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기맥 산행기

진양기맥(14) : 내리실고개-집현산-청현재-광제산봉화대-용산치

Urimahn 2012. 12. 15. 15:30

 

 

 261m봉에서 내려다 본 황혼 속의 남강


우수가 지나자 봄이 선뜩 다가 온 느낌이다. 해도 훨씬 길어졌다. 버스 안팎의 기온 차이도 거의 없는 모양인지, 창문에 물방울 맺힘 현상도 없어져, 모처럼 이른 아침부터 차장 밖으로 전개되는 풍광을 마음껏 즐긴다. 도로변 논밭에는 아직도 서리가 하얗게 내린 곳도 있지만, 가까운 산의 빛깔은 이제 완연히 봄이다.


2007년 2월 20일(화).

"화요맥"과 함께 진양기맥 14번째 구간을 산행한다. 코스는 내리실 고개(1.9Km)-월명암 사거리(1.6Km)-집현산 동봉(1.4Km)-진주 집현산(1.3Km)-집현산갈림길(0.5Km)-집현산(0.5Km)-집현산갈림길(1.0Km)-청현재(0.6Km)-324.1m봉(3.3Km)-광제봉수대(2.2Km)-299.5m봉(3.2Km)- 용산치』로 도상 거리 약 17.5Km이다.


도상거리만 보면, 무박 코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화창한 봄 날씨에, 몇 몇 곳을 제외하고는 등산로가 뚜렷하고, 업 다운도 심하지 않은 편이라, 후미그룹도 시간 당 도상거리로 약 2.7Km를 달릴 수 있어서, 전원이 일몰 직전에 산행을 마감한다.


삼각점이 있는 299.5m봉을 우회하여, 동남쪽으로 이어지는 임도가 워낙 잘 나 있어, 무심코 이를 따라 내려선 많은 대원들이 한동안 알바를 하는 바람에 선두, 후미 구분 없이 거의 비슷한 시간에 모두 함께 용산치에 도착한다. 어두워진 용산리 마을 도로변에서, 따끈한 미역 죽으로 요기를 하며, 대원들은 바둑을 복기하듯, 알바의 원인을 놓고, 의견들이 분분하다. 묘한 것은 이처럼 대형 알바를 한 후에는, 분위기가 더욱더 화기애애해 진다는 점이다. 아마도 화제꺼리가 풍부해 지고, 대원들 간에 일체감이 높아지기 때문인 듯싶다.


설 연휴 바로 다음 날이라, 귀성했다 돌아오지 않은 분들도 있어서, 참여 인원이 많이 줄 것이라는 걱정에도 불구하고, 모두 26명의 대원들이 모습을 보인다. 이제 대원들 스스로가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화요맥"의 장점이 차츰 알려지는 듯싶어, 대원들 모두가 보람을 느낀다.


서울에서 진주가 가까운 내리실 고개까지는 거의 1,000리에 가까운 거리다. 덕유산 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한 버스는 산행들머리에의 접근이 용이해서인지, 11시 15분 경, 내리실 고개에 도착하여, 대원들을 내려준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16) 산행시작-(11:22) 시멘트 도로-(11:48) 임도-(12:01) 임도 사거리-(12:18) 월명암 삼거리-(12:27) T자 갈림길-(12:29) 집현산 동봉-(12:38) 웅석사 갈림길, 헬기장-(12:55~12:56) 진주 집현산-(13:23) 집현산 갈림길-(13:33) 집현산 삼각점봉-(13:36~13:51) 집현산 정상석봉-(14:03) 230m봉-(14:17) 송전탑-(14:20) 청현재-(14:35) 324.1m봉-(!4:59) 116번 송전탑-(15:21) 광제봉-(15:39~15:50) 봉수대-(16:05) 임도(광제재)-(16:23) 310m봉-(16:42) 299.5m봉-(17:11) 고개 갈림길-(17:32) 241m봉-(17:42) 261m봉-(18:15) 용산치』간식 15분포함, 약 7시간이 걸린 산행이다.


* * * * *


버스에서 내린 곳은 지난 주 비를 피해 머물었던 헛간에서 조금 왼쪽으로 떨어진, 고개 마루턱이다. 내리실 고개는 도로 확장공사가 한창이다. 능선 허리가 잘린 건너편 절개지가 마치 절벽처럼 솟아 있다. '월명암 가는 길' 안내판 화살표를 따라 오른쪽 임도로 들어서고, 이어 통신탑이 서 있는 능선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오른다.

안내판 따라 산행시작


11시 22분, 작은 봉우리를 넘어, 시멘트 도로에 내려서서, 낙엽이 쌓인 건너편 임도로 들어선다. 가물어서인지, 바싹 마른 낙엽들이 밟히는 소리가 요란하다. 2분쯤 임도를 따라 걷다, 오른쪽 밤나무 숲으로 들어서고. 이어서 빽빽하게 들어 찬 소나무들 사이로 희미하게 이어지는 등로를 따라 걷는다.


11시 38분, 오른쪽이 확 트인 능선에 서서, 멀리 월명암과 집현산 동봉으로 짐작되는 봉우리를 카메라에 담는다. 작은 봉우리를 넘고, 무덤을 지나, 11시 48분, 임도로 내려서서, 뒤돌아 내리곡과 넘어온 봉우리를 바라본다. 골짜기 사이로 길게 이어진 시멘트 도로가 월명암으로 향하고 있다.

멀리 보이는 월명암

내곡리 방향과 지나온 봉우리


임도를 따라 걷는다. 고도가 점차 높아져 350m가 넘어 보인다. 오른쪽으로 월명암이 가깝고, 북동 방향으로 멀리. 자굴산이 희미하다. 이곳에서는 임도를 계속 따라가는 것이 좋다. 왼쪽의 나지막한 능선으로 진행하더라도, 다시 임도와 만나기 때문에, 구지 잡목 숲을 헤집고, 능선을 탈 필요가 없겠다.

가깝게 보이는 월명암


12시 1분, 임도 사거리에 이른다. 방향만을 알리는 이정표와 월명암과 웅석사의 방향과 거리를 알리는 이정표, 두 가지가 세워져 있다. <월명암 0.1Km, 웅석사 1.3Km> 왼쪽 임도를 따라 오른다. 여기서도 월명암 쪽으로 올라, 월명암를 둘러보고, 시원한 물이라도 한 모금 마신 후, 뒤쪽 등산로를 타고 마루금으로 끼어드는 것이 좋다. 왼쪽 임도를 따라 이어지는 마루금과 이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검은 자갈이 깔린 임도를 따라, 고개 마루턱에 접근하니, 오른쪽 산 사면으로 이어지는 나무계단이 보이고, 표지기들이 걸려 있다. 임도를 버리고 나무계단을 오른다. 어린 대나무 숲 사이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잎도, 가지도, 그리고 줄기까지 온통 아름다운 연두 빛이다.

어린 대나무 숲 사이로 이어지는 등산로


작은 봉우리를 지나, 12시 14분, 안부에 내려서니, 정면으로 집현산 동봉이, 그 왼쪽으로 진주 집현산이 보인다. 아름다운 소나무 숲 사이로 너른 등산로가 완만하게 이어진다. 12시 18분, 월명암에서 올라오는 길목에 서 있는 이정표를<월명암 0.8Km, 집현산 동봉 0.8Km>지나고, 12시 27분, 이정표가 <집현산 1.2Km, 집현산 동봉 0.2Km> 있는 T자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집현산 동봉으로 향한다.

안부에서 본 집현산 동봉

왼쪽의 진주 집현산

T자 갈림길의 이정표


12시 29분, 커다란 노송 두 그루가 마주 보고 서 있는 집현산 동봉 정상에 오른다. 비교적 너른 정상에는, 작은 돌탑이 하나 서 있고, 둥그렇게 쌓은 돌담 안에는 장군봉이라는 정상석과 집현산 동봉이라는 정상석 2개가 함께 놓여있다. 지형도 상의 530m봉이다.

집현산 동봉 정상

T자 갈림길로 되돌아와 진주 집현산으로 향하여 오르막길을 오르다, 뒤돌아, 집현산 동봉을 본다. 이쪽 방향에서는 날카로운 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다. 12시 38분, 억새가 우거진 안부에 자리 잡은 헬기장에 도착한다. 왼쪽으로 '웅석사 1.2Km' 라는 표지판이 서 있고,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뒤돌아 본 동봉


12시 42분, 다시 이정표 <집현산 0.6Km, 집현산 동봉 0.8Km>를 지나, 진주 집현산 정상 직전의 헬기장에서 왼쪽으로 웅석골과 웅석저수지를 굽어본다. 12시 54분, 또 다른 이정표를 <집현산 50m, 웅석사 2.6Km, 동봉 1.4Km>를 지나 정상에 오른다. 정상에는 통신탑, 산불감시초소, 정상석<572.2m>, 그리고 집현산의 유래를 알려주는 해설판 등이 세워져 있다. 정상석에 표기 된 572.2m는 지형도 상에 표시된 집현산의 높이와 일치하지만, 이곳의 실제 고도는 550m 정도로 잡힌다.

진주 집현산 직전의 헬기장

헬기장에서 본 웅석골과 웅석저수지

진주 집현산 정상


중년의 산불감시원이 반갑게 맞이한다. 집현산의 유래를 알려주는 해설판은 이산이 진주시 관내에서 제일 높은 산이며, 행정구역상으로는 진주시 집현면, 미천면, 명석면의 3개면에 걸쳐 있고, 웅석사, 월명암 등 많은 암자들이 있는 외에 예로부터 민속신앙과 관련된 전설이 많은 곳이라며, 소나무에 얽힌 전설을 소개하고 있다.


동쪽으로 동봉과 그 뒤로 희미하게 보이는 자굴산을 조망하고, 12시 56분 경, 산불감시요원과 헤어져 비탈길을 내려선다. 아름다운 송림 숲 사이로, 등산로가 뚜렷하게 이어진다. 1시 11분, 이정표를 지난다. <부봉 0.9Km, 정상 0.95Km, 현동1.35Km> 아마도 산청군에서 세운 이정표인 모양이다. 여기서의 정상은 지형도 상의 집현산이고, 부봉은 진주 집현산을 의미하는 듯싶다.

이정표


등산로는 북서 방향으로 꺾이고, 1시 23분, 이정표가 서 있는 집현산 갈림길에 이른다. <동전마을 4Km, 광제 봉수대 6Km, 집현산 0.5Km> 스텐으로 된 또 다른 이정표의 집현산 방향을 알리는 날개가 땅에 떨어져 있다. 누군가가 일부러 훼손시킨 모양이다. 오른쪽으로 돌아, 집현산으로 향한다. 선두그룹이 집현산을 다녀오며 지나쳐 간다. 김 사장이 정상석이 있는 바위를 지나면,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가 있으니, 확인해 보라고 귀띔을 해 준다.

이정표


1시 33분, 글자를 확인할 수 없는 삼각점과 이정표가 있는 정상에 선다. <대둔 3.59Km, 현동 2.3Km> 주위를 둘러보지만, 나뭇가지사이로 지나온 동봉이 보일 뿐, 조망도 별로라, 바로 정상석이 서 있는 바위로 향하여, 1시 36분, 바위 위에 올라, 산청군을 향해, 진주를 등지고 있는 정상석<577m>을 카메라에 담는다.

정상석


후미구릅은 정상석 주변에 모여 앉아, 고래대장이 지고 올라온 막걸리로 정상주를 마시고, 심산대장이 내 놓은 빵으로 간식을 즐긴다. 약 15분간 휴식을 취한 대원들은 다시 집현산 갈림길로 되돌아와, 오른쪽 '토종 소나무 웰빙 등산로'를 걷는다.


2시 3분, 230m봉을 넘고, 밧줄이 연달아 걸려 있는 급경사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비석이 제대로 갖춰진 무덤과, 광제 봉수대 5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안부에 내려선다. 2시 17분, 송전탑을 지나, 너른 공지에 서니,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청현리가 굽어보이고, 그 오른쪽으로 멀리 황매산이 조망된다.

320도 방향의 조망.


2시 20분, 이정표가 있는 청현재에 내려선다. 이정표는 이 고개가 명석면 신기마을과 산청군 신암면을 연결하는 고개이고, 광제 봉수대까지는 4Km가 남아 있다고 알려준다. 직진하여 능선을 오르다, 지나온 230m봉과 송전탑을 뒤돌아본다.  

청현재 이정표

지나온 320m봉과 송전탑


2시 35분, 판독이 어려운 삼각점이 있는 324.1m봉을 오르고, 2시 41분, 광제 봉수대까지 3Km가 남았다고 알려주는 이정표를 지나니, 왼쪽으로 검은 돌들이 깔린 도로가 따라오고, 광제산이 보인다. 2시 46분, 도로로 내려서서, 도로를 따라 걷는다. 2시 57분, 광제산 등산로 안내도가 서 있는 지점에서, 도로가 왼쪽으로 크게 굽으며, 왼쪽 나뭇가지에 걸린 표지기들이 갈 길을 알려준다.

도로가 따라오고 왼쪽에 광제산

광제산 등산 안내도

도로를 버리고 숲으로


2시 59분 116번 송전탑을 지나고, 3시 3분, '광제 봉수대 2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며, 왼쪽으로 신기리를 내려다본다. 3시 21분, 광제봉에 오르고, 113번 송전탑을 지나, 3시 34분, '약수샘 300m'라는 표지판이 있는 고개에 이른다.

고개에서 직진하여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3시 39분, 봉수대에 서니,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진양호, 그 다음이 덕곡리와 그 뒤로 펼쳐진 진주시다. 해발고도 420m라고 하지만, 사방이 트여 조망이 그만이다. 세 방향으로 전망판이 세워져 있다. 북서방향으로 경호강, 웅석봉, 지리산이, 북동방향으로 자굴산, 그 오른 쪽으로 방어산, 남쪽 방향으로 진주 시가지에서부터, 멀리 사천의 와룡산, 하동의 금오산, 그리고 진양호 등이 조망된다고 한다.

진양호

덕곡리와 그 뒤로 진주 시가지

집현산 방향 조망


광제 봉수대는 이조 세종 때 축조된 것이라고 추정되고, 2004년에 원형대로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3기의 봉수대와 그룰 둘러싼 돌담, 그리고 주위의 조형물들이 잘 어울려, 무척 보기가 좋다. 조망을 살피고, 주위를 둘러보며 사진을 찍다보니, 10여분이 후딱 지나간다.

 광제 봉수대

광제 봉수대를 아십니까?"

 

봉수대를 내려서서, 안부를 지나고, 작은 봉우리로 오르다, 뒤돌아 지나온 봉수대를 본다. 4시 5분, 봉수대에서 1Km 떨어져 있는 고개에 내려선다. 고개에 세워진 안내판에는 이 고개가 광제재로, 해발 고도는 222m이며, 산청군 단성면의 정기시장을 드나들던 고개라 해서 '단성장길'이라고도 불린다고 설명하고 있다.

광제재


도로를 건너, 왼쪽으로 조금 진행하다, 오른쪽 절개지를 타고 뚜렷이 이어지는 길을 따라 능선에 오른다. 4시 23분, 310m봉을 지나고, 봉수대 2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내리막을 지나, 임도를 따라 오른다. 이 임도는 299.5m 봉을 왼쪽으로 우회하여, 동남쪽으로 이어진다. 299.5m봉으로 오르는 길이 불분명하여, 무심코 임도를 따르다 동남방향으로 굽어지면, 알바가 시작되는 것이다. 많은 대원들이 여기서 알바를 한다. 마루금은 299.5m봉에서 남서쪽으로 이어짐으로, 이 부근에서 잠시 지도를 보고 나침반으로 방향을 확인한다면, 어느 면에서는 알바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분명한 변곡점이다.


심산대장과 함께, 299.5m봉으로 오르는 길을 보지 못하고, 무심코 임도를 따라 걷다가, 아무래도 방향이 이상해, 머뭇거리는데, 뒤에서 고래대장이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지나 온 임도를 3~4미터 거슬러 올라, 왼쪽 능선으로 들어서서, 4시 42분, 299.5m봉 삼각점을 확인한다. <삼가 311, 2002 복구>


299.5m봉을 내려서서, 사면길을 지나고, 5시 11분, 고개 갈림길에 이르러, 직진하여, 무덤이 있는 작은 봉우리를 넘는다. 5시 32분, 돌무더기가 있는 241m봉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서서 261m봉을 향한다.  

241m봉에서 본 261m봉


산불이 났었는지, 벌목을 했는지 알 수 없으나, 나무가 없는 사면을 타고 내리며, 오른쪽으로 남강을 굽어본다. 5시 42분, 억새와 키 작은 잡목만이 있는 헐벗은 261m봉에 올라, 다시 황혼 속의 남강을 굽어보고, 그 왼쪽으로 지리산을 본다.

남강


오른쪽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선다. 황혼 속에 고속도로와 3번국도, 그리고 그 너머로 지리산이 웅장한 모습을 보인다. 6시 15분, 교통 표지판이 걸려있는 용산치 마루턱에 이르고, 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내려서서, 6시 18분, 용산마을 버스 정류장 옆에 정차해 있는 버스에 도착한다.

황혼속의 지리산

용산치


대원들이 도로변에서 따끈한 미역죽으로 요기를 모두 마치자, 버스는 7시 11분,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이어 용무를 위해, 이천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하고, 10시 40분 경, 서울 강동역에 도착한다.


(2007. 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