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6) : 투르판-천불동 /아스타나고분 /고창고성 / 소공탑
투르판(吐魯番)은 우르무치에서 동쪽으로 183Km 떨어진 곳에 있는, 남북 60Km, 동서 120Km에 달하는 거대한 분지다. 특히 해발고도가 -154m로 세계에서 사해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곳이라고 한다.
실크로드의 천산 남로와 북로를 연결하는 요충지에 위치하여, 서한(西漢)시대부터 서역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당(唐)나라 때에는 당의 직접 지배를 받았고, 위글 족의 서 위글 왕국시대에는 베제클리크 천불동에서 볼 수 있는 고도의 문화를 형성하는 등, 투르판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고 한다. 최근에도 새로 신설된 천산지구(天山地區)로 통하는 철도의 주요 역(驛)이 되어, 예로부터 서역의 교통요지였던 명성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한다.
투르판 시내
투르판의 기후는 고온건조하며 바람이 강하다. 여름이면 보통 40-50℃를 넘나들고, 최고 기온이 49.8℃를 기록하는 등 한낮에는 움직일 수가 없을 정도로 덥다. 그 때문에 화주(火州)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가을이나 겨울에는 선선해서 여행하기가 매우 좋다고 한다. 연간 강우량이 20mm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한낮에도 그늘에 들어가면 비교적 지내기가 쉽다. 농업이 중심이고, 특산물로는 포도, 하미과, 면화 등이 있다. 인구는 약 30만.
포도밭과 포도 건조시설
우리가 투숙한 교하장원 호텔은 4성급 호텔로 제법 규모가 큰 편이다. 아침에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니, 시내에서 떨어진 변두리에 위치한 모양이다. 객실에 비치된 리프렛을 보니, 역시 투르판 중심가에서 동쪽으로 약 2Km 떨어진 곳에 있다고 한다. 고대의 수리 시설인 "카레즈"가 호텔에서 가깝고, 양식당(洋食堂)과 커피숍이 있어서 식사에는 불편이 없다.
교하호텔- 아침산책 시 찍은 사진
호텔 주변 풍경
아침식사를 마치고 로비에서 일행을 기다리는데, 일본인 여자 관광객 한사람이 다가오며 말을 건다. 집사람과 나를 일본인으로 착각한 모양이다. 일본 사람이 아니고 한국인이라고 소개를 하고, 실크로드를 구경 온 관광객이라고 하자 놀라며 반가워한다. 일본인 관광객들은 13일간의 일정으로 쿠차까지 간다고 한다. 하기야 '이노우에 야스시(井上靖)'의 소설 '돈황'으로 일본인들의 실크로드에 대한 관심은 우리보다 높은 터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겠다. 일행들이 모이자, 즐거운 여행을 하라고 작별인사를 하며 헤어진다.
투르판에서 첫 번째로 방문할 곳은 시내에서 동쪽으로 약 50Km 떨어진 무르툭(木頭溝) 계곡 주위에 있는 토욕구와 베제클리크의 천불동이다. 승합차는 시내를 벗어나 국도를 타고 동쪽으로 달린다. 이른 아침인데도 국도에는 화물차, 공사용 덤프트럭들의 왕래가 빈번하고, 멀리 유정에서 석유를 끌어 올리는 메뚜기와 풍력 발전용 팬들이 눈에 뜨인다. 농업이 주산업인 사막한 가운데의 오아시스가 이제는 동력자원의 보고(寶庫)로 변신하고, 산업화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천불동의 위치 (펌)
화물을 가득 싣고 고개를 올라오는 화물차
승합차가 위구르족 마을을 지난다. 마차를 몰고 가는 젊은 아낙네, 집 앞에 모여 지나가는 승합차를 바라보는 여인들과 아이들... 국도변의 활발한 움직임과는 달리 한적하고 정체된 느낌이다. 무르툭 계곡이 가까워지면서 차창 밖의 풍경이 달라진다. 황량한 진흙 산. 깊은 골짜기를 흐르는 푸른 강, 마치 미국의 그랜드캐넌을 축소 해 놓은 것 같은 광경이다.
위그루족 마을
차창 밖 풍광1
차창 밖 풍광2
차창 밖 풍광3
이윽고 승합차는 토욕구에 도착한다. 너른 주차장에 토욕구 표지가 있고, 한 귀퉁이에 공중화장실이 있다. 삼면이 트인 중국 재래식 화장실- 서양 할머니들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서로 낄낄댄다.
토욕구 표지
토욕구의 위구르족 마을
토욕구 천불동
토욕구 천불동은 3세기부터 만들어졌다고 한다. 강 양쪽으로 94개의 석굴이 있는데, 중국 정부는 최근에야 그 일부를 개방한다고 한다. 위구르족 기념품 상점과 묘지를 지나고, 마을을 거쳐 개방된 석굴로 향한다. 강을 따라 새로 튼튼하게 만든 탐방로가 석굴로 이어진다. 석굴에 이르면 위구르인 가이드가 자물쇠로 잠겨있는 문을 열고, 관광객들을 들여보내고, 관광을 마치면 바로 문을 잠근다.
마을로 들어서는 관광객들- 서양 할머니와 원주민
위루르족 마을-수령이 상당해 보이는 나무가 마을의 연륜을 말하는 듯.
폭포도 보이고
탐방로
41호, 42호 석굴
석굴 내부는 벽화를 떼어가고 남은 빈 공간뿐이고, 간혹 남아있는 벽화 속의 불상들도 눈은 모두 도려내져 있다. 눈을 통해 영혼이 교류된다고 믿는 이슬람교도들의 짓이라고 가이드는 설명한다. 불교문화의 극치라고 일컬어지는 천불동 석굴의 가장 악랄한 도굴꾼은 독일이다. 1902년부터 1914년 사이에 독일은 황제의 후원 하에 네 차례에 걸쳐 탐험대란 이름의 도굴꾼들을 투르판에 보낸다. 2차 탐험대장 '르콕'은 토욕구에서 10개월 동안이나 거주하면서 도굴을 지휘했다고 한다. 이렇게 약탈해간 보물들 중 많은 부분이 베를린 폭격 때 소실됐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 약연 때문인지 오늘 만난 서양 할머니들은 대부분이 독일 할머니들이다.
2차 탐험대장 '르콕'이 살았던 집
서양인 관광객들
토욕구 천불동을 둘러보고, 다시 국도로 나와, 베제클리크 천불동으로 향한다. 화염산을 지나고, 서유기의 주인공들의 모형도 지난다. 베제클리크 천불동도 토욕곡 천불동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정오가 가까워지자 내려 쪼이는 태양 볕이 뜨겁다.
화염산
매표소
천불동1
천불동2
20굴 입구
베제클리크 천불동을 나와 까오창(高昌)시민들의 공동묘지였다는 아스타나 고분으로 향한다. '아스타나'는 위구르어로 '영원한 휴식'이란 뜻이고, 건조하고 뜨거운 기후 때문에 많은 문화유적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고 가이드가 설명한다. 즉 각종 문서, 비단옷이나 털옷, 개성이 있는 토기와 목기 등이 원형그대로 계속 발굴된다고 한다. 가장 오래된 문서가 273년, 가장 최근 것이 778년에 쓰여 졌다고 하니, 약 500년 동안 공동묘지로 사용된 지역이다.
묘지 입구
묘 관리 구역의 조각
공동묘지
가이드의 안내로 3~4개의 발굴된 묘지들을 둘러본다. 계단을 따라 무덤 속으로 들어서면 유리관에 미이라가 안치 돼 있고, 부장품등을 넣었던 토굴이 보인다. 묘 앞에는 묘의 내용을 알려주는 묘지석이 서 있다. 아직 발굴을 안 한 묘들이 무수히 많다고 한다. 중국 정부가 주도하여 발굴 작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으니, 앞으로 또 얼마나 놀라운 보물이 쏟아져 나올 지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당나라 시대의 무덤
묘지석
묘지 내부
고분군을 나와 가까이 있는 고창고성(高昌故城)으로 이동한다. 후한이 멸망한 이후 번성했던 도시국가 고창국의 왕성지(王城址)인 고창고성은 약 5Km의 토성으로 둘러싸여져 있다. 서기 630년 현장법사는 서안(西安)을 떠나 인도로 가는 길에 이곳에 들렀다고 한다. 불교에 심취한 고창국의 왕은 그를 극진히 영접하고, 석 달간이나 법사를 왕국에 머물게 하며 불법의 가르침을 받았다고 한다. 고창국은 당나라에게 망한다.
우리는 당나귀가 끄는 마차를 타고 성을 둘러본다. 성 내부에는 왕성을 비롯하여 경교사원, 불교사원, 현장법사가 머물며 강론을 했던 장소 등 다양한 유적들이 흔적만 남아있다. 고유의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노인들, 함께 사진 찍기를 기다리는 젊은 위구르인들이 폐허가 된 조상들의 유적을 찾는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당나귀가 끄는 마차를 타고 고성을 둘러 본다.
대불사
고성1
고성2
고성의 악사
함께 사진찍기를 기다리는 젊은 위구르인들
고성을 둘러본 후 , 시내로 귀환하여 점심심사를 한다. 투르판의 오후는 역시 뜨겁다. 점심을 마친 일행은 가까운 소공탑을 잠시 둘러본다. 소공탑은 신강에서 가장 오래된 고탑으로 청나라의 명장인 액민화탁이 지었다고 해서 액민탑이라고도 불리운다. 이어 포도원에 들러 포도밭을 구경하고, 위그루족의 민속무용을 즐기며 더위를 피한다.
소공탑과 액민화탑
탑에서 본 경내
포도원 입구
포도원1
포도원2
포도원 환영공연
호텔로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저녁식사를 한다. 특식으로 양 바비큐가 나온다. 새끼 양을 통째로 양념을 바르며 구운 것이다. 아마도 '베이징 덕'과 조리방법이 비슷할 듯싶다. 맛이 훌륭하다.
양 바베큐
저녁이 되니 더위가 가신다. 9시가 넘었는데도 아직 사방이 밝다. 9시 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시원한 호텔의 야외 간이무대에서 펼쳐지는 민속무용을 구경하며 하루의 피로를 푼다.
민속무용1
민속무용2
관객과 무용수들과의 어울림
(2007. 6.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