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북정맥 산행기

금북정맥(7) : 나본들 고개-덕숭산-홍동산-일월산-하고개

Urimahn 2012. 12. 15. 17:32

 바위지대에서 본 파노라마- 일월산과 갈산면


월복한 말복(末伏, 8월 14일)도 지나고 처서(處暑, 8월23일)도 지났건만 노염(老炎)이 극성이다. 금북정맥 산행에서 또 한 차례 더위와 전쟁을 벌인다.


2007년 8월 24일(토).

가고파 산우회에서 안내하는 금북정맥 산행일이다. 지난 8월 11일의 폭우예보와 성원미달로 취소된 여섯 번째 가야산 구간을 뛰어넘어, 오늘은 일곱 번째 구간을 산행한다. 코스는『나본들고개-덕숭산-수덕고개-홍동산-까치고개-전망바위-일월산-살포쟁이고개-하고개』로 도상거리는 약 12.8Km 이다.


대원들 중에는 취소된 여섯 번째 구간을 먼저 가자는 주장도 있으나, 이미 전체 산행일정을 산악회 홈 페이지에 계시했음으로 계시된 날짜대로 이행해야한다는 산악회의 주장을 꺾지 못한다.


맑고 무더운 날씨다. 아침 식사를 위해 행담 휴게소에 정차한 버스에서 내려서니, 목욕탕에 들어선 듯, 열기와 습기가 온 몸을 휘감는다. "죽었구나." 어느 대원인지, 한 마디 내 뱉는 말이 처절하다. 산행을 마치고 귀가 후 뉴스를 보다보니, 합천은 오늘 최고 기온이 36.5도라고 한다.


오늘 참여한 대원수는 모두 23명, 이중 폭염 때문에 5명은 까치고개에서 산행을 포기하고 대기하던 버스로 하고개에 도착한다. 뛰어 넘은 여섯 번째의 가야산 구간을 갔으면 큰일 날 뻔했다. 그 구간의 도상거리는 18Km나 되니 말이다.


조망이 뛰어난 구간이다. 날씨가 맑아 멀리까지 시계가 트인다. 왼쪽으로 따라오는 용봉산 능선이 우람하고, 일월산에서 보는 홍성읍이 장관이다. 북으로 가야산, 남으로 일월산이 조망되고 오른쪽으로는 덕산면의 너른 들이 펼쳐진다. 게다가 높은 봉우리에 올라서면, 가야할 마루금이 뚜렷이 보이고, 뒤돌아보면 지나온 능선이 선명하여, 산세 공부에 좋은 자료가 된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 (10:03) 광천교차로-(10:05) 산행시작-(10;08) 갈림길, 직진-(10:10) 묘지군-(10:19) 260m봉-(10:26) 갈림길, 좌-(10:29) T자, 우-(10:38~10:40) 전망바위-(10:46) 일반 등산로 진입-(10:50) 삼거리, 좌-(10:55) 전망봉-((10:57~11:00) 숭덕산 정상-(11:05) 큰 바위-(11:25) 전망바위-(11:34) 철책-(11:35~11:44) 수덕고개/휴식-(11:46) 왼쪽 등산로 진입-(11:50) 임도 (11:53) 무덤 있는 고개마루-(12:04) 우측 90도 꺾음-(12:20) T자, 좌-((13:38) 홍동산 정상-(12:39~12:56) 중식-(13:00) 갈림길, 좌-(13:09) 산불지역 진입-(13:23) 안부-(13:26) 안부 사거리, 직진-(14:08) 폐묘-(14:17) 쓰레기 매립장 정문-(14:20) 까치고개-(14:23) 절개지-(14:26) 폐가-(14:35) 갈림길, 우-(15:07~15:20) 전망바위/ 휴식-(15:29) 일월산 1봉-(15:33) 일월산 2봉-(15:39~15:41) 일월산 정상-(15:46) 시멘트도로-(15:51) 헬기장-(15:54) 무명봉, 좌-(16:12) 안종 장공 묘-(16:13) 살포쟁이 고개-(16:20) 갈림길, 좌-(16:21) 갈림길, 우-(16;31) 송전탑-(16:41) 삼각점-(16:45) 하 고개』 중식 17분 포함, 총 6시간 40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서해안 고속도로를 버리고 45번 국도로 내려선 버스는 광천리를 향해 달려, 10시 3분, 광천교차로 앞 도로변에 대원들을 내려놓는다. 정면으로 가야산이 우뚝하다. 도로를 따라 2분 쯤 걸어, 철제 펜스가 끝나는 곳에서 오른쪽 사면으로 오르며 산행이 시작된다. 고갯마루의 고려뷔페 앞, 등산로 폐쇄 안내판을 피해 잠시 산 사면을 탈 모양이다.

광천교차로


수로를 따라 왼쪽으로 사면을 오른다. 잡목이 우거진 사면에 길을 만들며 잠시 오르니. 산판 길로 이어지고, 그곳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10시 8분, 갈림길에 이르러 잠시 망설이던 이 회장이 직진 길을 택해 산판 길로 계속 진행한다. 10시 10분, 왼쪽 무덤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파르게 이어지는 등산로를 오르다 뒤돌아 13번 국도를 굽어본다.

길 없는 잡목 사면을 오르고

무덤가에서 13번 국도를 굽어본다.


10시 19분, 고도 260m 정도의 봉우리를 넘고, 풀이 무성한 공터를 지난다. 오른쪽으로 도로 건너편 산록에 펼쳐진 마을이 그림 같다.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10시 26분,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하고, 이어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만나는 T자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굽는다.

도로 건너 뒷산 쪽에 펼쳐진 마을


10시 38분, 전망바위에 선다. 주위가 확 트였다. 약 2분간 주위를 조망하며 사진을 찍는다. 사방이 트였는데도 바람 한 점 없이 무덥다. 이어 암릉지대를 지나 봉우리 하나를 넘어서니,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일반등산로에 만난다. 뜬금없이 등산금지 팻말이 등산로를 가로 막고, 불조심 현수막이 걸린 철조망이 등산로를 막는다. 막으려면 막고, 아니면 철거할 일이지, 장난도 아닌데 혈세(血稅)를 낭비하고 있다. 이어 철로 침목으로 만든 계단을 오르니, 다시 전망대다. 북으로 가야산이 가깝고, 남쪽으로 멀리 오서산이 보인다.

광천터널

 대곡리 방향의 조망

숭덕산

등산로를 막은 철조망- 철조망 왼쪽 끝으로 우회한다.

마지막 오름

멀리 보이는 일월산


전망대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이동하니, 정상석이 있는 덕숭산(德崇山) 정상(496.2m)이다. 덕숭산은 기기묘묘한 형상의 괴석들과 기묘한 산세를 뽐내는 도립공원으로 호서의 금강산이라 불릴 만큼 경관이 아름다우며, 유명한 수덕사를 품고 있어 수덕산이라고도 불린다.

덕숭산 정상석

덕숭산에서 본 가야산

사랑리 방향의 조망


11시 숭덕산을 내려선다. 11시 5분, 큰 바위를 지나고, 이어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내려선다. 돌 많은 가파른 내리막이 끝나고, 등산로가 소나무 숲 사이로 부드럽게 이어진다. 11시 25분, 바위전망대에서 숭덕산을 되돌아 보고, 가야할 홍동산의 부드러운 산세를 바라본다. 왼쪽으로 용봉저수지와 용봉산 줄기가 멋지다.

큰 바위

뒤돌아 본 숭덕산


 

가야할 홍동산

용봉 저수지와 용봉산 줄기

용봉산


저 아래 수덕고개가 보인다. 11시 34분, 철책을 넘고, 11시 35분, 622번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수덕고개에 내려선다. 300년 된 느티나무 6 그루가 시선을 끌고, 수덕사가 가까운 곳이라, 식당과 상점들이 즐비하다. 고려상회에 들러 심산대장과 캔 맥주를 사 마시며, 더위와 갈증을 쫓는다.

수덕고개

300년 수령의 보호수, 느티나무


11시 44분, 고려상회 뒤쪽, 전선주 옆 임도로 들어서며 산행을 재개한다. 2분 정도 임도를 걷다, 표지기들이 요란하게 걸려있는 왼쪽 등산로로 들어서서 진행하지만, 11시 50분 다시 임도로 내려선다. 11시 53분, 왼쪽에 무덤이 있는 고개마루턱을 지나고, 12시 4분, 임도를 버리고, 90도 우측으로 꺾어, 무덤에서 좌측으로 돌아 능선으로 오른다.

고려상회 뒤 전선주 옆 임도로 진입

소나무 숲으로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12시 20분, T자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하여 평탄한 길을 걸어 12시 38분, 잡목이 우거진 너른 홍동산(弘東山, 309,8) 정상에 오른다. 아무런 표시도 없고, 서쪽으로 가곡리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정상을 왼쪽으로 내려서서 12시 39분, 그늘진 등산로에 앉아 점심상을 펼친다

T자 갈림길에서 왼쪽

홍동산 정상

정상에서 본 가곡리 방향


점심을 마치고, 뒷정리를 한 후, 12시 56분, 산행을 재개한다. 1시.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하여 완만한 소나무 숲길을 걷는다. 이윽고 바위지대에 이르러 굽어본 전면의 파노라마가 환상이다. 왼쪽 일월산에서부터 가곡저수지, 갈산면, 그리고 계봉산 등이 차례로 펼쳐지고 한국고건물 박물관이 가깝게 보인다.


점차고도가 낮아지며 산불지역, 까치고개, 일월산으로 이어지는 가야할 능선의 흐름이 뚜렷하게 보인다. 잠시 멈춰 서서 그 흐름을 머릿속에 입력한다. 이윽고 산불지역에 들어선다. 잡목이 무성한 곳에 불에 탄 나무들의 몸통이 장대처럼 우뚝우뚝 서있다. 아마 산불이 나고 바로 진화작업에 착수하여, 나무의 굵은 몸통은 다 타지를 않고 남은 모양이다. 괴기한 느낌을 주는 보기 힘든 광경이다.

산불지역, 까치고개, 일월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산불지역과 일월산


훼손된 곳을 스스로 복원하려는 자연의 위대한 힘이 화재지역을 광대한 잡목과 넝쿨의 숲으로 만들어 놓았다. 정맥 산꾼들이 이 험한 잡목 숲을 이리저리 헤집으며 통과하기 쉬운 곳을 골라 족적을 남기고, 표지기를 달아 놓았다. 자칫 이런 족적을 놓치고 잡목 숲을 곧바로 돌파하려고 시도한다면, 이는 만용이다. 한여름의 잡목과 넝쿨 숲의 무서움을 모르는 소치다. 족적을 잃으면, 서슴지 말고 족적이 있던 곳으로 후퇴하여, 길을 찾는 것이 요령이다. 여러 사람들이 이 잡목 숲에서 헤매고, 노련한 산꾼 한분도 이곳에서 헤매다 탈진하여, 까치고개에 이르러 산행을 포기한다.

잡목, 넝쿨 숲에 걸린 표지기


1시 23분, 안부에 이르러, 지루한 산불지역을 벗어난다. 이어 어린 소나무 숲이 이어진다. 1시 26분, 안부 사거리에 이르러 직진하고, 이후 비교적 완만한 오르내림을 거치며, 여러 차례 갈림길을 만나지만, 표지기들의 안내를 따르면 별 문제가 없다. 2시 8분, 왼쪽에 헐벗은 묘1기를 지난다. 이곳에서 기존 능선을 따르지 말고, 오른쪽으로 가깝게 나란히 이어지는 능선으로 건너 붙어야한다. 이 요령을 모르면, 이 부근에서 또 한동안 헤매게 된다.

이 헐벗은 묘에서 오른쪽 능선으로 붙고,


철책을 따라 걷는 길이 지루하게 이어진다. 왼쪽에 건물과 도로가 보이는데도 철책 길은 여전히 계속된다. 2시 17분, 철책이 끝나는 곳에서 왼쪽으로 내려서니 홍성군 위생쓰레기 매립장 정문이다. 아스팔트도로를 따라 까치고개로 향한다. 저 아래 산악회 버스가 보이고, 길가에 이 회장과 대원 두 사람이 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들은 무더위로 더 이상의 산행을 포기하고, 후미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쓰레기 매립장 정문


더위에 지쳐 산행을 중지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이곳에서 약 4.3Km 떨어진 해고개 까지의 잔여구간을 남기고 포기하면, 다음에 보충하기가 고약하고, 게다가 덕숭산에 오르면서 보기 시작한 멋진 일월산을 그냥 두고 가기가 못내 아쉽게 느껴진다. 힘은 들지만 두 시간 정도면, 오늘 산행을 마칠 수 있을 것 같고, 아직 후미에 세 사람이 있지 않은가?

까치고개

까치고개에서 탈출 조를 기다리는 버스


길 건너 고개쉼터에서 맥주라도 팔면 좋으련만, 아무 것도 없다고 한다. 탈출 조를 뒤로 남기고 혼자서 도로를 건넌다. 갈오리 마을 표지석이 있는 곳에서 마을로 들어서다, 표지기들이 보이는 왼쪽의 절개지를 타고 올라 능선에 이른다.

갈오리 마을 표지석


2시 28분, 폐가를 지나고, 붉은 꽃을 화사하게 단 꽃나무를 카메라에 담고 넓은 길을 따라 오른다. 2시 35분,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이윽고 바위지대가 나타난다. 뒤돌아 응봉산, 가야산, 덕숭산 을 카메라에 담고, 3시 7분, 전망바위에 선다. 조망이 뛰어나고, 바람이 솔솔 불어 시원하다. 배낭을 벗어 놓고, 쉬면서 멋진 조망을 즐긴다.

용봉산

가야산, 숭덕산, 홍동산

덕산면 방향의 시원한 조망


이윽고 후미를 보는 천 사장이라는 젊은 대원이 모습을 보인다. 오늘 후미대장의 결간으로 대신 후미를 담당한다고 한다. 산행과정을 꼼꼼히 기록하여 후기를 남기는 보기 드믄 젊은이다. 후미 세 사람을 탈출 조에 편입시키고 쫓아오는 중이라고 한다. 바람이 시원하니 쉬고 오라며 먼저 일어선다.


바위와 흙길이 교대로 나타나는 험한 길을 가파르게 오른다. 3시 29분 일월산 제 1봉에 오른다. 커다란 바위 아래에 치성을 드리는 제기들이 보인다. 코끼리바위와 팔각정, 그리고 백월산 고천제단(白月山 告天祭壇)을 지나, 두 번째 봉우리에 오르니, 사당에서 치성을 드리던 신자들이 놀란 얼굴로 쳐다본다. 무더위에 늙은이 혼자 배낭을 메고 지친 모습으로 나타났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봉수대가 있는 제 3봉이 코앞이다.

제 1봉의 팔각정

코끼리바위

제 2봉의 사당

제 2봉에서 본 정상


나무계단을 내려서고 산림청 순찰대 사무실을 거쳐, 기암 옆으로 이어지는 나무계단을 올라 3시 39분, 일월산 정상(394.3m)에 오른다. 정상석과 거대한 봉수대가 있다. 내려다보이는 홍성읍이 장관이다.

순찰대 사무실

기암

태극기 휘날리는 제 2봉

정상석

봉수대

홍성읍


3시 41분, 일월산을 내려선다. 3시 46분, 시멘트도로에 내려서고, 왼쪽으로 헬기장을 보며 지난다. 약 2분 정도 도로를 따라 내리다.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오른쪽 산길로 들어선다. 다시 헬기장을 지나고, 3시 52분,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왼쪽으로 굽어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이어 봉우리 두 개를 넘고, 안동 장씨 묘를 지나, 4시 13분, 시멘트도로가 지나가는 살포쟁이고개를 건너 임도로 들어선다.

시멘트도로에 내려서고


 

이정표 있는 곳에서 좌측 오르막길로 오른다.

169 살포쟁이 고개


완만하게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오르다 처음 보는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는다. 4시 20분,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하고, 이어 다시 만나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계속 임도를 따른다. 4시 31분, 송전탑을 지나고, 아름다운 송림을 거쳐, 공터를 통과한다. 눈앞에 마지막 봉우리가 보인다. 오르막길을 오르며 뒤돌아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4시 41분, 삼각점을 지나, 오솔길을 달려 내리는데 기다리다 지친 이 회장이 마주 다가온다. 4시 45분, 하고개에 도착한다. 더위와의 전쟁이 끝난 것이다.

야생화

되돌아 본 지나온 길

마지막 봉우리의 삼각점

하고개


버스에 배낭을 벗어 놓고, 길가 상점의 수도를 빌어 세수를 하고 등물을 하고나니 비로소 살 것 같다.


(2007. 8.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