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지맥 산행기

정선지맥(5) : 상승두골-상승치-고양산-곰목이재-마치-상정바위산-고양리

Urimahn 2012. 12. 15. 16:22


 골지천을 거슬러 오르고


2007년 6월 5일(화).

"화요맥"의 정기 산행일이다. 오늘은 정선지맥 다섯 번째 구간을 산행한다. 코스는 『상승두골-상승치-배재-고양산(1152.4m)-1005.4m봉-마치(910m봉)- 상정바위봉(1006.2)-고양리』로 들머리 약 1.5Km, 마루금 도상거리 약 7.1Km, 날머리 약 1,5Km, 합계 10.1Km 정도다.


잔뜩 흐린 날씨에 바람이 분다. 비가 오지 않는다는 예보를 믿고, 전혀 우중산행 준비 없이 대문을 나섰지만, 하늘 모양은 금방이라도 폭우가 쏟아질 것 같은 기세다. 산행을 하면서도 내내 비 걱정을 했지만 일기예보가 맞아, 비는 오지 않고 바람이 부는 서늘한 날씨가 계속된다.


지난해 "화요맥"이 계방지맥을 종주할 때, 몇몇 대원들이 제안하여, 목요일에 정선지맥을 네 구간까지 하고 중단한 적이 있다. 수도지맥 종주 후, 다음 산행지를 선정할 때 정선지맥이 영순위로 오른 것도 이때 중단했던 것을 이어가자는 주장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조직이 제대로 갖추어 지지 않은 모임에서는 목소리가 큰 소수의 의견에 모임이 끌려가는 경향이 있다.


오늘 산행에 참여한 인원은 모두 19명이다. 지난해 오늘 구간을 산행한 대원들이 대거 결간했기 때문이다. 최소 차량비용 500,000원에 25,000원이 모자라고, 상승두골에서 상승치까지 시멘트길에 이용할 트럭 임대료 30,000원이 추가로 더 필요하다. 주발대장이 상황을 설명한 후, 여자대원 두 사람을 제외한 남자대원들의 오늘 회비는 30,000원이라고 통보한다.


횡성 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한 버스는, 영동고속도로를 계속 달려 진부에서 59번 국도로 갈아타고, 오대천을 따라 내리더니, 어라리에서 42번 국도로 들어서고, 이번에는 골지천을 거슬러 오른다. 10시 52분, 버스는 상승두골로 이어지는 시멘트 도로 입구에 이른다. 지난주에 주발대장이 수배해 놓은 트럭이 저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아우라지


10시 55분, 대원들을 태운 트럭은 시멘트 도로를 따라 구불구불 달린다. 깊게 이어지는 골짜기에 농가가 띄엄띄엄 보이지만 모두 합쳐도 10가구가 못 되는 듯싶다. 11시 7분, 트럭은 감로원 앞 도로에 정차하고, 트럭에서 내린 대원들은 상승치를 향해 밭 가장자리를 따라 걸어 오른다. 

 감로원 앞 도로에 도착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07) 상승두골-(11:37) 상승치-(12:00) 배재-(12:32~12:43) 고양산 정상/중식-(12:51~12:53) 전망바위-(12:56) 안부-(13:11) 곰목이재-(13:39) 1005.4m봉-(14:04~14:12) 897m봉/전망바위-(14:20) Y자 갈림, 좌-(14:51) 능선분기, 좌-(15:14) 861m봉-(15:48) 마치-(15:51) 안부, 등산로 안내목-(16:10) 암릉, 우측 우회-(16:22) 위험 팻말-(16:28) 암봉 우회 능선-(16:29) 안부-(16:37) 갈림길, 직진-(16:40) 헬기장, 우-(16:41~16:48) 상정바위-(16;52) 헬기장-(17:22) 고양리 삼합마을』들머리 30분, 중식 11분, 마루금 5시간, 날머리 34분, 총 6시간 15분이 걸린 산행이다.


* * * * *


11시 37분, 상승치에 이르러 오른쪽 능선을 타고 고양산으로 향한다. 여전히 칼날능선이 이어진다. 잔뜩 흐린 날씨에 바람소리가 요란하다. 오지 중의 오지, 고양산에는 일반 등산객들의 발걸음이 미치지 못하는 모양이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부드러운 고양산이 가까이 모습을 보인다.

부드러운 고양산


등산로는 완만한 내리막으로 이어지고, 남쪽으로 큰골 방향의 깊은 골짜기가 내려다보인다. 12시, 오른쪽으로 갈림길이 뚜렷한 배재를 지나, 가파른 오르막길을 허위허위 오른다. 너른 초지가 펼쳐지고, 장다리 같은 노란 야생화가 지천이다. 이제까지와는 달리 능선이 넓어지면서, 외줄기 뚜렷한 등산로가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닥의 길들이 끊겼다 이어졌다 하며 서로 얽힌다.

초지의 야생화


12시 32분, 고양산(高陽山) 정상(1152.4m)에 오른다. 나무에 가려 조망은 별로다. 무덤가에 주발대장을 비롯한 선두 그룹이 점심상을 펼치고 있다. 배낭을 벗어 놓고 합류한다. 땀이 식으면서, 추위가 느껴져 배낭에서 조끼를 꺼내 입는다. 식사를 마친 주발대장도 추워서 먼저 일어나겠다며 왼쪽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정상의 삼각점과 관리표찰

정상에서 식사중인 대원들


정상에서 반론산(半論山,1028.4m)으로 이어지는 오른쪽 등산로에도 몇 가닥 표지기들이 걸려있다. 12시 43분, 남서쪽 방향의 능선을 따라 달려 내린다. 부드러운 능선이다. 12시 51분, 등산로 왼쪽에 보이는 전방바위에 오른다. 남서쪽으로 시야가 트였지만, 흐린 날씨 때문에 먼 곳을 조망할 수 없어 유감이다.

남쪽 큰골 방향의 조망

가야할 능선- 이제까지의 칼날 능선과 달리 넓고 부드럽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12시 56분, 묘를 지나 너른 안부로 내려선다. 등산로는 잡목 터널 사이로 이어지고, 1시 11분, 곰목이재라고 짐작되는 너른 안부에서 커다란 부대에 산나물을 따 담고 있는 아주머니를 만난다.

등산로는 잡목 터널로 이어지고

너른 안부에서 나물을 채취하는 아주머니


펑퍼짐한 능선에 잡목이 울창하고, 등산로가 끊겼다 이어졌다한다. 220도 방향으로 나침반을 고정하고 진행하지만, 길을 놓치면 왠지 불안하다. 그럴 때 만나는 표지기! 얼마나 반갑고, 마음이 놓이는지....부드러운 오르막길을 오른다. 취나물 비슷한 식물이 땅바닥에 가득하게 깔려 있다. 오르막이 끝나는 너른 곳에 이른다. 1005.4m봉이라고 짐작하고, 오른쪽 잡목 덤불을 헤집고 삼각점을 찾아 나선다.

펑퍼짐한 능선

울창한 잡목

반가운 표지기

1005.4m봉

1005.4m봉의 삼각점


1005.4m봉을 지나니, 다시 길이 희미해진다. 1시 51분, 950m 정도의 봉우리를 넘고, 다시 울창한 숲을 지나, 2시 4분, 897m봉 바위지대에 오르니, 주발대장이 후미를 기다리고 있다가, 왼쪽의 전망바위에 올라 가 보라고 권한다. 전망바위에 올라 남쪽과 서쪽의 조망을 카메라에 담는다. 서북쪽으로 상장바위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140도 방향

남쪽 방향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급하게 꺾이고, 2시 20분경, Y자 갈림길에 이른다. 뚜렷하게 이어지는 오른쪽 길은 급하게 내리막으로 이어지고, 왼쪽의 희미한 길은 능선 사면을 타고 이어진다. 왼쪽 길로 들어서서 능선의 사면을 따라 걸은 후, 이윽고 능선에 올라선다. 칼날능선이다. 2시 48분, 다시 봉우리 하나를 넘고, 2시 51분, 능선분기봉에서, 왼쪽으로 내려선다. 이어 등산로는 다시 한차례 급경사 오르내림을 거쳐, 3시 14분, 사방이 트인 864m봉에 이른다. 진행방향으로 마치와 그 뒤로 상장바위산이 뚜렷하고, 동북방향으로 반론산이 보인다.

마치와 그 뒤로 상정바위산

반론산

여탄리 방향


급경사 내리막을 달려 내린다. 봉우리 두 개를 잇달아 넘고, 3시 48분, 능선 분기봉인 마치(910m)에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왼쪽 방향은 철미산을 거쳐 애산교로 내려가는 길이다. 3시 51분, 안부에 내려서니, 등산로 안내목이 보인다. 거리 2.6Km, 소요시간 95분이라고 적혀있다. 어디까지가 그렇다는 이야기인지 감을 잡기가 어렵다. 저만 아는 등산로 안내목을 왜 세워 놓았는지 모르겠다.

마치

안부의 등산로 안내목


이어 봉우리 두 개를 잇달아 넘고, 4시 10분, 암릉을 오른쪽으로 우회한 후, 안부에 내려서니, 위험하니 오른쪽으로 우회하라는 팻말이 보인다. 하지만 주발대장이 걸어놓은 표지기는 산 사면으로 이어지는 희미한 길 쪽에 걸려 있다. 산 사면을 따라 걷는다. 작은 바위가 앞을 막고, 그 위로 불쑥 튀어나온 바위가 있어 진행에 다소 신경이 쓰이는 곳을 제외하면 어려운 길은 아니다. 4시 28분, 위험하다는 암봉을 우회하여 다시 능선위에 선다.

위험 경고판


4시 29분, 안부에 내려서니, 다시 등산로 안내목이 보인다.<거리1.8Km, 소요시간 62분> 로프가 매어진 가파른 오르막을 지나 능선에 오르니, 이곳에도 우회하라는 위험 경고판이 세워져 있다. 4시 37분, 갈림길에서 직진하고, 4시 40분, 헬기장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4시 41분, 상정바위산 정상(1006.2m)에 오른다. 한반도 모양의 정상석과 삼각점<305. 재설, 77.6. 건설부>이 있는 정상에서 주발대장이 후미를 기다리고 있다.

상정바위산의 정상석


바위전망대 위에 선다. 날씨가 흐려, 발아래 조망이 희미하지만 분명한 한반도 지형도가 내려다보인다. 사행천(蛇行川)인 조양강이 굽이굽이 흐르며 만든 작품이다. 그 뿐인가?" 이 한반도 지형을 한눈에 굽어 보라도 이처럼 전망대도 마련해 놓지 않았나? 과연 자연의 조화가 오묘하다. 

희미하게 보이는 한반도 지형도


마치

 


 

남산


4시 48분, 고양리를 향해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4시 52분, 전망대인 헬기장에서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딱따구리가 아우성을 치고, '홀딱 벗고 새'의 울름소리가 끈질기게 따라온다. 날이 개이며, 햇빛이 비치는 적송 숲이 아름답다. 5시 22분,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고양리 삼합마을에 도착한다.

햇빛이 비치는 적송 숲

마을로 내려서면서 반륜산


모든 대원들이 하산하여 식사를 마친 후, 버스는 6시 20분 경, 서울을 향해 츨발한다. 귀로의 버스 속에서 주발대장은 앞으로는 어떤 일이 있어도 회비 이외의 돈은 걷지 않겠다고 격앙된 목소리로 선언을 한다. 누군가가 회비를 더 걷었다고 불평을 심하게 한 모양이다. 장점이 많은 "화요맥"이지만, 현재는 주발대장에게 너무 많은 일이 몰려 있다. 대원들은 가능한 한 개인의 목소리를 자제하고, 아울러 주발대장과 대원들 간의 교량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2007. 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