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날씨가 추운데, 김장을 한다고 창문을 열어 놓은 줄도 모르고, 평소와 같은 옷차림으로 있다가, 문득 춥다고 느낀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열이 나고, 근육이 아프다. 몸살이 난 것이다. 내일은 화요맥을 따라 영춘지맥 산행을 하는 날인데, 고약하게 됐다.


집사람은 몸이 그런데, 무슨 산행이냐고, 한마디로 결론을 내리지만, 지맥이나, 기맥에서 한번 결간을 하게 되면, 땜빵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몰라서 하는 소리다. 그렇다고 몸이 안 좋은데도, 무작정 따라나섰다가, 다른 대원들에게 짐이 되게 되면 이 또한 낭패다.


어쨌든 약은 먹어야겠기에, 저녁 식사 후, 동네 약국에서 약을 사다 복용한다. 요즈음은 해열, 진통제의 효과가 탁월하여, 약을 복용하고 나니, 열이 내리고 통증을 못 느끼겠다. 몸이 가쁜 해지고, 이런 상태가 4~5시간은 지속되는 느낌이다. 주섬주섬 산행준비를 하고, 다시 약을 먹고 잠자리에 든다.


2006년 11월 14일(화).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보니, 미열은 느껴지지만, 근육통은 없어졌다. 산엘 가겠다고, 준비를 해 달라고 하니, 집 사람은 못 말리겠다는 표정으로 말없이 밥상을 차린다. 내복을 입고도 평소보다 두터운 옷차림으로 대문을 나선다. 바람이 차다.


오늘 산행코스는『모래재(0.9K)-426.4m봉(2.4K)-두무골(1.9K)-70번 도로(2.9K)-365m봉(1.4K)- 나가지고개(1.6K)-꼬깔봉(2.2K)-추곡고개』로 도상거리 약 13.3Km에 산악회의 산행 기준시간은 6~7시간이다. 제일 높은 고깔봉이 약 420m, 가장 낮은 나가지 고개가 약 270m이니, 고도차는 없지만, 마루금 좌우의 마을로 이어지는 샛길이 많아 자칫 알바하기 쉬운 코스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30) 모래재-(9:42) 424m-(9:58) 426.4m봉-(10:41) 목장 철조망-(10;54) 군자리 포장도로-(11:26) 364m봉-(11:38) 헬기장-(11:46) 70번 도로-(12:25~12:40) 중식-(12:55) 붕에터골 시멘트길-(13:15) 365m봉-(13:41) 378m봉-(14:02) 나가지 고개-(14;23) 안부-(14:35) 370m봉-(14:50~15:03) 꼬깔봉-(15:38) 351m봉-(16:00) 추곡 고개』중식시간 15분 포함, 6시간 30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버스는 안개 낀 6번 국도를 지나고, 5번 국도를 달려, 9시 30분, 모래재에 도착한다, 차에서 내린 대원들은 길을 건너, '춘천 은혜치유 선교센터' 팻말이 붙어있는 포장도로를 따라 오른다.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는 한적한 길이다. 2분쯤 걸은 후, 왼쪽에 걸린 산행리본을 따라, 능선으로 오른다.

산행를 시작하여 한적한 도로로 들어서는 대원들


어제 내린 비로 낙엽이 축축하게 젖어있다. 9시 42분, 의자들이 버려진 424m봉에 오른다. 본래는 산불감시초소가 있었던 자리라고 한다. 능선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돌고, 안부 사거리에서 직진하여, 9시 58분, 426.4m봉에 오른다. 오래된 삼각점이 있고, 나뭇가지 사이로 연엽산과 구절산이 보인다.


몸의 컨디션은 걱정했던 것처럼 나쁘지는 않다. 후미에 쳐져, 비교적 뚜렷한 등산로를 걷는다. 잎갈이를 하는 낙엽송들이 아름답다. 몇 차례 능선이 분기되는 곳에서 왼쪽 길을 택하고, 사거리 안부에서는 직진을 계속한다. 10시 41분, 철조망이 앞을 가로막는다. 철조망을 따라 왼쪽으로 내려서다가 오른쪽으로 철조망이 터진 곳을 넘어, 흙더미 사면을 가로 지른다.

잎갈이 하는 낙엽송

흙더미 사면을 가로 지르고


10시 47분, 흙더미 위로 올라선다. 뒤를 돌아보니, 마루금이 지났던 능선은 뭉개져 평지가 돼버렸다. 옛 사슴목장을 개조하는 공사를 진행되다 중지한 모양이다. 오른쪽으로 멀리 하얀 건물이 보인다. 두무골의 정신요양원이라고 짐작한다.

뭉개져 버린 마루금 능선


버려진 공사장을 지난다. 왼쪽으로 잠시 조망이 트이고, 오른쪽으로는 공사장 너머로, 외갓집이라는 간판이, 그리고 멀리 대룡산의 군부대가 있는 860m봉이 보인다. 10시 54분, 군자 사슴농원 문을 나와, 포장도로로 내려선 후. 건너편 억새밭으로 들어선다.

도로변의 사슴농원과 외갓집 간판

뒤돌아 본 지나온 길


이어 작은 봉우리 2~3개를 넘고, 바위를 오른쪽으로 우회하니, 왼쪽으로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두무골이다. 11시26분, 우회하는 길을 벗어나, 364m봉에 올라가 보지만, 낙엽만 가득할 뿐, 아무 것도 없다. 할 일 없이 능선을 따라 내려선다. 오른쪽으로 잠시 시야가 트이며, 송전탑이 지나가는 능선이 보인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보이는 능선


11시 34분, 안부 사거리에서 직진하고, 11시 38분, 억새가 우거진 헬기장에 도착한다. 현 사장이 식사를 하고 있다. 헬기장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시멘트 포장도로에 이르러, 덕만마을을 오른쪽에 두고, 정면의 통신탑으로 향한다.

덕만마을

통신탑을 향하여


11시 46분, 70번 도로에 내려선다. 길가에 표지석이 서 있다. 중리(삼포), 혈동리, 광판리, 이름도 많은 동네다. 도로를 건너, 시멘트 옹벽을 타고 넘어, 능선에 오른다. 무명봉을 지나, 안부로 내려서는 데, 왼쪽 시야가 트이며, 팔공산이 뚜렷이 보인다. 반갑다.

팔공산-왼쪽 공룡 등처럼 생긴 산


벌목지대를 지난다. 오른쪽에 공장이 있고, 그 뒤로 마을이 보인다. 12시 14분, 작은 봉에 올라, 서쪽으로 내려서고, 12시 25분 경, 370m봉으로 짐작되는 봉우리에서, 후미 세 사람이 점심을 먹는다. 바람이 차다. 재킷을 꺼내 걸쳤는데도, 땀이 식으니, 춥게 느껴진다.

370m봉-저 봉우리에 올라 점심을 먹는다.


12시 40분 경, 식사를 마치고, 일행과 함께 북서방향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걷는다. 12시 53분, 오른쪽으로 붕에터골이 보이고, 12시 55분 시멘트 길로 내려선다. 시멘트길 건너, 무덤가에 주발대장이 마을을 내려다보며 앉아있다. 이곳에서부터 나가지 고개까지의 길이 복잡하여, 추운데도 저렇게 후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주발대장과 시멘트길로 내려섰던 봉우리


약효가 다했는지, 몸이 무겁고, 근육이 아파온다. 주머니에서 약을 꺼내 복용한다. 평화로워 보이는 붕에터골 마을을 오른쪽에 두고, 벌목지대를 지나, 1시 15분, 365m봉에 오른다. 마을 너머로, 녹두봉, 응봉, 그리고 연엽산이 뚜렷이 보인다.

벌목지대를 걷고,

멀리 지맥 마루금-녹두봉, 응봉, 그리고 연엽산


작은 봉우리를 넘고, 안부에 이르니, 등산로는 급격히 왼쪽으로 굽어, 남서 방향으로 이어진다. 왼쪽 능선 쪽, 큰 무덤에 올라, 남쪽으로 시원히 트인 조망을 바라보고, 낙엽이 깊게 쌓인 오른쪽 좁은 길로 내려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왼쪽에 리본이 보인다. 리본을 따라 봉우리를 우회하고, 잣나무가 무성한 능선을 지나, 1시 41분, 378m봉에 오른다. 북서 방향으로 검봉, 그 뒤로 명지산을 조망한다.

무덤에서 본 남쪽 조망

검봉과 멀리 명지산


나가지 고개를 향하면서 나뭇가지 사이로 꼬깔봉을 본다. 2시 1분, 손질이 잘된 안동 김씨 무덤을 지나고, 1분 후 고개에 내려서서, 고개마루턱을 향해 걷는다. 고개를 넘어, 왼쪽 너른 임도로 들어서고, 이어서 왼쪽 능선으로 오른다.

나가지 고개

임도에서 왼쪽 능선으로


능선에 오르니 기분 좋은 산책길이 이어진다. 이런 산책길이 거의 20분간이나 계속된다. 2시 23분, 오른쪽에 마을이 보이고, 개 짓는 소리가 들리는 안부에 내려서서, 370m봉을 향한다. 길고 가파른 길이다. 정상부근에 아무 표시도 없는 삼각점 하나가 달랑 놓여있고, 오른쪽으로 꼬깔봉의 통신탑이 보인다.

370m봉 오르는 길


2시 50분 고깔봉에 오른다. 정상석과 삼각점이<춘천 322, 2005년 복구> 있고, 거대한 통신탑이 서있다. 주위를 조망하며, 느긋하게 간식을 취한다. 북서쪽으로 멀리 소지봉까지 보이고, 동북 방향으로는 금병산이 나뭇가지 사이로 조망된다.

꼬깔봉 정상

강촌과 왼쪽 검봉, 오른쪽 삼악산 가운데 멀리 명지산

당겨찍은 봉황산


3시 3분 하산을 시작한다. 290m봉을 내려서는 길이 몹시 가파르다. 안부를 지나, 3시 38분, 351m봉에 선다. 송림을 지나는 바람소리가 파도소리 같고, 손이 시리다. 체감온도는 아마도 영하 4~5도는 되는 듯싶다. 351m봉을 내려서면서 길이 헷갈린다. 직진하는 길은 방향이 아닌 게 분명하지만, 남서쪽으로 나란히 달리는 두 개의 능선 중, 어느 것이 마루금인지, 류 회장도 감을 잡지 못한다.

351m봉에서 열심히 독도를 하는 류 회장과 주발 대장


뒤에서 죽천대장이 부른다. 첫 번째 능선에 산악회 리본이 보인다고 한다. 첫 번째 능선으로 되돌아와, 후미일행이 함께 능선을 타고 내린다. 저 아래 도로에 버스가 보이고, 왼쪽 골짜기를 거쳐, 3시 39분 추곡고개로 내려선다. 도로변에 춘천시 남면 경계석이 서 있다.

춘천 남면 경계석


후미가 버스에 오르자, 차는 바로 출발한다. 추운 길가에서 식사하기보다, 바로 출발하여, 서울에 일찍 도착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모양이다. 달리는 차안에서 땀에 젖은 상의를 갈아입고, 막걸리로 갈증을 푼다. 죽천대장이 몸 컨디션이 어떠냐고 묻는다. 감기 기운이 있더라도, 땀을 흠뻑 흘리고 산행을 하면, 오히려 낳을 수도 있다고 위로한다.

 


(2006. 11. 15.)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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