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기맥(1) : 남덕유산
첫눈 내린 산야
남덕유산의 참샘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동남쪽으로 흐르며, 이골 물, 저골 물을 모아, 산청에 이르러, 경호강이라는 이름을 얻고 진양호로 들어선다. 이어 진양호에서 덕천강과 합수하고 이름이 남강으로 바뀐다. 한편 삿갓재샘은 거창위천으로 흘러들어 황강에 유입된다.
진양기맥은 경호강과 황강을 동서로 가르며, 남덕유산(1,507)에서 시작하여, 월봉산(1,279m), 금원산(1,353m), 기백산(1,331m)을 지나 관술령을 넘고, 황매산(1,108m), 성현산(485m), 광제봉(347m)을 거쳐 동남방향으로 이리구불 저리구불 이어지다 진양호로 빠져버린다. 그 길이가 156.6Km에 달한다.
진양기맥
2006년 11월 7일(화).
입동(立冬)이다. 기온이 급강하 하고, 바람이 강해, 서울지역의 체감온도는 영하 5~6도 쯤 될 것이라는 예보다. '여름 같은 가을' 속에서 지내다 맞는 입동추위라 더한층 매섭게 느껴진다.
"화요맥"에서 안내하는 진양기맥 종주산행을 시작하는 날이다. 덕유산 일대에 첫눈이 올 거라는 예보는 보았지만, 첫눈이니, 고작 1~2 센티 정도일 거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아이젠도, 스패츠도 챙기지 않은 채, 집을 나선다.
버스가 중부고속도로를 달린다. 차창에 짙게 서린 수증기를 닦아내고, 밖을 내다본다. 창밖의 산들이 하얗게 눈을 이고 있다. 아침식사를 위해 버스는 인삼랜드에서 잠시 정차한다. 휴게소 뒷산의 단풍에도 눈이 쌓였다.
장수 인터체인지에서 고속도로를 버린 버스는 육십령을 넘고, 영각사를 지나, 남령을 넘어, 오늘 산행의 들머리인 황점으로 향하지만, 버스가 눈길에 미끄러지며 남령을 넘지를 못한다. 할 수 없이 대원들은 남령에서 하차하여, 산행을 시작한다.
남령에 접근 하면서 본 수리봉
당초 김 대장은 황점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월성재를 넘고, 남덕유산에 올라, 그곳에서 진양기맥 종주의 첫발을 내 딛을 계획이었다. 그리고 산행마감이 남령이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폭설로 버스가 남령을 넘지 못하자, 계획을 변경하여, 남령에서 역코스로, 남덕유산에 오르고, 영각매표소로 하산키로 한다.
고도 910m인 남령에서 1,507m의 남덕유산 정상까지는 도상거리 약 3.4Km로, 줄곧 오르막이다. 특히 정상에서 가까운 수직 암봉 두 곳에서 눈 쌓인 철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기 때문에 몹시 조심스럽다. 남령에서 영각매표소 갈림길까지는 이정표가 없다. 하지만 국립공원에 속하는 지역이고, 등산로가 뚜렷하여 알바의 위험은 없다.
암봉을 오르는 철계단
영각매표소까지의 하산길도 공교롭게 3.4Km로 남령에서 정상까지의 거리와 꼭 같다. 다만 영각매표소의 고도가 약 700m정도이기 때문에 갈림길에서 골짜기로 떨어지는 경사는 더욱 가파르다. 특히 너덜길처럼 돌이 많은 등산로에 낙엽이 쌓이고, 그 위에 다시 눈이 덮여, 자칫하면 발목을 다칠 위험이 크다. 등산로에는 이정표와 119 긴급연락 팻말이 방향과 거리를 수시로 알려준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16) 산행시작-(11:23) 너른 공지-(11:34) 1.014.7m봉-(12:10) 1,210m봉-(12:45) 1,310m봉-(12:59) 하봉-(13:09) 이정표<남덕유산 0.9K, 영각매표소2.5K>-(13:10~13:20) 간식-(13:28) 참샘 기원문-(13:58~14:07) 정상-(14:59) 영각매표소 갈림길-(15:57) 영각매표소』간식시간 10분 포함, 총 4시간 41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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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16분, 함양군과 거창군의 경계를 이루는 남령의 북쪽 옹벽을 기어올라 산행을 시작한다. 가파른 절개지를 지나, 완만한 오름세로 이어지는 등산로에 쌓인 눈이 예상보다 깊다. 첫눈 치고는 많이 내린 눈이다.
11시 23분, 눈이 하얗게 쌓인 너른 공지에 이른다. 남쪽으로 수리봉이 가깝고, 서쪽으로 깃대봉, 할미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무겁게 구름을 이고 있다. 정면으로 눈 덮인 1,014.7m봉을 오르는 대원들이 보인다.
11시 34분, 삼각점이 있는 1,014.7m봉, 눈 덮인 너른 헬기장에 선다. 사방이 트여 조망이 좋다.
서쪽의 할미봉과 깃대봉
당겨 찍은 남덕유산
남쪽의 수리봉과 월봉산
등산로의 눈이 점점 깊어진다. 점차 고도가 높아지며, 남쪽으로 다음 구간인 금원산이 수리봉 왼쪽으로 보인다. 12시10분, 1210m봉에 오르고, 안부로 내려서면서 우뚝 솟은 1,310m봉과 하봉을 바라본다.
금원산
1,310m봉과 하봉
1,310m봉을 오른다. 눈 덮인 산죽이 더욱 푸르고, 눈꽃이 아름답다. 첫눈이고 내린지 얼마 되지 않아 크게 미끄럽지는 않아, 아이젠은 아쉽지 않지만, 발이 눈에 빠지면서, 신발 안으로 눈이 들어와, 발이 축축해져서 기분이 언짢다. 만약 기온이 지금보다 훨씬 더 떨어진다면, 십중팔구 동상을 피할 수가 없을 것이다. 잠시 뒤돌아 지나온 길을 바라본다.
1,310m봉으로 오르는 길
잠시 뒤돌아 지나온 길을 본다.
12시 45분, 1,310m봉에 올라. 눈꽃 사이로 지척인 하봉을 올려다본다. 봉을 내려서며 이어지는 설경이 환상이다.
1,310m봉에서 본 하봉
설경 1
설경 2
12시 59분, 낡은 안내판이 서 있는 하봉(1,363m)을 지나, 등산로는 북서방향으로 이어진다. 1시 4분, 눈앞에 거대한 암봉이 괴물처럼 서 있고, 암봉으로 이어지는 철계단이 보인다. 하지만 보이는 것은 잠시, 눈보라가 휘날리며 암봉 상부가 어느새 사라져버린다.
하봉 안내판
암봉과 철계단
1시 9분, 이정표<남덕유산 0.9K, 영각매표소 2.5K)를 카메라에 담고, 눈 쌓인 능선길을 부지런히 걷는다. 눈 위에서 대원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나는 새벽밥을 먹고 나와, 점심은 10시 30분 경, 차에서 간단히 마쳤기 때문에 배낭에서 술을 꺼내 한잔씩 나누어 마시고, 과일과 빵을 얻어먹는다.
이정표
1시 20분 경, 식사를 마친 대원들과 함께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1시 27분, 다시 이정표<남덕유산 0.8K, 영각매표소 2.6K>를 지나고, 1분 후, '남강보도 순례단'이 참샘에 이르러 세운 기원문을 카메라에 담은 후, 환상적인 눈길을 지나, 1시31분, 눈이 쌓여 미끄러운 급경사 철계단을 조심조심 오른다.
참샘 기원문
철계단 첫 층계참에서 지나온 능선을 뒤돌아보고, 1시48분, 두 번째 암봉으로 이지는 계단길을 카메라에 담는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몸 가누기도 어려운 첫 번째 암봉 꼭대기에서, 남덕유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을 바라본다,
지나온 능선
두 번째 암봉과 철계단
정상가는 길
첫 번째 암봉을 내려서서 두 번째 암봉으로 이어지는 안부로 향할 때, 사납게 불어대는 바람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두 번째 암봉에 올라, 지나온 첫 번째 암봉을 바라본다. 바람은 여전히 사나워, 사진을 찍느라고 장갑을 벗은 손이 시리다.
뒤돌아 본 철계단
1시 58분, 설화가 만개한 정상부에 접근한다. 정상에서 김 대장이 후미를 기다리고 있다. 온통 눈얼음으로 덮인 정상석에 '남덕유산'이라고 쓰인 부분과, '1,507m'의 고도표기가 보이도록, 눈얼음을 털어놓고, 간단히 고사를 지냈는지, 그 앞에 북어포가 놓여있다. 김 대장이 권하는 막걸리 한 컵을 정상주로 받아 마시고 주위를 둘러본다. 누군가가 삼각점위의 눈도 깨끗이 쓸어 놓았다. 바람이 강하다. 바람에 불려, 구름이 빠르게 이동한다. 햇빛 사이로 하계가 보이다 말다한다.
정상부의 만개한 설화
정상의 이정표와 119 비상연락 팻말
정상석
정상에서 본 남쪽 조망
바람에 더 이상 견디지를 못하고 서둘러 하산을 시작한다.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아늑한 장소에서 고래 대장이 기다리고 있다. 실전을 통해 익힌, 독도법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고마운 스승이다. 손이 시리기는 하지만, 하산하면서 류 회장의 설명을 들으며 많은 사진을 찍는다.
철계단 위의 대원들
상남리 방향의 조망
동남방향의 조망
삿갓봉과 대간길
이어지는 진양기맥
파란하늘과 눈꽃
2시 59분, 영각매표소 갈림길에 이르러 너덜처럼 돌이 많은 급경사 내리막을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눈 쌓인 돌탑을 지나고, 3시 26분 첫 번째 다리를 건넌다. 다리난간에 쌓인 눈의 높이가 15센티는 넘어 보인다.
하산하며 건넌 첫 번째 다리
3시 40분, 영각사 매표소까지 1Km가 남았다고 알려주는 이정표를 지나고, 낙엽과 녹은 눈이 범벅이 된 평탄한 길을 걸어, 3시 57분, 영각사 매표소에 이른다.
영각 매표소,
영각사 버스승강장을 지나, 영각사로 향한다. 조용한 경내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영각사 버스승강장
절 입구의 고목과 아름다운 주위 풍광
절 현판
고풍스러운 옛 전각
극락전
텅 빈 경내를 나서며
버스가 정차해 있는 곳을 찾아, 아스팔트길로 나와 동쪽을 향한다. 저 앞에 버스가 보인다. 남쪽으로 보이는 계관산을 카메라에 담고, 버스로 향한다.
계관산
버스에 도착하여 배낭을 내려놓고, 식사를 하고 있는 대원들과 합류하여, 막걸리로 하산주를 마시고, 강 부장이 솜씨를 부려 끓인 맛 좋은 김치찌개에 밥을 만다.
(2006. 1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