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북정맥 산행기

금북정맥(5) :모가울고개-양대산-은봉산-무르티고개-동암산-가루고개

Urimahn 2012. 12. 15. 17:25

 

휴가철이지만 서해안고속도로에는 아직은 차가 많지 않다.


2007년 7월 28일(토).

가고파 산우회의 가이드로 금북정맥 다섯 번째 구간을 산행한다. 코스는 『모가울고개(60m)-간대산(188.3m)-양대산(175.5m)-은봉산(283m)-무르티고개-동암산(174m)-가루고개』로 도상거리 약 10.8Km의 비교적 짧은 구간이다.


이건 예사 산행이 아니다. 전쟁이다. 더위와의 전쟁이다. 장마가 곧 물러갈 것이라는 예보 속에 비는 내리지 않고, 구름이 낮게 깔려 있는데, 습도, 온도는 모두 높지, 게다가 바람 한 점이 없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찜통더위와 벌린 처절한 전쟁이다.


잡목지대로 악명이 높은 은봉산 오르막은 인근 주민들이 잡목을 베어내고 너른 등산로 만들어 놓아 다행이지만, 반대편 하산 능선에서, 상존하는 억센 잡목지대를 돌파할 때에는 '비둘기 고지(高地)'로 향하는 '육탄(肉彈) 십 용사' 만큼이나 비장한 심정이 된다.


"뭐, 이런 산악회 가 다 있어요?

 

잡목지대를 돌파하고 난 후, 오늘 처음 나온, 비교적 건장한 두 젊은이가 하는 말이다. 오늘 구간에서 서산 시가지를 굽어보고, 서해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는 말에 무작정 반팔 셔츠를 입고 따라 나왔는데, 안개 때문에 보이는 것은 없고, 찜통더위 속에서 악명 높은 잡목지대를 돌파했으니 당연히 나올 법한 반응이다. 두 젊은이는 결국 무르티고개에서 탈출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등산로가 뚜렷하여. 등로 이탈의 위험이 적고, 업 다운이 심하지 않은데다 산행구간이 짧았다는 점이다. 역시 경험이란 소중한 것이다. 9정맥을 두 차례나 마무리 하면서 얻은 노하우가 오늘 다수의 탈진자(脫盡者) 발생을 미연에 방지한 것이다.


휴가철이 시작되어서 그런지, 그 동안 빠지지 않고 줄곧 나왔던 주피터 대장 일행이 집단으로 모습을 보이지 않는 등 참여 인원수가 현저하게 줄었다. 버스가 고속도로로 들어서자, 휴가를 떠나는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차량속도 마저 떨어진다. 앞자리에 앉은 이 회장의 표정이 어둡다. 안성을 지나 서해안 고속도로로 접어들자 비로소 버스는 제 속도를 낸다. 행담도 휴게소에서 30분간 정차한 버스는 서산 IC에서 32번 국도로 갈아 탄 후, 649번 지방도로로 진입하여, 10시 9분, 모가울고개에 도착한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09) 모가울고개-(10:11) 산행시작-(10:13) 왼쪽 사면으로-(10:17) 능선, 우-(10:22) 142m봉-(10:29) 임도-(10:31) 왼쪽 묘역으로-(10:33) 임도-(10:34) 시멘트도로-(10:37) 문양교회 안내판, 우-(10:40) 갈림길, 직진-(10:45) 634번 도로, 좌-(10:49) 임도-(10:53) 이정표, 좌-(11;09) 간대산 갈림길-(11:12) 간대산-(11;14) 간대산 갈림길-(11:23~11:26) 양대산-(11:31) 나분들고개-(11:42) 무덤봉-(11:44) 무명봉-(11:55) 안부-(12:02) 무명봉, 우-(12:13) T자 능선, 우-(12:21) 은봉산(12:18) 잡목지대 끝-(12:40~12:56) 중식-(12:59) 107번 송전탑-(13:01) 매봉재-(13:21) 절개지-(13:32) 지하도-(13:40) 휴게소-(13:42) 임도-(13:45) 왼쪽 숲으로-(13:49) 무명봉-(14:10) 동암산-(14:18) 무명봉-((14:28) 모래고개-(14:31) 절개지-(14:34) 가족묘-(14:40) 송전탑 고개-(14: 50) 가루고개』중식시간 16분 포함, 4시간 39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주피터 대장이 없으니, 산행 전 준비운동도 생략한 채, 10시 11분, 동쪽 논 사이로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걸으며 신행을 시작한다. 10시 13분, 임도를 버리고, 왼쪽 잡목과 잡초가 무성한 산 사면을 타고 정면에 보이는 송전탑을 향해 오른다. 벌목을 했는지, 산불이 났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사면 전체에 나무가 없이 잡목과 잡초만 무성하다.

산행시작- 송전탑이 있는 동쪽 임도로 진입

임도 버리고, 왼쪽 잡목 사면으로


10시 17분, 참나무가 무성한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임도에 이르고, 임도를 따라 완만한 오르막을 오른다. 왼쪽에 통신시설 같은 은색 구조물이 보인다. 10시 22분, 송전탑이 있는 142m봉에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서자 아름다운 산책길이 이어진다. 이어 10시 29분, 왼쪽에 무덤 3기가 보이는 지점에서, 등산로는 다시 오른쪽 임도로 내려선다.

송전탑이 있는 봉우리

아름다운 산책길이 이어지고


10시 31분, 임도를 버리고 왼쪽으로 굽어, 묘 3기와 논을 지나고, 너른 묘역에 이른다. 묘역에 홀로 서 있는 작은 나무에 표지기들이 나부낀다. 표지기 방향으로 왼쪽으로 내려서면 호화롭게 꾸민 가족묘를 지나, 다시 임도로 내려서게 되고, 임도는 1분 후, 시멘트 포장도로로 연결된다.

임도를 버리고 왼쪽으로 들어서서, 묘 3기와 논을 지나고

 

나무에 걸린 표지기를 따라 왼쪽으로 내려선다.

임도를 지나 시멘트 도로에 내려서고


10시 37분, '문양교회' 안내판이 있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작은 고개를 넘어서서 다시 갈림길에 이른다. 선두가 잠시 오른쪽 도로로 들어섰다가, 왼쪽으로 보이는 간대산을 보았는지, 갈림길로 되돌아와 직진하여 율목 2리 마을을 통과한다.

문양고회 안내판이 있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돌고,

고개를 넘어 다시 만나는 갈림길에서는 직진한다.


10시 45분, 율목리 버스정류장이 있는 634번 지방도로로 나오고, 이어 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진행한다. 정면으로 간대산이 보인다. 10시 49분, 도로가 왼쪽으로 굽어지는 지점에서 정면에 보이는 임도로 들어서고, 10시 53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왼쪽의 작을 돌들을 깔아 놓은 임도로 진입하여, 동네 체육시설 이용안내판이 있는 공터에 도착한다.

율목리 버스 정유장

왼쪽으로 634번 지방도를 따라 걷는다. 정면에 간대산이 보인다.

임도로 들어섰다가,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왼쪽 등산로 입구로 들어선다.

동네 체육시설 이용안내판


이제부터는 체육공원 길을 따라 걸으면 된다. 발바닥 지압시설도 보이고, 송전탑을 지나, 공원길이 가팔라지자 통나무 계단이 이지더니, 암릉길에는 로프가 걸려있다. 11시 9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 이른다. 왼쪽은 간대산 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나분들고개로 이어진다.

발바닥 지압시설

통나무 계단길

암릉길

이정표


갈림길에 배낭을 벗어 놓고 간대산으로 향한다. 지형도에는 188.3m라고 높이만 표기가 돼있고, 산 이름은 없다. 그래서 선답자들은 전망바위라 불렀지만 서산에서는 이 산을 간대산으로 부르는 모양이다. 11시 11분, 전망바위에 올라선다. 하지만 송전탑이 그림을 망치고, 안개마저 끼어 원경이 보이지 않으니, 잠깐이기는 하지만 다리품을 팔은 수고도 못 뽑은 느낌이다, 길쭉한 정상에는 벤치가 놓여있다, 역시 서산 시민들의 휴식 터인 모양이다.

간대산의 전망바위


 

간대산 정상

전망바위에서 본 음암면 방향


11시 14분, 갈림길로 되돌아와 배낭을 메고 어린 소나무 숲 사이로 뚜렷이 이어지는 산책로를 걸어 11시 23분, 팔각정과 삼각점이 있는 양대산(良垈山, 175.5m)에 도착한다. 잠시 정자에 올라 보지만 역시 바람 한 점 없다. 북동, 남동 방황의 조망을 카메라에 담는다.

양대산 정상의 정자

양대산 정상의 삼각점

가야할 봉우리와 은봉산

 

동남 방향의 조망


11시 26분, 양대산을 왼쪽으로 내려선다. 가파른 내리막에 통나무 계단길이 이어진다. 11시 31분, 등산로 입구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는 시멘트도로에 내려선다. 덕심리와 도당리을 연결하는 나분들고개다. 도로를 건너 수레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은 임도로 들어선다.

나분들 고개 이정표

은봉산으로 향하는 넓은 임도


11시 42분, 고도 약 210m 정도의 무덤이 있는 봉우리에서 오른쪽 등산로로 접어들고, 2분 후 다시 220m 정도의 봉우리에 올라, 오른쪽 비탈길로 내려선다. 어린 소나무 숲 사이로 오솔길이 이어진다. 바람 한 점 없는 사방이 꽉 막힌 숲속, 그야말로 찜통이다. 땀이 줄줄 흐른다.

무덤 있는 봉우리


11시 55분, 안부를 지나, 잡목을 쳐낸 넓은 임도를 오른다. 이 산에는 화재가 났던 모양이다. 사람들의 부주의로, 산 전체가 홀랑 타 버린 후, 이제 잡목,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면서 자연의 힘으로 복원 중인 모양이다. 주민들이 이들 잡목, 잡초를 쳐내지 않았다면, 그야말로 지옥의 길이 될 뻔했다. 가파른 오르막을 천천히 오르면서 뒤돌아 간대산과 양대산을 바라본다.

잡목, 잡초를 쳐낸 길


 

뒤돌아 본 간대산, 양대산


12시 2분, 고도 약 205m 정도의 봉우리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선다. 잡목, 잡초, 넝쿨이 빽빽하다. 하지만 역시 사람들이 통행할 수 있도록 길을 내 놓아 다행이다. 안부를 지나, 12시 13분,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원시림 같은 잡목 숲 터널이 비교적 평탄하게 이어지더니, 이어 오르막이 시작되고, 12시 21분, 고도 283.5m인 은봉산 정상에 오른다. 키를 넘는 무성한 잡목으로 등산로 이외에는 전혀 빈 공간이 없다. 그러니 조망이 있을 턱이 없다.

넝쿨 안부

은봉산 사는 길- 다행히 주민들이 잡목을 베어내고 길을 내 놓았다.

원시림 같은 잡목 터널을 지나고

은봉산 정상


보이는 것은 온통 잡목 숲뿐이다. 나침반 방향을 남동쪽으로 고정하고 사람이 지나간 흔적을 따라 키를 넘는 잡목을 헤치고 진행한다. 찜통더위 속에서 죽을 맛이다. 12시 38분, 등산로가 오른쪽으로 급격히 꺾이며 비로소 참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약 2분 쯤 내리막길을 달려 내리다, 그나마 바람결이 있는 등산로 주변에 앉아 점심식사를 한다.

점심식사를 한 곳

점심을 마치고 일어설 무렵에 후미대장이 모습을 보인다. 오늘 처음 나온 젊은 대원 두 사람이 무척 힘들어 하며 탈출을 원한다고 한다. 이윽고 젊은이 두 사람도 모습을 보인다, 두 사람은 32번 국도가 지나가는 무르티고개에서 탈출하기로 하고, 이 회장과 전화통화를 해보기로 한다.


12시 56분, 이들을 뒤로 남기고 잘 나 있는 등산로를 따라 내린다. 12시 59분, 107번 송전탑을 지나고, 어린 소나무 숲 사이로 이어지는 산책길을 걷는다. 1시 8분, 매봉재를 건넌 후, 넓은 임도를 오르며 뒤돌아 지나온 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매봉재와 지나온 능선


1시 21분, 절개지에 이르고, 오른쪽의 철계단을 통해, 시멘트 옹벽길로 내려서서, 왼쪽에 있는 고속도로 지하도로 향한다. 시멘트 옹벽길에서 약 7분 정도 진행하여 지하도를 건너고, 32번 국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휴게소로 향한다.

절개지에서 본 서산 휴게소

절개지의 철계단

절개지 위 시멘트 옹벽길

지하도가 있는 방향의 고속도로

지하도 입구


서산 휴게소를 향해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오른다. 오른 쪽으로 고속도로 건너편의 지나 온 절개지를 카메라에 담고, 서둘러 휴게소에 이르니 공사 중이라 휴업이다. 시원한 맥주를 기대했었는데,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리 힘이 쭉 빠져 더 걷고 싶은 생각도 없다.

지나온 절개지


할 수 없이 더위에 지친 몸을 움직여, 1시 42분, 휴게소 오른 쪽의 임도로 들어선다. 3분 후 임도를 버리고 왼쪽 숲으로 들어서고, 노란 탱크와 공터를 지나, 1시 49분, 고도 160m 정도의 봉우리에서 왼쪽으로 내려선다. 젊은이 두 사람을 탈출 시킨 후미대장이 모습을 보인다.

휴게소 오른 쪽 임도롤 들어서고


후미대장과 함께 길섶에 앉아 약 5분 간 휴식을 취하며, 식염을 섭취한다. 이어 간벌 지대를 지나, 2시 10분, 동암산 정상(174.3m)에 오른다. 아무 표시도 없고, 표지기 몇 매가 나뭇가지에 걸려 있을 뿐이다. 등산로는 남쪽으로 이어진다. 왼쪽으로 가끔씩 시야가 트이며 마을이 내려다보이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 소리가 들린다. 2시 18분,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은 후, 철조망 길을 따라 내린다. 이어 송신탑이 서 있는 곳을 지나고, 2시 28분, 모래고개에 이르러, 왼쪽 지하도로 향한다.

동암산 정상

왼쪽으로 묘와 고속도로가 보이고

지하도롤 향한다.


지하도를 지나, 바로 오른쪽 시멘트 길로 들어서서 절개지를 오른다. 마루금은 오른쪽에 보이는 묘지 뒤 능선으로 이어지고, 능선에 오르니 비로소 바람이 시원하다. 등산로 변의 보랏빛 야생화가 바람에 몹시 시달린다. 2시 40분, 송신탑이 있는 작은 고개를 넘어서니, 잘 손질된 무덤이 오른쪽으로 보이고, 정면으로 안골 쪽의 산이 보인다. 바람은 여전히 시원하게 불어준다.

오른쪽 시멘트 길을 따라 왼쪽 절개지 오르고

바람 부는 길가의 보랏빛 야생화

송신탑이 있는 고개

무덤에서 본 남쪽 조망


완만한 내리막길을 내려서서 숲을 벗어나니, 왼쪽에 산악회 버스가 보인다. 2시 50분, 소중 1리를 알리는 돌표지가 있는 가루고개에 도착하여, 짧은 구간의 길었던 산행을 마감한다.

가루고개에 서 있는 산악회 버스

소중 1리 돌표지


먼저 하산한 대원중에 부지런한 양반이 도로변 가까이, 숲속에 숨어 있는 빈집을 발견하고 그 집 수도를 이용하려는데, 커다란 누렁이 한 마리가 수돗가를 지키고 있다. 대원은 빵 몇 개로 누렁이를 매수하고, 그 덕에 모든 대원들이 차례로 목물을 하며 땀을 들인다. 아마도 집 주인께서는 다음 달 수도 요금고지서를 받아보고는 틀림없이 놀랄 것이다. 하지만 모르는 사이에 엄청 좋은 일을 하셨다는 것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앞으로 복 많이 받으실 겁니다. 고맙습니다.


(2007. 8.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