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산행기

설악산(한계령-대청봉-소청-천불동계곡-설악동)<1>

Urimahn 2015. 1. 13. 15:44


끝청에서 본 서북능선과 귀떼기청봉

 

20140110()

등산과 여행을 안내하는 좋은 사람들이 백두대간 종주의 일환으로 설악산을 간다. 코스는 한계령-대청봉-오색(A코스)과 흘림골-등선폭포-주전폭포-금강문-오색약수터(B코스)로 이원화하여, 참여자들이 자기 체력에 맞추어 선택하도록 한다.

 

A코스의 소요시간으로 7시간을 배정하여 너무 타이트하다는 느낌이 강했으나, 당일 등반대장은 30분을 연장하여 7시간 30분을 배정해준다. 추가 30분 정도로는 여전히 충분치 않겠지만, 진행을 해보다, 제 시간에 하산을 못하게 되면 등반대장에게 연락하여, 기다리지 말고 버스를 출발하게 한 후, 오색에서 시외버스로 상경하기로 하고, A코스를 선택한다.

 

735, 예정보다 10분 정도 늦게, 복정역을 출발한 버스는 도중에 아침식사를 위해 휴게소에서 20분 동안 정차했음에도, 954분 경, 한계령에 도착한다. 예전에 비해서 무척 빨라졌다. 차에서 모든 산행준비를 마친 나는 버스가 한계령에 도착하자마자 차에서 내려, 잠시 화장실에 들렀다, 10시 정각에 가파른 계단 길을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오색령 도착

 

맑은 날씨에 추위도 심하지 않고, 생각보다 바람도 강하지 않아 산행을 하기에 좋은 날씨다. 하지만 버스에서 내릴 때 몸 상태가 이상하다고 느낀다. 뒷좌석 좁은 공간에서 등산화를 제대로 신고, 스패츠를 장착하는 동안 앉아서 허리를 구부리고 있었더니 차멀미 기운이 생긴 모양이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데 배에 힘이 하나도 없고 속이 메스껍다. 갈 길은 멀고 시간은 촉박한데 큰일이다. 하지만 맑은 공기를 마시며 천천히 걷다 보면 곧 좋아지겠다는 생각에 서둘지 않고 천천히 걸어 오른다. 3분 후, 설악루를 지나 위령비를 카메라에 담고 잔설이 깔린 가파른 오르막길을 천천히 오른다.

설악루


위령비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멀리 낮 익은 귀떼기청봉이 처음으로 시야에 들어온다. 1023, 한계령 0.5Km/한계령삼거리 1.8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500m를 진행하는데 23분이 걸렸다는 이야기이다. 그만큼 길이 가파르고 컨디션도 좋지 않기 때문이겠다.

 모습을 보이는 귀떼기청봉


첫 번째 이정표

 

1058, 한계령 1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이제는 메스꺼움도 사라지고 아랫배에 힘이 담긴다. 차멀미 증상이 사라지고 다행히 몸이 제 컨디션을 찾은 모양이다. 점차 고도가 높아지며 등산로에 눈이 제법 쌓여 미끄럽지만, 아직 아이젠을 할 정도 아니다. 호젓한 길을 아무 생각 없이 꾸벅 꾸벅 걷는다.

 등산로에는 제법 눈이 쌓이고

 

114, 다시 시야가 트이는 지점에서 귀떼기청봉을 가까이 보고, 이어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미끄럽기는 하지만 무릎을 생각하여 여전히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는다. 이윽고 눈 덮인 안부에 내려서서 빽빽한 나무들 사이로 이어지는 설원을 걸으며 건너편에 보이는 서북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가까이 본 귀떼기


안부에서 올려다 본 서북능선

 

 1126, 나무계단을 지나 왼쪽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간간히 눈 아래 얼음이 깔린 곳도 있어 몹시 미끄럽다. 선행자들의 발자국을 골라 밟으며 조심, 조심 오른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귀떼기청봉의 골체미(骨体美)가 아름답다.

귀떼기청봉의 골체미

 

1147, 작은 능선 위에 올라, 왼쪽에 보이는 삿갓봉을 카메라에 담고, 한계령삼거리로 오르면서, 시야가 트여 오른쪽으로 남설악 방향의 점봉산을 바라본다. 1151, 이정표가 있는 한계령삼거리에 이른다.

작은 능선에서 본 삿갓봉


한계령 삼거리 이정표


한계령삼거리 119구조목

 

한계령의 고도가 1003.8m이고, 남설악과 내설악을 가르는 서북능선 위의 한계령삼거리의 고도는 1,360m이다. 도상거리 2.3Km, 고도차 약 360m를 극복하는데 1시간 51분이 걸렸다. 200410, 백두대간을 하면서 무박산행으로 진행했던 한계령-한계령삼거리구간의 소요시간은 1시간 26분이었다. 10여년의 세월이 25분의 시간 차이를 만든 모양이다.

 

기념사진을 찍는 등산객들에게 혹시 우리일행들이 아닌 가해서 어디서 오셨느냐고 묻는다. 모두가 삼삼오오 짝을 져서, 개별적으로 오신 분들이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오신 분들은 아무도 없다. 내가 잠깐 화장실에 들른 사이에 모두 앞서 가셨나? 아마도 대간을 하시는 분들일 터이니 그럴 가능성이 크겠다. 최후미로 쳐져서 대청봉을 향해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르며, 뒤돌아 이제는 부드럽게 보이는 귀떼기청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부드럽게 보이는 귀떼기청봉

 

눈 쌓인 완만한 능선길을 서둘지도, 쉬지도 않고 차분하게 걸으며 아름다운 설악 주위 풍광을 둘러본다. 능선 위라 바람이 강하다. 1216, 1,397m봉을 왼쪽으로 우회하여 통과하고, 1240, 한계령 3.3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가리봉


우회한 1,397m


고사목


용아장성과 공룡능선


이정표

 

1254,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다 뒤돌아, 대승령으로 이어지는 서북 능선을 카메라에 담고, 5분 후, 1,460m봉에 올라 주위를 조망하고, 봉우리를 내려서다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는 끝청과 중청을 만나 카메라에 담는다.

 귀떼기청봉과 서북능선


아련히 보이는 한계령 길


끝청과 중청


뒤돌아 본 가리봉, 그리고 서북능선의 장관

 

1317, 잔설이 깔린 오솔길 같이 얌전한 능선 길을 걷는다. 오른쪽에 보이는 119구조 표지목에는 이곳이 한계령 탐방지원센터에서 4.3Km 떨어진 지점이라고 알려준다. 1337, 한계령 5.1Km/중청대피소 2.6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1351, 119구조 표지목이 있는 봉우리를 통과한다.

잔설이 깔린 오솔길


 

이정표


119구조 표지목

 

1401, 능선 안부에 내려서서 끝청을 올려다보고, 5분 후, 한계령 6.1Km/중청대피소 1.6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오르막길을 오르다 뒤돌아, 지나온 길과 그 뒤로 펼쳐지는 장쾌한 풍광을 카메라에 담는다.

능선안부


이정표


끝청 오르다 뒤돌아 본 풍광

 

230, 경관 안내판 등이 있는 끝청에 올라서서, 남설악과 내설악의 풍광을 조망한다. 설악의 장쾌한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히 장관이다.

설악산 국립공원 경관 안내


끝청 등산안내도


남설악 방향의 조망


공룡능선, 마등령, 황철봉과 멀리 울산바위


천불동계곡의 암봉들

 

끝봉을 지나 중청로 향한다. 다소간의 업 다운이 있는 거친 길이 이어진다. 많이 미끄러운 곳도 있지만, 여전히 아이젠은 착용을 하지 않은 채, 선답자들의 발자국을 조심스럽게 따라 밟는다. 시야가 트이며 중청과 대청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무척 부드러운 모습이다.

중청


대청


중청과 대청

 

중청 사면 길을 따라 대피소로 향한다. 159, 삼거리 이정표를 지나고, 대피소를 굽어보는 지점에서 대청을 당겨 찍는다. 정상 위의 사람들이 보이고, 정상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점점이 찍혀있다. 아마도 우리 일행인지도 모르겠다.

중청을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이정표


중청대피소와 대청


당겨 찍은 대청봉 정상


대피소로 내려오면서 본 울산암

 

15시 12, 중청대피소로 들어선다. 한계령을 출발하여 5시간 12분 만에 도착한 것이다. 이제 버스가 출발하는 하산 마감시간, 530분 까지는 남은 시간은 2시간 18분인데, 아직도 갈 길이 5.6Km나 남아있다. 죽었다 깨어나도 530분까지의 하산은 불가능하다.

 

끝청에 세워진 등산안내판에 의하면, 한계령에서 중청대피소까지는 도상거리 7.7Km에, 5시간이 소요 된다고 한다. 늦은 걸음이지만 쉬지 않고 꾸준히 걸은 터라, 비슷한 시간에 들어왔지만, 어찌 대간꾼들의 준족에 비할 수가 있겠는가?

등산안내판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 뿐이다. 첫째는 등반대장에게 하산 시간까지 도저히 댈 수가 없으니, 기다리지 말고 출발을 하라고 연락을 한 후, 여전히 내 페이스로 걸어, 730분경에 오색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막차를 타고 속초로 나와, 고속버스로 귀경하는 방법이고, 두 번째는 중청대피소에서 1박을 하고, 내일 아침 천불동 계곡을 따라, 설악의 아름다움을 한껏 즐기면서, 유장하게 하산하는 방안이겠다.

 

중청대피소 관리인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예약을 하지 못했지만 하룻밤을 묵을 수 있게 배려를 해 달라고 부탁을 한다. 관리인은 예약을 하지 않았으면 숙박을 할 수 없다며, 아직 시간이 충분하니, 서둘러 오색으로 하산하라고 권한다.

 

한계령에서 출발하여 이미 5시간 이상 눈길을 걸어 많이 지친 상태에서 무리하게 하산을 하다보면, 한 시간 정도는 혼자서 일몰 후의 산길을 걸어야하기 때문에, 자칫 길을 잃거나. 실족하여 부상을 당할 염려가 있으니, 부디 선처를 해 달라고 다시 부탁을 해본다.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기만 하던 관리인이, 5시부터 예약한 분들의 방 배정을 한 후에 상황을 보아야 하니, 기다려 보라며, 식사는 어떻게 하겠냐고 묻는다. 매점에서 파는 것으로 때우겠다고 하자, 식사할 만 한 것으로는 데운 햇반과 봉지라면 뿐이라며, 전력부족으로 뜨거운 물을 공급할 수 없어, 컵라면도 없다고 한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대기실 한쪽 귀퉁이 맨땅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잠시 쉬다가, 배낭을 벗어 두고, 340분 경, 대피소를 나와 대청봉으로 향한다. 밖으로 나오니,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바람이 세차게 분다. 초속 10m도 넘는 풍속이겠다. 간신히 스틱으로 몸의 균형을 잡으며 천천히 정상으로 향한다.

대피소 앞에 세워 놓은 설악산 국립공언 경관 안내도

 

내일 아침 일출을 보러 대청봉에 오르는 것이 제 코스이겠지만, 내일 날씨가 좋으리라는 보장도 없고, 또한 하산을 천불동 계곡 쪽으로 잡은 터라, 대기실에 앉아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하겠다는 생각으로 나왔지만,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그리고 몹시 춥다. 기온이 영하 8도 정도, 풍속이 10m/sec 때의 체감온도는 무려 영하 23도까지 떨어진다고 하지 않던가? 포기 할까? 하다가 이왕 나선 것, 설마 날라야 가겠느냐는 생각에 강행하기로 한다.

 

스틱에 의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여, 등산로 경계를 따라 이어지는 가드 레일의 줄을 잡고, 바람과 싸우며, 한발 한발 걸음을 띄어 놓는다. 47, 서너 명의 등산객들이 바람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정상에 오른다, 이어 정상석을 카메라에 담고, 잠시 주위를 둘러본 후 바로 하산을 시작하여, 425분 경, 대피소로 돌아온다.

 정상


정상석


화채봉과 속초


내설악 방향의 조망


하산하면서 본 대피소와 중청

 

 해가 지기 시작한다. 대기실 창밖으로 보이는 대청봉이 아름답다. 잠시 밖으로 나와 석양 속의 풍광을 카메라에 담는다. 5시가 되자, 예약자 방 배정이 시작되고, 이윽고 배정이 완료되자, 관리자가 호출을 하더니 110번방을 배정해 준다.

석양 속의 대청


석양 속의 공룡능선

 

데운 햇반과 참치 캔으로 식사가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자신이 없다, 먹다 남기면 쓰레기만 늘어 갈 뿐이다. 생수와 캔 커피, 그리고 담요 두 장을 들고, 110번방으로 내려와 자리를 편다. 갈아입을 옷도 없어, 겉옷만 벗고, 한동안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후, 배낭 속의 간식거리로 간단히 요기를 한다. 이어 9시 소등시간이 되자, 방안이 조용해진다. 한겨울, 1,670m의 고지에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따듯하고 편안한 잠자리에 든다.

 

 

(2014. 0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