푼힐지구(4) : 타다피나-시누와
실처럼 이어지는 산허리길
2012년 3월 27일(화) 닷새째(타다피나-시누와)
오늘은 조망이 좋은 타다파니(Tadapani, 2590)에서 일출을 즐기고 출레(Chuile,2309)를 거쳐 킴롱 코라(Kimrong Khola,1867)까지 내려섰다, 타우룽(Taurung, 2180)을 거쳐 촘롱(Chhomrong, 2200)에 오르고, 촘롱 코라(1830)를 건넌 후 산허리를 타고 시누와(Sinuwa, 2360)에 도착하여 숙박한다. 총 거리 15,5Km
타다파니를 벗어나면 만년설을 이고 있는 장엄한 히말라야의 모습은 사라지고, 킴롱 강과 촘롱 강 양안(兩岸)의 가파른 사면에 만든 층계논과 작은 마을들을 지나면서 네팔인들의 고달픈 삶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촘롱을 지나면 푼힐지역은 끝나고, 안나푸르나 생츄어리로 접어들게 된다.
5시 30분경에 기상하여 카메라를 들고 마을 전망대로 나간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해뜨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윽고 여명 속에서 마차푸차레와 안나푸르나 사우스가 모습을 보이고, 6시 19분, 마차푸차레 오른쪽에서 햇님이 얼굴을 내민다.
여명 속의 마차푸차레
안나푸르나 사우스와 히운출리
타다파니에서 본 일출
아침 식사를 마치고, 맥주파트너와 그녀 애인의 전송을 받으며, 8시 정각 출레를 향해 출발하여, 랄리구라스 정글 속으로 들어선다. 맑은 날씨, 쾌적한 아침산책이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안나푸르나 사우스가 그림 같고, 깊은 숲속 내리막길에서 만난 고사목 조각상에서 천년세월이 느껴진다.
랄리구라스 정글
하늘을 가린 랄리구라스
고사목이 남긴 조각상
8시 50분 경 출레에 도착하여, 마운틴 디스커버리 롯지의 넓은 마당에 선다. 까마득한 저 아래로 킴롱 강이 흐르고, 건너편 대안 절벽 위로 주름처럼 펼쳐진 계단식 밭에는 누렇게 보리가 익고 있다. 가파른 내리막을 이리구불 저리구불 감돌아 내려서서, 농가와 계단식 밭을 지난다.
출레, 마운틴 디스커버리 롯지
까마득한 킴롱강 계곡,
건너편 대안의 계단식 밭
가파른 사면에 터를 닦고 자리 잡은 농가
보리가 익어가는 계단식 밭
가이드 파상에게 네팔의 주산업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농업이라고 한다. 인구의 70%이상이 농업에 종사하나, 그 중 80%가 소작농인데, 요즘 젊은이들은 농사를 짓기보다, 도시나 외국으로 돈 벌러 나가기 때문에 버려진 농경지가 자꾸 늘어난다고 걱정을 한다. 9시 37분경 시프롱(Siprong)을 지나고, 이어 킴롱 강가에 내려선다.
킴롱 강에 걸린 현수교
킴롱 강
강을 건너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오르다 뒤를 돌아보니, 출레에서 킴롱 강까지 내려온 지나온 길이 한눈에 보인다. 10시 10분 경, 굴정(Ghurjung, 2030)에 도착하여 레몬차를 마시며 잠시 쉰다. 굴정에 계시된 안내판을 보면 시누와까지는 4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날씨가 더워 반바지 반소매 차림으로 옷을 바꿔 입고 촘롱을 향한다.
지나온 길
굴정 안내판
어제 새벽은 겨울
오늘 낮은 한여름
굴정을 출발하여 산허리로 이어지는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른다. 약 1시간 쯤 걸어, 11시 40분 경, 고개마루턱에 있는 힐탑(Hill Top) 찻집에 이른다. 촘롱과 ABC 방향을 알리는 멋진 이정표가 있는 이곳에서 한국여성을 만난다. 포터 하나만 데리고 혼자 트레킹에 나선 예쁜 아가씨다. 영어가 되고, 인터넷에서 충분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신세대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 포터들 중에는 젊은 여성들에게 치근대는 녀석들도 있다고 하자, 아가씨는 환하게 웃으며, 태권도 품세를 취해 보인다. 대견한 아가씨다.
산허리로 이어지는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르고
힐탑 찻집 앞 이정표
촘롱 가는 길이 산허리를 타고 실처럼 이어지고 그 위를 걷는 트레커들이 점점이 보인다. 오른쪽은 까마득한 계곡이다. 차마고도가 따로 없겠다. 이게 차마고도다. 길이 오르막으로 변하면서 촘롱이 가까위 지고, 계단식 밭과 집들이 다가온다. 12시 20분 경 촘롱에 도착하고, 이어 점심식사를 하러 인터내셔널 게스트 하우스로 들어선다. 들어서자마자 바로 캔 맥주가 있느냐고 묻는다. 다행이 있다는 대답이다. 제일 시원한 것 하나를 빨리 달라고 독촉을 한다.
촘롱에 도착
캔 맥주가 있는 인터내셔날 게스트 하우스
식사를 주문하고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쉬고 있자니 히말라야가 온통 내 것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주인 집 할머니와 아이들 사진도 찍어주는 등 느긋한 점심을 즐기고 촘롬코라를 향해 내리막길을 내려선다. 촘롱은 제법 큰 마을이다. 이제부터는 안나푸르나 생츄어리지역이다. 내리막길에서 모디코라가 흐르는 계곡을 바라본다. 날씨가 좋으면 저 깊게 파인 V자 계곡 안쪽의 만년설이 보일 터인데 지금은 운무뿐이다.
주인집 할머니
모디코라 계곡
2시 30분, 촘롱코라를 건너고 시누와로 오르면서 뒤돌아 지나온 촘롱을 바라본다. 4시경 시누와 게스트 하우스에서 여장을 푼다. 사워를 하고, 락시(Raksi)를 마신다. 락시의 맛은 집집마다 다 다르다. 이집 것은 알콜 도수가30% 정도인데 따근하게 데웠다. 맛이 훌륭하다. 아마도 락시가 없었다면 이번 히말라야 트레킹의 재미가 반감됐을 지도 모르겠다.
촘롱 강을 건너고
시누와 게스트 하우스
오늘 저녁은 백숙이다. 무스탕 커피(락시+커피)를 마시며 백숙을 즐긴다. 하루 피로가 말끔히 가시는 기분이다.
(2012. 4.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