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기맥 산행기

진양기맥(15) : 용산치-219.2m봉-대전/통영 고속도로-172.3m봉-진양호

Urimahn 2012. 12. 15. 15:31

 

지난해 11월, 첫 눈이 내린 남덕유산에서 시작한 진양기맥 종주가 봄을 맞아 물빛이 더욱더 짙푸른 진양호에 이르러 끝을 맺는다. 맥(脈)을 쫓는 동호인들의 모임인 "화요맥"이 강 흥식 운영위원장의 지원을 받아, 대원들 스스로가 운영체계를 확립하고, 일사불란한 계획에 따라 이룩한 쾌거이기에 더 한층 의미가 있다 하겠다. "화요맥"은 진양기맥에 이어, 3월 6일. 수도지맥 종주를 시작한다.

진양호 공원, 충혼탑에서 단체 사진


내가 낳고, 자라서 생활을 해온, 우리 땅, 우리 강토를 내 발로 걸어보고 싶어, 아무 준비도 없이 무작정 시작한 것이 백두대간 종주다. 대간종주가 끝나자, 자연스럽게 정맥이나, 기맥 또는 지맥을 따라 산행이 계속된다. 이제는 주 2회 산행이 내 생활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백두대간을 끝내고, 정맥이나, 기맥 또는 지맥종주를 하는 사람들 중에는 무릎이 고장 나서. 주사를 맞거나 약을 먹으면서 힘들게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왜 이처럼 힘든 산행을 이어가는 것인가? 산짐승도 아닌데, 어째서 열일을 제쳐놓고, 주 2회 빠짐없이, 거친 맥을 쫓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간혹 있고, 내 또한 스스로도 자문을 해 보지만, 아무리 궁리를 해 보아도 적절한 대답을 찾기가 어렵다. 장시간 버스에 시달리고, 6~7시간 산행을 지속할 수 있는 건강과 체력을 물려주신,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부모님들께 감사하는 마음이 갈수록 새로워 질 뿐이다.


2007년 2월 27일(화).

진양기맥 종주 마지막 구간은 『용산치(3.7Km)-219.2m봉(1.5Km)-대전/통영 고속도로(2.2Km)-172.3m봉(2.6Km)-진양호 공원 충혼탑』으로 도상거리 약 10Km이다.


아침에는 제법 쌀쌀하지만, 한낮에는 기온이 영상 10도가 넘어, 잡목과 넝쿨 길을 헤집고 지나다 보니, 한여름처럼 더위가 느껴진다. 곳곳에 진달래 밀집지역이 있고, 그 중에 성질 급한 몇몇 녀석들이 활짝 피워 놓은 진달래가 반갑고, 올해 처음으로 노랑나비를 본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경계로 그 북쪽과 남쪽의 등산로 상태가 판이하다. 북쪽은 전형적인 지맥길이다. 헐벗은 능선에 산재한 잡목, 가시넝쿨, 그리고 진달래 등이 팔과 다리를 휘감고, 당긴다. 햇볕을 막아줄 나무도 변변치 않아, 내려 쪼이는 태양열이 뜨겁고, 등산로도 불분명한 곳이 많다. 하지만 고속도로를 넘어서자, 울창한 송림사이로 시원한 등산로가 이어지고, 오른쪽으로 푸른 진양호가 줄곧 따라온다. 아름다운 산책길이다.


22명의 동호인들을 태운 버스는 남으로, 남으로 천리 길을 달려, 11시 14분, 3번 국도변, 용산초롱 식당 앞에 도착하여 대원들을 내려놓는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15) 산행시작-(11시 35) 196.0m봉-(11:51) 230m봉-(12:13) 장이산-(12:47~13:00) 219.2m봉/간식-(13:08~13:18)210m봉/알바-(13:27) 180m봉-(13:42) 3번국도-(13:45) 고속도로 지하통로-(14:41) 172m봉-(14:51) 팔각정--(15:04) 수원지 표시가 있는 쉼터-(15;!2~15:22) 전망대- (15:43) 진양호 충혼탑』간식 13분 포함, 4시간 28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버스에서 내린 대원들은 용산초롱 식당 왼쪽, 밤나무 숲으로 들어서며 산행을 시작한다. 가파른 오르막에 낙엽이 쌓여, 등로가 희미하다. 이윽고 진달래 군락지가 이어지고, 오르막이 완만해진다. 잠시 멈추어 서서, 고속도로 건너 쪽, 지난번 하산했던, 헐벗은 261m봉을 카메라에 담고, 잡목 숲을 헤집고 올라, 11시 23분, 첫 번째 작은 봉우리에 도착한다.

뒤돌아본 261m봉


11시 32분, 두 번째 봉에 올라, 진양호를 굽어보고, 왼쪽으로 내려 선후, 11시 35분, 196.0m봉에 오른다. 삼각점<진주 401, 2001복구)과 준.희 님들이 나뭇가지에 걸어 놓은 비닐 표지판이 눈에 뜨인다. 이곳에서 동남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눈 여겨 보고, 왼쪽 비탈길을 달려 내린다.

준.희 님들의 196.0m봉 표지판


11시 44분, 황폐한 무덤을 지나며, 왼쪽으로 수지골을 내려다보고, 이어 사거리 안부에서 직진하여,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잡목 숲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길에는 햇볕을 막아줄 변변한 나무도 없어, 햇살이 따갑다.

쇠락한 무덤과 수지골


11시 51분, 고도 230m 정도 되는 봉우리에 올라, 뒤돌아, 지나온 황량한 능선과, 그 왼쪽으로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내려다본다. 억새와 진달래가 어우러진 평탄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활짝 꽃을 피운 진달래 한 그루가 눈길을 끈다.

지나온 헐벗은 능선

남보다 일찍 핀 진달래


고만고만한 봉우리 두 개를 넘고, 또 작은 봉우리를 왼쪽 사면으로 우회하여 능선에 오르니, 오른쪽으로 진양호가 멀리 보이고, 정면 송전탑 너머에, 또 다른 작은 봉우리가 보인다. 류 회장이 장이산(190m)이라고 귀띔해 준다. 12시 13분, 말라붙은 넝쿨들이 가득한 장이산 정상을 지난다. 파란 가시가 험상궂게 돋아 난 탱자나무도 보인다.

넝쿨로 뒤덮인 장이산 정상


12시 21분, 송전탑을 오른쪽에 두고, 직진하는 내리막길을 내려선다. 잡목과 넝쿨 사이로 이어지는 험한 길을 따라 작은 봉우리에 오르니, 오른쪽으로 길게 펼쳐진 진양호가 시원하다. 마른 넝쿨이 뒤얽힌 고약한 비탈길을 내려선다. 더워서 장갑을 벗은 손등이 가시에 긁혀 피가 흐르고, 넝쿨에 발이 걸려, 뒤뚱, 몸의 균형을 잃는다. 아마도 스틱이 없었다면, 마른 덤불 속으로 고꾸라졌을 것이다.

작은 봉으로 오르는 험악한 길


12시 47분, 219.2m 봉에 오른다. 조망이 좋다. 지나온 헐벗은 능선과 송전탑,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 광제 봉수대와 집현산, 그리고 푸른 진양호... 류 회장, 심산대장과 함께, 빵으로 간식을 들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헐벗은 능선과 송전탑


약 10정도 휴식을 취한 류 회장과 심산대장이 먼저 출발하고, 뒤에서 꾸물대던 나는 210m봉으로 향하는 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후, 서둘러 뒤를 따른다. 1시 8분, 능선 분기봉인 210m봉에 오른다. 류 회장과 심산대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진양호와 능선을 카메라에 담고, 무심코 오른쪽 능선을 따라 달려 내린다. 내려다보이는 고속도로가 시원하다.

눈앞에 보이는 210m봉- 좌, 우로 분기되는 능선이 뚜렷이 보인다.


 

210m봉에서 본 진양호와 오른쪽 능선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고속도로


뚜렷한 등산로가 가파르게 고속도로 쪽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한동안 표지기들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지도를 꺼내 보니, 아뿔싸 !, 알바가 아닌가?지도상의 마루금은 210m봉에서 왼쪽으로 이어지고 있지 않은가? 가파른 오름길을 다시 올라, 210m봉 정상을 향한다. 정상 못 미쳐, 오른쪽으로 우회하는 길이 희미하게 보인다. 이를 따라 1시 20분 경, 210m봉에서 내려오는 마루금 위에 서니, 앞에 보이는 봉우리에서 류 회장이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약 10분 정도 알바를 하고 제 자리를 찾은 것이다.

알바 후, 무덤이 있는 내리막길에서 본 소나무 봉- 류 회장 모습이 보인다.


안부를 지나, 1시 27분, 소나무들이 서있는 고도 180m 정도의 봉우리에서 고속도로와 진양호를 내려다보고, 오른쪽 비탈길을 달려 작은 봉우리를 하나 넘어, 1시 42분, 3번 국도에 내려선다. 국도를 따라 걷는 류 회장과 심산대장의 모습이 보인다.

3번국도


국도를 따라 왼쪽으로 조금 내려서니, 오른쪽으로 시멘트도로가 보이고, 표지기가 걸려 있다. 고속도로 지하 통로로 이어지는 이 시멘트도로를 따라 걸으며, 고속도로변의 교통 표지판을 본다. <진주 분기점, 서진주 2Km> 1시 45분, 지하통로를 지나, 오른쪽에 보이는 배수로를 따라 올라, 철계단에 이른다.

철계단 오르다 뒤 돌아 본 고속도로, 국도, 시멘트도로


철계단이 끝나는 지점에서, 왼쪽에 보이는 희미한 등로를 따라 가파른 사면을 타고 오르고, 1시 59분, 작은 봉우리에서 왼쪽으로 내려서서, 무덤 2기를 지나, 돌무더기가 있는 고개에 내려선다, 고개에서 직진하여 오르막길을 지나, 2시 41분, 삼각점과 준.희 님들의 비닐 표지판이 있는 172m봉에 오른다. 이제 진양호 공원 경내에 들어선 것이다. 송림 숲 사이로 산책로가 이어지고, 이정표, 안내판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2시 51분, 통나무 계단을 올라, 팔각정에 이르러, 정자 위에서 나뭇가지 사이로 진양호를 굽어본다. 진양호를 따라 군데군데 벤치가 놓인 멋진 산책로가 이어지고, 진양호로 떨어지는 깎아지른 절벽에는 위험 표지판들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3시 4분, '상수원 보호구역'이라는 시멘트 말뚝과 벤치가 놓인 너른 쉼터를 지나, 건너편 전망대로 향한다.

산책길에서 본 진양호


3시 12분, 전망대에 이르러, 목적지에 도착한 느긋한 마음으로, 약 10분 동안 전망대에 머물며, 아름다운 진양호를 굽어본다. 이어, 잘 정비된 공원을 둘러보며, 도로를 따라 천천히 내려선다. 3시 43분, 충혼탑에 이르러, 진양 댐을 굽어보고, 도로를 따라 걷다, 마주 올라오는 버스를 만난다.

진양호 1

진양호 2

전망대에서 본 서진주 IC

전망대

진양호 댐

충혼탑


대원들이 충혼탑 앞에 모두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건너편 교회 앞 공터로 이동하여, 삼삼오오 하산주를 즐긴다. 강 위원장이 솜씨를 뽐낸 백숙이 돌려지고, 소주잔이 돈다. 진주 시장에서 어린 닭을 사다, 오가피와 함께 푹 고은 백숙 맛이 일품이다. 서울 일류 호텔에서 서브되는 백숙 맛도 이 맛에는 미치지 못할 정도다. 강 위원장은 도로 사정에도 밝고, 운전 솜씨도 뛰어나지만, 요리 솜씨도 대단하다. 백숙 후에 끓인 닭죽 또한 그 개운한 맛이 별미다.


쫑파티 분위기가 무르익어간다. 주위의 오래된 동백나무에는 아직 꽃소식이 없는데, 도로변 돌담에 늘어진, 개나리와 흡사한 노란 꽃이 화사하고, 진양호 너머, 산허리에 붉은 해가 걸려있다.

돌담에 늘어진 개나리와 흡사한 노란 꽃


파티를 끝낸 대원들은 손을 나누어 뒷마무리를 하고, 조용히 버스에 올라, 6시 15분 경, 서울로 향한다.


(20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