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객잔으로 향하다 본 옥룡설산

 

옥룡설산은 리장(麗江)에서 서북쪽으로 20Km 떨어진 곳에 웅장하게 서 있다. 이산은 히말라야 산맥 남쪽 줄기로, 아시아판과 인도양판이 접하고 있어 현재도 지각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시간에도 조금씩 해발이 높아지고 있다.

운남성 지도

리장 시내에서 본 옥룡설산

 

지구 북반구에 있는 만년설산 중 가장 남단에 있는 산으로 해발고도는 5,596m다. 13개의 눈 쌓인 봉우리가 마치 한 마리의 용이 누워있는 모습처럼 보인다하여 옥룡설산이라 불린다. 옥룡설산은 케이블카를 이용하거나 직접 등반으로 약 5,100m 높이까지는 올라갈 수 있으나 정상등반은 할 수가 없다. 중국 소수민족의 하나인 나시족들이 이 산을 자신들의 보호신인 '삼다'의 화신으로 여겨 추앙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옥룡설산 관광지를 지나는 버스 안에서 찍은 옥룡설산

 

옥룡설산은 소설'서유기'에 나오는 손오공이 옥황상제의 벌을 받아 산에 갇힌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상 관련자료 발췌)

 

2010년 11월 2일(화)
오늘은 옥룡설산 트레킹을 위해 평소보다 약 한 시간정도 이른 시간인 6시 50분에 호텔로비에 집합한다. 인솔자 김 부장이 원하는 사람들에게 다이아막스 1알과 타이레놀 1알씩을 나눠주며, 고산병이 걱정이 되는 사람은 지금 다이아막스를 복용하고, 타이레놀은 후에 머리가 아프면 복용하라고 일러준다. 7시 10분, 이윽고 버스가 도착하여 들머리인 옥주경천을 향해 출발한다.

7시 30분 경, 옥주경천에 도착한다. 잔뜩 흐린 날씨라 7시가 넘었는데도 아직 사위가 어둑하다. ‘설천청지’라는 돌 표지와 기마장 방향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이어 ‘玉龍山下 第一村’이라는 돌 표지가 세워진 문을 통과하여 말 타는 곳으로 향한다. 벽에 ‘玉湖旅遊開發合作社’ 란 간판이 걸린 것을 보면 기마장 운영을 회사가 하는 모양이다. 옥주경천의 고도가 2,750m라고 하는데 정 총무의 GPS에 나타난 수치는 2,270m라고 한다.

옥주경천에 도착, 잔뜩 흐린 날씨에 사위가 어둑하다.

‘雪泉淸池’ 돌표지

승마장 입구

 

승마장 가는 도중에 화장실이 있어 들러본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그런지 우리나라 화장실 못지않게 깨끗하다. 승마장 입구에서 노란 안전모를 쓰고, 줄을 서서 번호표를 받고 입장하면, 말과 마부가 배정된다. 내가 타고 가야할 말의 마부는 80세쯤 되어 보이는 노인이다. 말에 오른다. 생각했던 것보다 안장이 푹신하여 마음이 놓인다. 실크로드 여행 시 딱딱한 안장 때문에 엉덩이가 아파 고생했던 기억이 새롭기 때문이다.

 승마장

내가 탄 말을 끄는 할아버지

 

말을 타고 아직도 어둑한 마을을 통과한다. 제법 규모가 큰 마을이다. 학교 가는 학생들도 보인다. 이윽고 마을을 벗어나 황량한 들판을 지난다. 말을 타고 꺼떡꺼떡 오르면서도 왜 말을 타고 가야하는 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후 경사가 급해지며 말과 마부가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딱하고, 비록 말은 탔지만 오르막 내리막에서 몸의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아, 걷기보다 힘든 말 타기가 되다 보니, 더욱 더 아리송해 진다.

마을 통과 1

마을 통과 2

황량한 들판 1

황량한 들판 2

 

잔뜩 흐린 날씨에 시계는 고작 1~2m 정도다. 강아지 두 마리가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계속 따라 온다. 주인을 따라 트레킹에 나선 강아지들이라고 한다. 정 총무가 GPS로 측정한 것에 의하면, 말을 타고 올라간 승마장에서 대암동 까지의 거리가 약 8.5Km, 대암동에서 대협곡까지 걸어서 올라간 거리는 약 3Km, 모두 합쳐서 총 11.5,Km라고 한다. 준족이면 하루에 충분히 왕복할 수 있는 거리이겠다. 하루 왕복이 무리인 사람들이 문제라면, 적당한 곳에서 한두 채의 객잔을 운영하면 될 것이고, 주민들의 소득문제는 입장료로 해결하면 될 것 같은데....빗방울이 한 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하는 길을, 쓸데없는 상념에 빠져, 흔들거리며 오르다 보니 어느덧 첫 번째 쉼터에 도착한다. 출발해서부터 약 40분이 지난 시각이다.

첫 번째 휴식

 

첫 번째 쉼터에서 말에서 내려 약 7~8분 동안은 가파른 길을 걸어서 올라간다. 비로소 살 것 같다. 피곤한 말의 부담도 덜어주고, 말 위에서 뻣뻣해진 사람의 몸도 풀어주는 일석이조의 조치다. 계속 비가 내린다. 좀처럼 그칠 것 같지 않은 비다. 강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옥룡설산 산자락인 이 부근은 지하에 묻힌 자원 때문에 개발이 제한된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말 타기를 하는 건가?  8시 25분, 다시 말에 오른다.

다시 말에 오르고

 

머리에는 모자 위에 헬멧까지 썼으니 비가 와도 걱정이 없다. 상의는 고와텍스 재킷이고, 배낭은 배낭커버를 씌웠으니 웬만한 비에는 끄떡없다. 문제는 안장의 쇠 손잡이를 꽉 움켜잡고 있는 양손에 낀 얇은 장갑과, 두 무릎은 속수무책으로 그대로 비를 맞을 수밖에 없고, 바지에서 흘러내린 빗물이 신발로 스며드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8시 59분, 두 번째 쉼터에 오른다.

두 번째 쉼터에서 휴식을 취하는 마부들, 오른쪽에 강아지도 보인다.

 

쉬는 중에 평소에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1회용 우비를 꺼내 무릎과 손을 덮으니 그런대로 한결 났다. 9시 41분, 마황패에 도착한다. 길게 지은 단층집이 보인다. 안으로 들어서니, 반갑게도 마부들이 불을 지펴 몸을 말리고 있다. 염치불고하고 불 옆으로 다가서니 바지에서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른다.

 

 이곳에서 약 10분 동안 휴식을 취하며, 탈출할 사람과 계속할 사람을 가른다. 이문치 대장 일행 6명이 탈출하겠다고 손을 든다. 나도 말 타고하는 트레킹이 영 못마땅하여 탈출을 하고 싶으나, 우리일행 중 아무도 손을 드는 사람이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가보는 데까지 가 보기로 한다.

마황패

반가운 화톳불

 

길은 더욱 가팔라지고 비는 거세게 내린다. 말의 숨소리가 거칠어지더니, 숨고르기를 위해 이따금씩 멈춰 서고는 한다. 한 구비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니, 길이 평탄해 지고,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는 곳에서 말에서 내려, 가파른 사면을 걸어 오른다. 11시 1분, 바위 아래 움푹 파인 공터, 대암동에 도착한다. 먼저 오른 마부들이 화톳불을 피우고, 대원들에게 라면과 도시락을 나눠준다. 한동안 말 위에서 비바람에 체온을 빼앗긴 터라 불 옆에 서 있어도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린다. 도시락을 펴보니, 김밥에 과일 등이 들어있다. 도시락은 다시 반납하고, 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신다. 비로소 몸이 풀린다.

대암동

 

11시 30분, 최후미그룹 4사람 중에 끼어 대암동을 출발하여 빗속을 걷는다. 미끄러운 왕모래 사면을 올라, 11시 38분, 流沙坡라는 곳을 지나고, 30분 쯤 지나니, 비가 싸락눈으로 변한다. 조금 더 오른다. 잔돌이 많은 산 사면이 온통 하얗다. 대암동을 출발하여 1시간 쯤 지나, 커다란 바위들이 듬성 등성 보이는 곳에서 10분 동안 휴식을 취한다. 춥지는 않지만 바람이 불어, 몸이 많이 떨린다. 후미를 맡은 원주민 책임자가 손짓발짓으로 김 부장에게 하산길이 미끄러워 위험하니 그만 탈출하라고 권한다.

류사파

온 산이 하얗다.

 

김 부장이 우리에게 다가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는다. 아직은 견딜 만하니 조금 더 올라 보자는 의견이 많아, 미끄러운 길을 다시 오른다. 1시 31분, 내 팔목의 고도계가 4,200m를 가리키는 지점에서 원주민 책임자가 다시 탈출을 종용한다. 이제 시간으로 보아 30~40분 정도면 목적지인 대협곡에 오르겠지만, 아무 것도 보이는 않는 눈보라 속에서 무턱대고 오르기만 하는 것이 잘하는 짓은 아닐 것이다. 바람이 심해 체온을 더 빼앗겨 저체온증에 걸릴 위험성도 염두에 두어야한다. 하여 이곳에서 후퇴하기로 한다. 비로소 원주민 책임자의 표정이 밝아진다. 그동안 김 부장을 제외한 세 사람의 머리가 허연 후미그룹이 무척 걱정됐던 모양이다.

이 지점에서 탈출을 결정하고

10여일 전에 다른 팀이 찍은 대협곡의 사진이다. 아쉬워서 퍼다 싣는다.

 

하산하는 길은 예상한대로 몹시 미끄럽다. 한 시간 쯤 지나 대암동에 이르러, 10여분 동안, 화톳불에 몸을 녹이고, 다시 말을 타고 하산을 계속한다. 여전히 비는 내리고, 맞바람이 강하게 분다. 내리막에서 몸의 균형을 잡기가 더욱 어렵다. 말등자에 얹은 두 발을 앞으로 내 뻗고, 몸을 뒤로 젖힌 채, 양손은 말안장의 쇠 손잡이를 죽어라고 잡고 있으려니 보통 고역이 아니다. 올라갈 때 3번, 내려올 때 1번 쉰다더니, 비가 오니 내려올 때는 쉬지 않고 논스톱으로 달린다. 이윽고 마을 가까운 곳까지 하산하자, 더 이상 말 위에서 버티지를 못하고, 말에서 내려걷는다. 4시 45분 경 하산을 완료한다. 올라 갈 때는 3시간 반이 걸렸던 곳을 내려올 때는 두 시간 만에 주파한 것이다.

대암동 가까이 하산, 이곳에는 눈이 없다.

걸으면서 찍은 마을사진 1

마을사진 2

마을사진 3

 

버스에 올라, 김 부장이 호텔로 가자고 하니, 기사양반이 기름이 없다며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히터라도 키라고 하자 역시 고개를 젓는다. 회사차라 꼭 호텔로 돌아갈 기름 밖에 없는 모양이다. 돈을 줄 터이니 도중에 기름을 넣자고 하고 싶은데 말이 통하지 않는다. 급한 김에 필담을 시도해 보지만 허사다. 할 수 없이 김 부장이 빵차를 부른다. 약 30분 후, 빵차가 도착하여 히팅이 된 차안에서 몸을 녹이며 호텔로 향한다. 김 부장의 따듯한 배려에 감사한다.

 

옥룡설산은 멀리서 보는 것이 아름답다. 말까지 타고, 걸어서 대협곡까지 올라가 보아야 별로 볼 것도 없다. 선답자들의 사진을 보면, 옥룡설산 관광지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4,506m의 빙청공원까지 단숨에 올라(20분), 주위를 둘러보는 것이 훨씬 나아 보인다.

 

(2010. 11. 9.)

고락산성 at 11/11/2010 08:43 am comment

걷기 좋아하는 형님이 말을타고 오르내리는 모습을 상상하니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ㅎㅎㅎ 그나저나 이번 트레킹은 만족하지 못하신것 같아서 아쉽습니다.또 앞으로 계획이 있겠지요?오늘도 편안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우림 at 11/11/2010 10:22 am reply

혜초도 이제 커져서 그런지 유연성이 많이 떨어지더군요.앞으로는 뜻이 맞는 사람들 끼리 모여 배낭여행을 할 생각이지요.인도, 아프리카, 남미쪽이 그 대상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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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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