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알프스 트레킹'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2.12.18 일본 북 알프스(4)
  2. 2012.12.18 일본 북 알프스(3)
  3. 2012.12.18 일본 북 알프스(2)
  4. 2012.12.18 일본 북 알프스(1)

 

 

가라사와 파노라마

 

2012년 10월 6일(토)
새벽 5시 30분경에 일어나, 산장 밖으로 나와 주위를 둘러본다. 주위의 아름다운 풍광이 과연 유명한 관광지로 손색이 없다. 종주 팀은 어제 다이기렛토 칼날능선을 벌벌기어 지나면서, 이곳 가라사와 협곡의 아름다운 단풍을 굽어보고, 공연한 고생을 한다고 후회를 했다고 한다. 물론 의도했던 종주를 무사히 마친 성취감의 표현이겠지만 능선에서 굽어보는 가라사와가 무척 아름다웠던 모양이다.

가라사와 협곡 개념도

이정표

 가라사와 고야와 그 뒤에 보이는 기다호다가다케, 왼쪽에 창날같이 뾰족한 작은 봉우리가 가라사와야리다.

 기다호다가다케

 가리사와야리

 가라사와 설계, 뒤에 보이는 봉우리가 가리사와다케

 오쿠호다가다케

 텐트촌과 가라사와 고야

 가라사와 휴테 1

가라사와 휴테 2

 가라사와 휴테에서 본 동쪽 방향의 산들(크릭하면 안내판 크게 보임)

 병풍머리

 가운데 동천정악(東天井岳-2,814m)

 

가라사와 협곡 주변을 둘러 본 후, 숙소로 돌아와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7시 15분 경, 요코오를 향해 어제 올랐던 길을 되 집어 내려선다. 오늘이 토요일, 내일은 일요일, 월요일은 ‘체육의 날’ 공휴일이라, 3일 동안 계속되는 연휴첫날이다. 어제는 한적했던길이 오늘은 가라사와를 찾는 단풍객들이 줄을 지어 올라온다.

 하산하며 뒤돌아 본 가라사와 휴테

 단풍 1

 단풍 2

 단풍 3

 단풍 4

 단풍 5

 

9시 50분, 인파로 붐비는 요코오 산장에 내려선다.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긴 줄을 이루고, 요코오 화장실 이용자 수를 조사하는 요원들까지 눈에 뜨인다. 이용자 수 조사 목적은 무엇인가?

인파

 화장실 줄

 화장실 이용자 수 조사

 

1시경 가미고지에 도착하여 점심식사를 하고, 버스로 히라유 온천장으로 이동, 온천으로 피로를 푼 후, 다카야마(高山)으로 이동한다. 다카야마(高山)는 기후현(岐阜県)의 산악지대인 히다(飛騨) 지역에 있는 도시로, 봉건시대 때부터 질 좋은 목재와 솜씨 좋은 목수로 유명한 곳이라고 했다. 우리는 다카야마시의 구 시가지를 잠시 둘러본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다카야마 구 시가지


 

 관광용 인력거

 일본 전통의상의 남녀

 다카야마 옛 청사, 메이지 28년(1953년) 지었다고 한다.

 

다카야마(高山)의 구 시가지는 부유한 상인들의 마을로, 도시가 번성했던 에도(江戸) 시대(1600~1868)에 지어진 수 많은 건물과 집들이 모두 아름답게 보존되어 있다. 특히 남쪽 산노마치(山王町)의 오래된 집, 상점, 찻집, 미술관, 그리고 수 세기 동안 영업을 해온 양조장 등으로 유명하다.

 오노야 양조

 점포 내부

 옛 건물, 지금은 예식장

 특산품 점

 

다카야마 구 시가지를 둘러보고 나고야로 이동, 나고야 역 가까운 곳에 있는 선루트 호텔에 투숙하고, 다음 날 오전 나고야 성을 둘러본다

나고야 시내

 나고야 성 천수각

 노부나가, 히데요시, 이에야스의 초상

 천수각에서 본 나고야 시내

 

나고야성(名古屋城)은 오사카성, 구마모토성과 함께 일본의 3대 명성(名城)으로 알려진 곳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에도막부 시대를 열면서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에게 명하여, 나고야 성을 건설하게 했는데, 기요마사는 조선의 축성 기술자들을 동원하여 돌을 쌓았다고 한다.

 돌 위에 서서 돌 운반을 지휘하는 기요마사

안내문

 조선인 기술자들에 의한 축성

 

나고야성의 천수각(天守閣)과 혼마루는 2차대전 때 미군의 공습으로 소실되고. 1959년에 복원된 천수각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나고야의 상징으로 이곳 용마루에 세워졌던 긴샤치( 금으로 된 머리는 호랑이, 몸통은 물고기 형상으로 화마를 막는 수호 동물), 당시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가마와 서화, 군복, 화승총, 옛 생활용품이 층별로 전시되어 있다. 성주의 거처였던 혼마루는 2002년부터 시민단체들이 복원기금을 모으기 시작해 2008년 착공하였으며, 현재도 공사가 진행 중이다.

 긴샤치와 모금함

 

나고야 성을 둘러 본 후, 점심식사를 하고 공항으로 이동한다. 비행기 출항시간은 4시. 출발 게이트에서 활주로를 바라보며 탑승을 기다린다. 귀국 편은 일본인 탑승객들이 많아 만석이라고 한다. 비행기는 정확히 제 시간에 이륙한다.

 공항 활주로와 바다

 

이번 여행은 북 알프스종주가 목적이었으나, 내 실력으로는 다이기렛토 통과가 무리라고 판단, 포기를 하고, 대신 가라사와의 아름다운 단풍을 구경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게다가 가라사와에서 위험한 다이기렛토를 거치지 않고 북 알프스에서 가장 높은 오쿠호다가다케(3,190m)를 오르는 길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비록 야리가다케(3,180m)를 오르기는 했지만 날씨가 흐려 조망을 즐기지 못한 점도 있고 해서, 내년에 다시 한 번 와, 가라사와에서 오쿠호다게다카에 올라 주변 조망을 즐기고, 북 알프스의 또 하나의 명소인 다데야마(立山)도 들러 볼 생각이다. 이때는 동행자 4~6명 정도를 모아,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우리들이 코스와 일정 등을 정하여, 보다 자유스런 여행을 하고 싶다.

 

 

(2012.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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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리가다케 산장(펌)

 

야리가다케 정상(3,180m) 보다 약 100m 아래 능선 위에 지어진 야리기디케 산장은 여러 등산코스가 교차하는 중심에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사방으로 시야가 트여 날씨가 좋으면, 북 알프스는 물론, 중앙 알프스, 남 알프스의 연봉들을 조망할 수 있고, 후지산도 보인다고 한다. 그 외에 별을 관찰하거나, 일출, 일몰의 장엄한 광경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1924년에 창업하여, 지금은 6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숙소에 식당, 매점, 카페테리아 등의 시설을 갖춘 대규모의 산장으로 발전했다고 한다.(관련자료 발췌)

 위에서 본 야리가다케 산장 (펌)

 

우리에게 배정된 방은 8명이 숙박할 수 있는 2층 침대 방이다. 두 사람씩 아래위로 나눠서 널찍하게 자리를 잡고 눕는다. 가이드는 다른 방에서 자는지 보이질 않는다. 8시 30분이 되자, 소등(消燈). 캄캄한 속에서 피곤하지만 쉽사리 잠이 오지 않는다. 셋쇼 휴테에서 묵는 두 사람은 내일 바로 하산하기로 했다고 하고, 경기도 광주에서 온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양반은 처음부터 단풍구경이 목적이라, 위험한 종주는 하지 않고, 내일은 가라사와 휴테에서 일박하며, 그곳의 유명한 단풍을 구경하겠다고 한다.

 야리가다케 산장 식당에 모셔 놓은 반류스님의 초상과 조각상

 

그러다 보니 종주자는 나까지 모두 3명이 되는 셈인데, 산뜻 따라나서기가 망설여진다. 한동안 혼자 산행을 하다 보니, 걸음이 많이 느려져, 내일 산행에서 가이드나 다른 두 사람에게 짐이 되거나, 아니면 뒤에 쳐져, 험하다는 다이기렛토를 혼자서 통과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중간 중간 기다리게 하여 일행에게 짐이 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고, 위험한 구간을 가이드의 도움 없이 혼자서 통과해야하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이리저리 궁리 끝에 일단 내일 아침 야리가다케 정상에 올라갔다 온 후에 결정하기로 하고 잠을 청한다.

 

2012년 10월 5일(금)
4시 30분 기상. 고아텍스 재킷 위에 바람막이까지 껴입고 야리가다케 정상에 오를 채비를 한 후, 4시 45분 경, 산장 문을 나선다. 바람이 강하게 불지만 생각했던 것처럼 춥지는 않다. 단풍구경이 목적인 양반은 정상에 오르기를 포기하여, 종주를 하겠다는 두 사람과 동행한다. 깜깜한 어둠 속, 별이 보이지 않는 걸 보면, 날씨가 잔뜩 흐린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시각에 정상으로 향하는 사람은 우리들 셋뿐이다. 이윽고 암벽에 이른다. 랜턴 불빛에 비친 바위에 물기가 번들거린다. 흰 페인트 표시가 길을 안내하고, 손잡을 곳, 발 딛을 곳이 확실하여, 오르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41년생이라는 몸이 크고 건장한 양반이 앞장서서 성큼성큼 오르고, 안나푸르나에서 7,500m 올라갔다가 백시현상(화이트 아웃)과 체력저하로 후퇴한 경험이 있다는 40대 중반의 작은 친구가 그 뒤를 바짝 따른다. 나는 여전히 멀찍이 뒤로 쳐져 조심스럽게 오른다.

 

경사가 급해지며 쇠줄이 걸린 곳을 지나고, 거의 직각으로 설치된 쇠사다리를 오른다. 쇠사다리에 서린 물기가 얼었는지 장갑 낀 손에 얼음이 묻어나는 느낌이다. 이런 쇠사다리를 세 차례나 오른 후에, 5시 18분, 정상에 오른다. 거의 해가 뜰 시각인데, 잔뜩 흐린 날씨라 아무 것도 보이는 것이 없다. 간단히 인증 샷 하나씩만을 찍고 잠시 머물다, 하산하기로 한다.

 인증 샷

 

내려 갈 때가 미끄러워 더 위험하니, 세 사람이 같이 행동을 하자며, 젊은 친구가 앞장을 서고, 내가 그 다음, 그리고 몸이 크고 건장한 양반이 후미를 맡되, 앞 사람과의 거리는 약 2m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해본다. 하지만 몸이 큰 양반은 내 제안을 못들은 체, 묵살하고, 앞장서서 하산하기 시작한다. 분위기가 이러니, 젊은 친구에게 그의 뒤를 따르라고 이르고, 내가 후미에 선다.

 

하지만 젊은 친구는 나와의 거리가 멀어지면 잠시 기다리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우리가 하산하는 동안 몇몇 사람들이 정상을 향해 오르며 우리들을 스쳐간다. 5시 52분, 이정표가 있는 안부에 내려서서, 산장으로 향하면서, 이들과의 종주를 포기하기로 결정을 한다. 혼자서 위험구간을 통과하기가 겁이나기 때문이다.

 이정표

 

산장에 도착하여 등산상담원에게 요코오에서 가라사와까지의 거리와 소요시간, 그리고 가라사와의 단풍 등에 관해 묻는다. 상담원은 거리 5Km에, 3시간 정도 소요될 것이라며, 단풍은 지금이 절정이라고 친절히 알려준다. 아침식사를 하면서 가이드에게 종주를 포기하고 가리사와 휴테에서 오늘밤 묵을 터이니, 예약을 해 달라고 부탁을 한다.

 

이윽고 식사를 마치고, 가이드가 가리사와 휴테에 두 사람의 숙박예약을 한 후, 출발을 위해 7시 30분, 밖으로 나온다. 여전히 흐린 날씨에 바람이 강하다. 바람이 심하면 칼날능선에서 중심을 잡기다 어렵다며 가이드가 걱정을 하지만, 종주를 결심한 두 사람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우리 일행은 이곳에서 두 팀으로 나뉘어져, 서로 조심하라고 격려를 하고 헤어진다.

 

자욱한 안개 속에서 한발 한발 조심하며 너덜길을 내려선다. 7시 52분, 셋쇼분기를 지난다. 어제 저녁 오른 때는 어둠 속에 보이지가 않았던 야영텐트들이 눈에 뜨인다. 안개 속 너덜바위 위에 삼각대를 세워놓고,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리는 일본인 촬영 팀을 만난다. 인사를 하고, 새벽에 야리가다케에 오르고 하산하는 하는 길이라고 하자,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다. 한국인이라고 하니, 무척 반갑다며 일본에서 즐거운 시간을 많이 가지라고 덕담을 한다. 나 역시 좋은 사진 많이 찍으라고 대답을 하고 헤어진다. 8시가 넘자 햇빛이 비치며 안개가 걷히기 시작한다.

 셋쇼분기 이정표

 우리들 뒷모습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는 일본인 촬영 팀

 서서히 안개가 걷히는 협곡

 

8시 19분, 이정표가 있는 휴테 오야리 갈림길을 지난다. 어제 오를 때는 2시간이 넘게 걸리던 곳은 오늘 아침에는 50분 정도에 내려선다. 오르내림의 차이, 체력의 차이가 이처럼 큰 시간차이를 유발하는 것이 놀랍다. 아침 햇살속의 풍광 또한 어제 오르면서 보던 것과 다른 느낌을 준다.

 아침 햇살 속의 바위와 단풍

 파란 하늘 아래 아침 단풍의 색감이 더욱 선명하다.

 

9시 9분, 텐구하라 갈림길을 지나고, 20분 쯤 더 내려선 지점에서, 어제 밤 셋쇼 휴테에서 머물었던 일행 두 사람을 반갑게 만난다. 다리 부상도 많이 나아져 천천히 하산하는 중이라고 한다. 다행이다. 멋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함께 찍고 갈 길이 달라 헤어진다. 10시가 가까워지면서 가파른 계곡을 벗어나 뒤를 돌아본다. 밝은 아침 햇살 속에 계곡의 윤곽이 더욱 뚜렷하다.

 텐구하라 갈림길 이정표

 기념사진, 왼쪽이 다리 다친 분, 가운데 양반과 동행이고, 나머지는 모두 홀로 신청한 사람들이다. 오른쪽이 단풍구경 온 사나이다.

 

 가파른 계곡을 벗어나 뒤를 돌아보고

 

11시 경, 야리사와 롯지에서 900옌 하는 생맥주를 사 마시며 한동안 휴식을 취하고, 12시 55분, 요코오 산장에 도착하여, 야리가다케 산장에서 싸준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으며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 2시 정각에, 요코오 대교를 건너 가라사와로 향한다. 야리가다케 산장에서 싸준 도시락은 우리나라의 영양밥과 흡사하다. 찹쌀을 섞은 것 같고, 잣, 밤 등을 넣어 만든 주먹밥으로, 다른 반찬이 없어도 먹을 만하다. 요코오 산장에서 미소시로를 사고 싶다고 했더니, 미소시로만은 팔지 않는다는 대답이다. 일본인들, 역시 융통성이 없는 민족이다. 2시 정각, 요코오 대교를 건너 가라사와로 향한다.

 요코오산장에서 본 북알프스 종주능선

 요코오 대교를 건너 가라사와로 향한다.

 

울창한 숲 속으로 한적한 산길이 이어지고, 왼쪽 계곡에서는 청아한 물소리가 계속 따라온다. 2시 31분, 요코오에서 1.3Km 덜어진 이와고야터(岩小屋跡)를 지난다. 이어 왼쪽으로 가마득하게 올려다 보이는 병풍 머리바위를 지나고, 3시 15분, 고도 1,800m, 요코오에서 2.8Km 떨어진 혼다니바시(本谷橋)에 이르러 다리를 건넌다. 이정표에 한글표기가 있는 것을 보면 한국 사람들도 무척 많이 찾는 곳인 모양이다.

 울창한 숲 사이로 한적한 산길이 이어진다.

 병풍 머리바위

 혼다니바시 이정표

 뒤 돌아 본 혼다니바시

 

다리를 건너자, 돌 많은 가파른 산길이 계곡을 벗어나, 산 사면을 타고 오른다. 계곡 안쪽 멀리 높은 호다가다케 봉우리들이 보이고 계곡 양사면의 단풍이 곱다. 돌 많은 등산로가 아름다운 단풍터널 속으로 이어진다. 이윽고 숲을 지나 너덜지대로 나오자 시야가 트이며, 호다가다케 연봉들이 즐비하게 눈앞에 벌여서고, 가까운 산사면의 오색 단풍이 절정을 이룬다. 아름답다.

 계곡 안쪽으로 멀리 보이는 호다가다케 봉우리들

 계곡 양쪽 사면의 단풍

 단픙길 1

 단풍길 2

 호다가다케 연봉들

 절정을 이룬 단풍

 

일본사람들의 등산예절은 철저하다. 산길에서 마주치면 반드시 서로 인사를 한다. 오름길에 있는 사람에게 통행 우선권이 있어서, 좁은 길에서 마주치게 되면, 내려오던 사람이 1~2m 앞에서 멈춰 서서, 올라오는 사람을 기다린다. 올라온 사람은, “아리가도우 고자이마스”라고 고마움을 표하고, 기다리던 사람은, “도오죠 고 윳크리(천천히)”라고 응수한다. 우리도 배워야할 예절이다. 헌데 서로 비켜서 충분히 지나갈 수 있는 길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 그냥 인사만 하고 지나쳐도 족할 터인데도 기다고 있어, 올라오는사람에게 부담을 준다. 5시 25분, 가라사와 고야 갈림길을 지나고, 5시 40분 경, 가리사와 휴테(2,450m)에 도착한다.

 가라사와 휴테 갈림길 이정표

 

수용 인원 200명의 가리사와의 산장은 만원이다. 1인용 매트에서 두 사람이 칼잠을 자야한다. 요금은 그래도 3식 포함 1인당 10,000옌이다. 우리들은 내일 점심 도시락이 필요 없어, 도시락 값을 제한, 1인당 9,000옌 씩을 지불한다. 숙소에 배낭을 내려놓고 접수처로 나와 시간을 보내다, 6시가 넘어 저녁식사를 한다.

 가라사와 휴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충분히 시간을 끌며 여유 있게 식사를 하고 난 후에도 칼잠을 자야할 숙소로 갈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소등시간인 8시 30분에 임박하여 잠자리에 들기로 하고 산장주변을 둘러본다. 이미 밖은 캄캄하다. 야영장의 불빛과 건너편 가라사와 고야의 불빛이 아름답게 명멸한다. 다시 산장 안으로 들어와 계시된 자료들을 살피고, 산과 계곡, 반더포겔(Wandrvogel) 등 산 월간지를 뒤적이며 시간을 보낸다.

 벽에 게시된 신문 스크랩, 2012년 8월 4일자 신문 스크랩. 오크가다가케 정상부근의 가파른 암릉 오르는 사진, 그리 위험하지는 않다고 한다.

 

가라사와의 위치가 참 묘하다. 기다호다가다케, 가라사와다케, 오쿠호다가다케 등 호다가다케 연봉들로 둘러싸인 너른 분지 형 협곡으로, 위험한 다이기렛토를 거치지 않고도, 오쿠호다가다케, 기다호다가다케 등을 3~4시간이면 오를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있어 아마추어 등산객드들이 많이 몰린다고한다. 특히 가을이면 주변 산기슭의 단풍들이 절경을 이루어, 많은 일반 관광들이 찾는 유명한 관광지라고 한다.


북 알프스 호다가다케((穗高岳) ● 가리사와(涸沢), 호다가다케 연봉 아래 자리 잡은 가리사와 (사진 크릭하면 크게 보임)

 

미리 알았으면 내일 아침 북 알프스에서 가장 높은 오쿠호다가다케에 올랐다가, 다게사와 휴테를 거쳐, 가미코지로 하산 하면 좋았을 터인데, 일행들과 내일 가미코지에서 12시 반에서 1시 사이에 만나기로 한 지금 상황에서는 유감스럽게도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겠다. 8시 20분 경, 잠자리에 들어서서, 한 매트 위에 두 사람이 69의 자세로 눕는다.

 

 

(2012.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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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테 오야리 갈림길 이정표

 

2012년 10월 4일(목)
새벽 4시 30분, 모닝 콜. 간단히 세수만 하고, 어제 저녁, 짐을 정리한 덕에 10kg 미만으로 줄어든 배낭과 가방을 들고 주차장으로 향한다. 일본이야기의 지시대로 준비해온 아이젠, 스패츠, 오버트라우저, 우모보온재킷, 겨울바지 등을 소형 여행용 가방으로 옮겨 배낭 무게를 가볍게 한 것이다.

 

출발 전에 인터넷으로 다카야마 지역의 일기예보를 검색하여, 산행기간 중에는 날씨가 맑고, 기온도 다소 높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다, 실제로 와보니, 아무리 3,000m가 넘는 고산이더라고 한겨울 장비는 필요 없겠다는 판단 하에 과감하게 짐을 줄인 것이다.

 

이윽고 일행들이 모두 모이자, 5시경, 가이드는 히라유(平湯)온천장으로 차를 몬다. 산행출발지인 가미코지(上高地)까지는 차가 들어갈 수가 없어, 히라유 온천장에 차를 두고, 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가이드는 온천장으로 향하는 도중, 잠시 편의점에 들러, 일행이 아침과 점심에 먹을 도시락을 준비한다.

 

6시 20분경에 온천장에 도착했지만, 출발준비를 하다 보니, 간발의 차로 6시 3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놓치고, 7시 차를 기다리며, 도시락을 꺼내, 버스정류장 벤치에 앉아 아침식사를 한다. 국물도 없이 먹는 도시락이 맛이 있을 리가 없는데, 양은 왜 그리 많은지, 반도 못 먹겠다. 밥을 먹고 나자, 남은 도시락 처리가 문제다. 이 지역이 국립공원이라 쓰레기통이 없고,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가지고 다녀야 한다고 한다.

 히라유에 도착

 히라유 버스 정류장

 버스 시간표

 

7시 정각, 버스에 오른다. 이른 시각인데도 승객들이 많다. 가미코지에 주차장이 없어 일반차량의 출입을 통제하기 때문이다. 7시 20 경, 버스는 가미코지(上高地, 1,523m)에 도착한다. 암봉 위로 파란 하늘이 보이는 맑은 날씨다. 가미코지는 3,000m급 호다카다케 연봉들에 둘러싸인 분지이고, 가운데로 아즈사가와(강)가 흐른다. 1927년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가 그의 대표작중 하나인 소설 『갓파(河童)』를 발표하고, 그 소설에서 가미코치(上高地)와 갓파바시(河童橋)를 소개한 이후 관광객들이 급증하고, 1934년에는 가미코치 일대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가미코지 소개 돌표지

 가미코지 풍광 1 - 보이는 다리가 갓파바시다

 가미코지 풍광 2

 가미코지 풍광 3

 

버스터미널 옆 광장에 모여, 가이드로부터 오늘 산행일정을 듣는다. 이곳에서 야리가다케 산장까지는 도상 거리 약 22Km, 고도차는 1,520m나 된다. 하지만 덴구바라분기졈(天狗原 2,348m)까지는 평지와 다름없는 완만한 오름이고, 나머지 5Km가 경사가 심해 다소 힘이 들 거라면 4시~5시 경이면 산장에 도착할 것이라고 한다. 일정설명을 끝내고 7시 35분, 산행을 시작한다.

 가미코지

 산행시작

 

이윽고 갓파바시를 지나, 7시 50분 경, 가이드는 비지터 센터(Visitor Center)를 방문하고, 우리들은 그 근처에 있는 쓰레기장에 아침식사 쓰레기를 처리한 후, 주위의 아름다운 경관을 즐기며 가이드를 기다린다. 8시가 다 되어 일을 끝낸 가이드는 앞장서서 발걸음을 재촉한다. 신작로 같이 넓은 길이 평탄하게 이어진다. 기분 좋은 산책로다. 시야가 트이며 아즈사강과 구름을 이고 있는 묘우진다케(2,931m)가 그림같이 펼쳐진다. 8시 35분 묘우진산장에 도착한다.

 비지터 센터

 비지터 센터 부근에서 본 멋진 풍광

 구름을 이고 있는 묘우진다케

 

 이정표

 묘우진 산장 주변

 

잠시 묘우진산장 주변을 둘러보고 일행은 서둘러 4Km 떨어진 도쿠사와산장(德澤 1,562m)으로 향한다. 앞장 선 3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가이드 정종균씨는 일본에 유학 와서 도쿄에서 6년 동안 체재했다고 한다. 산을 좋아하지만, 쓰루 가이드로 일을 하고 있을 뿐, 전문산악 가이드는 아니라고 한다. 쓰루가이드(Through Guide)는 여행인솔자와 현지가이드를 겸하는 가이드를 이르는 말이다. 물이 마른 넓은 강변으로 나온다. 시야가 확 트여 시원하다. 강 건너에 암봉들이 보인다. 우리나라의 주왕산과 같이 암괴들이 우뚝우뚝 솟아 있지만, 바위가 단단해 보이지가 않는다.

 물 마른 너른 강변, 시야가 트여 시원하다.

 당겨 찍은 먼 산

 강 건너편 암봉, 바위가 단단해 보이질 않는다.

 

가이드의 걸음이 다소 빠른 편이지만, 모두들 열심히 뒤를 쫓는다. 오늘은 갈 길이 멀다. 나는 내 페이스대로 뒤쳐져 걷는다. 하지만 일행들이 쉬고 있는 동안에 그들을 따라 잡고, 이어 쉬지 않고 진행하여, 그들을 앞선다. 하지만, 곧 일행에게 추월당해 또 뒤진다. 이런 식으로 일행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반복한다. 9시 27분, 도쿠사와(德澤)산장에 도착한다. 이정표는 요오코 산장(橫尾 1,620m)까지 3.9Km라고 알려준다.

 도쿠사와 캠핑장

 도쿠사와 산장

 독특한 모양의 이정표

 

등산로는 한동안 잘 생긴 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아름다운 숲 사이로 이어진다. 9시 43분, 신무라바시(新村橋)를 지난다. 왼쪽의 신무라바시를 건너면 단풍으로 유명한 가라사와(涸沢)에 이르게 된다. 다시 강변으로 나온다. 강 건너에 암봉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우쭐우쭐 솟아있다. 암봉들의 모양이 우리 것들과는 다르게 푸석해 보이고, 바위가 부서져 내린 너덜지대들이 눈에 뜨인다. 아이들을 동반한 일본 산책객들 그리고 젊은 트래커들이 유장하게 아름다운 강변길을 걷고 있다.

신무라바시를 지나고

 강 건너 암봉

 강변길

 

10시 26분, 요오코 산장(橫尾 1,620m)에 도착한다. 가미코지와 야리가다케의 중간지점이다. 이제까지 11Km를 걸어왔고, 야리가다케까지는 11Km를 더 가야한다. 왼쪽에 보이는 멋진 요오코 대교를 건너면 가라사와 휴테로 가는 길이고 야리가다케는 직진이다. 북 알프스 종주코스가 한눈에 들어오게 표시된 ‘요오코 야영장 부근 안내’가 눈길을 끈다.

 요오코 산장

 요오코 대교

 이정표

 요오코야영장 부근 안내도 1

 안내도 2

 

요오코 산장 주변을 둘러보고, 잠시 화장실에 들른 후, 점심식사를 하기로 한 야리사와 롯지(槍澤1,850m)로 향한다. 화장실 입구에 화장실 관리에 비용이 많이 드니, 이용자들이 100옌 정도씩 협조를 해달라는 안내문이 있지만, 일본인들도 협조를 않는 것 같아, 나도 그냥 묵살한다. 

 

일본의 숲은 우리나라 숲보다 훨씬 습기가 많아 보인다. 고색창연한 느낌이 드는 숲길을 걷는다. 앞장서서 걷는 일본인 젊은 남녀의 발걸음이 내 걸음 속도와 비슷하여 한동안 이들 뒤를 따른다. 아름드리나무들이 줄을 서고, 푸른 산죽이 청정하다. 아름다운 숲이다.

 습기 많은 일본의 숲

 그 숲속을 일본인 젊은이들이 산책하듯 여유 있게 걷는다.

 산죽 밭도 지나고

 

이윽고 숲을 벗어나 개울가로 나온다. 투명하게 맑은 물이 청아한 소리를 내며 흐른다. 다리를 건너 추색이 완연한 계곡을 따라 오른다. 12시 12분, 야리사와 롯지에 도착하여 배낭에서 도시락을 꺼내 점심식사를 한다. 일본에는 ‘산장’의 표현이 다양하다. 산소우(山莊), 규모가 좀 작다 싶으면 고야(小屋), 영어의 롯지, 독일어인 휴테 등이 그것이다. 싸늘하게 식은 도시락에 국물도 없으니 식욕이 날 리가 없다. 억지로 반쯤 먹지만, 또 남은 쓰레기 처치가 문제다. 이 쓰레기는 이틀 후 가미코지로 내려올 때까지 지고 다닌다. 롯지에 1,000옌 하는 소고기 덥밥, 카레 등이 있는데, 왜 가이드가 도시락을 준비했는지 알 수가 없다.

 맑은 개울

 단풍이 고운 개울가를 걷고

 앞산의 노란 단풍을 즐긴다.

 

식사를 마치고 한동안 휴식을 취한 후, 1시 정각에 롯지를 출발한다. 이곳의 고도가 1,820m, 야리가다케 산장이 3,060m 높이에 있으니, 이제부터 1,240m의 고도차를 극복하며, 약 6Km의 험난한 구간을 가야한다. 바위가 무너져 내린 너덜을 오르고, 왼쪽에 보이는 하얀 동그라미를 따라 작은 외나무다리를 건넌다.

 너덜을 지나 왼쪽 숲길로

 

1시 36분, 고도 1,990m인 바바다이라 캠핑장을 지난다. 이정표는 야리가다케까지의 거리가 5Km라고 알려준다. 점심식사를 하고 천천히 걸어서일까? 앞선 우리일행은 보이지도 않는다. 눈앞에 보이는 깍아 지른 절벽들이 가히 위압적이다. 

바바다이라 캠핑 장

 이정표

 

계곡을 따라 돌 많은 등산로가 이어진다. 아마도 우리일행은 캠핑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던 모양이다. 돌길을 걷는 일행의 뒷모습이 보인다. 계곡 군데군데에는 녹다 남은 눈이 두꺼운 얼음 층을 이루고 있다, 이윽고 등산로는 계곡을 버리고 산 사면을 오르며 고도를 높이고, 고도가 높아질수록 양쪽 산사면의 단풍이 곱다.

 일행들 뒷모습이 보이고

 계곡에 남은 설잔(雪殘)

 등산로는 계곡을 버리고 산 사면으로 들어서고

 산 사면의 단풍

 

너덜길을 걸어 삼면이 깎아지른 절벽으로 둘러싸인 너른 협곡에 접근하여, 사면길을 따라 타고 안으로 들어서자, 절벽에서 굴러 떨어진 부서진 바윗돌로 가득한 협곡 속에, 오색단풍으로 곱게 치장을 하고, 의연하게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자그마한 구릉이 눈길을 끈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한 폭의 그림이다.

 삼면의 절벽으로 둘러싸인 협곡으로 들어서고

 협곡 속의 꽃 밭

 

고도가 높아지며 이따금씩 가볍게 비를 뿌린다. 방수복을 꺼내 입을 정도는 아닐 것 같아, 잠시 비를 맞고 걷다보면, 이내 비가 그친다. 뒤를 돌아보면 이제 제법 많이 올라왔음을 알 수 있겠다. 주위 풍광에 취하고 고도가 높아지자 발걸음이 점점 늦어진다. 늦어지면 어떠랴?  오늘은 어차피 야리가다케 산장에서 묵을 건데...저 앞 멀리 우리 일행의 뒷모습이 보인다.

뒤돌아 본 지나온 계곡

 뒤돌아 당겨 찍은 왼쪽 절벽

 저 앞 멀리 우리 일행의 뒷모습이 보인다.

 

다시 뒤를 돌아본다. 흰 구름 한줄기가 계곡을 따라 들어오다 왼쪽 절벽에 걸려 있는 모습이 처연하다. 너덜길이 오른쪽으로 굽어지며, 병풍처럼 솟아 있는 암벽을 비켜간다. 2시 24분, 고도 2,348m인 텐구바라분기점을 지난다. 야리사와분기점에서 약 2Km 떨어진 이곳까지 오는데 2시간 24분이 걸렸다. 보통 2시간 걸린다는 곳이니 그렇게 많이 늦지는 않은 셈이다.

 뒤돌아본 지나온 계곡

 계속되는 너덜길

텐구바라 분기점

 

본격적인 오름길이 시작된다. 가미코지를 떠난 지 7시간이 가까운 시각이다. 몸도 지치기 시작하는데, 경사는 급하고, 고도마저 높으니 다리가 천근이다.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앞선 우리일행은 어디까지 갔을까? 일순 궁금한 생각이 들지만, 말 할 수 없이 아름다운 주위 경관에 시선을 빼앗겨 이내 무념무상의 경지로 빠져든다. 오른쪽 저 끝으로 날카로운 암릉이 모습을 보인다. 아마도 그 암릉 가까이에 접근하면 창끝같이 뾰족한 야리가다케가 보일 것이다. 또 한 차례 빗줄기가 흩날리는 너덜길을 터덜터덜 걷는다.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너덜길 주변풍광 1

 주변풍광 2

 주변풍광 3

 주변풍광 4

 주변풍광 5

 

한 시간 전에 멀리 보았던 날카로운 암릉에 접근하고, 10여분 쯤 더 오르자, 보라! 정면으로 야리가다케 산장이 성냥갑처럼 보이고, 그 오른쪽으로 야리가다케가 흰 구름을 걷어내며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는가?

암릉에 접근

 보라! 흰 구름을 걷어내고 있는 야리가다케

 

4시 57분, 이정표가 있는 휴테 오야리(大槍) 갈림길을 지난다. 이정표는 야리가다케까지의 거리가 아직 1.25,km 남았다고 알려준다. 이지점의 고도는 약 2,730m정도다. 머리에 구름을 이고 있는 야리가다케가 노을 속에서 불타는 것 같다. 조금 더 오르다 뒤를 돌아보니, 이정표가 십자가처럼 보이고, 흰 구름이 계곡으로 몰려 들어오고 있다

 머리에 구름을 이고 있는 야리가다케

 뒤 돌아본 계곡

 

5시 4분, 홀연히 구름이 걷히고, 석양 속에 야리가다케가 신비로운 모습을 보인다. 한동안 걸음을 멈추고 넑을 잃고 바라본다. 5시 6분, 반류굴(播隆窟)를 지난다. 최초로 야리가다케에 오른 사람은 산악인이 아닌, 반류스님이라고 한다. 스님은 다섯 차례나 야리가다케에 오르고, 네 번째 오를 때는 이 굴에서 53일 동안이나 염불을 외며 수도를 했다고 한다.

 홀연히 모습을 보이는 야리가다케

 반류굴

 안내문

 

반류굴을 지나자, 정면의 야리가다케가 더욱 뚜렷이 다가오고, 왼쪽으로 거대한 병풍바위가 보이는데, 그 아래에는 한여름을 지내고도 녹지 않고 남아 있는 운동장 크기 만한 설잔(雪殘)이 하얗다. 5시 30분이 지나자 어둠이 서서히 내리기 시작한다. 야리가다케가 어둠속에 실루엣만 보이고, 산장의 불빛이 반짝인다. 5시 53분, 이정표가 있는 셋쇼(殺生) 휴테 갈림길을 지난다. 아직도 야리가다케 산장까지는 1Km가 남았다.

 병풍바위와 설잔

 어둠 속의 야리가다케

 셋쇼 분기점 이정표

 

해가 떨어지자 바람이 일고 갑자기 추워진다. 북 알프스에서 조난당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갑작스런 기후변화에 따른 저 체온증으로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들은바 있다. 서둘러 배낭에서 고어텍스 재킷을 꺼내 입고, 그 위에 다시 바람막이를 껴입은 후, 모자 위로 후드를 뒤집어쓴다. 사방이 어둑해지자, 너덜길이 더욱 조심스럽다.

 

여섯시가 넘자 완전히 깜깜해진다. 갑자기 오른쪽 어둠 속에서 불쑥 사람의 모습이 나타난다. 깜짝 놀라 바라보니 우리 일행 중의 한사람이다. 같이 오르던 동료가 너덜길에서 넘어져 다리를 다쳐, 겨우 셋쇼 휴테에 데려다 주고, 가이드에게 상황을 알리러, 야리가다케 산장으로 가는 길인데, 다행히 나를 만났다며, 다리 다친 동료를 혼자 둘 수 없어 자기도 셋쇼 휴테에서 잘 터이니, 가이드에게 전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많이 다쳤느냐고 걱정을 하니, 뼈는 다치지 않았지만 처음에는 출혈이 심해 걱정을 했지만, 지금은 지혈이 됐다고 한다.

 

그 양반은 다시 셋쇼 휴테로 돌아서고, 나는 손전등을 꺼내 발밑을 비추며 조심스럽게 너덜 위를 걷는다. 30여분 정도 더 올랐을 때 어둠 속에서 마주 내려오는 사람이 있다. 정 가이드다. 세 사람은 6시경, 산장에 도착하고, 10분 쯤 후에 또 한 사람이 도착했지만, 기다려도 세 사람이 모습을 보이지 않아 찾아 내려오는 길이라고 한다.

 

가이드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가이드는 셋쇼 휴테로 향하고, 나는 7시가 넘어 산장에 도착한다. 따듯한 산장 안으로 들어서니 온몸이 떨리고 몹시 춥게 느껴진다. 저 체온증으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는 이야기가 피부에 와 닫는 느낌이다.

 야리가다케 산장 -문 닫힌 접수처

 

7시 20분 경, 가이드가 모습을 보인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식사를 한 터이라, 따끈한 정종을 반주로, 가이드와 함께 산장의 제대로 된 식사를 하자 비로소 몸이 풀리며 피로가 가시는 느낌이다.

 

 

(2012.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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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무렵의 야리가다케(槍ヶ岳, 3,180m) 오른쪽에 살생(殺生)휴테가 보인다.(크릭하면 사진 커짐)

 

일본 주부지방의 나가노현, 기후현, 도야마 현에 걸쳐 있는 히다산맥(飛騨山脈)에는 일본에서 세 번째로 높은 오쿠호다카다케(奧穗高岳, 3190m)와 다섯 번째로 높은 야리가다케(槍ヶ岳, 3180m)를 포함한 해발 2500~3000m급의 산들이 길이 105km, 폭 25km의 산줄기 속에 줄지어 있다.

 

야리가다케와 오쿠호다카다케는 매년 일본 산악잡지에서 선정하는 일본산 인기 1,2위를 차지하는 명산이고, 이외에도 다데야마(立山, 3015m), 츠르기다케(剣岳, 2998m), 시로우마다케(白馬岳, 2932m) 등 한국에도 잘 알려진 명산들이 히다산맥을 이룬다.

 일본 북 알프스(크릭하면 사진 커짐)

 북 알프스의 봉우리들(펌)

 

1878년 영국인 기술자 윌리엄 고우랜도(William Gowland)가 야리가타케에 오른 후, 산세가 알프스처럼 아름답고 웅장하다하여, ‘일본 알프스’라는 표현을 처음으로 썼다고 한다. 이후 본래 이름인 히다산맥 보다 지금은 ‘북 알프스’라는 명칭이 더 널리 사용되고 있다. 북 알프스 외에, 길이 65Km, 폭 15Km의 기소산맥(木曽山脈)은 중앙 알프스, 길이 120Km, 폭 40Km의 아카이시산맥(赤石山脈)을 남 알프스라 부르며, 이들 3곳을 모두 합쳐 일본 알프스라고 부른다.(이상 관련자료 발췌)

 

일본이야기(日本物語)에서 ‘4박 5일, 일본 북 알프스종주’ 모객을 한다. 출발일은 10월 3일(수)과 10월 13일(토) 단 2회다. 여행비용은 890,000원에 유류할증료 114,000원과 기사 및 가이드 팁 60,000원을 합하여 총 1,064,000원이다.

 

2012년 10월 3일(수)
11시에 집합장소인 인천국제공항 3층 E 카운터에 도착하기 위해, 9시 15분 경 집을 나와, 지하철 7호선, 9호선, 그리고 공항철도를 이용하여, 10시 50분경 약속장소에 도착하지만, 그럴 듯한 사람들이 보이지를 않는다. 11시가 조금 넘어 쓰루 가이드 정종균씨가 모습을 나타내더니 주위에 흩어져 있던 참여자들을 모으고, 인사를 시킨다. 가이드까지 포함하여 모두 7명이다.

 공항철도를 이용, 공항에 도착하여 출국장으로 향한다.

 

가이드는 추석연휴 뒤끝이라, 생각보다 참여자들이 적어, 움직이기는 좋겠다며, E 티켓을 나눠주고, 각자가 체크인을 하라고 한다. 항공편은 제주항공, 출발시간은 1시 20분이다. 체크 인 후, 출국수속을 마치고, 카페테리아에 들러 빵 한 덩어리와 맥주 한 병으로 점심을 때운다. 제주항공이 저가항공이라 점심은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시에 이륙한 항공기는 1시간 30분 후에 나고야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입국절차는 비교적 간단하다. 비자를 면제한 대신, 양손 검지의 지문을 채취하고, 사진을 찍은 후 통과 시킨다. 짐을 찾고, 공항을 빠져나와 가까운 렌트 카 영업소로 이동한다. 사람이 많지 않아 8인용 승합차를 렌트하여 가이드가 직접 운전을 하겠다고 한다.

 나고야 공항-입국수속

 

차량을 빌리는데 꽤 시간이 걸린다. 우리들은 영업소 앞 도로에서 일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좁은 도로에 흰 페인트로 줄을 그어 놓은 곳이 인도이고, 차량통행은 많지 않지만, 그 옆의 공간이 차도다. 우리일행이 둘러서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일행 중의 한사람이 차도에 걸쳐있었던 모양이다. 차 한 대가 멈춰 서서 움직이지를 않는다. 겨우 눈치를 챈 일행이 페인트칠을 한 곳으로 들어서자 비로소 차가 움직인다. 가볍게 경적을 울려, 길을 비켜달라지 않고,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일본인의 태도가 우리와는 많이 달라, 무척 신기하게 느껴진다.

 렌터카 영업소 앞, 좁은 도로에 흰 페트로 줄을 그어, 인도와 차도를 구분했다.

 

이윽고 가이드가 여직원하고 함께 나온다. 여직원은 차량의 흠집을 하나하나 지적하고 기록한 후에 비로소 출고절차를 마친다. 8인승 승합차이지만, 뒤에 짐을 싣다보니, 뒷좌석이 좁아 뒤에 앉은 두 사람은 다리가 불편하고, 운전대가 오른쪽에 있는 것도 생소하다. 가이드는 네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고 다카야마(高山)로 향한다.

 

차는 나고야를 지나, 2차선 도로를 달리다, 길가의 작은 휴게소에서 정차한다. 공항을 출발해서 약 2시간 정도를 달린 시각이다. 잠시 용무를 보고 자판기에서 포카리스웨트 한 병을 산다. 150옌. 우리 돈으로 약 2,200원 정도다.

 

이후 약 1시간 반 정도를 더 달려, 도로변에 있는 Joyfull이라는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한다. 메뉴를 보니, 일식, 양식에 스파게티까지 있다. 가이드는 799옌 하는 버라이어티(variety)가 괜찮다고 권한다. 밥과 미소시로에 돈까스, 생선, 샐러드, 계란말이 등 일본식의 모듬인데, 이름은 버라이어티다. 아마도 미국식 페밀리 레스토랑인 모양이다. 기린맥주 한 캔을 주문한다. 199옌이다. 음식이 맛도 좋고 양도 많다. 생각보다는 가격도 싼 편이다.

 휴게소

 Joyfull 레스토랑

 

모처럼 기분 좋게 포식을 한 후, 숙소로 이동한다. 다카야마 시내에 있는 트레커들을 위한 ' J-Hoppers' 라는 國際的 旅人宿(벽에 걸린 안내문)이다. 2인 실 1박에 3,000옌. 접수를 보는 젊은 아가씨가 무척 밝고 쾌활하고, 서양인 숙박객이 PC앞에 앉아 있다. 방을 배정받고 무거운 가방을 들고 4층에 있는 방으로 들어선다. 다다미방에 전화도 없고, 한옆에 침구 두 채가 놓여있다.

 국제적 여인숙 J-Hopper

 

내일부터 산행 중에는 샤워를 할 수 있는 곳이 없다. 아래층으로 내려가 간단히 샤워를 하고, 매트와 요를 깔고, 두툼한 이불을 덮고 누우니 생각보다 아늑하다. 내일은 새벽 4시 30분에 기상하여 가미코지(上高地)로 이동한다.

 

이번 ‘일본이야기’가 안내하는 산행은 북 알프스 종주코스다. 회사가 제시한 일정 계획에 의하면,

 

산행 첫날은 가미코지(1,523m)를 출발, 야리가다케 산장(3,060m)에 도착하여 투숙한다. 도상거리 22Km에, 소요시간은 약 9시간

 

둘째 날은 야리가다케 산장을 출발, 다이기렛토(大キレッ)를 지나, 호다카타케 산장(穗高岳, 2996m)에 도착하여 투숙한다. 도상거리 8.9Km, 소요시간 약 9시간

 

셋째 날은 호다카다케 산장을 출발, 다케사와산장(岳澤 2180m)지나, 가미코지로 회귀한다. 도상거리 10.5Km, 소요시간 약 7시간

 

북 알프스 개념도(펌)

 북 알프스 -조감도(펌)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이 산행 둘째 날 미나미다케(南岳)에서 기다호다게다케(北稿高岳, 3106m)사이의 다이기렛토(大切戶) 위험구간이다. 미나미다케에서 절벽을 타고 200여 미터를 내려서서 안부에 이른 후, 하세가와피크와 히다나끼구간의 칼날능선과 쇠사슬 구간이 난코스라고 한다.

 다이기렛토 코스안내(펌)

 하다나끼 오름(펌)

 기다호다카다케로 이어지는 칼날능선과 직벽(펌)

 

따라서 대부분의 트레커들은 이 위험구간을 피해, 야리가다케산장에서 요코오(橫尾. 1620m)까지 하산한 후, 가라자와(涸沢)휴테 를 거쳐 기다호다카다케(北稿高岳, 3106m) 또는 바로 오쿠호다카다케(奧穗高岳, 3190m)로 오르는 길을 택한다,

 요꼬오 주변(펌)-크릭하면 사진 커짐

 가라사와에서 기다호다다케 또는 오쿠호다카다케로 오름(펌)-크릭하면 사진 커짐

이 다이기렛도 구간 통과를 위해, 출발 전 워밍 업으로 도봉산 다락능선, 북한산 의상능선, 칼날능선, 그리고 관악산 팔봉능선의 암릉 등을 다녀왔지만 위험구간의 통과문제는 여전히 걱정거리로 머릿속에 맴돌아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한다.

 

 

(2012.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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