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바람과 햇빛 때문에 완점 무장 차림으로 정상에 선 대원들(최승원 사장 사진)
2017년 2월 3일(금)
평상시처럼, 5시 30분경에 기상한다. 엊저녁 흥겨운 분위기에 취해 과음을 한 모양이다. 멀미를 할 정도로 배가 흔들리는 것은 아닌데도 가벼운 멀미기운으로 맥이 빠진다. 메부라틴 1정을 복용하고, 누워서 안정을 취하니 다행히 멀미기가 가신다.
화장실에 들렀다, 일출을 보려고 6시 40분 경, 갑판으로 올라가 본다. 여명이 밝아온다. 바람이 강하지만 추운 날씨는 아닌데 동쪽 하늘에는 먹구름이 가득하여, 일출을 보기는 어렵겠다. 아침식사를 하라는 방송을 듣고, 식사를 마친 후, 다시 갑판으로 나와 보지만 일출시간이 한참 지난 시각인데도 해님은 구름 속에 숨어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여명
구름 속에 숨은 해
이스턴 드림호 연통과 구름낀 하늘
선상에서 본 다이센
구명보트, 날씨가 점차 맑아진다.
배가 항구에 접근하자, 가 대장이 다이센이 보인다고 귀 뜸을 해 주어 다시 갑판으로 나간다. 구름을 뚫고 쏟아져 내리는 햇살아래 누워있는 다이센을 카메라에 담고 숙소로 돌아와 배낭을 꾸린다. 이윽고 배가 항구로 진입하여 정박하고, 9시 10분부터 하선을 시작하지만 인원도 많고, 입국수속을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10시가 넘어서야 수속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 대기하고 있는 버스에 오른다.
배가 사진에서 보이는 다리를 통과하여 항구에 정박하고
스루 가이드(Through Guide) 우경숙씨가 인사를 한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중간 톤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무척 듣기 좋다. 돗도리현은 인구 약 50만, 일본에서도 가장 소득수준이 낮은 지방라고 소개를 하고, 지금 우리들이 가고 있는 요나꼬는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선언하고, 다케시마의 날을 정한 곳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정치가들의 이야기이고, 주민들은 전혀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런 이야기들 때문에 한국인 관광객들이 줄어들지나 않을까? 걱정을 한다고 한다.
차장 밖으로 보이는 농촌풍경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해방 후, 일본인들이 버리고 간 ‘적산가옥’과 똑 같은 모양의 작은 목재 2층집들이 자주 눈에 뜨인다. 위도가 우리나라 포항 정도로 낮은 지역이기 때문인지 텅 빈 경작지가 녹색이다. 버스가 다이센에 가까워지는 모양이다. 차창 밖으로 후지산을 닮은 다이센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창밖 풍경
다이센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11시경 버스는 다이센 정보관 앞 주차장에 도착하고, 차에서 내린 대원들은 산행준비를 마치고, 가 대장과 함께 스트레칭으로 잠시 몸을 풀고, 기념촬영을 한 후, 11시 15분 경 나쯔야마 등산로 입구를 향해 출발하여 상가를 걷는다.
다이센 정보관 앞 주차장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대원들
단체, 기념사진(서동춘 대원 사진)
출발
大山 アピ一ル(다이센 어필) - 다이센의 호소
출발하며 본 다이센
<비교> 같은 장소에서 맑은 날 하산해서 본 다이센(대원사진)
다이센 여름등산로 입구로 가는 길(대원 사진)
미야모도 여관
일본식 건물과 고드름
지붕 뒤로 보이는 다이센
길가에 쌓인 눈의 높이가 2m에 가깝다
11시 25분 경, 일행은 몽벨 샾 앞에 이른다. 본부 요원들은 이곳에서 가스를 구입하고, 나머지 대원들은 아이젠 착용하거나, 스틱을 조절하는 등 본격적인 산행준비를 하며, 한동안 이곳에서 지체한다. 7발 짜리 아이젠은 써 보았지만 10발 짜리 아이젠은 처음이다. 신기도 어렵다. 포인트 높이가 높고 무거워, 발이 편하지가 않다. 주위 풍광을 둘러보며 아이젠 신은 발걸음을 익힌다.
다이센 등산지도 1(펌)
다이센 등산지도 2 (펌)
몽벨 샾 앞에서 2차 산행준비
다이센지 다리와 구름에 덮인 다이센
<비교> 하산시 다이센지 다리에서 본 다이센(대원 사진)
얼어붙은 계곡과 다이센 능선
11시 50분경 다이센지 다리를 건너, 주차장에 이른다. 이어 잠시 도로를 따라 걸은 후, 11시 53분, 왼쪽 등산로 입구로 들어서고, 11시 57분, 눈에 반쯤 묻힌 나쯔야마 등산로 안내판을 만난다. 안내판은 현 위치가 다이센지 승방(僧坊)이 있는 곳이라고 알려준다. 안내판에 의하면 일찍이 다이센지에는 100여개 승방이 있는 곳으로 유명했으나, 지금은 10개만 남아 있다고한다. 승방입구에 눈에 묻힌 차량이 보인다.
주차장
뒤돌아 본 건너온 다리
잠시 도로를 따라 걷고
눈에 반쯤 묵힌 나쯔야마 등산로 안내판
눈에 푹 파묻힌 차량
승방 갈림길 이정표
12시 3분, ‘등, 하산할 때 필히 신고를 하라는 곳을 지나, 눈 쌓인 완만한 오르막 등산로를 천천히 따라 오른다. 아름드리 삼나무들이 도열한 청정한 산길, 코끝에 와 닿는 공기가 상큼하다. 이어 一木一石 運動 알림판을 지나고, 12시 7분, 다이센지 본당 갈림길 이정표를 만난다. 一木一石 運動은 황량해가는 정상을 되살리기 위해, 등산하는 사람들에게 나무 한 그루, 돌 하나라도 들고 올라가 달라는 부탁의 말씀이다.
등, 하산 시 신고 포스트
눈 덮인 청정한 산길을 오르는 대원들
一木一石 運動
대원사 본당 갈림길 이정표
12시 18분, 大山一合目(다이센이찌고메)을 지난다. 가 대장의 설명에 의하면 이것이 일본식 이정표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거리(Km)로 이정표를 표시하지 않고, 산행소요시간을 기준으로 이정표를 표시한 것이 大山一合目과 같은 식이라고 한다. 어느 산이건 등산로 입구에서 정상까지 소요된 시간을 13으로 나누어 一合目에서 十三合目까지의 合目을 세운다는 것이다.
등산로 입구로 들어선 시간이 11시 53분, 大山一合目(다이센 이찌고메)에 도달한 시간이 12시 18분이니, 25분이 걸렸다는 이야기이다. 12시 43분에, 大山二合目(다이센 니고메)에 이른다. 등산로 입구에서 50분이 경과한 시간이고, 大山一合目까지 걸린 시간의 꼭 2배다.
大山二合目(다이센 니고메)
지도를 보면 미센의 위치가 대략 大山十合目(다이센쥬고메)에 해당한다. 따라서 내 걸음으로 그곳까지 가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25분*10, 즉 250분으로, 4시 10분이 걸린다는 이야기이다. 내가 산장에 도착한 시간이 16시 56분이고, 출발시간이 11시 53분이니, 전체 걸린 시간은 5시간 3분이다. 하지만 점심시간과 마지막 대피소에서의 지체시간을 합친 약 1시간을 빼면, 실제로 걸린 시간은 4시간 3분이니, 일본식 소요 시간계산 결과와 거의 일치하지 않는가? 참으로 신기하다.
12시 24분, 고도 900m 지점을 통과하고, 12시 25분 1,000m고지에 이른다. 등산로 입구의 고도가 780m라고 하니 어언 250m의 고도 차이를 극복한 셈이다, 뒤로 작은 산들이 눈 아래로 내려다보이고, 등산로는 이리구불 저리구불, 지그재그로 가파른 경사를 죽이며 이어진다.
고도 900m 지점
고도 1,000m 지점
뒤로 내려다보이는 산들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등산로
서서히 고도가 높아지며 눈은 더욱 깊어지고, 익숙하지 않은 10포인트 아이젠이 무릎과 허벅지에 많은 부담을 주어 걷는 속도가 떨어지지만, 비로소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는 아름다운 상고대를 완상하며, 서둘지 않고, 꾸벅꾸벅 오른다.
상고대 1
상고대 2
상고대 3
1시 25분 경, 가파른 사면 2곳에 터를 잡고 점심식사 준비를 한다. 점심은 “더 온 제육덥밥” 발열 도시락이다. 세워서 10분, 눕혀서 10분이 지나면 밥, 제육복음, 볶은김치가 덥혀져 따듯한 식사가 가능하다. 처음 먹어보는 발열 도시락이지만 맛이 괜찮다. 30분이 넘게 점심식사를 즐기고, 2시 경에 출발한다.
발열 도시락(펌)
식사준비 1
식사준비 2 – 홍혜경 여사(좌)와 김승용씨
가파른 오르막길을 지그재그로 힘겹게 오른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설경과 상고대가 환상이다. 2시 19분, 고도 1,200m 지점을 지나고, 이후 눈은 더 깊어지고, 주위의 아름다운 설경에 시선을 빼앗기다보니, 삼합목, 사합목은 모른 채 지나친다. 2시 33 분, 안내문, 이정표 등이 있는 고도1,245m의 大山五合目(다이센고고메)에 도착하여 한동안 주위경관을 둘러본다.
점심식사 후 출발
급경사 오르막, 고사목과 상고대
1200m 고지,
110 상고대 절정 1
상고대 절정 2(대원 사진)
상고대 절정 3(대원 사진)
뒤돌아본 하계
大山五合目(다이센고고메)
나쯔야마 등산로 안내판 – 이곳에 안전 등산을 기원하는 야마노카미상이 있다는 설명인데 눈에 묻혔는지 보이지 않는다.
삼거리 이정표
大山五合目(다이센고고메)에 오르고(가 대장 사진)
가의룡 대장
다이센 고고메를 지나 설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가파른 오르막을 오른다, 2시 48분, 大山六合目(다에센로쿠고메) 대피소에 이르러, 약 30분 정도 머물며 주위의 아름다운 경관을 즐긴다. 이 곳부터는 나무도 없는 맨 설산이라, 하산하는 사람들 중에 일부가 가파른 능선에서 엉덩이스키를 타고 내려오기 때문에, 무리하게 진행하다, 이들과 부딪치게 되면 큰 사고가 날 위험이 있어, 가 대장이 하산하는 사람들이 얼추 내려설 때까지 휴식을 취하게 한 것이다.
설경
상고대와 푸른 하늘
힘겹게 눈을 이고 있는 나뭇가지
大山六合目(다에센로쿠고메) 대피소에서 휴식
로쿠고메에서 본 정상(대원사진)
엉덩이 스키(대원 사진)
저 아래 다이센 스키장
동영상 - 다이센 동쪽능선
하산하는 사람들이 얼추 빠지자, 3시 16분경부터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45도가 넘어 보이는 급경사 눈 덮인 능선을 허위허위 오른다. 가히 이번 산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만한 구간이다.
다시출발(대원 사진)
45도 이상의 급경사를 힘들게 오르는 내 모습(대원 사진)
내 배낭 보다 두 배나 더 큰 배낭을 진 김승용씨(대원 사진)
아이구 힘들다.(대원 사진)
DSRL 무거운 카메라를 멘 서동춘 대원(대원사진)
날씨가 변해 안개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시간이 갈수록 점점 짙어져, 환상적인 분위기가 조성된다. 흡사 히말라야의 고봉을 오르는 기분이다. 먼저 산장에 도착한 김승용씨가 마주 내려오더니 고맙게도 내 배낭을 받아 지고 앞서 나간다. 몸과 마음이 모두 가벼워진 홀몸으로 기분 좋게 안개 속을 걸어 4시 56분 산장에 도착한다.
가 대장과 김승용 대원
안개가 내린다.
배낭인계(대원 사진)
홀몸으로(대원 사진)
눈덩어리 관목
1,600m 고지
정상 주변 오르내림 나뭇길에 대하여
식물보호를 위해 나뭇길을 이용하시오
이정표
산장도착
쌓인 눈을 퍼내고 길을 낸 산장입구
2층짜리 멋진 산장이다. 비 수세식 화장실 1곳은 사용이 가능도록 해 놓았다. 산장에 도착한 본부대원 일부는 저녁식사 준비에 바쁘고, 막내와 김용택씨는 산장 밖에서 설동을 파느라 여념이 없다.
산장 안 1
산장 안 2
화장실 사용 안내
저녁준비
설동을 만드는 김승용씨(대원 사진)
설동 안에서
특별히 할 일이 없는 나는 평상 위에 잠자리를 마련한다. 먼저 은박지 매트를 깔고, 그 위에 얇은 고무매트를 덮어 바닥 냉기를 차단하고, 위에 침낭을 얹어 놓는다. 이런 내 모양을 보던, 김종대씨가 다가와, 침낭을 압수한다며 가져가더니, 자신의 두터운 침낭을 들고 와 깔아준다. 밀어붙이는 솜씨가 사양한다고 될 일이 아닐 것 같아, 준비해온 핫백을 모두 넘겨주고, 고맙게 받아 들인다.
저녁식사는 삼겹살과 막내, 김승용씨가 준비한 혹카이도 풍의 양고기 바이킹이다. 소주는 짝으로 운반해 온 모양이다. 마셔도 마셔도 끝이 없다. 우리와 함께 산장에서 일박하는 일본인이 한 사람 있어, 그를 우리자리에 초대하여 함께 즐긴다. ‘시라쯔치 요시마사’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34살의 청년이다. 일본인 치고는 잘 생긴 용모에,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태도가 호감을 준다. 김용택씨가 요시마사 상에게 특히 호감을 느끼는 모양이다.
삼겹살
양고기 바이킹
요시마사 상과 김용택씨 - 죽이 맞아 아이들처럼 손가락 두 개를 치켜들고 웃고 있다.
6시가 채 못 되어 시작한 술자리가 흥겹게 이어진다. 10시가 넘자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잠자리로 향한다.
* (대원 사진)으로 표기된 사진은 김종대 대원 사진임.
(2017.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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