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걷히지 않은 낙동강 주변 풍경


2007년 11월 6일(화).

"화요맥"의 정기산행일이다. 오늘은 팔공지맥 여섯 번째 구간을 산행한다. 코스는『구절리-살구재-화산특수작전기지-화산-803m봉-감자골-722.9m봉-갑령-469.1m봉-갑령재』로 도상거리 약 12Km에 산행시간은 약 5시간 30분을 예상한다.


화산까지는 3군 사관학교 훈련장 주변의 군사도로를 따라 걸으며 주위의 조망을 즐기고 감자골에 이르러 고랭지 채소밭과 산골 오지마을의 풍광에 매료된다. 722.9m봉에서 마루금은 왼쪽으로 급격히 떨어져 갑령에 이르고 이어 한차례 된 비알을 거쳐 갑령재에 이르게 된다. 가야할 봉우리들을 손쉽게 인식할 수 있어 알바를 할 곳도 없고, 업 다운이 심하지 않은데 비해 주위 조망이 훌륭하여, 만추의 풍경 속에서 여유 있게 하루를 보낸다.


안개가 걷히니 맑은 가을 날씨다. 아침저녁으로는 싸늘하지만 낮에는 기온이 많이 올라 일교차가 심하다. 그래서 그런지 몸의 컨디션이 여의치 않다. 난방이 잘된 산악회 버스에 올라 강 위원장이 넘겨준 조간신문을 보는데, 전에 없이 갑자기 멀미기가 느껴지고, 진땀이 난다. 서둘러 소화제를 꺼내 복용하고 잠 속으로 빠져든다.


한잠을 자고나서, 선산 휴게소에 내려 잠시 바람을 쏘이니 멀미기운이 없어지고, 컨디션이 다소 나아진 느낌이지만, 이런 상태라면, 산행을 포기하고, 버스에 남아 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해 본다. 이윽고 버스가 구절리에 도착하고, 대원들의 걷는 수고를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강 위원장은 좁은 임도로 버스를 몰고 오른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사과밭이 하얀 면사포를 쓰고 있다. 새들이 쪼아대서 상품가치가 떨어질 것을 우려한 농부의 정성이다.

면사포를 쓴 사과밭


이윽고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곳까지 이르자 버스는 정차하고, 우르르 내린 대원들은 임도를 따라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맨 뒤로 쳐져 천천히 대원들 뒤를 따른다. 배에 힘이 하나도 없다. 순식간에 대원들 모습은 사라지고, 후미를 의식하고 천천히 걷고 있는 류 회장의 뒷모습만 남는다.

임도를 따라 오르는 대원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17) 산행시작-(11:41) 살구재-(11:55) 군사도로-(11;56) 왼쪽 임도-(12:00) 군사도로로 회귀-(12;03) 왼쪽 숲으로-(12;22) 645.9m봉-(12:33) 군사도로-(12:34) 안전운전 돌표지-(12:54) 화산특수작전기지-(12:58) 조림기념비-(13:00) 735m봉-(13:11) 785m봉-(13:20) 억새지대-(13:30) 영양이씨 묘-(13:34) 군사도로-(13:44) 초소-(14:01) 갈림길, 좌/ 화산능선-(14:18~14:36) 화산정상/간식-(14:41) 고랭지 채소밭-(14:47) 물웅덩이-(14:49) 임도-(14:50) 좌측 숲으로-(14:57) 803m봉-(15:00) 임도-(15:12) 시멘트도로 삼거리, 좌-(15;38) 화산분교-(15:46) 임도-(15:55) 임도 버리고 좌측 비탈길-(16:17) 동래정공 묘-(16;24) 갑령-(16:36) T자, 좌- (16:40) 봉-(16:44) 갈림길, 우-(17;05) 갑령재』간식시간 18분 포함, 총 5시간 47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지난번에 내려왔던 길이라, 주위의 산세는 낮이 익은데, 등산로는 전혀 생소하다. 내려올 때와 오를 때의 느낌이 이처럼 다른 것에 놀랄 뿐이다. 완만하게 이어지던 길이 가팔라지며 땀이 나기 시작한다. 산행시작 후 약 24분 만에 살구재에 이른다. 땀을 흘리고 나니 어느 정도 컨디션이 회복되는 느낌이다.

살구재로 오르며 본 단풍


살구재에서 비로소 마루금을 따라 645.9m봉으로 향한다. 살구재와의 고도차이는 약 200m. 가파른 비탈길이 이어진다. 11시 55분, 고도 약 520m 정도의 군사도로에 올라 오른쪽으로 1분 정도 진행하다, 645.9m봉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 보이는 왼쪽 임도로 진입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임도는 끊기고 길이 보이지 않는다. 오른쪽으로 정상이 보이니 막 바로 치고 올라도 안 될 것이 없겠지만 길 없는 잡목 숲을 헤쳐며 오른다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인가? 비상사태도 아닌데 초장부터 누구도 정면 돌파를 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군사도로

군사도로를 버리고 왼쪽 임도로 들어선다


12시, 다시 군사도로로 되내려와 645.9m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며 도로를 따라 걷는다. 이제 몸 상태는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나이가 드니 온도변화에 몸이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고, 찬 곳에서 갑자기 더운 버스 안으로 들어서면서 심술을 부렸던 위(胃)가 한차례 땀을 흘리고 나니 비로소 정상으로 돌아온 모양이다.

군사도로로 되내려와 도로를 따라 걷는다.


12시 3분, 왼쪽 나뭇가지에 주발대장이 매달아 놓은 표지기가 보인다. 첫 봉우리부터 도로를 따라 우회할 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왼쪽 잡목 숲으로 돌진 한 모양이다. 몇몇 대원들은 계속 도로를 따라 진행하고, 류 회장, 김 사장 그리고 나, 세 사람은 선두그룹의 족적을 따라 길 없는 잡목 숲을 헤집고 가파르게 오른다. 선두의 족적이 이어졌다 사라졌다 한다. 족적을 찾는 것도 귀찮아, 정상을 향해 잡목이 엉성한 곳을 헤집고 막 바로 치고 오른다. 이윽고 시든 억세 군락지를 지나 능선에 오르니 생각지도 않은 삼각점이 보인다. 645.9m봉 정상이다.

왼쪽 잡목 숲으로 돌진

시든 억새 군락지를 지나고

645.9m봉의 삼각점


나와 비슷하게 차멀미 증상으로 속이 메스껍다던 김 사장이 배낭을 벗어 놓고, 지뢰를 묻으러 슬그머니 으슥한 숲속으로 사라진다. 정상에서 보는 조망이 압권이다. 북쪽으로 험상궂게 생긴 산이 보인다. 집에 돌아와 지도를 살펴보고 보리재(546.8m)라고 짐작한다. 북서쪽으로는 학성리가 내려다보이고 그 왼쪽에 옥녀봉이 우뚝하다.

북쪽 방향의 조망, 험상궂은 산은 보리재라고 짐작한다

학성리와 옥녀봉


평탄한 능선을 지나 경사가 급한 비탈길을 달려 내린다. 정면으로 가야할 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고, 군사도로가 봉우리를 왼쪽으로 우회하듯 이어지는 것이 보인다. 12시 33분, 군사도로로 내려서서 도로를 따라 걷는다.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도로를 천천히 오르며 주위의 풍광을 카메라에 담는다. 도로 왼쪽에 '안전운전' 돌표지가 보이고, 조금 더 오르니 '충성로' 돌표지와 함께 '화산특수작전기지'라는 간판이 걸린 문이 보인다.

군사도로를 따라 590m봉으로 향하는 대원

군사도로에서 본 40도 방향의 조망

군사도로에서 본 50도 방향의 조망, 보현산과 지나온 능선이 보인다.

충성로와 화산특수작전기지


문을 지나 도로를 버리고, 왼쪽 임도로 진행한다. '조림기념비'라는 육중한 돌비석을 지난다. 조금 더 진행하니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면서 멀리 보현산, 기룡산이 보인다. 반가운 마음에 연신 사진을 찍어대니 발걸음이 한없이 늦어진다. 1시, 735m 정도의 봉우리에 올라 340도 방향의 조망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어 잡목지대를 통과하자 다시 시야가 트이며 오른쪽으로 멀리 훈련장이 내려다보이고 군인들이 구령소리가 아득히 들린다.

조림기념비

보현산

기룡산과 영천 방향

 

340도 방향의 조망

당겨 찍은 훈련장


1시 11분, 삼각점<화산 48>이 있는 785m봉에 오른다. 나뭇가지에 준.희 님의 정상표지판이 걸려있다. 이어 억새가 무성한 초원지대를 지나며. 억새 너머로 팔공산을 본다. 억새에 묻힌 영양이씨 묘를 지나 임도로 내려서니, 건너편 군사도로를 따라 걷는 대원들과 멀리 야외 교육장 그리고 화산이 보인다.

정상표지판

억세 너머로 보이는 팔공산

군사도로를 걷는 대운들과 오른쪽의 야외 교육장, 그 뒤로 화산


1시 34분, 다시 군사도로로 내려선다. 군사도로가 바로 마루금인 셈이다. 도로 오른쪽으로 능선이 보인다. 도로를 버리고 능선을 따라 진행하여 잠시 초소를 지나지만, 다시 군사도로로 내려선다. 이후에도 몇 차례 능선으로 붙어보지만 곧바로 도로로 떨어진다. 신경 쓸 것 없이 편하게 도로를 따라 진행하면서 주위 조망을 즐기는 편이 낫겠다.

초소

초소에서 본 화산

초소 옆의 야외교육장


2시 1분, 도로를 버리고 왼쪽 야외교육장 쪽으로 진행하여 화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올라 뒤돌아 지나온 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모처럼 낙엽이 쌓인 능선길을 걷는다. 앞을 막는 철조망을 넘어 직진하고 날등길을 지나니, 능선길이 다시 순탄하게 이어진다. 2시 14분, 억새가 무성한 공터를 지나고, 2시 18분, 삼각점<화북 315, 2004 재설>이 있는 화산 정상에 오른다. 정상석이나 정상표지판은 보이지 않고, 삼각점 안내문에는 고도를 282m로 표기하고 있다. 정상은 남쪽 방향으로 깨끗이 벌목을 해 놓아 시야가 트였다. 후미그룹은 정상주를 마시며 간식을 즐긴다.

도로를 버리고 왼쪽 야외교육장 쪽으로

화산으로 오르는 주능선에 쳐진 철조망

화산 정상

화산 정상 삼각점 안내문

140도 방향, 석봉과 혈암산 그리고 신녕면

지나온 능선과 멀리 초소, 야외교육장


약 18분 정도 휴식을 즐기고 다시 산행을 계속한다. 정상에서 직진하여 두세 걸음 걸은 후, 오른쪽 사면으로 내려선다. 낙엽이 가득한 사면에서 길이 희미해지더니 슬그머니 사라져 버린다. 개의치 않고 서쪽으로 방향을 잡아 사면을 내려선다. 2시 41분, 울타리를 넘어 고랭지 채소밭으로 들어서니, 북서 방향으로 가야할 803m봉과 722.9m봉이 뚜렷이 보인다.

고랭지 채소밭에서 본 가야할 방향


채소밭 둑을 따라 걷다. 하늘이 비친 커다란 물웅덩이를 만나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임도로 내려서서 임도를 따라 걷는다. 다시 오른쪽에 커다란 물웅덩이가 보인다. 700m대의 고지대에 물웅덩이- 사람이 만든 것인지, 자연의 조화인지 구분이 어렵다. 2시 51분 임도를 버리고 왼쪽 숲으로 들어서고, 2시 57분, 803m봉을 지난다. 낙엽 쌓인 숲길이 내리막으로 이어지더니 이윽고 임도로 내려서고, 임도는 시멘트도로 변한다. 3시 12분, 삼거리에 이르러 왼쪽으로 진행한다.

하늘 비친 숲속의 물웅덩이

임도변의 물웅덩이, 파낸 자국을 보니, 사람이 만든 것이 확실하다.

803m봉

시멘트도로는 다시 임도로 변하고 작은 언덕으로 이어진다. 언덕에 오르니 팔공산이 왼쪽으로 커다랗게 보인다. 내리막 사면과 건너편 언덕으로 이어지는 오르막 사면이 모두 고랭지 채소밭인 모양인데 지금은 누렇게 시든 잡초만 무성하고, 잡초 사이로 뚜렷한 길이 이어진다.

고랭지 채소밭이었던 작은 언덕에서 본 팔공산

묵은 고랭지 채소밭을 지나며 뒤돌아 본 803m봉과 지나온 길


작은 언덕에 올라 숲을 벗어나니, 다시 고랭지 채소밭이 펼쳐진다. 밭 가장자리를 따라 걷는다. 시야가 트이며 멋진 조망이 펼쳐진다. 멀리 기룡산, 영천 방면, 훈련장과 지나온 능선이 보이고, 북쪽으로 감자골, 북동쪽으로 옥녀봉과 화북리, 그리고 아미산 줄기가 조망된다.

고랭지 채소밭

옥녀봉과 아미산 방향

감자골


감자골 마을에 들어서서 화산분교를 지난다. 폐교가 된 화산분교의 활용에 대한 화북4리 주민들의 주장을 담은 공지사항 팻말이 보인다. 시멘트도로를 걸어 마을 한복판을 지나고, 마을을 벗어나 추수가 끝난 오른쪽 무밭을 가로질러 임도에 오른다. 임도에서 보는 조망이 그만이다. 임도를 따라 통신탑이 우뚝 솟아 있는 722.9m봉으로 향한다.

화산분교

공지사항

뒤돌라 본 고랭지 채소밭

803봉과 오른쪽의 화산

멀리 보현산과 기룡산

722.9m봉의 통신탑


임도는 722.9m봉을 왼쪽으로 우회한다. 바로 코앞에 봉우리가 있지만 임도를 따라 그냥 지나친다. 주위 조망을 볼 만큼 보았고, 사진을 찍느라 너무 뒤쳐졌기 때문이다. 임도가 내리막으로 이어지며 오른쪽으로 옥녀봉이 가깝게 보인다. 3시 55분, 임도를 버리고, 왼쪽 비탈길을 달려 내린다. 갑령까지 약 350m 정도 고도를 낮추는 긴 내리막이다.

하산 직전의 오른쪽 풍광

4시 24분 갑령을 지나고,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경사가 점점 가팔라진다. 뒤돌아 내려온 능선을 카메라에 담고, 바위지대를 지나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이어 작은 봉우리를 하나 넘고, 4시 44분, 갈림길에서 오른쪽 내리막으로 달려 내린다. 직진하면 바로 삼각점이 있는 476.9m봉이지만 하산을 서둘러 생략하기로 한다.

갑령을 지나고

급경사 오르막을 오르며 뒤돌아 지나온 능선을 본다


잡목 숲 사이로 비탈길이 이어진다. 북서방향으로 도로공사가 한창인 갑령재가 내려다보이고, 남서방향으로 황혼 속의 팔공산이 웅장하다. 5시 5분, 급사면의 절개지를 내려서서, 28번국도가 지나가는 갑령재에 내려서지만 버스가 보이지 않는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영구대원이 주발대장에게 전화를 하여 버스의 위치를 확인한다. 갑령재 부근은 도로 공사 중이라 주차를 못하게 하여 신녕 쪽으로 약 350m 내려선 곳에 있다고 한다.

내려다 보이는 갑령재

석양의 팔공산

갑령재


도로를 따라내려 버스에 이른다. 하산한 대원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오늘은 영천이 고향인 현 사장이 영천 막걸리 두말을 미리 주문하여 북영천 IC에서 싣고 온 터라 다른 때보다 뒤풀이 분위기가 훨씬 풍요롭고 화기가 넘친다. 현 사장! 고맙습니다, 버스는 6시가 가까워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7. 11. 8.)










at 04/10/2010 03:52 am comment

잘보고 감사히 담아갑니다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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