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무법천지 7시간'
쇠파이프·각목 휘두르고, 횃불·보도블록 던지기도… 경찰113명 부상, 버스50대 파손 "이석기 석방" 구호 외치기도… 시위대 1명 물대포 맞아 중태
수배 중인 민노총 위원장… 경찰, 눈앞에서 체포 실패
주말인 14일 오후 '민중 총궐기' 시위가 벌어진 서울 세종대로 등 도심 일대는 폭력이 난무한 시위대의 '해방구'였다. 시위대는 자정까지경찰이 설치한 버스 차벽(車壁)을 밧줄로 끌어당겨 무너뜨리고 쇠파이프와 사다리로 경찰 버스를 때려부수는 등 공권력을 마음껏 조롱했다.
민노총과 전교조, 한국진보연대 등 53개 단체가 참여한 '민중 총궐기 투쟁본부'는 이날 서울 도심 곳곳에서 6만8000여명(주최 측 추산 13만여명)이 참가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오후 1시부터 서울광장, 대학로, 서울역 광장 일대 등지에서 동시다발 집회를 열었다. 이어 오후 2시 30분부터 애초 경찰이 집회를 허용한 1~4개 차로를 벗어나 도로 전체를 점거했다. 시위대는 이어 오후 5시쯤 '청와대로 쳐들어가자'며 광화문광장과 청와대 쪽으로 행진을 시도했다. 시위대는 "이석기를 석방하라" "국정원을 해체하라" "박근혜 정권 퇴진하라"는 구호도 외쳐댔다.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사용·관리 조례에 따르면 광화문광장에서의 정치적 집회와 시위는 금지돼 있다. 청와대와 정부청사, 주한 미국 대사관 등이 인접한 곳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날 집회에 대비해 경찰관 2만2000여명과 버스 700여대 등을 동원해 세종대로 사거리 일대에 겹겹이 차벽과 저지선을 쳤다.
그러나 시위대는 밧줄로 경찰 버스를 묶은 뒤 끌어당기는 방법으로 차벽 무너뜨리기를 시도했다. 경찰 버스 여러 대가 시위대가 장악한 도로 한가운데로 끌려나왔다. 시위대는 또 쇠파이프와 철제 사다리를 휘두르며 경찰 버스를 부수고 각목과 쇠파이프를 경찰관들에게 휘둘렀다. 밤이 깊어지면서 깨진 보도블록과 횃불을 경찰관들에게 던지기도 했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버스 매연 저감 장치가 주유구(注油口)인 줄 알고 불붙인 신문지를 집어 넣으려다 실패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이날 시위는 경찰이 수배 중인 한상균(53) 민노총 위원장이 진두지휘했다. 그는 오후 1시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정부의 노동개혁 등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 발표 뒤 사복경찰 70여명이 한 위원장을 체포하기 위해 달려들었으나 조합원들이 몸으로 저지했다. 그 사이 한 위원장은 프레스센터 18층 언론노조 사무실로 피신했다. 조합원 수십명과 대치하던 경찰이 안전사고를 우려해 5분쯤 뒤 철수하면서 체포 작전은 실패로 끝났다. 그로부터 30분 뒤 한 위원장은 경찰을 비웃듯 서울광장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 나타나 시위를 독려하는 연설을 했다.
경찰은 이날 시위 과정에서 경찰 버스 3대가 완전히 부서졌고, 50여대가 일부 파손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시위대의 폭행으로 경찰관 113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경찰은 시위대 51명을 불법 시위 혐의로 연행했다.

이날 시위로 서울 도심 교통은 11시간 가까이 마비되다시피 했다. 특히 서울 시내 대학11곳에서 대입 논술·면접 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SNS 등에선 '평화 시위라면서 쇠파이프랑 횃불은 왜 들고 있느냐' '경찰을 공격하고, 시민에게 피해를 주면서 민중을 팔지 마라'는 글들이 쏟아졌다.
野는 이 와중에 "경찰이 과잉진압… 책임 묻겠다"
14일 열린 '민중 총궐기' 집회가 과격 폭력 양상으로 치달은 오후 5시 28분쯤 새정치민주연합은 부대변인 논평에서 "합법적이고 비폭력적인 집회를 경찰이 불법으로 호도하면, 단호히 맞서 싸울 것"이라고 했다. 논평은 또 "우리 당 의원들은 '시민 보호관'을 자임(自任)하고 민중 총궐기 대회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15일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시위 참가자 백모(68)씨가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중상을 입은 데 대해 항의했다. 백씨가 입원한 서울대병원을 찾아간 문재인 대표는 기자들에게 "경찰이 처음부터 불법 집회니 과격 집회니 예단하면서 과도하게 진압한 부분에 대해 책임 추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을 담당하는 국회 안전행정위 소속 정청래, 진선미, 임수경, 진성준 의원은 경찰서로 찾아가 불법 시위로 연행된 사람들을 면담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은 시위대의 불법 폭력 행위를 비판하는 입장을 내놓진 않았다.
이날 집회는 '한국진보연대'가 지난 1월부터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진보연대는 지난 1월 소집한 대표자회의에서 올해 활동 방향과 관련해 "11월쯤 노동자·농민·빈민이 집결하는 대규모 민중 총궐기 대회를 개최하자"고 결의했다. 이어 9월엔 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53개 단체가 '민중 총궐기 투쟁본부'를 결성했다. 이들은 지역별 궐기대회를 거쳐 이날 '청와대로 가자'는 슬로건 아래 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한국진보연대는 1990년대부터 반(反)정부 운동을 이끌어온 '민주주의 민족통일 전국연합(전 국연합)'이 해산되고 이를 이어받아 결성된 좌파 단체 연대 모임이다. 2008년 광우병 시위, 제주 해군기지 반대 운동, 세월호 참사 등에서 반정부 운동을 주도해 왔다. 헌법재판소가 해산을 결정한 통합진보당 해산 반대에도 앞장섰다. '투쟁본부'에 이름을 올린 '민족자주평화통일중앙회의'와 '범민련 남측본부'는 과거 법원에서 이적(利敵) 단체 판결을 받았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