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푸쉬카르(Pushkar)
2011년 3월 2일(수)
인도여행 16일째 되는 날이다. 자이뿌르 일정을 마치고 푸쉬카르로 이동한다. 몇일 전 길잡이는 15인승 승합차를 렌트하여 아침에 여유 있게 출발하고, 그 비용은 우리들이 일인당 250루피씩 부담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해온 바가 있다. 모두들 야간열차의 고생스러움을 익히 아는 터라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당초에는 야간기차로 이동한다고 했던 것인데, 아마 차표를 못 산 모양이다.
9시 호텔 앞에서 승합차에 오른다. 승합차는 편도 3차선의 고속도로를 달리더니, 10시 50분 경, 휴게소에 정차하여, 잠시 휴식시간을 준다. 휴게소에서 난(Naan)을 만드는 아저씨의 솜씨가 달인의 경지에 이르렀다. 주위에 둘러서서 구경하는 사람들이 모두 감탄한다. 다시 출발한 버스가 푸쉬가르에 접근한다. 도로확장공사, 철도부설 공사 등 공사가 한창이다. 1시경, 수영장까지 있는 멋진 그린 파크 리조트에 도착하여 짐을 푼다.
승합차는 고속도로를 달리고
휴게소에서 난을 만들고 있는 아저씨, 달인의 솜씨다.
수영장까지 있는 리조트
푸쉬카르는 인구 약 15,000명의 작고 아름다운 마을이다. 1~2시간이면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부라마 연꽃이 떨어져 만들어 졌다는 아름다운 호수, 호수 변의 가트들. 그리고 사다르 바자르(Sadar Bazaar) 메인 도로 주변의 다양한 여행자 편의시설 등으로 피곤한 여행자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낙타 사파리 또한 독특한 매력이다.
푸쉬카르 호수와 자이뿌르 가트
오른쪽 산봉우리 위의 사비뜨리 사원
사다르 바자르 메인 거리
낙타 사파리
방 배정을 받고 난 후, 일행들은 점심식사를 하러 사다르 바자르에 있는 SR 레스토랑을 찾아 나선다. 저렴한 가격의 탈리 집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프랜즈 가이드북이 소개한 곳이다. 메인도로로 들어서자 음악소리가 요란하고 도로를 가득 메운 축제 행렬 주변에 구경꾼들이 구름처럼 몰려있다. 우리일행도 그 인파 속에 묻혀 뿔뿔이 흩어진다. 나중에 알아보니, 지와 페스티발(Jiwa Festival)이라고 하는 쉬바 신의 결혼 축제라고 한다.
리조트를 나와 메인 거리로 향한다.
축제 1
축제 2
축제 3
축제 4
축제 구경도 좋지만 시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 혼자서 SR레스토랑을 찾아 나선다. 지도가 가리키는 지점 가까이 왔는데도 좀처럼 식당을 찾을 수가 없다. 주변에 물으니, 상호가 파푸(Papu)로 바뀌었다고 한다. 겨우 찾아서 2층으로 올라가니, 주인도 손님들과 어울려 축제를 보며 춤을 추느라고 정신이 없다. 탈리를 주문한다. 가격은 60루피다. 가이드북이 소개한대로 즉석에서 카레를 만드느라 30분 정도 기다린다.
상호가 PaPu로 바뀐 SR레스토랑
점심식사를 하고 가까운 브라마 사원(Brahma Mandir)을 찾는다. 유지의 신 비슈누, 파괴의 신 쉬바와 더불어 인도의 3대 신으로 꼽히는 창조의 신 부라마지만, 창조는 이미 이루어졌기 때문에 숭배의 대상에서 멀어져, 부라마 신만을 모신 사원은 전 세계에서 오직 이곳 한 곳밖에 없다고 한다. 무굴제국의 아우랑제브에 의해 파괴 됐던 것을 재건한 것이라고 한다, 입장하기 전에 카메라 등 소지품과 신발을 모두 맡겨야 하기 때문에 사진이 없다.
부라마 사원
부라마 사원을 대강 둘러보고, 호수가로 나와 가트 주변을 어슬렁대다, 낙조를 보겠다는 생각으로 선셋 카페(Sunset Cafe)로 향한다. 6시가 다 되어 선셋 카페에 이르니, 서양인들이 노천카페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며 차를 마시고 있는 풍경이 무척이나 이국적이다. 흩어졌던 우리일행이 하나둘 모여들지만, 구름이 잔뜩 몰려있는 서쪽 하늘을 보면 오늘 낙조보기는 그른 것 같다.
선셋 카페
서편 호수 와 사비트리 사원
북동쪽에서 사비트리 사원과 마주보고 있는 가야뜨리(Gayatri) 사원
신부님이 호텔에 가서 인도 라면을 끓여 먹자며, 라면과 도마도가 든 보따리를 내민다. 함께 호텔로 향하다, 쿠키 몇 봉지를 산다. 방으로 들어서니, 신부님은 이미 정 사장 방에서 전기 곤로와 코펠을 옮겨다 놓았다. 설명서 대로 끓여본 인도 카레 라면은 몹시 짠 편이지만, 물을 더 넣으니 먹을 만하다. 럼주, 카레라면, 도마도, 쿠키로 저녁을 해결한다. 무얼 먹을까? 고민하지 않아서 좋다.
2011년 3월 3일(목)
인도여행 17일째 날이다. 사비뜨리 사원에서 일출을 보려고, 히말라야 팀과 김 화백, 네 명이 새벽 5시 30분 경, 헤드랜턴을 밝히고, 호텔을 나선다. 새벽이지만 버스 스탠드 앞에 어쩌면 싸이클 릭샤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더니, 김연수 사장이, “인도 사람들이 그처럼 부지런하면, 가난할 리가 없겠죠.”라고 강하게 부정한다. 과연 버스 스탠드 앞에는 사람 그림자도 없다.
걸어서도 40분이면 갈 수 있다고 했으니, 탈 것이 없어도 문제 될 것은 없다. 어둠 속을 부지런히 걷는다. 6시 25분, 가파른 계단을 오르다 잠시 멈춰 서서 동족 하늘을 본다. 서서히 여명이 밝아온다. 6시 31분, 사위가 어렴프시 밝아지며 불빛이 환한 푸쉬카르가 내려다보인다. 건너편 산위 불빛이 보이는 곳이 우유 짜던 소녀인 가야뜨리(Gayatri)의 사원인 모양이다.
사비뜨리 사원 아래에서 본 새벽의 푸쉬카르
6시 35분, 사원 앞에 이르지만, 사원 문은 굳게 닫혀있다. 사원 뒤 암릉 정상에서 해돋이를 기다린다. 7시 해뜨기 직전이다. 사비뜨리 사원 뒷모습이 선명하다. 1분 후, 해가 얼굴을 내밀고, 또 2분 후에는 산 능선을 타고 앉더니, 금방 허공으로 둥실 뜬다. 장엄한 광경이다.
해뜨기 직전의 사비뜨리 사원의 뒷모습
해뜨기 직전
햇님이 얼굴을 보이고
산 능선에 걸터 앉아 잠시 쉬더니
금방 허공으로 솟는다.
사원 쪽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서양인들 몇몇이 모습을 보인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한다.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푸쉬카르가 명당이다. 사방이 산으로 빙 둘러 싸인 너른 분지다. 김 화백은 자궁형 명당이라고 한다. 동쪽으로 푸쉬가르 호수와 마을이, 서쪽은 경작지로 이용할 수 있는 너른 들이 펼쳐진다.
동쪽의 호수와 마을,
남쪽의 사막과 마을 주 진입로
서쪽의 너른 경작지
사원으로 내려오니 문이 열려있다. 사원 안으로 들어선다. 입구의 신성한 나무를 지나 테라스에 서니, 좌우의 푸쉬카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데, 북동쪽으로 가야트리 사원이 작게 보인다. 서로 마주보는 두 사원에는 아래와 같은 이야기가 전해온다고 한다. 사원 안의 신상을 카메라에 담고 사원 문을 나선다.
사비트리 사원에서 본 푸쉬카르, 맨 왼쪽 작은 봉우리 위의 뾰죽한 것이 가야트리 사원이다.
신상
브라마가 개최한 희생제에 부인인 사비뜨리가 지각을 하여 나타나지 않자, 모든 신과 성자들에게 망신을 당한 브라마가 홧김에 마침 그 옆을 지나가던 우유 짜는 소녀 가야트리를 두 번째 부인으로 맞이하고, 희생제를 치른다. 뒤 늦게 이 사실을 안 사비뜨리가 불 같이 노하여, “브라마의 사원은 전 세계에 푸쉬카르에 딱 하나만 남을 것.”이라고 저주한다. 아내의 저주에 분노한 부라마는 가야뜨리를 신으로 승격시켜 사비뜨리와 동격을 만든다. 이후 두 여신은 부라마 사원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서로 노려보고 있다고 한다. (펌)
산을 내려오다 만나는 나무들이 특이하여 카메라에 담고 뒤돌아 사비뜨리 사원을 바라본다. 펌프장을 지나다, 김연수 사장이 물 깃는 여인들은 돕는다. 물동이를 이고 가는 인도여인들의 뒤태가 날씬하다. 마을을 지난다. 열린 마당에 펌푸장에서 만났던 여인이 두 아이와 함께 웃고 있다. 집안으로 들어가 여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두 아이들에게 용돈을 쥐어 준 후 작별을 한다. 호텔로 돌아와 사워를 하고, 정 사장의 아침 초대에 응한다. 마지막 남은 라면과 햇반을 새벽등산을 함께한 동료들 같이 나누고 싶다는 초대다. 얼큰한 라면 국물 맛에 속이 확 풀리는 느낌이다.
나무 1
나무 2
뒤돌아본 사비뜨리 사원
펌프장
날씬한 인도여인의 뒤태
앞모습
12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짐은 호텔에 맡긴다. 호텔식당에서 볶음밥으로 간단히 점심식사를 하고 빈 방을 빌려, 한동안 휴식을 취한 후, 3시에 낙타를 타고 사막으로 향한다. 낙타는 실크로드를 여행하면서 명사산에서 타본 적이 있다. 엉덩이 살이 없는 편이라 엉덩이가 무척 고생을 한다. 몸의 중심을 번갈라 좌우로 옮겨 고통을 반감시키려 노력한다.
낙타를 타고 사막으로
아스팔트 도로도 걷고
한 시간 반 쯤 진행한 후, 사막에서 한차례 휴식을 취한다. 가까이 본 낙타의 얼굴에 표정이 없다. 이어 다시 낙타에 오른다. 이제 사막화가 진행되는 지형이다 보니 여기저기 가시나무들이 서있다. 낙타가 가시나무 가까이로 접근하게 되면, 가시나무가 낙타 등에 탄 사람을 사정없이 훑고, 비명소리가 요란하다. 하여 낙타가 가시나무에 접근하면, 낙타몰이꾼이 “가시, 가시,”라고 외쳐, 주의를 환기시킨다. 6시 20분 경, 일행은 야영장에 도착한다.
휴식
무표정한 낙타
가시나무
야영장 도착
낙타 몰이꾼들이 모래 위에 ㄷ자형으로 두터운 담요을 깔아 잠자리를 만들고, 해지기 전에, 준비해 온 인도식 저녁식사를 제공한다. 저녁식사 후 해가 떨어지고 사방이 어두워지자, ㄷ자형 입구에 모닥불이 피워지고 이 불은 새벽까지 꺼지지 않는다. 정 사장과 김지혜 양이, 준비해온 닭으로 백숙을 끓인다.
모닥불
날씨도 온화하고, 하늘에는 별이 총총하다. 연령분포가 광범위하여 모닥불 주위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활기찬 모습은 볼 수 없으나, 무리무리 지어 조용히 쾌적한 사막의 밤을 즐긴다, 피곤한 사람은 일찌감치 침낭 속으로 들어가 밤하늘의 별을 보며 휴식을 취한다. 이윽고 백숙이 다 되고, 술잔이 돌며 야영장의 분위기가 조용히 무르익는다.
김연수 사장의 “아름다운 밤입니다.”라는 소리에 웃음을 참지 못하는 아가씨들
백숙이 익는다. 터번 두른 양반이 캪틴이다.
밤이 깊어지자 바람이 일기 시작한다. 춥지는 않지만 모래가 날려 귀찮다. ㄷ자로 깔아 놓은 담요 위에 자리를 잡고, 침낭 속으로 들어가 잠을 청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환경, 거센 바람 속에서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12시가 넘어 잠이 들었지만 바람이 심해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아침 6시경에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새벽잠이 고이든 대원들의 자는 모습이 다양하다.
혼자 떨어져 자는 사람
바짝 붙어서 자는 사람
2011년 3월 4일(금)
인도여행 17일째를 맞는다. 아랫배가 살살 아프다. 엊저녁 백숙국물이 끓인 것이기는 하지만 파는 물이 아니라서 탈이 생긴 모양이다. 설사기가 있는 지뢰를 묻고나니, 뱃속이 다소 편해진다. 하지만 만일을 위해, 지사제와 항생제를 함께 복용한다.
6시 30분에 모든 대원들이 기상하고, 짜이, 토스트, 바나나로 아침식사를 한 후, 7시 20분경에 호텔로 향한다. 아가씨들이 피곤한지, 모두 낙타를 버리고 수레에 오른다. 밤새 동료들 담요가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신경을 쓰느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김지혜 양만이 꿋꿋하게 낙타 등에 오른다.
낙타 사파리 뒷바라지를 해주신 분들
모래 위의 그림자.
아가씨들은 수레를 타고
9시경, 호텔로 돌아와 수영장에 잠시 들렀다 휴식을 취한다. 많이 피곤하다. 낙타 등에서 오랫동안 시달리고, 사막에서 거센 바람에 잠을 설친데다, 배탈까지 나고 보니, 피곤하지 않다면 그게 이상한 거다. 점심,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사다르 바자르에 나간 것 이외에는 호텔에서 줄곧 쉰 후, 8시 40분 경, 승합차를 타고 아즈메르 역으로 이동한다.
(2011. 4.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