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정맥을 마치며
호남정맥의 종착지 섬진강 하구
백두산 병사봉에서 시작한 산줄기는 지리산 천왕봉까지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백두대간이다. 백두대간의 도상거리는 약 1,625Km이고, 현재 남한에서 종주 할 수 있는 지리산에서 진부령까지의 도상거리는 약 640Km~690Km에 이른다고 한다. 포항의 셀파 산악회에서 50m 줄자로 실측한 자료에 의하면, 마루금 734. 65Km, 접속거리 79.33Km로, 백두대간을 종주하려면 적어도 813.98Km는 걸어한다고 한다.
외삼신봉 부근에서 본 지리산 주능선, 오른쪽 천황봉, 왼쪽 영신봉
산악회에서 백두대간을 안내 할 경우에는 무박 7회를 포함하여 총 53회 정도로 구간으로 나누어 산행을 한다. 평균 한구간의 도상거리는 약 12km, 산행시간은 약 6시간 정도가 되는 셈이고, 매주 1회 산행을 한다면, 백두대간을 종주하는데 꼬박 1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된다.
황철봉 너덜지대를 오르다 본 울산암
우리조상들은 우리나라의 산줄기를 1대간(백두대간), 1정간(장백정간) 그리고 13정맥으로 체계화했다. 백두대간에서 분기되어 우리나라 10대 강에 물을 나누어주는 산줄기를 13정맥이라고 하고, 이중 남한에 있는 9개를 총칭하여 흔히 9정맥이라고 부른다. 9정맥을 합친 도상거리는 2,000Km가 넘고, 남한 대부분의 지역을 통과한다.
산경표
- 낙남정맥(洛南正脈) : 지리산 영신봉으로 부터 곤양의 소곡산, 사천의 팔음산, 남해의 무량산, 함안의 여항산, 철원의 청룡산, 창원의 불모산, 김해의 분산으로 이어지는 도상거리 약 209Km의 산줄기로 낙동강과 남강이남 지역에 해당한다.
영신봉 정상
깃대봉에서 본 마산 앞바다
여항산 암릉길
- 한북정맥(漢北正脈) : 화천 수피령에서 시작, 김화의 오갑산과 대성산, 포천의 운악산, 양주의 홍복산, 도봉산, 삼각산, 노고산을 거쳐 고양의 견달산, 교하의 장명산에 이르는 서남으로 뻗은 한강 북쪽의 산줄기로 도상거리는 약 160.4Km이다.
운악산 만경대
상장능선 2봉, 3봉 , 4봉
곡룡천
- 낙동정맥(洛東正脈) : 태백 매봉산에서 시작하여 울진의 백병산, 영해의 용두산, 청송의 주방산, 경주의 단석산, 청도의 운문산, 언양의 가지산, 양산의 금정산, 동래의 몰운대까지 이어지는 낙동강 동쪽의 도상거리 약 419Km의 산줄기이다.
백병산 정상석
무덤이 있는 대둔산 갈림길
자갈마당과 쥐섬
- 한남금북정맥(漢南錦北正脈) : 속리산에서 시작, 회인의 피반령, 청주의 상당산성, 괴산의 보광산, 음성의 보현산, 죽산의 칠현산, 백운산에 이르는 한강 남쪽 금강 북쪽 사이의 산줄기이다. 도상거리는 약 158.1Km다.
속리산 천황봉 삼각점
칠장사대웅전
- 한남정맥(漢南正脈) : 칠현산으로부터 서북쪽으로 돌아 안성의 백운산, 용인의 보개산, 안산의 수리산, 인천의 소래산 등을 거쳐 김포의 북성산에서 멈춘 도상거리 약 178.5K의 산줄기이다.
백운산 정상의 이정표
김포, 강화도 그리고 북한의 개풍군이 마주보는 곳
- 금북정맥(錦北正脈) : 칠현산에서 시작, 안서의 청룡산, 공주의 쌍령, 천안의 광덕산, 청양의 사자산, 홍주의 오서산과 월산, 덕산의 가야산, 태안의 안홍진에 이어지는 금강 북쪽의 도상거리 약 292.4Km의 산줄기이다.
칠현산정상
산불지역과 일월산
안흥진 바닷가 정자
- 금남호남정맥(錦南湖南正脈) : 백두대간의 영취산에서 남원의 수분현, 장수의 성적산, 진안의 마이산을 거쳐 주화산에 이르는 서북 방향의 산줄기이다. 도상거리는 약 70.7Km다.
전망대에서 본 마이산
수분령 표지석
장안산을 오르는 대원들
- 금남정맥(錦南正脈) : 진안의 조약봉에서 북쪽으로 뻗어 금산의 병산, 대둔산, 공주의 계룡산, 부여의 부소산, 조룡산에 이르는 금강 남쪽의 도상거리 약 131.4Km의 산줄기를 말한다.
조약봉 분기점 표지판
계룡산 주능선
부소산 사자루
- 호남정맥(湖南正脈) : 마이산에서 시작, 전주의 웅치, 정읍의 칠보산, 내장산, 장성의 백암산, 담양의 금성산성, 광주의 무등산, 능주의 천운산, 장흥의 사자산, 순천의 조계산, 광양의 백운산에 이르는 도상거리 약 454.5Km의 'ㄴ'자형의 산줄기이다.
강천산 북바위 암릉길
사자산 두봉
백운산 따리봉과 도솔봉
우리국토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백두대간을 종주하고, 백두대간 종주를 마친 분들의 다음 목표는 9정맥이다. 하지만 9정맥종주는 생각처럼 그렇게 쉽지가 않다. 통계가 없어 정확한 것은 모르겠지만, 백두대간 종주자의 5%도 못 되는 소수의 산꾼들 만이 9정맥종주에 성공하는 것 같다.
무엇이 어려운 가?
우선 백두대간의 약 3배나 되는 산행거리가 부담이 된다. 도상거리가 2,000Km가 넘는다, 한 구간의 평균거리를 12Km 정도로 자른다면, 모두 160여 구간을 산행해야 한다. 매주 산행을 한다 해도 3년이 넘게 걸린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기가 꺾인다.
영축산과 사살등 능선
비용도 만만치 않다. 요즈음 산악회를 이용할 때 회비가 30,000원이니, 160회면 4,800,000원인데, 무박이라도 몇 차례 끼면, 5,000,000원을 쉽게 초과할 터이고, '나 홀로 산행'을 할 경우에는 그 비용이 10,000,000원에 육박한다.
호남정맥의 최고봉 백운산, 따리봉에서
9정맥을 3년 내에 마치겠다고 서둘지 말고, 한 10년 쯤 걸려, 천천히 완주를 하겠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10년에 2,000Km, 10년에 10,000,000원이라면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산이 어디로 갈 리도 없을 터이니, 서둘 것이 없다. 10년 목표를 세우고 유장하게 즐기면서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걷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힘들게 올랐던 오성산
당일산행으로 9정맥 종주를 안내하는 산악회가 많지 않다. 특히 서울에서 이동거리가 먼 호남정맥, 낙동정맥, 낙남정맥의 경우는 도로사정이 많이 좋아진 최근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낙남정맥의 경우, 당일산행으로 종주를 안내한 산악회가 아직 하나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장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이령 도로에서 본 오봉
장사가 되지 않으니, 시작을 했다가도 중도하차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손해를 보면서야 할 수 있겠냐고 이해는 하지만, 참여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맥이 빠진다. 그래서 산악회의 안내만으로는 9정맥 종주를 완성하기가 무척 어렵다. 동호인들과 소그룹을 만들어 함께 산행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 또한 말처럼 쉽지 않으니, 필요하면 '나 홀로 산행'도 나설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어야한다. 이점이 아마도 가장 어려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대둔산, 왕관바위 방향
혼자 산행하기를 즐기는 산꾼들이 꽤 있다. 번거로운 것이 싫고, 훌훌 자유롭게 움직이기를 원하는 사람들이다. 목적산행이라고 하는 종주산행에도 이런 분들이 적지 않다. 이른바 홀대간꾼들이다. '홀대간꾼들의 모임'의 줄임말인 '홀대모'라는 단어가 재미있다. 산행은 혼자하면서, 홀대간꾼들 끼리는 모임을 만든다. '홀대모'라는 단어에서는 홀대간꾼들의 긍지 같은 것이 느껴진다.
표지기들의 합창
홀대간꾼들은 긍지를 가질 만한 사람들이다. 산행경력에 독도능력은 기본이고, 혼자서 산행계획을 세우고, 교통편, 숙박편 등을 미리 조사를 해야 한다. 비용을 감안하여, 가능한 한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게 되면, 보통 1 시간 정도, 버스를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하고, 번거로운 찜질방에서도 숙면을 취할 수 있을 만큼 신경이 무뎌야 한다.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가지산 정상
10시간을 산행해도 사람 하나 만나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다. 호젓하여 좋기는 하지만, 외로울 때도 있을 것이고, 자유로운 것도 좋지만, 길을 잃고 혼자 산속을 헤매다 보면 두려울 때도 많겠다. 그래도 홀대간꾼들은 혼자 산행을 한다. 말려서 될 일이 아니다. 좋아하기 때문이다.
간월재
백두대간종주 정규산행이 끝난 2005년 4월, 함께 대간을 했던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금남호남정맥부터 9정맥을 시작한다. 월 2회, 6구간의 산행으로, 7월에 금남호남정맥을 성공적으로 마친다. 이어서 금남정맥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금남정맥 3구간을 끝으로, 성원미달로, 산행은 중단이 된다. 도중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임꺽정봉 전위봉의 대슬랩
백두대간을 하면서, 주 1회 산행은 이제 생활의 일부가 된 터라, 그 뒤로 송암 산악회에서 안내하는 한강기맥과 영춘지맥, 두 곳에 동시에 참여를 한다. 하지만 이것도 오래지 않아 참여인원 수가 줄자, 견디지 못하고, 모두 중단된다.
3정맥 분기봉
영춘지맥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화요맥"이라는 이름의 동호인 그룹을 만들어 종주를 계속한다. 2006년 11월에 영춘지맥이 끝나고, 이어 2년 동안 매주 화요일, 산행이 이어져, 계방지맥 등 10여개의 큼직한 지맥, 기맥의 종주를 마친다. 화요맥의 멤버들은 이미 백두대간과 9정맥을 마치고, 기맥, 지맥을 찾아다니는 베티랑 산꾼들이다. 흔히 대학, 대학원을 거쳐, 박사과정을 한다고 자랑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양반들을 2년 동안 매주 따라다녔더니 자연스럽게 독도능력이 생긴다.
오대산 갈림길에서 본 대둔산 암봉
2008년에 들어서서, 우선 대학원과정(9정맥)부터 제대로 이수를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가고파 산우회를 따라 금북정맥, 한남정맥을 시작하며 9정맥에 재도전한다. 이후 낙동정맥은 뫼솔 산악회, 호남정맥은 무주공산과 송암 산악회의 안내를 받고, 낙남정맥은 개별산행으로 주 2회 산행을 계속하여, 이제 9정맥을 마무리 한다. 나로서는 총력전을 편 셈이다.
상당산 성벽길
9정맥 종주를 마치는 데는 집사람의 성원이 큰 힘이 된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새벽밥을 차려주고, 도시락을 챙겨준다. 산행 후 쏟아내는 땀내 나는 옷과 양말들을 군소리 없이 세탁해 준다. 1박2일, 2박3일, 일정으로 '나 홀로 산행'을 떠 날 때는 걱정으로 잠을 설치면서도 애써 내색을 않는다. 함께 산행을 하지는 못하지만 마음으로는 동반산행 이상의 지원을 해준다.
기록을 위해
이제부터는 명산을 찾아다니며 즐기는 산행을 해야겠다. 미숙하지만 산행기록을 남기고, 이처럼 산행과정을 돌이켜보는 것은 오직 9종맥종주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이다.
(2009. 5. 19.)
고래 대장님!안녕하세요?2004년, 배낭 하나 제대로 멜 줄 모르는 사람이 무작정 백두대간에 뛰어 들더니, 이렇게 9정맥을 마치는 군요. 배낭 메는 법부터, 행보법, 독도법 등 필요한 모든 산행기법을 대장님이 가르쳐주신 덕택입니다. 고맙습니다.연락주세요. (011-712-2854)술 한 잔 해야지요.
안사장님. 진정 어렵고도 힘든 기록에 도전 완등하셨군요. 진심으로 대학원(?)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오늘 호우경보속에 모처럼 들어왔다 반가운 낭보를 접하게되어 영광입니다.더욱 건강하시고 앞으로 아름다운 명산 순례도 기대하겠읍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양 사장님!동유럽을 함께 여행했던 것이 2003년 5월이니, 벌써 6년 전 일이로군요.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잊지 않고, 간간이 연락 주시어 고맙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요.여전히 부인과 함께 즐겁게 지내시죠? 해외 나들이도 꾸준하겠구요.감 농사일로 한창 바쁠 때 아닌가요?머리가 허연 늙은이가 산악회를 따라다니기가 눈치가 차츰 보이지만, 명산을 중심으로 주 2회 산행은 계속 해 볼 생각입니다. 산행이 이제는 생활의 일부가 됐으니 어쩔 수가 없군요.건강하고 즐거운 나날 보내십시오.
해풍 2010/05/10 10:38
노익장이 대단하십니다!!!!
9정맥 완주를 축하드리며...
요요산행에서도 자주 뵙길 고대합니다.
고봉 2010/05/10 12:59
노익장을 상징하시듯이 9정맥 완주하신 인내력과 체력에 다시한번 축하를 드립니다 계속 즐산하십시요
목련 2010/05/10 14:04
축 하합니다 9정맥 완주
같이 산행 할 수 있었으면....
선비 2010/05/10 15:34
9정맥 완주를 축하 드립니다 우림님!
얼마전 사패산에서 9정맥을 완주 했다는 마루님을 만났는데 고래님도 아시더군요.
도상 거리가 2,000km가 넘는다니 실로 엄청난 거리네요.
저도 얼추 600km 정도 걸었는데 국토순례를 꼭 완주하고 싶습니다,,
우정 2010/05/10 19:46
결국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셨군요.
우림님~ 경하드립니다.
싸부 2010/05/11 07:13
축하드립니다.ㅉㅉㅉ 저도욕심은 나지만 시간도 능력도없으니~산악회산행만이라도 즐겼으면하는 바램뿐입니다. s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