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왜 많은 사람들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찾나?

Urimahn 2018. 7. 16. 22:14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호주의 Monica Chan 부부 - 순례길을 걸으며 신앙심을 높이고, 부부애를 돈독히 한다. 일석이조(一石二鳥)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자사무소의 공식 웹 사이트 자료에 의하면 Camino de Santiago를 걷는 사람들은 매년 증가 추세이고, 725일이 일요일이 되는 희년(禧年-Holy Year, Jubilee year)2010년에는 세계 각국에서 272,458명이 다녀갔고, 희년이 아닌 2013년에도 215,929명이 순례증을 받아가는 등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순례증 발급기준, 년도별 순레자 빈도수

 

    년도

빈도수

   년도

빈도수

2000

55,004

2010

272,458*

2001

61,418

2011

183,504

2002

68,952

2012

192,426

2003

74,614

2013

215,929

2004

179,944*

2014

223,164

2005

93,924

2015

262,481

2006

100,377

2016

277,854

2007

114,026

 

 

 

2008

125,141

 

 

2009

145,877

 

 

*표는 725일이 일요일이 되는 희년(禧年)의 빈도수

 

다만 순례길 800Km 가운데, 100Km만 걸어도 협회에서 순례증을 발급함으로, 이들이 모두 전 구간을 완주했다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피트포르에서 출발한 사람들 가운데 전 구간을 완주한 사람들은 절반정도라고 한다.

 

이처럼 세계 각국에서 해마다 수십만 명씩 순례길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프랑스 피트포르에 도착하면 우선 산티아고협회를 찾아가야한다. 순례자 증명서(Credencial del Peregrino)를 받기 위해서인데, 이곳에서 작성해야하는 접수증에는 순례길을 걷는 이유를 선택하라는 항목이 있다.

 

1.종교적 이유

2.영적인 이유

3.문화적 이유

4.스포츠

5.기타

 

   프랑스 피트포르의 산티아고협회

 

2012년도 통계에 의하면 종교적 목적이 전체의 41%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절반 이상은 종교적 이유가 아닌 다른 이유로 순례길을 찾는다는 이야기이다. 나는 2번 영적인 이유와 4번 스포츠 항에 마크를 한다.

 

실제로 걸어보니 800Km는 역시 대단한 거리다. 신발창이 떨어져 나가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순례길을 걷다 생을 다한 사람의 묘비도 만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순례길(사진 클릭하면 커짐)

 

 바닥이 떨어져 나간 트레킹화가 돌 이정표 위에 얹혀있고

 

 순례길의 묘비 63세에 타계한 여인, 심장마비나, 기상변화에 따른 저체온 등이 사인이 될 수 있다

 

햇볕이 따갑게 쏟아지는 한낮! 저 앞에 부인이 혼자 걸어가고 있다. 작은 배낭을 멘 차림새가 깔끔하고, 쌍 스틱을 제대로 쓰면서 걷는 속도도 일정하다. 서두름이 없다. 풍광이 좋은 곳에 이르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주변경치를 즐기는 여유를 보인다.

 

호기심이 생겨 일정한 거리를 두고 부인을 따라 걷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 앞에 바(Bar)가 보이고, 부인이 휴식을 취하러 바로 들어선다. 부인은 커피를 주문하고, 나는 맥주를 주문한다. 커피가 나오자, 부인은 커피를 들고, 노천 파라솔 아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맥주잔을 들고 다가가 같이 앉아도 좋으냐고 물으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가까이 보니 60대 중반 쯤으로 보이는 부인이다. 사이드 백에서 비스킷을 꺼내 권하면서, 나는 한국에서 온 AHN이라고 소개를 하자, 자기는 폴란드 사람으로 누구라고 이름을 댄다.

 

! 마담 퀴리의 나라, 피아노의 시인 쇼팽의 나라, 폴란드 분이시군요. 반갑습니다.” 라고 했더니,

 

마담 퀴리를 다 아시네요.” 라고 대꾸한다.

 

마담 퀴리의 결혼 전 이름이 마리아 스클로 토프스카이고, 당시 폴란드의 국왕은 스타니스와프 아우구스트 포니아토프스키였지요? 라고 물으니, 어떻게 그런 걸 다 아느냐고 놀란다.

 

웃으며 실은 우리 중학교 교과서에 퀴리부인의 전기가 실려서 배웠던 것인데, 폴란드 사람들의 이름이 하도 길어, 신기해서 외워 두었던 것이, 폴란드 부인을 만나니, 6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는데도, 반갑다고 튀어나온 것이라고 부연하자, 부인이 큰 소리로 웃는다.

 

이처럼 분위기가 풀리자, 부인은 자신은 가톨릭 신자이고, 성지순례는 신자의 의무이기 때문에, 전부터 순례길에 올라야한다고 생각을 해왔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야 순례길을 걸으며, 신앙심을 높이고, 속죄를 하면서 자신이 지은 죄를 사 ()해 달라고 기도를 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한다.

 

곱게 늙은 멋쟁이 프랑스 노신사를 만났을 때도, 이 양반 영어가 서툴 다면서도 하는 말을 종합하면, 이번 순례길이 두 번째라며, 신자의 의무를 다해 무척 홀가분하다고 한다.

 

걸으면서 사람들을 만나보니,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이유는 아주 다양하다, 신자의 의무를 다 하기 위해, 자기성찰을 위해, 트레킹을 즐기려고, 이외에도, 순례길 800Km에 도전해 보겠다고 참여한 젊은이들, 부부간의 거리를 좁히고, 부부애를 고양하기 위해 참여한 부부들, 독실한 가톨릭 아버지의 순례길을 도우려고 따라나선 따님. 신혼여행 차 온 부부, 맹인 아버지를 모시고 순례길에 오른 따님 등 실로 다양하다.

부부순례꾼 - 밝고 여유가 있다. 부부가 같이 걷는 모습이 제일 보기 좋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온 부녀. 독실한 가톨릭 신자 인 맹인 아버지를 모시고 순례길에 오른 따님.

 

신혼여행 중인 부부

 

 

재미있는 것은 그 사람의 차림새, 태도, 걷는 모습 등을 보면 어느 정도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이다. 아래 그림을 보고 여러분들도 한번 짐작해 보시기를.....

   온타나스(Hontanas) 가는 길(사진 클릭하면 커짐)

 

 가랑비가 오락가락한다. 우산 받고 트리아카스텔라 마을로 간다.

 

 시라우키(CIrauqui), 로르카(Lorca)를 뒤로하고 에스테야(Estella)

 

아타푸에르카(Atapuerca)산 정상(1080m)에서 명상에 잠긴 여인

 

 이라체(Irache) 와인샘

 

 배낭에 바게트를 달고 가는 부부

 

 바에서 아침식사를 마친 부부. 부인이 화장실에 들렀던 모양이다.

 

 필라델피아에서 온 의사 아버지와 딸

 

 트레킹을 즐기는 젊은이들

 

 !00km를 걷고 골인 지점으로 향하는 스페인 사람들

 

 80세 노인(왼쪽)은 가벼운 색(Sack)을 메고 4일 동안에 100Km를 걷고 졸업한다.

 

2018516(), 라 리오하(La Lioja)자치주의 주도인 로그로뇨(Logrono)에서는 천도교 신자인 대전 아줌마를 따라 산티아고 엘 레알 성당 (Iglesia de Santiago el Real)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Albergue)에 투숙한다. 저녁식사, 아침식사까지 제공하는 이 알베르게에는 정해진 숙박비는 없고, 각자 알아서 기부금을 내면 된다고 한다.

 

신도는 아니지만 미사에 참석을 하고, 7시부터 시작하는 저녁식사 자리에 앉는다.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자원 봉사자인 목사님을 포함하여 모두 14, 조촐한 자리다. 식사가 어느 정도 진행되자, 와인단지가 등장하고, 모두들 와인을 마시며 분위기가 무르익자, 목사님이 일어나 자기소개를 한다.

 

자신은 캐나다 신부인데, 2년 전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걷고 나니, 무엇이라고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마음속에 변화가 일고 있음을 확실하게 느끼고, 스페인에 남아, 이 알베르게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며, 여러분들도 국적과 성함, 그리고 순례길에 참여하게 된 이유 등 자기소개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성당 알베르게에서의 저녁식사

 

이어 돌아가며 자기소개가 끝나고, 결과를 보니, 가톨릭 신자이기 때문에 순례길에 나섰다는 사람들이 1/3, 나이 들어 자신을 조용히 돌아보고 싶어 참여했다는 사람들이 1/3, 그리고 나머지 1/3은 특별한 이유 없이, 유명한 순례길을 한번 걸어보고 싶어 왔다는 대답이다, 국적은 스페인, 이태리, 한국, 프랑스, 독일, 미국, 등이다.

 

결국 Camino de Sandiago는 순례길로 시작하여, 자기성찰의 길로 범위를 넓히고, 이제는 쉽게 스페인의 독특한 자연풍광을 즐길 수 있고,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부담 없는 트레킹 코스로 인식되면서, 참여자들이 급증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누구나 부담 없이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트레킹 코스이면서도, 여타 트레킹 코스와는 다르게, 성지, 순례, 자기 성찰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Camino de Santiago의 매력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고 하겠다.

 

순레길에 참여해서 비로소 최근 들어 한국인들의 Camino de Santiago 참여가 급증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내가 한국인이라고 소개를 하면, “최근 한국인들 참여자가 많은 데 그 이유가 무엇이냐?”라고 묻는 외국인들을 자주 만난다. 예상치 못했던 질문이라, “잘은 모르겠지만, 최근에 국내 유력한 공중파 방송에서 산디아고 순례길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해 히트를 치고, 가이드 북, 여행기들이 잇달아 발간되면서 순례길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라고 대답을 하지만, 외국인들의 질문이 거듭 되면서 이들의 질문에 담긴 미묘한 느낌이 마음에 걸린다.

 

서구인들이 이런 질문을 할 경우에는, “최근 한국인 참여자들이 많이 늘어 반갑다. 그리고 환영한다.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이냐?”라고 하는 것이 일반 적인데, “환영한다, 반갑다.” 라는 말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모두 빼고 질문을 하는 것이 이상하다.

 

이후 순례길에서 만나는 한국인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그 이유를 짐작한다.

 

한국인들의 무뚝뚝함이 외국인들에게는 불손하게 비친 모양이다. 순례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공용인사는, “부엔 까미노(Buen Camino)”.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던 반갑게 웃으며, “부엔 까미노하고 인사를 하는 것이 예의다. 두 음절 인사가 번거롭다고 느껴지면, 스페인어 인사, “올라(Hola)”로 대체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인들 대부분은 만나도, 그냥 지나치기 일쑤고, 이쪽에서 먼저 인사를 해도, 무뚝뚝한 표정으로, 웃지도 않고 부엔 까미노하고 지나친다. 불손한 사람들이다.

 

차례를 기다려야하는 장소에 놓인 의자 위에 배낭이 놓여있는 것을 보는 외국인들은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자신들은 모두 바닥에 배낭을 벗어놓고, 앉을 자리를 찾는데, 저 의자 위의 배낭은 도대체 누구의 것인가? 하고 둘러보면 거의 예외 없이 모두 한국인들의 배낭이다. 시민의식이 부족한 사람들이다.

 

간혹 사람들이 모인 공공장소에서 신발을 벗거나, 심한 경우 양말까지 벗는 한국인들을 보는 외국인들은 고개를 돌린다. 저런 야만인들과 함께 자리를 같이 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이런 일들 때문에 한국인들이 환영을 받지 못하는 모양이지만, 나는 한국인들을 탓할 생각은 없다, 남들은 100~200년에 걸쳐 이룩한 산업화, 민주화 과정을, 50~70년 사이에 이룩하는 급격한 변화 속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하면서 살아온 한국 사람들에게는 시민의식을 제대로 배양할 시간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무뚝뚝하게 보일 수도 있고, 타인인 대한 배려가 부족할 수도 있으며 야만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한국인들은 태생적으로 예의 바르고, 정이 많은 사람들임으로 50, 100년 후에 세계인들 눈에 비친 한국인들은 완전히 다른 모습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가까워진 외국인들에게 이렇게 설명을 하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여행 작가 김남희 씨는 생장피트포르 산티아고협회에서 본 통계자료를 인용하여, 2004년 한 해 동안 이곳에서 순례자 증명서를 받아간 사람은 모두 21,544명인데, 프랑스인이 6,629명으로 가장 많고, 일본인은 117명, 한국인은 3명뿐이라고 적고 있다.

 

2014~20163년간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자사무소에서 발급한 국가별 순례증 수는 아래 표와 같다.

 

2014

2015

2016

 

국가

인수

비중

 

국가

인수

비중

 

국가

인수

비중

1

스페인

113655

47.8

1

스페인

122420

46.6

1

스페인

124230

44.7

2

이태리

20254

8.51

2

이태리

22151

8.4

2

이태리

23944

8.6

3

독일

16348

6.87

3

독일

18873

7.2

3

독일

21220

7.6

4

폴투갈

11663

4.90

4

미국

13670

5.2

4

미국

15230

5.5

5

미국

11578

4.87

5

폴투갈

12481

4.8

5

폴투갈

13245

4.8

6

프랑스

9348

3.83

6

프랑스

9916

3.8

6

프랑스

8868

3.2

7

아이랜드

5022

2.11

7

영국

5417

2.1

7

아이랜드

6537

2.4

8

영국

4396

1.86

8

아이랜드

5367

2.0

8

영국

6050

2.2

9

한국

3842

1.61

9

카나다

4201

1.6

9

한국

4534

1.6

10

호주

3782

1.59

10

한국

4073

1.5

10

호주

4441

1.6

 

최근 들어 한국이 10권 안으로 진입할 정도로 순례길을 걷는 한국인들의 수가 급격히 늘었고, 아울러 한국인들의 시민의식 결여로 외국인들의 소리 없는 비난을 듣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한국인들의 순레길을 찾는 이유와 연령 분포이겠다. 이것은 어떤 통계자료에 근거한 것은 아니고, 내가 만난 사람들을 바탕으로 추정한 것임으로 부정확할 수 도 있겠다.

 

32일 동안 순례길을 걸으면서 내가 만난 한국인들 모두 24명이다, 이 중 2/3(16)20~30대 젊은이들이다. 남자보다 여자들이 조금 더 많다. 3~4명의 여자들은 유럽을 여행하는 길에, 3~5일 정도를 할애하여, 순례길을 트레킹 코스로 즐긴다고 하고, 2~3명은 800Km 순레길에 도전 중이며, 2명은 천주교 신자인 아버지를 돕기 위해 참여했다고 한다.

   트레킹을 즐기는 여인들

 

이에 비해 남자들은 한국에서 직업도 없고 할 일도 없어 답답하여 순례길에 나섰다고 한다. 이들은 사는 목표도, 희망도 없다고 한다. 800Km 순례길에 도전, 조용히 걸으며 생각도 해보고, 외국의 젊은이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겠다고 한다.

   의지의 한국인, 평발에 발바닥 피부가 다 벗겨진 상태인데도, 3일 동안을 버티고 걷는 사나이.

 

딱한 이야기이다. 산디아고 순례길이 목표도 희망도 없는 한국 젊은이들의 도피처가 됐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그나마 부모님들의 돈으로 도피가 가능했던 이들은 나은 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몇 배나 많은 젊은이들이 희망도 없이 국내에서 방황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무섭다는 생각마저 든다.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산업재편이 불가피하고, 제조업이 저 임금을 찾아 해외로 빠져 나갈 때,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기득권자들과 결탁,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방해한 위정자들의 죄 값을 지금 젊은이들이 치루고 있는 게 아닌가?

 

할 말이 없어진 나는 이들에게 국내에서만 꿈과 희망을 찾지 말고, 세계로 눈을 돌려보라고 권해본다. 한국기업들의 투자가 늘어가는 월남 쪽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고, 사람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일본도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는가 하면, 지금은 국내에서는 완전히 잊히고 버려진, 새마을 운동을 철저히 공부하여, 이를 들고 외국으로 나가는 방법도 찾아보라고 권하는 것이 고작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꿈도 희망도 없이 방황한다면, 그 나라의 장래는 어둡고, 위태롭다.

 

 

(2018. 7. 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