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우산(靑雨山, 619.3m)
하늘이 보이지 않는 울창한 숲, 그 끝으로 청우산의 머리가 뾰족하다.
2011년 6월 11일(토)
요요회를 따라 가평에 있는 청우산을 간다. 한북정맥이 국망봉에서 강씨봉을 지나 890m봉에서 동쪽으로 새로운 능선을 분기한다. 이 능선은 명지산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내리며 연인산을 일으킨 후, 계속 남진하여 대기산, 불기산을 거치고, 호명산을 지나 첨평호에 잠긴다. 이른바 연인지맥이다.
연인지맥과 청우산(펌)
청우산은 이 연인지맥의 수리봉(592.7m)에서 다시 남쪽으로 분기하여 조종천에서 맥을 다하는 또 다른 능선 위에 솟은 산으로, 족보상으로는 백두대간을 할아버지라고 한다면, 청우산은 증손자쯤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서울에서 가깝지만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호젓함을 줄길 수 있고, 특히 숲이 아름답다고 한다.
약속장소인 상봉역 경춘선 대합실에 모인 12명의 대원들은 8시 20분 발 춘천행 열차에 오른다. 주말이라 열차 안은 배낭을 멘 등산객들로 제법 붐빈다. 밝은 원색 등산복으로 치장을 한 할머니 등산객 일행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서서 갈 정도다.
9시경 열차는 상천역에 도착하고, 열차에서 내린 일행은 역사를 나와 산행준비를 한 후, 경춘가도로 향한다. 구름이 끼었지만 비교적 맑은 날씨다. 여름이 시작되는 6월, 주위의 산들이 온통 푸르다. 유난히 좁게 느껴지는 46번 국도에 많은 차량들이 굉음을 내며 질주하고 있다. 횡단보도애서 신호가 떨어지기를 한 동안 기다린다.
이윽고 횡단보도를 건너 인도도 없는 도로변을 따라 왼쪽으로 내려선다. 덤프트럭, 대형버스들이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며 스쳐지나간다. 위험한 길이다. 이런 길을 5분 정도 걸어 교통 표지판이 보이는 수리재 삼거리에서 오른쪽 8번 군도로 들어선다. 자동차 통행이 뜸한 아스팔트도로다.
인도도 없는 갓길을 걷고
9시 34분, 도로가 오른쪽으로 굽어지는 한터마을 입구에서, 도로를 버리고 입구에만 포장이 된 왼쪽 임도로 내려서며 산행을 시작한다. 너른 임도는 계곡을 건너 완만한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9시 38분, 선두에 선 덕암대장이 임도를 버리고, 왼쪽 절개지를 올라, 산길로 들어선다. 지도만 가지고는 찾기 어려운 길이다. 덕암대장은 지난겨울 이 길로 청우산에 오른 적이 있어 길을 기억하는 모양이다.
산행코스
군도를 버리고 왼쪽 임도로
임도를 버리고 왼쪽 절개지를 올라 산길로
풀이 웃자란 임도다. 풀냄새가 강하게 코끝을 자극한다.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9시 41분, 갈림길을 만나고, 덕암대장이 다시 왼쪽 산길로 들어선다. 비교적 뚜렷하게 이어지는 험한 산길이다. 등산로라기보다는 약초꾼들이 다닌 길 같아 보인다. 갈림길이 자주 나오고, 앞장 선 덕암대장도 길 찾기에 자신이 없는 모양이다. 뒤 따라오던 대원들이 길을 잘못 들었다며 뒤돌아서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풀이 웃자란 임도
덕암대장도, 길 찾기를 포기하고 순순히 백 드라이버들의 요구에 따라, 9시 47분, 갈림길로 되돌아와 직진 길로 진행하여, 2분 후 임도로 내려선다. 우리들이 왼쪽 절개지로 오르면서 버렸던 임도라고 짐작이 되는 길이다.
다시 임도로 들어선 덕암대장은 아직 스틱도 안 뽑았다.
임도를 따라 완만한 오르막을 오른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연인지맥 의 마루금으로 짐작되는 당당한 산줄기가 눈길을 끈다. 10시 1분, 임도가 끝나는 지점에 이르자, 왼쪽 산길 입구에 표지기가 보인다. 표지기를 따라 왼쪽 능선으로 들어서고. 곧 이어 만나는 갈림길에서 두 번째 표지기가 다시 왼쪽 산길로 안내를 한다.
시야가 트이며 오른쪽으로 보이는 능선
표지기
울창한 숲 사이로 낙엽이 푹신하게 깔린 산길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초여름 숲의 향기가 가득하다. ‘홀딱 벗고, 홀딱 벗고’, 여름이 시작될 무렵, 무성한 숲 속에서 들을 수 있는 새소리다. 뒤따라오던 대원이 이 새소리에 화답을 한다. 하지만 그 화답소리를 까먹어 이곳에 소개하지 못하는 것이 유감이다.
초여름의 무성한 숲속을 걷는다.
10시 26분, 고도 320m 정도의 임도로 내려섰다, 건너편 능선으로 들어선다. 울창한 숲이 계속 이어진다. 앞서 가던 청산이, “붙었다. 붙었다.”라고 소리를 치고, 화봉은, ‘꼭 키스하는 것 같다.“며, 뒤에 오는 여학생들을 기다린다. 오솔길님이 있으면 연리지(連理枝)에 대한 강의를 들 수 있겠는데, 아쉽다.
임도에 내려서고
붙은 나무, 키스하는 나무를 지나고
오른쪽으로 산 사면을 가득 채운 잣나무들이 하늘을 찌르고 서있다. 능선이 점차 가팔라진다. 10시 36분, 고도 370m 정도의 T자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하고, 3분 후에는 391m의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진행하여, 10시 42분, 표지기가 걸린 408m봉에 오른다.
잣나무 숲
T자 능선
408m봉
안부를 지나고, 약 15분 동안 계속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길을 힘들게 오른다. 11시 1분, 고도 451m 정도의 T자 능선에서 덕암대장이 지도를 보며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있다. 이곳에서 먼저 오른 사람들이 뒤에 오는 사람들을 기다렸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11시 18분,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250도 방향으로 시야가 트이며 멀리 축령산이 보인다.
주능선에 올라 독도를 하는 덕암대장
250도 방향으로 보이는 축령산
11시 23분, 안부 사거리에서 직진하여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11시 31분, 고도 479m의 T자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고, 11시 48분, 청우산 50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바로 청우산에 오르지만, 정상석과 헬기장이 있는 정상 주변에 나무들이 무성하여 조망은 별로다.
이정표
정상석
청우산 정상 바로 아래, 시원한 그늘에서 대원들이 둘러 앉아 점심상을 펼친다. 술이 대여섯 가지나 되고, 안주가 진수성찬이다. 이처럼 무거운 짐을 지고 온 여자대원에게 모두들 맛있게 먹어 고마움을 표시한다. 푸른 숲속에서 1시간이 넘게 점심식사를 즐기고, 정상석 앞에서 증명사진을 찍은 후, 1시경, 헬기장을 지나며, 산행을 속개한다.
청우산 정상
산행 속개
울울청청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푸른 숲속을 능선을 따라 가볍게 오르내린다. 1시 29분, 무명봉에서 일행이 모여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안부로 내려섰다, 542m 정도의 T자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푸른 방초가 무성한 너른 방화로를 걷는다. 갈색 나비 한마리가 씀바귀 꽃에 앉아 꿀을 빨고 있다.
방화로
꽃과 나비
2시 7분, 이정표가 있는 너른 사거리 안부에 이른다. 남쪽은 하산길이고, 동쪽 방화로를 따라 오르면 대금산, 불기산 방향이다. 여자대원들이 더위에 지친모양이다. 나무그늘에 앉아 쉬면서, 여름산행은 5시간 정도가 적당하다면서도, 아직은 하산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이정표
2시 18분, 방화로를 따라 오르며 산행을 속개한다. 2시 30분, 삼각점이 있는 수리봉(392.7m)에 오른다. 시야가 트여, 북쪽으로 연인지맥 줄기가 웅장하고, 남쪽으로는 상천리가 내려다보인다. 2시 42분, 표지기들을 따라 동남쪽 사면으로 내려선다.
방화로를 따라 오르고
수리봉 삼각점
북쪽 조망
동남쪽 조망
2시 46분, 고도 474m 정도의 안부에 내려서고, 이어 바위가 있는 532m봉을 지나, 한 동안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3시 19분, 커다란 느티나무를 지나고, 7분 후, 이정표가 있는 수리재 삼거리에 이른다. 이정표는 불기산까지의 거리가 1.7Km라고 알려준다. 당초 산행계획은 불기산을 넘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이곳에서 이미 하산을 시작한 사람들도 있고, 또 이 시점에서 산행을 계속하겠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도 없자, 덕암대장도 할 수 없이 계획을 바꿔, 하산길을 택한다.
바위가 있는 532m봉
큰 느티나무
삼거리 이정표, 덕암대장도 마지못해 하산을 결정한다.
하산길이 또 한 폭의 그림이다. 왼쪽으로 불기산이 가깝게 보인다. 3시 47분, 임도로 내려서서, 불기산 2.64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4시 6분, 상천 3리 마을회관 앞에 있는 정자에 이르러 오늘산행을 종료한다. 손목에 차고 있는 Pyxis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쉰 시간을 포함한 오늘의 산행시간이 5시간 32분에, 산행거리는 11,6Km라고 알려준다.
하산길
상천3리 마을회관 앞 정자
이곳까지 버스가 들어오지만 버스시간을 모르니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다. 택시를 부르면 3대가 와야 하고, 또 청평에서 출발하는 택시라, 요금 또한 만만치가 않겠다. 가까이에 시골밥상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그곳에서 식사를 하면 차편을 얻어 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식당으로 가 보지만, 차가 없어 역까지 태워다 줄 수가 없다는 대답이다.
이왕 들어선 식당..., 맥주가 있다는데 어찌 그냥 나올 수가 있겠는가? 시원한 맥주와 막걸리로 갈증을 달래고 더위를 식힌 후, 4시 50분 경, 식당을 나서서 한적한 아스팔트도로를 터덜터덜 걷는다. 시원한 바람을 쏘이며 산골짜기 길을 걷는 기분이 나쁘지 않다. 5시 34분, 산행을 시작했던 한터마을 입구를 지나고, 5시 54분, 역에 도착하여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땀에 젖은 상의를 갈아 입는다.
등산을 시작했던 한터마을 입구
상천역
상봉역 노변 카페에서 뒤풀이
6시 10분 열차를 타고 상봉역에 도착하니, 발목부상으로 산행에 참여하지 못했던 선비님 기다리고 있다. 중앙선, 경춘선을 갈아탈 수 있는 상봉역 부근이 무척 번화하다. 선비님의 안내로 치킨 집에서 뒤풀이를 한다.
(2011. 6.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