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위지맥(3) : 무리한 구간설정에 비까지 내려 중도 탈출하고...
남서쪽에서 저기압이 접근하여 남부지방은 이른 아침부터 비가오고 중부, 영동지방에는 오후 늦게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다. 주말마다 비가 와서 모처럼의 휴일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실망하고, 주말장사를 기대하던 상인들이 절망하던 일을 기억하는데, 요즘은 어쩐 일인지 화요일 마다 비가 온다. "화요맥"에게 반가울 리가 없다.
2007년 9월 4일(화).
"화요맥"의 정기산행일이다. 오늘은 두위지맥의 세 번째 구간인 『뱃재-예미산(989.2m)-수라리재-935m봉-망경대산(1087.9m)-자령치-소금치-응봉산(1013m)-연하계곡』을 산행한다. 마루금 도상거리 약 11.8Km, 들머리 약 1Km, 날머리 약 6km로 총 18.8km나 된다. 당일로 소화하기에는 무리라고 할 수 있는 거리다.
"화요맥"이 중부, 영동지방에 오후 늦게 비가 온다는 기상청의 오보(誤報)의 덕을 본다. 오늘 참여인원은 33명, 이 중에 10명 정도는 틀림없이 비는 맞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참여한 것일 게다. 비가 올 것이라는 오보 때문에 벌써 몇 차례나 손해를 보았으니, 오늘은 그중 하나를 보충한 것일 뿐. 덕본 것도 없다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여하튼 참여 인원이 많은 것은 좋은 일이다.
오늘 구간 중, 뱃재에서 예미산 오름과 임도를 지난 후의 만경대산 오름이 빡세고, 935m봉에서 만경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찾기가 어렵다, 만경대산 주능선으로 이어지는 임도, 소금치에서 탈출하여 연하계곡을 따라 내리며 걸은 시멘트도로가 지루하다. 처음 보는 연하계곡은 비 온 뒤 수량이 풍부하여, 험한 계곡을 따라 흘러내리는 시원한 물줄기가 여기저기 폭포도 만들고, 푸른 소(沼)도 보여주지만, 갈 길이 바쁜 우리들은 발 한번 담가볼 여유가 없으니 그림의 떡이다. 그나마 오랜만에 귀라도 즐거워 다행이다.
무리한 구간 설정에 비까지 내려, 7명의 선두그룹만 응봉산 까지 가고, 나머지 대원들은 소금치에서 연하계곡으로 탈출한다. 모든 대원들이 하산하여 식사를 마치는데도 선두와는 연락도 되지 않는다. 날은 이미 어두워졌고, 비는 여전히 주룩주룩 내린다.
"랜턴은 가졌나?"
"여벌의 윈드 재킷은 가지고 있나?"
비는 오는데 깜깜한 산속에서 헤맬 거라고 생각하니 모두들 걱정이 태산이다. 8시가 다 된 시각에 겨우 연락이 된다. 7명이 함께 응봉산에 올랐다가 연하계곡으로 하산하지 못하고, 서쪽 골짜기를 타고 내려, 살로 요양병원 부근 38번국도 변에 있다는 이야기다. 비로소 모두들 한시름을 놓는다.
"화요맥"에는 등산의 베테랑들이 많다. 하지만 베테랑들에게도 급(級)이 있다. 상급 베테랑들을 기준으로 산행계획이 짜여 지면 중급 정도는 따라가겠지만, 하급자나 일반 등산객들에게는 무리가 오고, 무리에는 사고위험이 따른다. "화요맥"에서 상급 베테랑들의 입김이 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자기들보다 미숙한 사람들을 배려하여 목소리를 자제하고 조용히 주발대장을 도와야 한다.
일행을 태운 버스는 11시 15분, 한덕철광(주) 정문 앞에 정차한다. 박성태 씨는 산행기에서 남의 광업소의 통과를 꺼려하여 뱃재로 하산하지 못하고 우회하여 안길마을로 내려섰다고 하는데, 뱃장 좋은 우리 주발대장은 정문 수위양반에게 버스가 공장 안으로 들어가게 허락해 달라고 부탁해 본다. 하지만 수위양반에게 그럴 권한이 있을 리가 없다. 버스에서 내린 대원들이 정문을 통과해 공장 안으로 들어선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16) 한덕철광-(10:42) 뱃재-(10;47) 공터-(10:52) T자, 우-(11:03) 780m봉-(11:13) T자, 좌-(11:34) 예미산 정상-(11:50) 966m봉-(11:59) 무명봉, 좌-(12:06~12:23) 갈림길/알바, 원점회귀/좌-(12:37) 산불 감시탑-(12:46~13:00) 수라리재/ 중식-(13:10) 임도 사거리, 직진-(11:11) 오른쪽 숲으로-(13:58~14:12) 935m봉/길 찾아 3회-(14:16) 우측 사면 내리막-(14:33) 안부-(14:36) 임도-(15;07) 임도 버리고 능선-(15:17) 공터 풀밭-(15:23) 임도-(15:38~15:40) 만경봉산-(15:55) 임도-(16:07) 갈림길, 우-(16:17) 둥산로 표시길-(16:30) 990m봉-(16:39) 자령치-(17:03~17;05) 930m봉-(17;19) 임도-(18:16) 폐가-(18:;57) 59번국도』들머리 26분, 중식 14분, 등로이탈 약 30분, 마루금 5시간 39분, 날머리 1시간 52분, 총 8시간 41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공장 안의 넓은 도로를 따라 오른다. 기계소리가 요란하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 나오는 시커멓게 구멍이 뚫린 폐광구를 지나고, 후드득후드득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잡초가 무성한 임도를 걸어, 11시 42분, 뱃재에 도착한다.
한덕철광 정문
공장 안 도로를 걷는 대원들
찬바람이 나오는 폐광구
뱃재
완만한 오르막 능선을 따라 오른다. 10시 47분, 공터에 이르러 왼쪽으로 보이는 조망을 카메라에 담는다. 단풍산의 능선은 겨우 보이지만 매봉산 방향은 아쉽게도 비구름뿐이다. 능선이 점차 가팔라진다. 10시 52분, T자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울창한 낙엽송과 참나무 사이로 가파르게 이어지는 뚜렷한 등산로를 따라 올라, 11시 3분, 고도 약 760m 정도의 봉우리에 오른다.
공터에서 본 왼쪽 조망
760m봉에서 왼쪽으로 내려서지만, 등산로는 곧 오른쪽으로 굽어 울창한 낙엽송 숲을 지나 서쪽으로 이어진다. 11시 13분, 다시 T자 갈림길에 이르러 왼쪽으로 진행한다. 비에 젖은 가파른 오르막길이 몹시 미끄럽다. 이어 11시 34분, 잡목이 우거진 예미산 정상에 오른다. 삼각점<예미 21, 1995 복구>이 있다. 비는 오락가락하지만, 아직 비옷을 입을 정도는 아니다.
가파른 오르막길이 비에 젖어 미끄럽다.
삼각점이 있는 예미산 정상
울창한 낙엽송 숲이 어두컴컴하다. 사진을 찍으니 자동으로 후레쉬가 터진다. 이어 참나무 숲으로 나오니 안개가 내리기 시작한다. 11시 50분, 966m봉을 넘어서자, 날등길이 이어지고, 가파른 내리막을 거쳐, 1시 59분, 무명봉에 오른 후 왼쪽으로 내려선다.
어두컴컴한 낙엽송 숲
참나무 숲에는 안개가 내리고
12시 6분, 갈림길에 이른다. 양쪽으로 표지기가 걸려있다. 지형도를 꺼내 보지만 판단이 쉽지 않다. 오른쪽에 걸린 우군 표지기를 따라 희미하게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약 7~8분 정도 내려섰을 까? 뒤에서 고래대장의 고함소리가 들리고, 앞에서는 대원들이 알바라며 되 올라오고 있다. 12시 23분, 갈림길로 되돌아와 후미가 선두가 되고, 선두가 후미가 되어 왼쪽으로 내려선다.
갈림길 원점회귀 왼쪽으로
12시 37분, 산불감시탑이 있는 공터에 이른다. 때 마침 안개도 걷혀 모처럼 조망이 좋다. 남쪽의 조망이 시원하고 남서쪽으로 운교산(925m)도 모습을 보이는데, 북동쪽으로는 지나온 예미산이 가깝다.
산불감시탑
남쪽 조망
220도 방향, 뒤로 운교산
매봉산 방향
뒤돌아 본 예미산
12시 46분, 수라리재에 내려선다. 31번국도가 지나가는 고개다. 대원들과 함께 이곳에 모여 점심수라를 들고, 1시 정각에 다시 산행을 계속하여 울창한 송림을 기분 좋게 천천히 걷는다. 1시 10분, 임도 사거리에 이르러 직진하여 임도를 따른다. 1분 후, 임도는 왼쪽으로 크게 굽어지고, 오른쪽 숲에 표지기가 걸려 있다. 숲으로 들어서서, 잡목 숲 사이로 희미하게 이어지는 족적을 찾아 진행한다. 발자국들이 급한 오르막으로 힘들게 이어진다. 1시 58분, 너른 공터인 935m봉에 오른다. 대원들이 쉬고 있다.
수라리재
수라리재 유래비
멋진 송림을 기분 좋게 걷고
다시 돌아온 935m봉
주위를 둘러보니 견고하게 쌓은 성벽이 보인다. 그러고 보면 935m봉은 성 위에 있는 셈이다. 뚜렷한 등산로를 따라 왼쪽으로 내려선다. 2~3분 진행하자, 대원들이 모여 있다. 방향이 이상하다는 거다. 나침반을 보니, 남쪽으로 향하지 않는가? 935m으로 되돌아와, 서쪽을 이어지는 희미한 족적을 따라 내려서니, 뜻밖에 전망바위가 나타나고, 만경대산이 눈앞에 솟아 있는데, 만경대산으로 이어지는 약한 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935m봉의 성곽
전망바위에서 본 만경대산과 만경대산으로 이어지는 약한 능선
다시 935m봉으로 되돌아와 약 4분 정도 남쪽으로 진행하다, 오른쪽 사면을 타고 길 없는 길을 만들며 안부로 향한다. 잡목 숲이지만 다행히 넝쿨이 없어 진행할 만하다. 짧은 너덜지대를 거친 후, 이윽고 안부에 이르니 뚜렷한 등산로가 나타난다. 등산로를 따라 편하게 걷는다. 이어 2시 36분, 임도에 내려서고, 직진하여 숲으로 난 길로 들어서 보지만, 험한 잡목 숲이라 포기하고 임도로 되돌아 와 임도를 따라 걷는다. 임도가 점차 능선과 멀어지는 느낌이다. 불안하다. 하지만 임도는 크게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다시 능선에 가까워지고 비로소 안심한다.
임도
임도를 따라 걷다본 매봉산 방향의 조망
3시 7분, 왼쪽으로 산판길이 보이고, 그 오른쪽 사면에 표지기가 걸려 있다. 표지기의 지시에 따라, 잡목 숲으로 들어선다. 길은 없고 앞서 지나간 선두 그룹의 족적이 이어진다. 3시 17분, 잡초가 무성한 헬기장 같은 너른 공지를 지나고, 잡목 숲을 지나, 3시 23분, 임도를 건너자, 무성한 잡목 숲 사이로 급한 오르막이 시작된다.
임도 왼쪽의 산판길과 휴식 중인 대원들
길 없는 급경사 사면을 치고 올라 너른 공터에 이르고
급사면을 오르다 뒤돌아 안개에 덮인 고랭지 밭을 본다. "타~앙" 실탄을 발사하는 소총소리가 기분 나쁘게 들린다. 벌써 세 발 째다. 3시 38분, 너른 헬기장인 만경대봉 정상에 오른다. 주위에는 안개가 가득하여 한양은커녕 보이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정상에는 산불감시탑, 정상석, 삼각점<예미 311, 2004 재설>이 있고, 주발대장이 홀로 기다리고 있다. 3시 30분까지 후미가 도착하면 응봉산까지 가 볼 생각이었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소금치에서 탈출해야겠다고 대원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가는 빗줄기가 계속 내린다. 비로소 배낭에 커버를 씌운다.
만경대산 오르다 본 고랭지 밭
산불 감시탑
정상석
서쪽을 향해 거친 관목 숲을 헤치고 하산을 시작한다. 잡목과 섞인 관목 숲은 야생화 꽃밭이다. 3시 55분, 관목 숲을 헤치고 내려, 임도에서서 지나온 만경대산을 뒤돌아본다. 이윽고 숲으로 들어선다. 죽은 나무들이 쓰려져 길을 막는다.
관목 길 꽃밭
뒤돌아 본 망경대산
쓰러진 나무가 길을 막는다.
너른 능선이 펼쳐진다. 좌우로 능선이 희미하게 흐르는데, 가운데 뚜렷한 등산로에는 등산로 표지판도 보이고, 표지기들도 눈에 뜨인다. 하지만 방향이 이상하다. 대원들은 세 방향으로 흩어진다. 왼쪽으로 진행했던 대원들이 되돌아오고, 함께 가운데 등산로를 따라 진행한다. 빗방울이 굵어진다. 방수재킷을 꺼내 걸친다.
안개가 자욱한 너른 능선에서 길 찾기
완만한 내리막길을 편하게 걷는다. 일반 등산로인지 등산로 표지판이 보인다. 4시 30분, 990m봉을 지나고, 이어 날등길을 걸어, 4시 39분, 자령치에 내려선다. 트럭 정도는 거뜬히 오를 수 있는 너른 비포장도로다. 이곳에서 다시 한 번 소금치에서 탈출한다는 내용을 대원들에게 전달한다.
자령치
비포장도로를 건너, 소금치로 향한다. 빗줄기가 점점 거세진다. 5시 3분, 삼각점이 있는 930m봉에 오른다. 대원들이 모두 이곳에 모이고, 이윽고 주발 대장이 도착하여, 5시 5분, 오른쪽 능선을 따라 함께 하산을 시작한다. 5시 19분, 임도로 내려서고 이후 방향을 잡아 편한 길로 진행한다. 5시 35분, 주발대장은 다시 후미를 기다려, 함께 행동한다. 6시 16분, 폐가를 지나, 연하계곡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걷는다. 비가 내려 수량이 풍부한 연하계곡의 물이 우렁찬 소리를 내며 암벽 사이로 곤두박질친다, 하얀 포말이 솟아오른다. 하지만 가나긴 시멘트 길은 지루하다.
930m봉에 모인 대원들
107 삼각점
탈출 개시
임도를 걷고
폐가
연하풍경 1
연하풍경 2
차 소리가 들리고 저 아래 도로가 보인다. 시멘트다리를 건넌 후 계곡으로 내려가서 간단히 땀을 씻고, 6시 57분, 59번국도 주유소 옆에 주차한 버스에 도착한다.
(2007. 9.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