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13(일).
리칼톤 호텔이라는 곳도 로토루아에서 묵었던 곳과 유사한 모텔이다. 다만 도로변에서 떨어져 있어, 자동차 소음이 들리지 않고, 식당에서 따듯한 컨티넨탈 뷔페로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이 다르다.
오늘은 푸카키(Pukaki)를 경유하여 크라이스트 쳐치(Christchurch)에서 486Km 떨어져 있는 퀸스타운(Geenstown)까지 하루 종일 차로 이동한다. 프리렌서인 현지 가이드 이순기 씨가 12인승 밴으로 우리들을 안내한다. 작은 차라 좌석에 여유가 없어 불편하지 않겠느냐고 걱정을 했더니, 남섬에서는 작은 차가 더 편리할 터이니 두고 보라고 큰소리를 친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9시가 넘어 느지막하게 숙소를 떠난다.
이순기 씨는 경남 거창 출신으로 50년생이다. 대학시험을 치르고 나서, 어머니가 새벽에 정화수를 떠 놓고 기도하는 것을 보고는, 아들 합격을 기원하는 줄 알았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입학금 마련이 어려워 아들이 대학에 떨어지기를 기원했던 것이라고 한다. 장학금을 받아 겨우 대학을 마치고, 취직하여 열심히 일을 하다, 역마살이 끼어 뉴질랜드까지 흘러왔다며 웃는다.
전두환 씨와 인상이 비슷한 이순기 씨는 모처럼 여행을 오셨으니 많은 것들을 보고 가라며 작은 차로 곳곳을 안내하고, 경치 좋은 곳에서는 차를 세워, 사진을 찍게 한다. 저가의 패키지 상품을 선택했으니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으로 기회만 있으면 노골적으로 쇼핑을 강요하던 북섬의 박성태 씨와는 180도 다른 자세다.
뉴질랜드 남섬에는 서던 알프스(Southern Alps)라는 큰 산맥이 섬을 남서쪽으로 달리며 척주 역할을 한다. 이 서던 알프스에는 3,000m가 넘는 고봉들이 20여개나 있는데, 그 중에서 마운트 쿡은 뉴질랜드 최고봉으로 높이가 3,753m에 달하며 만년설을 자랑한다. 이에 비해 동쪽은 켄터베리 평원이라고 불리는 넓은 평야지대로, 전체적으로 남섬은 서고동저의 지형을 이루고있다. 우리는 켄터베리 평원을 지나 퀸스타운으로 이동하면서 마운트 쿡의 만년설이 녹아내린 빙하호, 테카포(Lake Tekapo)호수와 푸카키(Lake Pukaki) 호수를 구경한다.
크라이스트 쳐치를 출발한 버스는 약 2시간 정도를 달려 마운트 쿡의 관문인 페어리아(Fairlia)를 통과하여 테카포 호수로 접근한다. 길이 178Km 폭 5.5Km 최대수심 190m의 길쭉한 모양의 이 호수는 서던 알프스의 고봉들을 조망할 수 있어 더욱 더 유명하다.
마운트 쿡의 관문인 페어리아
데카포 호수와 그 뒤로 보이는 서던 알프스의 위용
호수 가에는 주변의 화강암과 영국산 듀크목으로 1935년에 지은 "착한 양치기의 교회"(Church of Good Shepherd)가 있다. 광활한 호수와 웅장한 알프스를 배경으로 작고 검소하게 우뚝 서 있는 이 교회의 아름다움은 세계 제일이라고 한다. 근처에는 개척시대의 개들의 활약상을 기리기 위하여 세워 놓은 양몰이 개 동상이 있어 눈길을 끈다.
세계에서 가장 작고 아름다운 교회
개 동상
데카포 호수를 둘러보고 가까운 곳에 있는 푸카키 호수로 향한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알프스의 연봉들이 웅장하다. 이윽고 푸카키 호수에 도착한다. 호수의 물빛이 신비롭다. 보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다르고, 시간 대 별로도 다르다고 한다. 호수 너머로 보이는 서던 알프스와 마운트 쿡의 모습은 가히 환상이다.
차창 너머로 본 호수와 황무지, 그리고 마운트 쿡
방문객 센터
푸카키 호 1
푸카키 호 2
호수 구경을 마치고, 한국 식당인 푸카키 가든으로 이동하여 점심식사를 한다. 근처 연어 양식장에서 키운 연어회가 별미다. 식당 옆에 있는 주택의 파란 잔디와 이제 막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나무들이 보여주는 풍광은 가히 한 폭의 그림이다.
푸카키 가든 주변의 풍광
버스는 퀸스타운을 향해 8번 도로를 남쪽으로 달린다. 도로변의 풍광이 조금씩 달라지는 느낌이다. 양떼나 소떼들이 있는 목장이 아닌, 텅 빈 너를 초지가 광활하게 펼쳐지고, 100m도 넘어 보이는 거대한 스프링클러들이 곳곳에 눈에 뜨인다. 그런가하면 사막화된 구릉지들이 연이어 나타난다. 아마도 이런 사막을 지하수를 끌어올려 초지로 만드는 모양이다. 가이드 이순기 씨가 도로변에 잠시 차를 세워준다. 바람도 쏘이며 변화된 풍광을 둘러보라는 배려다.
사막화된 구릉
초지와 거대한 스프링클러
사막에 정차한 버스
버스는 오후 4시 경, 크롬웰(Cromwll)로 들어서서 길가의 과일가게 주차장에 정차한다. 퀸스타운으로 가는 길 몫에 있는 이 과일가게는 관광객들로 항상 붐비는 곳이라고 한다. 과일도 사고, 가게 옆의 아름다운 화원도 구경을 하며 한동안 휴식을 취한다.
과일가게 앞 도로
과일가게
화원
퀸스타운이 가까워진다. 퀸스타운으로 들어서기 전에 가이드가 추천하는 카와로우강(Kawarau River)에서의 제트 보트를 타보기로 한다. 특히 이곳 주변은 반지의 제왕을 촬영한 곳이라고 해서 더욱 관심을 끈다. ND80짜리 옵션이다.
카와로우 협곡, 반지제왕의 촬영지라고 한다.
구명보트를 입고 보트에 올라 안전벨트 맨다, 최고 시속 85Km의 속도로 협곡을 질주하다, "돌려! 돌려!" 하면 360도로 회전하여 물보라를 일으키고는 "최고!" 라며 엄지손가락을 내미는 캡틴의 솜씨가 대단하다. 수양버들 사이를 누비고, 급류를 거스른다. 깊이 10Cm 정도의 강물을 서행하며 투명한 강바닥을 보여준다. 주위의 산세가 준엄하다. 약 43Km를 1시간 정도에 돌아온다. 모두 동심으로 돌아간 듯 즐거운 얼굴이다.
황혼 무렵에 퀸스타운으로 들어선다. 지는 햇빛을 반사하는 주위의 산들과 어둠이 내려앉는 와카티프(Wakatipu) 호수가 그림 같다. 퀸스타운이란 지명은 "여왕이 살아도 손색이 없는 곳"이란 의미로 붙여졌다고 한다. 인구 2만이 채 안 되는 도시에 해마다 세계 각국에서 300만이 넘는 관광객들이 모여든다고 한다. 이 아름가운 도시를 단순히 경유만 해야 한다는 것이 무척 안타깝다.
와카티프 호수와 주변 산
퀸스타운 1
퀸스타운 2
퀸스타운 3
한국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Sherwood Manor Hotel에서 여장을 푼다.
(2008.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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