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지맥(7) : 싸리터재-564.0m봉-마령재-토곡산-매화재-산주리
봄이 한창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보는 주위 풍광이 무척 아름답다. 회색빛 산야가 녹색으로 변하고, 빠르게 스쳐가는 과수원의 하얀 배꽃, 분홍색 복사꽃들이 화사하다. 버스는 산행 들머리를 향해 산골로 들어선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정지용이 향수에서 노래한 산골에는 들일 나온 아낙들이 점점이 보인다. 원거리 산행은 산행만이 아니라 이처럼 훌륭한 여행도 겸하게 되어 즐거움이 두 배가 된다.
2007년 4월 17일(화).
"화요맥"을 따라 수도지맥 일곱 번째 구간을 산행한다. 오늘 구간은 『싸리터재-564.0m봉-오리재-512.3m봉-마령재-토곡산(644m)-매화재(564.5m)-산주리』로 마루금 도상거리 약 12Km, 날머리 약 1.5Km, 합계 13.5Km 정도이다. 당일 산행으로 딱 알맞은 거리다.
새로 참여하는 여자대원 한 사람을 태우기 위하여, 수지를 들르느라, 평소와는 달리 경부고속도로로 들어선 버스는 고속도로에서의 차량사고로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제 시간에 가까운 경유지에 도착하기 위해 새벽같이 집을 나온 죽전 부근에 사는 다른 대원들이, "왜 수지를 경유한다고 사전에 알리지 않았냐?"고 항의를 하며, 귀로에도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수지에서 내려 달라고 요구한다. 죽암에서 대원들의 아침식사를 위해 약 20분간 정차를 한 버스가 10시 55분 경, 덕유산을 지난다. 남쪽으로 흐르는 덕유산 지능선에 때 아닌 하얀 눈이 보이자 차내에서는 환성이 터진다. 11시 37분, 버스는 싸리터재에 도착한다.
하얀 눈이 보이는 덕유산 지능선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37) 싸리터재-(11:42) 능선진입-(11:51) 398m봉-(11:56) 임도-(12:02) 너른 안부-(12:06) T자 능선, 우-(12:10) 무명봉, 우-(12:13) Y자 갈림길, 좌-(12:28) T자 능선, 좌-(12:32) 564m봉-(12:42) T자 능선, 좌-(12:47) 칠원 윤처사 묘-(12:49) 헬기장-(12:53) 참호봉-(12:56) 삼두재-(13:01) 칠원 윤공 묘-(13:33~13:50) 오리재-(13:55) 헬기장-(14:06) 전망바위-(14:11) 암릉, 왼쪽우회-(14:15) 갈림길, 우-(14:28) 512.3m봉-(14:44) 무덤 1기-(14:45) 사거리 안부, 좌-(14:58) 갈림길 , 직진-(15:02) 진주 류공 묘-(15:03~15;06) 마령재-(15:15) 묘 2기-(15:21) 헬기장-(15:24) T자 갈림, 좌-(15:26) 434m봉-(16:12) 안부 사거리-(16:17) 묘 1기-(16:34) T자 능선, 우-(16:46) 토곡산 정상-(16:48~16:53) 전망봉-(17:08) 안부 삼거리-(17;12) 봉, 우측 우회-(17:23) 매화재-(17:25) 무덤 2기-(17:260 안부-(17:50) 산주리』중식 17분 포함, 총 6시간 13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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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리터재에서 내린 대원들은 임도를 걷다, 절개지 바로 위, 수로를 따라 오른다. 왼쪽으로 채석장과 지나온 능선, 그리고 통신탑이 서 있는 오도산의 머리 부분이 멀리 보인다. 11시 42분, 수로를 버리고, 잡목 숲으로 들어서서 능선을 오른다. 잡목과 진달래로 뒤엉킨 능선이다. 진달래꽃은 이미 다 지고, 새로 돋아난 잎들로 온산이 은은한 녹색이다. 간간이 표지기는 보이지만 길은 없다. 진달래와 잡목을 헤집고 길을 만들며 오른다. 초장부터 장난이 아니다.
싸리터재에 내려 임도를 따라 오르고
수로를 따라 오르다 왼쪽으로 본 채석장과 오도산 정상
오른쪽으로 오솔길이 보인다. 이때부터 소나무가 무성한 정면 능선에도 희미하게 길이 나타난다. 아마도 인근 사람들은 싸리터재에서 계속 임도를 따라 오르다, 왼쪽 오솔길을 지나 능선으로 오르는 모양이다. 11시 51분, 398m봉에 올라 잠시 오른쪽으로 진행하다, 왼쪽 내리막 벌목지대로 내려선다.
다시 봉우리 하나를 넘으니, 눈앞에 임도가 지나가고, 절개지를 오르는 대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한주 차이인데도, 지난주와는 달리, 신록이 온산을 뒤덮고 있다. 능선이 왼쪽으로 굽어지는 것을 눈치 챈, 대원 몇몇이 요령을 피워, 왼쪽으로 우회하려다, 가시나무 덩굴에 막혀 되돌아 나온다.
임도를 건너 절개지를 오르는 대원들
등산로가 뚜렷이 이어진다. 다시 봉우리 하나를 넘고, 푸른 잎이 싱그러운 진달래들이 여기저기 보이는 가파른 송림 숲을 오른다. 상큼한 숲 냄새에 몸과 마음이 상쾌하다. 이윽고 연두 빛 새싹들이 아름다운 T자 능선에 올라, 표지기를 따라 오른쪽으로 진행하고, 12시 10분, 작은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내려서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안부에 이를수록 녹색이 짙어지고, 쓰러진 나무들이 길을 막는다.
쓰러진 나무들이 길을 막고
12시 28분, 다시 T자 능선에 오른다. 마루금은 오른쪽으로 이어지고, 564m봉은 왼쪽으로 조금 벗어나 있지만, 삼각점을 확인하기 위해 564m봉으로 향한다. 안부를 지나, 12시 32분, 억새가 무성한 정상에 오르니, 삼각점은 있으나, 마모가 심해 글자를 읽을 수가 없다. 할 일 없이 온 길을 되돌아 나와 다시 지맥 마루금으로 들어선다.
564m봉의 삼각점
꽃 반, 잎새 반인 진달래를 지나고, 12시 42분, 소나무가 무성한 T자 능선에 올라 왼쪽으로 진행하여, 봉우리를 넘고, 내리막에서 칠원 윤 처사의 묘를 지나, 12시 49분 헬기장에 이른다. 이어 참호 3개가 보이는 봉우리를 넘고, 12시 56분, 563m 능선 분기봉인 삼두재에 이른다. 오른쪽 인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누군가가 나뭇가지로 막아 놓았고, 지맥길은 왼쪽으로 급하게 떨어진다.
꽃 반, 잎새 반의 진달래
오른쪽을 나뭇가지로 막아 놓은 삼두재
다시 또 하나의 칠원 윤씨 묘를 거쳐, 오른쪽으로 인덕산이 잘 보이는 전망바위를 지난다. 이어 송림이 무성한 봉우리 두 개를 잇달아 넘자, 등산로는 아름다운 산책길로 변하고, 길가에 산매화 한 그루가 멋진 자태를 자랑한다. 이윽고 능선길이 좁아지며,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고, 여덟 번이나 물어야 찾을 수 있다는 오지마을(?) 팔심리(八尋里)와 그 너머로 우뚝 솟은 오도산이 보인다.
아름다운 산매화
1시 33분, 새터와 팔십리를 연결하는 오리재에 내려선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출발채비를 하고 있던 주발대장을 비롯한 선두그룹이 후미일행을 반긴다. 선두가 떠난 자리에 후미 일행이 둘러 앉아, 가져온 음식을 서로 나누어 먹는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오리재
1시 50분 경, 서둘러 식사를 마친 후미그룹도 천천히 절개지를 올라, 1시 55분, 헬기장을 지난다. 헬기장에는 군인들이 페인트 보수공사를 하고 있다. 장교 한 분이 류 회장에게 토곡산, 매화재 가는 길을 자세히 알려준다. 등산로는 헬기장을 오른쪽에 두고 왼쪽으로 굽어진다. 바위지대를 걷는다. 2시 6분, 전망바위에 올라 오른쪽 장계리 방향을 굽어본다.
페인트 공사 중인 헬기장
장계리 방향의 조망
2시 11분, 암릉을 왼쪽으로 우회하고, 울창한 송림 사이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길을 걷는다. 2시 15분,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고, 벌목 후 잔 가지들이 어지럽게 버려진 안부를 지나, 다시 능선으로 오른다. 이번에는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오도산, 두무산을 바라보고, 광산리를 굽어본다.제법 규모가 큰 마을이다.
갈림길-직진하면 사리마을이고, 지맥 마루금은 오른쪽이다.
오도산, 두무산 그 사이로 비계산이 보인다.
광산리 마을
2시 38분, 삼각점<합천 302, 1981 재설>이 있는 512.3m봉을 넘어, 무덤 1기를 지나고, 사거리 안부에 이르러 왼쪽으로 진행한다. 다시 봉우리 하나를 넘고, 급경사 진달래 능선을 달려 내려 2시 58분,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오른쪽으로 바위를 끼고 걷는다. 저 아래 마령재가 보인다. 3시 2분, 진주 류씨 묘를 지나고, 3시 3분 마령재에 내려선다.
바위지대에서 내려다 본 마령재
마령재는 24국도와 1034지방도로가 갈라지는 삼거리이다. 시외버스 정류장이 있고, 교통표지판, 그리고 재일동경경남도민(在日東京慶南道民)의 거리라는 돌표지와 남실마을 입구를 알리는 표지석 등이 보인다. 도로 가운데 서니, 서북 방향 정면으로 오도산이 우뚝하다. 마령재에서 주위를 둘러보며 휴식을 취한 후 건너편 능선으로 오른다.
마령재
마령재의 고도가 약 330m, 토곡산이 644m이니, 이제 300m 정도의 오르막을 꾸준히 올라야한다. 3시 15분, 잘 정돈된 묘 2기를 지나고, 3시 21분, 헬기장을 거쳐, 3시 25분, T자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하여 바위전망대가 있는 434m봉에 오른다. 정면으로 가야할 토곡산, 만대산이, 왼쪽으로는 오도산, 두무산이 보이고, 광산리가 펼쳐진다.
왼쪽으로 내려다 보이는 마을
토곡산, 만대산
전망대 봉우리에서 왼쪽으로 가파르게 달려내려 안부에 이르고, 이어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우회 하거나 넘어선다. 4시 12분, 안부 사거리를 거쳐, 4시 17분 묘 1기를 지나고, 4시 34분, T자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이어 4시 46분, 토곡산 정상(644m)에 오르지만. 진달래가 핀 정상에는 아무 표시도 없고, 뾰족한 바위 두 개가 솟아있다. 조망도 별로다.
토곡산 정상
정상의 좁은 능선을 따라 동쪽으로 진행한다. 길가에 핀 산 벚꽃이 곱다. 시야가 확 트이며 조망이 훌륭하다. 북서쪽으로 오도산, 두무산, 정면으로 매화재, 녹대산, 오른쪽으로 만대봉 등이 한눈에 들어오고, 120도 방향으로 멀리 황강이 보인다.
산벚꽃
만대산
오도산, 두무산
녹대산, 매화재와 산주리
매화재와 만덕산
120도 방향으로 보이는 황강
4시 53분, 진달래 군락지를 헤치고 전망봉을 내려선다. 5시 2분, 뒤돌아 전망봉을 바라보고, 5시 8분, 안부 삼거리에서 직진한 후, 봉우리 하나를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바위 위에 서서 지나온 토곡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5시 18분, 다시 봉우리를 넘어서자 하얀 산벗꽃 나무가 반긴다.
뒤돌아 본 전망봉
뒤돌아 본 토곡산
산벚꽃 나무
5시 23분, 564.5m의 능선분기봉인 매화재에 이른다. 직진하면, 녹대산으로 이어지는 길이고, 마루금은 오른쪽 내리막이다. 내리막을 달려, 5시 25분, 무덤 2기를 지나고, 5시 26분, 안부에 이르러 왼쪽으로 내려선다.
매화재
안부
산주리로 이어지는 임도를 걷는다. 임도 주변의 풍광이 그림같이 아름답다. 임도에는 쑥이 지천이다. 녹색을 바탕으로 흰색, 분홍색의 산벚꽃들이 흐드러지게 피고, 오른쪽 골짜기에는 물 흐르는 소리가 청아하다. 이런 선경 속을 터덜터덜 걸어 내린다. 머릿속이 텅비는 것 같다. 아무 생각도 없다.
하산길 1
하산길 2
하산길 3
5시 50분 경, 도로변에 정차한 버스에 도착하여, 막걸리로 갈증을 풀고, 소고기를 갈아 끓인 미역죽으로 식사를 한다. 6시 27분,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인삼랜드에서 용무를 위해 잠시 정차했던 버스는 경부고속도로가 붐비지 않는다는 정보를 접하고, 경부고속도로로 진입하여 10시가 채 못 된 시간에 수지에 정차한다. 5~6명의 대원들이 하차한다. 이들 대원들은 버스가 경부고속도로로 진입한 덕에, 최소한 1시간 반 정도의 귀가 시간을 벌은 셈이다.
다시 출발한 버스가 성남을 거쳐, 강동으로 진행하자, 양재를 경유하리라 기대했던 대원들 사이에서 불평하는 소리가 높아진다. 주발대장이 오늘만의 예외라고 해명을 하지만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도로 사정에 정통한 강 위원장이 빠른 이동을 위해, 주로 중부고속도로를 이용해 왔으나, 참여자들이 늘고, 죽전이나 수지에 거주하는 대원수가 많아지자, 모처럼 경부고속고로를 이용한 것이 문제가 되는 모양이다.
많은 사람들이 단체로 행동을 할 때, 어떤 특정한 결정이 모든 사람들을 다 만족시킬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이럴 경우에는 가능한 한 가장 보편적인 방책을 취하고, 그 취지를 모든 사람들에게 설명하여, 협조를 구하는 것이 최선이다. 신경을 써야한다. 바늘구멍이 거대한 둑을 허문다.
(2007. 4. 19.)
안녕하세요?아름다운 고장이 고향이라니 부럽습니다.마루금을 걸으면서 시야갸 트이고, 마을이 내려다 보이면,무척 아늑하고 평화롭게 느껴져, 종종 사진에 담아오게 되지요.그리고 지도에서 마을의 위치를 대강 짐작해서 표기를 한답니다.진땀 나네요.바로 잡아주셔서 고맙습니다.정정해 놓겠습니다.
안녕하세요?일부러 찾아주시고, 답글 주셔서 감사합니다.빠르게 변하는 중국에 계시면,아마도 70년대에 우리가 경험했던 활기를 느끼시겠군요.이국 땅에서 좋은 경험 많이 하시고, 즐거운 나날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우림님 불로그 잘 보고 갑니다.제 불로그도 방문 해 주세요 ^^중국 베이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