쿰부지역의 관문인 Kani Gate 안의 탱화와 마니차

 

트레킹 이틀째. 팍딩(Phakding, 2,640m)을 출발하여 몬조(Monjo, 2,840m)에 있는 사가르마타(Sagarmatha) 국립공원 관리소에서 입산신고를 하고, 조살레(Jorsale, 2,740m)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남체 바자르(Namche Bazar, 3,440m)에 도착하여 숙박한다. 실제거리 약 10Km, 통상 5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구간이다.

팍딩-남체구간

 

남체 바자르와 팍딩간의 고도차는 800m다, 이제 3,000m대로 진입한다. 계속 두드 코시 강을 거슬러 오른다. 탐세루크(Thamserku, 6.608m)가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고, 셀파들이 Holy Mountain이라고 부르는 쿰비라(Kumbila, 5,765m)가 전모를 나타낸다. 남체를 향해 가파른 오르막길을 이리구불, 저리구불 오르다. 전망대에서 처음으로 멀리 에베레스트의 모습을 본다.

당겨찍은 탐세루크(Thamserku-6,608m)

쿰비라

당겨 찍은 에베레스트

 

2009년 11월 22일(일).
특별한 일이 없으면 통상일정은 6시 모닝콜, 7시 아침식사, 8시 출발이다. 엊저녁에는 8시가 조금 넘어 잠자리에 들었다. 다운재킷을 입고 물병, 유담뽀를 넣은 침낭에 들어가니 추운 줄 모르겠다. 전날 다이아막스를 복용한 탓인지 밤중에 화장실을 서너 차례 드나들었고, 그러다보니 깊은 잠은 들지 못했지만, 5시경 다시 화장실을 가려고 잠을 깨니 정신이 맑고 몸이 가뿐하다.

 

화장실에 들렀다 밖으로 나와 하늘을 우러러본다. 무수하게 많은 별들이 우르르 쏟아져 내리는 것 같다. 머리 위로 북두칠성이 뚜렷하다. 침실로 돌아와 헤드 랜턴을 켜고 오늘 가야할 루트를 도상으로 따라가 보는데, 셀퍼 파쌍과 다와가 차를 가지고 와서 문을 두드린다. 성실한 사람들이다.

 

차를 마시고, 카고 백을 정리한 후, 다이닝 룸으로 나온다.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 다이닝 룸은 사람들로 붐빈다. 우리대원들도 대부분이 나와 있고, 일본사람, 독일사람, 캐나다인, 중국인,,등 마치 인종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잠시 난로 가에 서 있다 밖으로 나온다. 상쾌한 아침이다. 동쪽에서 떠오르는 햇살을 받아 롯지 뒤편의 설산이 수정처럼 빛을 발한다.

아침햇살을 받고 수정처럼 빛나는 설산

 

아침식사를 마치고 출발준비를 한다. 롯지 앞에서 좁교(야크와 물소의 교배종) 세 마리가 짐 싣기를 기다리고 있다. 날카로운 뿔, 그리고 다부진 몸매와는 달리 순하디. 순한 짐승인 것 같다. 무거운 짐을 지고도 워낭소리를 뎅그렁 거리며 여유 있게 걷는 모습은 구도자(求道者)를 연상 시킨다. 오랜 세월 험한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온 삶의 지혜가 배인 몸짓이다. 오늘부터 좁교의 걸음걸이를 흉내 내어 걸어야겠다.

짐 싣기를 기다리는 좁교

 

역시 젊은 사람들이 출발을 서두른다. 예정보다 5분 빠른 7시 55분, 셀파 다와를 따라 두드 코시 강 왼쪽의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른다. 파쌍이 중간에서고, 가이드 왕추가 후미를 지킨다. 작은 마을 잠퓨테(Zamphute, 2,739m)의 쇠다리를 건너고 나서부터 길이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출발

오른쪽으로 깊게 내려다보이는 두드 코시 강

 

사진 한 컷에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천길 폭포가 떨어져 내린다. 아마도 만년설이 녹아서 떨어지는 물인 모양이다. 푸른빛이 도는 맑은 물이다. 더욱 가팔라진 길을 한 굽이 돌아서자, 보라! 아침햇살을 담뿍 받고 마치 보석처럼 빛나는 탐세루크(Thamserku, 6.608m)가 홀연히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지 않는가! 일순 숨이 멎는 듯한 충격에 저절로 발길이 멈춰진다.

만년설이 녹아떨어지는 천길 폭포

홀연히 모습을 보이는 탐세루크

 

9시 12분, 벤카르(Benkar,2,710m)마을의 “Water Fall View Lodge"에서 차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긴 현수교를 건너자, 셀파들이 신성한 산이라고 부르는 쿰비라(Cumbila,5,765m)가 전모를 나타낸다.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연기를 피우는 작은 단지가 돌담 위에 놓여있다. 벌레들을 쫓는다고 한다. 넓은 마당을 건너 돌로 지은 전형적인 히말라야 농가 한 채가 외따로 서있다.

Water Fall View Lodge

쿰비라

연기를 피워 벌레들을 쫓는 도구

전형적인 히말라야의 고지농가

 

급한 내리막을 지나 두드 코시 강으로 흘러드는 작은 계류에 걸린 다리를 건넌다. 오른쪽 골짜기에 단단하게 생긴 돌집이 보인다. 왕추에게 무슨 집이냐고 물으니 물방앗간이라며, 주로 밀을 빻는다고 한다. 언덕을 올라 사가르마타(Sagarmatha)국립공원 관리사무소가 있는 몬조(Monjo, 2,835m)에 도착하여 입산허가를 받고, Kani Gate를 통과하여, 셀파들이 신성시 여기는 숨은 계곡인 쿰부지역으로 들어선다.

두드 코시 강으로 흘러드는 계류에 걸린 다리를 건너고

물방앗간을 지나

사가르마타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Kani Gate

 

가파른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정면으로 멀리 쿰비라가 웅장한 모습을 보이고, 왼쪽 산사면 중턱에 걸린 폭포가 눈길을 끈다. 다시 두드 코시 강이 내려다보인다. 강 건너편으로 제법 큰 규모의 조살레(Jorsale, 2,740m) 마을이 평화롭다. 10시 55분, 현수교를 건너 마을에 도착하여, 부다 롯지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별미의 비빔국수로 점심식사를 한다.

산 중턱에 걸린 폭포

조살레 마을

조살레 마을 앞에 걸린 현수교

부다 롯지

 

12시 29분, 조살레 마을을 출발하여 트레킹을 속개한다. 이제까지는 마을과 마을 사이를 마실하듯 부담 없이 오르내렸지만, 지금부터 남체 바자르까지는 마을다운 마을도 없이, 약 3시간 동안, 가파른 산길을 계속 올라야하는 힘든 구간이다. 부다 롯지를 떠나 두드 코시 강바닥까지 내려와 돌 많은 강변길을 걸으며, 허공에 걸린 Larja교를 바라본다.

많은 두드 코시 강변을 걷고

허공에 걸린 Larja교, 뒤로 쿰비라가 빼꼼히 보인다.

 

허공에 걸린 Larja교를 건넌다. 타르초가 바람에 펄럭이며 부처님 말씀을 허공에 뿌린다. 다리를 건너 산길을 걸어 오른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탐세루크(6608m), 캉데가(6,685m), 쿠숨 캉구르(6,367m)가 마치 키 재기를 하듯 늘어 선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리구불, 저리구불, 수 없는 굽이를 돌며 고도가 높아진다. 이 구간은 특히 천천히 걸어야한다. 서둘면 고소병에 걸린다.

라자교를 건너고

탐세루크, 캉데가, 쿠숨 캉구르가 키재기를 하고 있다.

 

2시 20분, 원주민 여인들이 귤을 팔고 있는 공터에 오른다. 맑은 날이면 에베레스트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곳이라고 한다. 과연 나뭇가지 사이로 눈 없는 암봉이 보인다. 에베레스트다, 당겨서 카메라에 담는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오른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삼각형 모양의 꽁데(Kongde, 6,086m)가 모습을 보인다.

에베레스트 뷰 포인트,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에베레스트

꽁데가 모습을 보인다.

 

소나무와 삼나무 숲으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이 점차 완만해진다. 3시 11분,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시장이 있는 남체(3,440m)로 들어선다. 다행히 숨이 다소 가쁠 뿐, 두통이나 다른 이상 증세는 없다. 상점들이 즐비한 좁은 골목을 지나 오른쪽 계단을 올라서서 숙박할 롯지로 들어선다. 4시, 티 타임, 대원들이 난롯가에 둘러앉는다. 두통을 호소하는 대원들이 몇 명 있지만, 그 정도는 통과의례에 불과하다. 전원이 고소에 잘 적응하는 모습이다.

남체로 들어서고

롯지로 향한다.

롯지에서 내려다 본 남체

 

우리들은 내일 오전까지 남체에 머물며 고소적응을 하게 된다.

 

(2009. 12. 15.)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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