들러서고, 묘 3기가 나란히 누워있는 묘역을 지난다, 이어 갈림길에 이르러 왼쪽으로 진행하고, 급경사 내리막을 달려 시멘트도로에 내려선다. 좌우 어디를 보아도 능선 같은 것이 보이지 않는다. 한동안 두리번거리다 도로 건너 편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표지기들을 발견하고, 희미하게 이어지는 등산로로 들어선다.

묘 3기

시멘트도로 건너편의 표지기들


등산로를 따라 사면(斜面)을 거쳐 능선에 오르고 , 이어 아름다운 코스모스가 하늘거리는 임도로 내려선다. 이윽고 정면의 임도 삼거리에서 등산로는 절개지를 거쳐 숲으로 이어진다. 무덤 1기를 지나고, 10시 22분, 보현산 약수터 표지석과 임도 안내판이 있는 동읍리 2차선 포장도로에 내려선다, 뒤로 안개 낀 보현산이 보인다.

임도가의 코스모스

임도 삼거리, 마루금은 정면의 절개지로 이어진다.

동읍리 도로

보현산 약수터 표지석

안개 낀 보현산


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2~3m 내려서다, 오른쪽 숲에 걸린 표지기들을 보고 시멘트 옹벽을 넘어 숲으로 들어선다. 너른 소나무 숲 사면이 펼쳐지고, 족적(足跡)이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편한 곳을 골라, 정면에 보이는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이어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돌고, 네거리에서 직진하면, 송전탑을 만난다. 10시 48분,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진행하고, 흰 돌이 박힌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임도다.

도로 건너로 이어지는 마루금

너른 소나무 숲 사면- 정면에 보이는 능선으로 오른다

임도- 왼쪽에 표지기가 보인다.


임도를 건너 표지기의 안내를 받아 절개지를 거쳐 능선에 오른다. 11시 2분, 능선 분기봉에 오른 후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임도에 이르고. 임도를 건너 능선을 따라 걷는다. 이후 두어 차례 갈림길을 만나, 표지기들의 지시에 따르다보니, 11시 21분, 돌고개 표지석이 있는 아스팔트 도로에 내려선다.

돌고개 표지석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진행하여 516번 지방도로와 만나는 삼거리에 이른다. 근처에 식당이 있으면 점심을 할 요량이었지만 아무리 둘러보아도 식당이 있을 분위기는 아니다. 할 수 없이 횡단보도를 지나, 앞에 보이는 무덤 뒤, 숲으로 이러지는 등산로를 따라 걷는다.

묘 뒤 숲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진입 전에 본, 516번 지방도


11시 38분, 봉우리 하나를 넘고, 11시 50분, 삼각점이 있는 351.7m봉에 오른다. 준.희 님의 정상 팻말이 걸려있다. 351.7m봉을 오른쪽으로 내려서자 잡목 넝쿨지대가 이어진다. 한여름의 서슬 퍼런 기세는 사라졌지만, 키를 넘는 넝쿨지역을 통과하는 것은 역시 고역이다. 약 10분 후, 344m봉을 지나 능선이 분기하는 곳에서, 잘못 걸린 표지기를 따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첫 번째 알바의 시작이다.

351m봉의 삼각점

정상 표지판


아래 지형도를 보면 능선이 분기하는 곳에서 마루금은 왼쪽 능선으로 이어지지만, 우리들은 표지기를 따라 무심코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다시 잡목 넝쿨지역으로 들어선다. 키를 넘는 잡목 속으로 등산로는 이어지고,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마을과 도로가 내려다보인다. 12시 8분, 표지기들이 여러 매 걸려 있는 곳을 지나 잡목이 가득한 능선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어느 사이에 길은 없어지고, 표지기들도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마루금은 푸른색으로 이어지는데 우리는 붉은색 능선으로 진행하여 한 시간이 넘게 등로이탈을 한다.

엉뚱한 곳에 걸려있는 표지기들


비로소 등로를 이탈한 것을 인식하고, 마지막 표지기가 붙어있던 곳으로 되돌아와 주위를 아무리 맴돌아보아도 우리가 내려섰던 곳 이외에는 전혀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을 찾지 못하겠다. 12시 30분, 마지막 표지기가 걸려 있는 곳에서 점심을 먹으며 심산대장과 대책을 논의한다.

표지기 있는 곳으로 원점회귀하다 내려다 본 삼실고개 (왼쪽)


344m봉을 지나, 능선이 분기한 곳으로 회귀하는 것이 원칙이겠으나, 잡목 넝쿨 숲을 다시 거슬러 오른다는 것이 끔찍하고, 회귀하는 시간이면, 눈앞에 보이는 도로로 내려설 수 있다고 판단하고, 식사 후, 정면으로 돌파하여 도로로 내려서기로 한다. 12시 45분, 식사를 마친 후, 넝쿨을 헤치며 도로를 향해 길 없는 길을 만들어 나간다.


1시경, 희미하게 이어지는 묵은 임도에 내려서고,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진행하여 1시 27분, 시멘트도로에 이른다. 이어 1시 34분, 2차선 포장도로에 내려서서, 왼쪽에 보이는 고개마루턱으로 향하다, 도로 변의 민가에 들러 고개 마루턱이 삼실고개라는 것을 확인하고, 1시 42분, 표지기가 보이는 삼실고개에 도착한다. 선답자들의 기록을 보면 능선이 분기되는 곳에서 삼실고개까지 약 20분 정도 소요됐다고 한다. 결국 능선을 잘못 들어선 덕에 우리는 한 시간이 넘게 잡목 넝쿨 속을 헤맨 것이다.

삼실고개를 확인한 민가와 축사

삼실고개


이제 행치고개까지는 3.2Km 정도가 남았지만, 어처구니없이 한동안 등로 이탈을 하고보니 맥이 풀려, 절개지를 지나, 능선에 오른 후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어 완만한 능선을 따라 오르며 뒤돌아 마루금과 등로를 이탈했던 능선을 카메라에 담고, 1시 55분, 봉우리에 올라 왼쪽으로 급히 꺾어 내린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상생리 방향이 조망된다.

등로 이탈 현장- 오른쪽 능선이 마루금, 우리는 왼쪽 능선에서 헤메다 가운데 시멘트길로 내려서서 삼실고개에 도착한다.

오른쪽 조망


2시 15분, 잡목이 무성한 급경사 오르막을 지나 다시 봉우리 하나를 넘고, 2시 38분, 커다란 바위를 왼쪽으로 우회하여, 코가 땅에 닿을 정도의 급사면을 네발로 기어올라, 오늘 구간에서 가장 높은 517.2m봉에 이르러 왼쪽으로 내려선다.

517.2m봉


2시 55분, 낙석주의 표지판이 있는 임도에 내려서서, 표지판 오른쪽의 임도를 따라 오르다, 4분 후, 임도를 버리고, 오른쪽 숲으로 들어선다.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지고, 오래된 통나무 계단이 군데군데 보인다. 저 앞에 큰산의 구조물이 보인다. 3시 7분, 큰산 정상에 올라, 삼각점과 주위 조망을 카메라에 담는다. 역시 준.희 님의 정상표지판이 보인다.

큰산 정상의 구조물

큰산 삼각점

20도 방향의 조망

340도 방향의 조망

정북 방향의 조망

정상 표지판


3시 10분경, 하산을 시작하여, 바로 갈림길에 이른다. 이번에는 선답자의 산행기록에 따라 직진 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진행한다. 완만한 내리막 능선길이 동북 방향으로 이어진다. 지형도에 표시된 마루금은 동남 방향으로 급경사를 이루고 있어, 등로를 이탈했음을 짐작하면서도 부드럽게 이어지는 산책로가 좋아 그대로 진행한다. 3시 45분, 갈림길을 만나,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7분 후 마을로 이어지는 시멘트도로에 내려선다. 마을에 들어서서 주민에게 동네 이름을 물어보니 상당 2리라고 한다.

푸른색이 마루금, 우리는 선답자의 산행기를 따르다 붉은색으로 진행하여 두 번째 등로이탈을 한다.

마을의 시멘트도로를 따라 내려선다. 4시 16분, 36번국도, 상당 2리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여 택시회사에 전화를 한다. 10여분 후 택시가 도착하고, 음성버스터미널 부근의 식당을 소개받아, 식당 앞에서 내린다. 메타요금 5,300원, 6,000원을 지불하고, 식당으로 들어선다.

36번국도와 상당 2리 버스 정류장


도가니탕, 꼬리곰탕이 8,000원인데, 자기네 식당에서 특허를 낸 소고기와 밤, 대추, 인삼, 대파 등을 넣고 끓인 찹쌀 죽이 별미라고 식당 주인이 추천을 한다. 가격은 10,000원, 맥주로 갈증을 달래고, 소주를 반주로 뜨거운 찹쌀 죽으로 식사를 한다. 양도 푸짐하고, 맛도 괜찮다. 식사를 마치고 터미널에 도착하여, 6시 30분 발 서울행 차표를 산다.


서울로 달리는 버스 속에서 오늘 산행을 반추해 본다. 아직 독도 실력이 미숙하여, 표지기에 의존하고 선답자의 산행기를 따르다 보니, 오늘도 두 차례나 등로를 이탈하여 마루금 일부를 밟지 못했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독도실력이 몸에 배일 것이라고 자위를 해 본다. 버스는7시 45분 동서울 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2007. 9. 30.)


소요비용

1. 서울 - 무극 버스요금 : 13,000원

2. 무극 - 감우리 택시비 : 7,000원

3, 상당 2리 - 음성 택시비 : 6,000원

4. 식대 29,000원

5, 음성 - 서울 버스요금 : 15,400원

계 (2인) 70,400원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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