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아

짱아(9)

Urimahn 2012. 11. 30. 11:58


 

 

 

 


서울 시내 동물병원을 찾아 가 보면, 그 규모와 시설, 그리고 진료과목 등에 놀란다. MRI시설, CT촬영, 응급실, 실험실, 검사실, 수술실, 등이 정비돼 있고, 남녀 수의사들이 24시간 교대로 진료한다. 치과에는 임프란트 시술도 한다고 한다.

짱아도 두 번씩이나 이런 병원에 입원을 한 경험이 있다. 짱아가 2살이 지난 어느 해 추석 전날이다. 갈비찜이 다 됐다고, 집사람이 한 잔 하겠냐고, 묻는다. 불감청이 언정 고소원이라, 어찌 마다하겠는가?

갈비가 익는 냄새에 끌려 벌써부터 부엌 입구를 지키고 있던 짱아가 식탁으로 쫓아와, 코를 쫑긋, 쫑긋하며 빤히 올려다본다. 식탁에서는 강아지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고는 하지만, 이런 모습을 보고도 모르는 체, 혼자 먹는다는 것은 웬만한 강심장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쉽지가 않다.

오백 원짜리 동전 만한 연골에 제법 살이 붙은 것을 손에 쥐고, 짱아가 뜯어 먹도록 입에 대 준다. 기다리던 짱아가 왈칵 물고 당기는 바람에, 연골은 손에서 미끌어지고, 짱아는 이 것을 한 입에 삼켜버린다.

순간 짱아가 비명을 지르며 나딩굴더니, 이층계단으로 도망쳐 헐떡이고 있다. 비명 소리에 집사람이 부엌에서 뛰어 나오고, 이층 제 방에 있던, 재욱이, 재현이도 달려 내려온다. 자초지종 설명을 듣고, 짱아를 보더니 모두들 병원으로 데려가야 한다고 난리다.

갈비가 다소 컸던 모양이지만, 일단 삼켰으니, 식도의 연동운동으로 위까지 내려가면, 별일 없을 것이라고 설명을 해도, 집사람과 아이들은 막무가내다. 3 : 1이니 당해 낼 재주가 없다. 할 수없이 식구들이 총동원되어, 짱아를 차에 싣고, 신사동에 있는 24시간 동물병원을 찾는다.

추석 전날 저녁인데도, 의사들이 여러 명 대기 중이다. 상황을 설명해 주니, 우선 위 X-Ray 부터 찍어 보자고 한다. 한번 찍어보고는, 사진이 불분명하다고, 약을 먹이고, 다시 여러 장을 찍는다. 의사가 사진을 보여준다. 동전 만한 연골이 위 속에 얌전하게 들어있다. 의사는 소화를 촉진하는 주사를 한 대 놔주고는. 음식은 일체 주지말고, 내일 다시 한 번 더 데리고 나오란다.

추석날 동생들이 집에 온다. 강아지를 오래 키워본 동생들은 병원에 다시 갈 필요가 없다고 귀띔한다. 하지만 아이들 등쌀에 견디지 못하고, 오후에 다시 병원을 찾는다. 어제 저녁의 의사는 교대를 했는지 보이지 않고, 다른 의사가 다시 X-Ray를 찍는다. 그리고 짱아에게 링거를 꽂은 후, 입원을 시키란다. 경과를 보면서 개복 수술 여부를 결정하겠단다.

연골인데 소화가 되지 않겠냐고 물었더니, 연골이란 소리를 못 알아듣는다. 한글세대라 그런가? 물렁뼈라고 고쳐 이야기해도 못 알아듣기는 마찬가지다. 영어를 안 써서 모르나? Soft Bond 라고 직역을 할 수도 없고, 연골의 영어 표현을 무어라 하는지 내가 모르니 어쩌랴?

갈비가 소화가 안 되고, 장으로 연결된 유문을 막게되면 개복할 수밖에 없단다. 사람의 경우도 위에서 장으로 넘어가는 입구를 유문이라고 부른다. 신통하게도 이 부분은 명칭이 같다. 겁을 잔뜩 먹고, 짱아를 입원시킨다.

다음 날 이른 아침 짱아를 보러 병원으로 간다. 처음 짱아를 진찰했던 의사를 만난다. 의사는 연골은 일단 장(腸)으로 빠진 것 같으니 퇴원을 하고, 내일 다시 데리고 오라고 한다. 링거를 뽑고, 퇴원 수속을 마친다. 강아지 치료비는 의료보험도 안 된다. 다음 날, 아이들은 여전히 병원으로 데리고 가야한다고 우기지만, 이제는 집사람도 생각이 많이 달라졌나 보다. 그렇다면 이제는 2 : 2 찬반 동수다. 결정권은 내게 있다. 결국 짱아는 병원에 가지 않았고, 연골은 소화가 됐는지, 배설이 됐는지, 그 후 아무 탈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