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의 낙조

 

20여 일간의 인도배낭여행을 마치고, 3월 7일 귀국하여, 체중을 달아보니 3Kg이 줄었다. 음식, 불편했던 도시간의 야간이동, 그리고 심한 흙먼지 등이 몸에 큰 부담이 됐던 모양이다. 일주일 정도는 여행기나 정리하며 푹 쉬고, 다음 주부터 산행을 해야겠다고 느긋하게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데, 요요회에서 문자 메시지가 날아온다.

3월 12일 토요일에 봄나들이 산행으로 경기도 광주군 남종면에 있는 정암산과 해협산을 간다는 알림이다. 산행거리 약 9.3Km에 산행시간은 약 4시간 정도라고 한다. 그 정도라면 오히려 가볍게 몸을 푸는 기분으로 다녀오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무엇보다도 오랜만에 요요회 멤버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산행을 신청한다.

 

요요회는 백두대간을 함께했던 산정산악회 3차대대원들이 2005년에 결성한 친목 모임이다. 이후 3차대대원 이외에게도 문호를 개방하여, 산을 좋아하는 수도권 사람들을 영입하고, 매달 짝수 토요일에 정기산행을 한다. 나는 9정맥과 기맥, 그리고 지맥을 한답시고, 제대로 참석을 못하다가, 문득문득 옛 동료들의 얼굴이 보고 싶고, 그리울 때면 손님처럼 참석을 하지만, 그래도 모든 분들이 웃는 낮으로 반겨주는 곳이다.

 

2011년 3월 12일(토)
약속시간보다 10분쯤 빨리 강변역 1번 출구에 도착한다. 아무도 없다. 또 약속장소를 잘못 안 것이 아닌가? 불안해서 사방을 두리번거리는데, 반갑게도 계절에 잘 어울리는 보랏빛 재킷을 곱게 차려입은 목련님이 모습을 나타낸다. 3차대 동기로, 야생화 박사에 중견시인인 목련님의 밝은 모습이 여전히 아름답다. 이어 등반대장 덕암, 꽈리꾼 우정, 살림꾼 선비 등을 반갑게 만난다.

 

 장소를 옮겨 화니, 정암, 청솔, 생광, 지연, 진원, 소연님들을 만나고 고봉님과 여왕봉님이 모습을 보이자 일행이 전부 모였다. 모두 16명이다. 일행은 강변역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13-2번 버스로 퇴촌까지 가고, 퇴촌에서 30여분을 기다렸다, 광주군군내버스로 산행들머리인 귀여리마을로 이동한다.

퇴촌 사거리 교통표지판

나눔의 집 안내판 - 퇴촌에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10시 58분, 등산 안내도와 이정표가 있는 귀여리 마을입구에 도착한다. 귀여리마을유래를 알리는 안내석이 보이고 버스정류장 뒤로 보이는 남한강이 그림 같다. 귀여리 조용한 마을로 들어선다. 낮선 발자국 소리에 동네 개들이 컹컹 짖어댄다. 옛날에는 귀여리(歸歟里 괘내)ㆍ귀실(貴實 구실)ㆍ제청동(祭廳洞) 등 3개리로 되어 있었으나. 1914년 일제 강점기에 행정구역을 통폐합하면서, 귀여리(歸歟里)로 마을 이름을 정하고 3개 마을을 1개리로 만들었다고 한다. 300여 호가 모여 살았던 제법 큰 규모의 귀여리는 1950년의 6.25사변과 1972년의 팔당땜 준공으로 마을 규모가 많이 축소되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등산안내도와 이정표

마을 통과

안내석

그림 같은 남한강 풍광

 

11시 6분, 정암산과 해협산 갈림길에서 정암산쪽으로 들어서서, 산 아래 무덤가에서 대원들이 모여 산행준비를 한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귀여리-정암산-409m봉-해협산-국사봉 갈림길-368m봉-귀여리』로 도상거리 약 9.8Km, 등산안내도에 표기된 산행소요시간은 5시간이다.

산행코스

 

잔솔밭을 지나, 11시 13분, 정암산 2.4Km를 알리는 이정표를 통과하고, 완만한 오름세의 산길로 들어서며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이어 4분 후, 이정표가 있는 T자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완만한 오름길이 계속된다. 부드럽고 아름다운 산길이다.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결은 완연한 봄바람이다. 재킷을 벗는 대원들이 늘어간다.

이정표

 

바쁠 것이 없는 봄나들이 산행이다. 선두의 진행이 빠르면 후미의 선비님이 소리쳐 제지한다. 부드러운 산길을 유장하게 걷는다. 11시 22분, 정암산 정상 1.7Km를 알리는 고도 약 160m의 봉우리를 넘고, 7분 후에 오른 또 다른 봉우리에서 모두 모여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기러기편대를 하고 안부를 지난다.

이정표

중간휴식

기러기 편대

 

아직 잎이 나지 않은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왼쪽에 정상이 우뚝하다. 부드러운 능선길이 송림과 참나무 숲을 번갈아 드나들며 서서히 고도를 높인다. 토요일인데도 등산객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순하고 부드럽고 아름다운 산에 등산객들이 드믄 것은 교통이 불편하기 때문이라고 덕암대장이 알려준다. 11시 59분, 고도 약 300m 정도의 봉우리를 넘고, 안부에 내려서자, 짐을 덜자며 선채로 시원한 막걸리 잔을 돌린다.

왼쪽으로 보이는 정암산

돌 많은 봉우리를 넘고

능선을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12시 22분, 삼각점(양수 461/1988 복구)과 정상석이 있는 정암산 정상에 오른다. 정상에서는 돼지머리를 통째로 놓고 제대로 된 시산제가 준비 중이다. 서둘러 정상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자리를 비켜 해협산으로 향한다. 12시 25분, 정암산 0.5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는 능선 분기봉에서 오른쪽 급경사 내리막을 지나 표지기들이 요란한 봉우리에서 멀리 해협산을 바라본다. 아마도 이구간이 앵자지맥 마루금이 지나는곳이라 표지기들이 많이 걸린 모양이다.

정상석과 삼각점

시산제 젯상

서둘러 자리를 피해주고

앵자지맥 마루금이라 표지기들이 많다.

오른쪽으로 멀리 보이는 해협산

 

낙엽 쌓인 평탄한 능선길을 산책하듯 편안하게 걷는다. 12시 45분 경, 낙엽이 푹신하게 쌓인 너른 공터에 둘러 앉아 점심식사를 한다. 술 종류만도 동동주, 레몬 주, 흑삼 주에 헬주까지, 그리고 특식으로 딱새우에 가자미 식혜가 준비되고, 떡에, 빵에, 밥이 차려진다. 술과 행동식만 달랑들고 다니는 외로운 산꾼의 눈에는 그야말로 진수성찬이다. 즐거운 식사시간 40여분이 후딱 지나가고, 1시 30분, 식사 뒷자리를 정돈한다.

낙엽 쌓인 공터에서 식사할 곳을 찾고

식사 뒷자리를 정돈한다.

 

능선이 부드럽게 오르내리며 다시 서서히 고도를 높인다. 봉우리 두어 개를 넘고, 이정표가 있는 능선 분기봉에서 잠시 쉬며 단체사진을 찍는다. 2시 24분 갈림길에서 왼쪽 능선으로 내려서고, 눈앞의 능선을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바로 안부로 들어선다. 다시 부드러운 능선길의 산책이 이어진다. 이어 이정표가 있는 수청리, 청탄 갈림길을 잇달아 지나고, 3시 20분, 해협산 0.7Km를 알리는 이정표를 거쳐, 7분 후, 삼각점과 정상석, 그리고 등산안내도가 있는 해협산 정상에 오른다. 정상석 이면에 해협산의 유래가 적혀있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능선으로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안부를 지나고

해협산 0.7Km를 알리는 이정표

정상

등산안내도(크릭하면 큰 사진을 볼 수 있음)

 

10여분 동안 정상에 머물며 사진을 찍고, 3시 37분 하산을 시작한다. 3시 39분, 소나무 쉼터에서 160도 방향의 조망을 카메라에 담고, 4시 1분, 이정표가 있는 국사봉 갈림길에서 오른쪽 귀여리 길로 들어선다. 이어 4시 17분 368m봉을 넘고, 2분 후 만난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내려선다.

소나무 쉼터에서 본 160도 방향의 조망

국사봉 갈림길

368m봉

 

고만고만한 봉우리 서너 개를 넘으며 서서히 고도를 낮춘다. 4시 41분, 부군과 함께 잠들고 있는 유씨 부인 묘를 지나고, 4시 56분, 하산을 완료하여 개울가에서 뒷정리를 한다. 이정표는 이지점에서 해협산까지의 거리가 2.4Km라고 알려준다. 시멘트도로로 나와 432번 지방도로로 향한다.

하산 완료

 

버스정류장에서 음식점 차가 오기를 기다린다. 이윽고 차가 도착하여 남한강변을 달린다. 아직 샛강의 얼음이 다 녹지를 않아 먹이를 찾아 온 백조 떼들이 몰려있다고 친절한 음식점 사장님이 두 어 차례 차를 세워 구경을 시켜준다. 과연 진풍경이라, 팔뚝만한 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를 겨냥하고 있는 사진작가들의 모습도 눈에 뜨인다. 이윽고 차가 식당에 도착한다. 간판도 요란한 유대감집이다.

백조 떼

유대감 집

 

붕어찜과 매운탕을 주문하고, 맥주잔, 소주잔이 돈다. 이윽고 음식이 나온다. 청솔님이 분위기를 돋우고, 화니님이 대원들을 위해 부지런히 음식수발을 한다. 봄기운 속에서 흥겨운 뒤풀이 자리가 무르익는다.

 

 

(2011. 3. 13.)

 

 


at 03/14/2011 02:15 pm comment

우림님 어느새 남한강 낙조와 백조떼들을 찍으셨엇요?대단~,섬세함입니다 존경스럽구여~그덕에 내시야을 이탈한 멋진순간을 편안하게 책상머리에서 볼수있어 감사합니다~ 청솔.

우림 at 03/15/2011 09:39 am reply

청솔님!오랜만에 요요회 모임에 나가보니,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더군요. 그래서 모임이 더 화기애애해지고.....무척 반가웠습니다.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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